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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대미협상 및 대남전략 차원에서 전면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핵무기 고도화의 중요한 명분으로 삼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전부터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적대적 행동에 대한 철회를 요구해 왔으나, 김정은 집권 이후 ‘대조선 적대시정책 철회’를 공식적으로 내걸고 이용어의 전략적 사용을 늘려왔다. 그리고 2018년 북미 협상 모색기,2019년 이후 대미 협상 및 대남 전략 차원에서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로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전면적으로 제기해 오고 있다.
순차적으로 본다면, 2018년 북미 협상 과정에서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단계적으로 교환할 것을 요구했고,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셈법 변화를 요구하며 대북적대정책을 안전보장 차원에서의 상응조치로 주장해 오고 있으며, 2020년 7월 이후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 없이는 북미협상 불가 입장을밝혀 한층 협상의 문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다. 그리고 2021년 9월 이후 ‘이중기준론’, ‘합법적 자위권론’ 등을 통해 미국과 한국의 대북적대정책을 명분 삼아 핵무기 고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북한의 ‘대조선 적대시정책 철회’ 주장은 1970년대 이후 다양한 용어로 표현돼 왔다. ‘대조선 적대시정책’이란 용어가 구체적으로 대외 메시지 용도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초반이다. 이용어의 등장은 한미연합훈련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1954년부터 한미는 미군 철수 본격화에 따라 포커스렌즈 연습을 시작했다. 1950~60년대 현상 유지와 방어 성격이 강했던 한미연합훈련은 1976년 팀 스피릿 훈련이 시작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헬싱키 선언(1975년 8월)에 따라 유럽에서 더 이상 대규모 군사훈련이 어려워지자 미국은 한국을 대체 훈련지로 선택했다. 냉전 시기 팀 스피릿 훈련은 20만 명이 넘는 병력이 참가해 세계 최대 군사 기동훈련의 위상을 갖고있었다. 북한은 이 훈련을 대북적대정책의 대표적인 행동으로 지목해왔다. 사실상 미국의 대북한 군사적 위협이 대북적대정책 주장의 배경적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북적대정책 철회가 구체적인 협상 요구조건 또는 의제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 이후 북한 공식매체에서 용어의 사용이 확연하게 증가했다. 또한 북한의 각종 성명, 담화, 사설, 그리고 대외적인 외교 활동에서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구체적인 요구조건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크게 보면, 핵·미사일 개발 활동의 증가, 핵 독트린의 구체화 추이와 연동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리하면, 김정은 집권 이후 대북적대정책 철회 주장이 핵·미사일 개발 활동의 증가와 일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핵·미사일 활동의 명분과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과 대북적대정책 철회 주장이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장의 변화 추이를 정리하면, 북한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철회’ 주장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강화된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운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다양한 논리와 용어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용어 자체가 등장한 것은 1차 북핵 위기가 있던 1990년대 초로 보여지며, 이 당시만 해도 이 용어가 갖는 대외 메시지 차원의 무게감과 비중은 크지 않았다. 이 용어가 대외 메시지, 협상전략, 정책명분용으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용어의 사용이 급증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대미 협상, 대남 공세를 위한 중요 전략, 정책, 행동의 명분용으로 사용됐다. 2018년 북미협상 구도에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 철회’는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로서 안전보장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시작했다. 적대정책 철회 자체가 북한의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사용된 것이다.
본 연구는 북한의 ‘대북적대정책 철회론’의 역사적 기원, 주장 내용 및 용법의 변화, 논리 체계, 제기 방법 등을 분석하고 북한의 의도와 전략을 파악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비롯한 북한 문제를 푸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북한의 이 주장이 갖는 중요성은 김정은 집권 이후 용법 차원에서 보면, 과거 대미 및 대남 비난 차원의 대내적 프로파간다, 대외적 심리전 차원이 강했다면, 현재는 북핵 협상 차원의 의제로 주장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둘째, 본 연구는 김정은 집권 이후 대북적대정책 철회론이 제기되었던 정치군사적 맥락, 본격적인 협상전략 의제화 과정, 안전 대 안보 교환구도에서 갖는 함의를 도출하고자 했다. 셋째, 대북적대정책 철회론을 통해 북한이 추구하는 안전보장 방안에 대한 이해 제고 및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제기한 대북적대정책은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주목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 및 설계에 있어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방안 강구 필요성 증대했다.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서 제시한 대북 제안 차원에서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하기 위한 대북안전보장 방안을 구체적으로 강구하기 위해서이다. 향후 대북정책의 현실성을 확보하고 북한을 적극적으로 대화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김정은 집권 이후 요구해 온 대북적대정책에 대한 이해에 기초하여 안전보장에 대한 구체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의 ‘대북적대정책 철회’ 주장의 역사적 기원, 용법 및 내용체계의 변화, 논리구성, 협상전략화 과정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 협상전략에 대응하고 비핵화로 유도하기 위한 동기 모색, 협상 진행시 안전보장 제공에 대한 우리 입장을 수립하는 데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북핵 협상, 평화프로세스 구상, 대북정책, 협상전략 차원의 대응논리 개발을 위해 북한 주장에 담겨진 맥락과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됐다. 북한을 핵협상으로 견인하기 위해서 안전보장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고 이를 대북정책 구상 전반에 투영하는 노력의 차원이다. 본 연구는 궁극적인 목표와 원칙은 ‘비핵화’에 입각하되, 협상의 입구는 보다 유연화하여 남·북·미가 상호 위협을 감소시키는 ‘상호안전보장’의 틀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안한다. 상호안전보장 차원에서 상호 위협을 줄이는 군비통제, 평화의 제도화, 관계개선,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실행해 가는 프로그램 구상을 제안한다. 한반도형의 협력적 위협감소, 한반도형의 협력안보를 제안한다.
목차
Ⅰ. 서론
Ⅱ. 대북적대정책 철회 주장의 주요 내용
1. 대북적대정책의 개념과 용법
2. 군사적 적대정책
3. 정치외교적 적대정책
4. 경제적 적대정책
Ⅲ. 대북적대정책 철회 주장 의도와 배경
1. 국제정세와 북한의 대전략
2. 대북적대정책 철회 의도 및 목표
3. 핵·미사일 고도화와 대북적대정책 철회 주장 변화
Ⅳ. 북한 주장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방안
1. 협상 가능한 위협감소와 핵군비통제
2. 대북적대정책 철회 국제협력방안
Ⅴ. 한반도형 안전보장 방안 모색
1. 한반도식 안전보장 구조의 특징
2. 한반도형 안전보장 및 협력적 위협감소 방안
Ⅵ.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