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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장편소설

대등서명
Anomalie
발행사항
서울 : 민음사, 2022
형태사항
479 p. ; 20 cm
ISBN
9788937427220
청구기호
863 르833ㅇ
일반주기
원저자명: Herve Le Tellier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9608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9608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2020년 공쿠르상 수상작

공쿠르 수상작 중 가장 많은 화제와 판매를
기록한 놀라운 작품!

팬데믹의 프랑스 독자들이 일제히 선택한 소설
프랑스 판매 110만 부 이상, 전 세계 45개국 번역 출판


“안전벨트를 꽉 매라, 에르베 르 텔리에가 놀라운 여정으로 데려갈 테니.
마지막 페이지까지 내려놓고 싶지 않은 책!”
레일라 슬리마니, 『달콤한 노래』 작가

“SF와 형이상학적 미스터리가 우아하게 혼합되었다.
착륙 후에도 한참이나 머릿속을 맴돌 상상의 비행 같은 소설.”
워싱턴포스트

“「기묘한 이야기」, 「블랙 미러」와 같은 하이콘셉트 플롯으로 풀어낸
자유 의지, 운명, 현실, 그리고 존재 이유에 관한 감동적인 실험.
수준 높은 오락과 진지한 문학의 교집합과도 같다.”
뉴욕타임스

파리-뉴욕 간 여객기가 석 달이라는 시간 차를 두고 도플갱어처럼 똑같은 사람들을 싣고 동일 지점에서 난기류를 겪은 전대미문의 사건을 그린 2020년 공쿠르상 수상작 『아노말리』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아노말리’는 ‘이상’, ‘변칙’이라는 뜻으로, 주로 기상학이나 데이터 과학에서 ‘이상 현상’, ‘차이 값’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아노말리』는 예년처럼 11월 첫 주 파리 드루앙 레스토랑에서 공쿠르상 수상작으로 발표되지 못했다. 코비드19로 인한 록다운 때문에 영업이 불가해진 동네 서점들에 연대하는 뜻으로 발표가 유예된 것이다. 공쿠르상은 상금이 10유로밖에 안 되지만 수상작이 되면 날개 돋친 듯이 팔리기 때문에, 공쿠르 시즌은 프랑스 서점가의 대목이다. 에르베 르 텔리에는 예년보다 석 주 늦게,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온라인 줌으로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1991년부터 단편, 장편, 희곡, 시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쓰고, 수학자, 언어학자, 과학 기자, 만평가, 라디오 프로그램 고정 출연자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 온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에 주어진 상이었다.

에르베 르 텔리에는 레몽 크노, 조르주 페렉, 이탈로 칼비노 등 세계적 작가들과 마르셀 뒤샹 같은 예술가들도 함께한 실험적인 문학 창작 집단인 ‘울리포(잠재 문학 작업실)’의 회원이자 2019년부터는 모임의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한데, 『아노말리』는 울리포 작가로는 처음 공쿠르상을 탄 작품이자 르 텔리에가 울리포에 바치는 오마주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노말리』는 울리포 특유의 난해함이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는 소설이다. 청부 살인 업자, 소설가, 나이지리아 뮤지션, 어린 미국인 소녀, 비행기 기장, 미국인 변호사, 노년으로 접어든 건축 설계사와 그의 연인인 젊은 영화 편집인 등 접점이 없는 이들의 이야기가 제각기 펼쳐지다가 전대미문의 SF적 상황을 통해 인간 실존이라는 주제를 대면하는 과정이 마치 ‘미드’처럼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문학성은 물론 이런 대중성 때문에 『아노말리』는 평균 40만 부라는 공쿠르 수상작 판매 부수를 훨씬 뛰어넘는 110만 부 이상이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아노말리』는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스페인, 이스라엘, 일본 등 전 세계 45개 국가에 판권이 팔렸으며, 독일에서는 출간된 그 주에 10만 부 판매를 기록하며 《슈피겔》 집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미국에서도 《뉴욕타임스》 집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일한 승객들을 태운 동일한 비행기가 두 번 착륙했다고요?”

그들은 동전이 앞뒷면이 나오고, 똑바로 설 확률까지 계산했다.
그런데 은하계 어딘가에서 던져진 동전이 허공에 멈춰 버렸다!


2021년 3월, 파리에서 출발해 뉴욕으로 향하는 에어프랑스 여객기가 예고에 없던 난기류를 만나 위기를 겪은 후 무사히 착륙한다. 승객들은 공포로 가득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단 한 사람, 프랑스인 소설가 빅토르 미젤을 제외하고는. 그는 파리로 돌아가 『아노말리』라는 소설의 원고를 탈고한 후 편집자에게 보내고 발코니에서 투신해 죽는다. 그리고 문제의 비행이 있은 지 세 달 뒤인 6월, 동일한 여객기가 동일한 지점에서 난기류를 만나 동일한 기착지를 향해 날아간다. 도플갱어처럼 똑같은 기장과 승무원, 승객들을 싣고서…….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여객기를 뉴저지 공군 기지로 비상 착륙시키고, 극비리에 과학자들을 소집한다. 이로써 9․11 사태 이후 국가 비상사태를 위해 개발한 수많은 프로토콜 중 한 번도 실행되지 않았고 영영 실행될 것 같지 않았던 ‘프로토콜 42’가 발효된다.
성실한 가장이라는 가면을 쓰고 이중생활을 하는 청부 살인 업자, 자살 후 명성을 얻은 소설가, 시한부를 선고받고 투병 중인 비행기 기장, 동성애자임을 숨긴 채 활동하는 나이지리아 뮤지션, 석 달이라는 시간 사이에 연인의 아기를 가진 변호사, 사랑의 시효가 임박한 연인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소녀. 석 달이라는 시간 차를 두고 사는 3월 승객과 6월 승객들은 자신의 ‘분신’을 대면하면서 자기 삶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다종다양한 장르와 인물들을 통해 자신과 대면하길 주문하는
‘미드’의 리듬으로 전개되는 울리포 소설


『아노말리』는 문제의 비행이 있기 전 각 등장인물들의 삶을 그린 1부,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 후 미국 정부가 과학계, 종교계 및 세계 주요 정상들과 대책을 강구하고 미 공군 기지 격납고에 억류된 승객들이 겪은 사흘을 그린 2부, 그리고 결정적 분기를 지나고 변한 주인공들의 삶과 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사회상을 그린 3부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의 제목을 이루는 ‘하늘처럼 검은’, ‘삶은 한낱 꿈이라고들 하네’, ‘무(無)의 노래’는 울리포 작가 레몽 크노의 시에서 따온 구절들이다.
시공간에 생긴 오류로 똑같은 사람들이 탄 똑같은 비행기가 두 번 착륙한다는 황당한 사건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한 주제는 결국 ‘자신과의 대면’이다. 거울상도 아닌 제3자인 나를 만나는 것은 과연 어떤 경험일까? 에르베 르 텔리에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 다양한 연령과 인종, 성을 가진 이들이 자신과 대면하길 바랐고, 그 결과 청부 살인 업자와 소설가, 뮤지션, 변호사, 백인과 흑인, 남성과 여성, 그리고 동성애자, 노년에 접어든 장년과 중년, 미성년을 아우르는 다종다양한 인물들이 소설에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작가는 각 인물에 걸맞은 장르를 부여해 이야기를 풀어 나아가는데, 이는 르 텔리에의 정체성이라 할 울리포적 장치이기도 하다. 에르베 르 텔리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시금 시작되는 열 개 이상의 소설로 이루어진 (역시 울리포 작가인) 이탈로 칼비노의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와 『아노말리』를 비교해 언급하며, 자신은 장르 소설이 아닌 ‘장르들로 이루어진 소설’을 쓴 것이며, 독자가 『아노말리』를 읽으며 완전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같은 ‘문학적 제약’이라 할 울리포적 장치가 오히려 생동감 있는 리듬을 부여해 『아노말리』는 마치 ‘미드’처럼 읽힌다. 살인 청부 업자 블레이크의 이야기로 문을 여는 소설은 미스터리 장르로 시작되었다가, 전 국가적인 비상사태에 불려 나가기 전 두 수학자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를 그리는 부분에서는 칙릿으로, 자신의 복제본과 대면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서는 철학 소설로 장르를 탈바꿈한다.

불확실하고 연약한 인간 삶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결말,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


모든 기억과 경험을 공유한 또 다른 나와 대면하는 장면들은 이 소설의 백미다. 누군가는 자신의 늙음에 연민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이제 자기만의 것이 아니게 된 추한 비밀에 자기 혐오에 빠지고, 또 누군가는 스스로 부인했던 정체성을 기꺼이 껴안을 정도로 또 다른 자신을 받아들인다. 석 달이라는 시간 동안 운명이 완전히 뒤바뀐 이들의 이야기는 운명과 죽음에의 순응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소설은 울리포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캘리그램으로 끝을 맺는다. 작가는 원래의 텍스트를 비밀에 부친 채 각국 번역가들에게 알아서 텍스트를 창조하고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떨어지는 모양으로 글자를 지우고 해체한 후 ‘끝’이라는 글자만 남겨 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우리의 삶이란 불확실함으로 가득 차 있으며 또한 연약한 것이라는 『아노말리』의 메시지가 이 마지막 페이지에 담겨 있다. 그리고 번역가 이세진이 창조한 그 문장은 원문과 마찬가지로 비밀로 남을 것이다.
목차

1부
하늘처럼 검은(2021년 3월~6월) 9

2부
삶은 한낱 꿈이라고들 하네(2021년 6월 24일~6월 26일) 189

3부
무(無)의 노래(2021년 6월 26일 이후) 305

감사의 글 473
옮긴이의 말 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