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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9862 | 대출중 | 2025.01.23 |
지금 이용 불가 (1)
- 등록번호
- 00019862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중
- 2025.01.23
- 위치/청구기호(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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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평생 미중 관계를 연구한 전 호주 총리의 통찰!
“시진핑은 결국 미국과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
시진핑과 여러 고위 관료를 직접 만나며 얻은 현대 중국에 대한 이해
복잡하게 얽힌 양국의 이해관계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분석 틀
오해와 불통의 역사부터 살얼음 깔린 미래까지, 미중 경쟁을 한 권에 담아내다
*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에 기반한 중립적, 객관적 분석
* 양국 간 골이 깊은 오래된 오해와 세계관 차이에 대한 해설
* 시진핑의 야망을 개념화하는 열 개의 동심원
*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점치는 열 가지 시나리오
이 책의 저자, 전 호주 총리 케빈 러드는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서방 정치인”이라고 불린다. 서방 고위 관료들 중 가장 완벽하게 중국어를 구사한다고 알려진 그는 10대 시절부터 중국에 관심을 가진 이후 호주국립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 최우등 졸업했다. 재학 중 1년 동안은 타이완국립사범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중국 문화와 관습을 익혔고, ‘루커원陸克文’이라는 중국 이름을 짓기도 했다. 1981년에는 호주 외교부에 입성하여 1984년부터 3년간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이때 중국의 고위 관료들과 만나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시진핑과는 여덟 차례 이상 독대했다. 또한 대對아시아 외교 및 정치 싱크탱크 기관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초대 소장,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겸 최고경영자를 거치며 중국 관련 주요 분석가로 인정받았으며, 호무 외무장관과 총리직을 역임하고 현재는 주미 호주 대사로 재직 중이다.
그런 수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중 관계를 분석하고 시진핑과 그의 중국을 연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중국과의 외교 현장 한복판에서 바라본 정세는 어떤 모습일까? 미중 패권 경쟁과 시진핑의 중국을 다룬 책이 그간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이 책의 관점은 그 궤를 달리한다. 한 국가의 고위 관료로서 직접 국제외교를 경험해본 그는 중국이 포악한 패권주의 국가라거나 시진핑이 폭력적인 독재자라거나 하는 식으로 단편적인 주장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중국 내부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와 그것의 균형, 시진핑이 처한 정치적 상황의 맥락, 그의 개인적 야망을 파헤치며,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중국을 통찰한다. 그 통찰에는 시진핑을 포함한 중국 고위 관료들을 실제로 만나며 쌓아 올린 이해가 깔려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까지 눈감지는 않는 등, 미중 관계 평론가로서는 흔치 않게도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을 보여준다.
미중 패권 경쟁의 이면에는 오해와 불통 그리고 근본적인 세계관 차이로 점철된 오랜 역사가 있다. 저자는 그런 균열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분명 전쟁 없이도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패권 경쟁은 필연일 수 있겠지만 전쟁은 절대 필연이 아니며,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해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한 권의 분량만으로 미중 갈등의 역사를 섬세하게 정리해내고, 시진핑이 품은 야망과 그가 직면한 도전을 들여다보며, 중국이 처한 조건을 공식화하고,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점친다. 대체로 평화로웠던 수십 년이 지나 다시금 전쟁의 불길이 세계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미중 전쟁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쏘아 올린 반전의 신호탄이다.
“이유 없이 난장을 치는 악당은 없다”
양국 관료의 인식 틀과 세계관 분석
“중국을 대하는 데 있어 전략적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중국을 매우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한 미군 고위 관료의 말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두 강대국 사이 불신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먼저 역사적으로 면밀히 짚어낸다.
미국은 독일 점령지 반환을 조건으로 중국을 제1차 세계대전에 끌어들였으나, 정작 종전 후에는 일본을 달래기 위해 산둥성 일부를 마음대로 일본에 양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 내내 일본군이 중국을 병탄하도록 방치했다. 냉전기에는 소련을 봉쇄하는 데 중국을 이용하기도 했다. 역대 미 행정부는 공산당 통치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타이완과 방위조약을 맺어 중국의 타이완 흡수를 견제하는 등 중국 정치와 사회에 계속해서 개입해왔다. 미국 주도하의 국제 질서에 중국이 순순히 따르기를 내심으로는 바라면서 겉으로는 체제를 존중한다는 식의 위선과 기만이 중국공산당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중국은 레닌주의 정치 체제의 특성상 외부에서 보면 그 의도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2014년 남중국해에 군용 인공 섬을 만드는 행태를 보고 미 관료들은 경악했다. WTO에 가입하면서 자유로운 시장 개방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보호주의, 권위주의 모델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칼을 숨긴 채 거짓말을 일삼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양국 관료들이 이러한 인식 틀과 세계관 차이를 이해해야 하며,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교의 세계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난장을 치는 악당 같은 건 없다. 국제정치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상대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상대가 어떤 조건에 처해 있는지, 내 메시지가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항상 생각해야만 한다. 양국 간의 전쟁이 세계대전에 맞먹는 파국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에, 서로의 가치 체계와 세계관을 유념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2020~2030년은 시진핑 장기 집권의 시험기
점점 커지는 10개의 동심원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독특한 관점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시진핑과 그의 중국을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책의 반절 이상을 할애한다. 현대 중국은 시진핑과 당이 처한 국내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타이완과 동중국해, 태평양, 북극, 더 크게는 국제 체제까지 아우르며 직경을 넓혀가는 열 개의 동심원으로 공식화된다.
특히 ‘국가 통합’이라는 과제를 두 번째 동심원으로 제시하고 타이완 문제를 거론한 대목에서는 외교관으로서 그리고 중국통으로서 저자가 실감한 바가 잘 드러난다. 조국의 통일은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에 있어 정당성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리고 타이완은 중국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추다. 게다가 최근 타이완의 국내 정세가 독립주의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와중에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까지 일어나는 등, 중국을 실질적인 군사 행동으로 내모는 흐름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저자가 워싱턴을 방문했던 2008년, 당시 타이완 총통이었던 천수이볜은 공개적으로 타이완 독립을 주장하고 다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런 천수이볜에게 “계속해서 불장난을 한다면 전쟁이 나더라도 제82공수사단이 타이완을 구조하러 가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타이완을 둘러싼 긴장이 점점 고조되어가는 장면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인상적인 일화다. 타이완 문제에는 시진핑의 개인적 야망도 결부되어 있다. 저자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은 계속 일인자로서 중국을 이끌어 역사에 남으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그런 시진핑에게 2020년대는 향후 권력과 지도자적 면모를 검증받는 중차대한 시기이며, 다음 당대회를 앞두고 흐름을 굳히기 위해 타이완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외에도 공산당의 지지 기반 유지를 위한 경제 성장, 외부로 전력을 투사하기 위한 군 현대화, 러시아와 인도를 포함한 인접국 관리,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유럽,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 등 중국의 여러 동심원이 제시된다. 저자가 이 모든 것을 집대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현장에서 얻은 경험이다. 저자는 시진핑이 샤먼시 부시장이었던 1986년에 그를 만나 계속 관계를 이어왔다. 시진핑이 후진타오의 후계자로서 부주석 직에 오른 2010년에는 캔버라 총리 관저에서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그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시진핑이 총서기 겸 주석이 된 2013년 이후에도 전화를 주고받았으며, 총리 퇴임 이후에도 베이징에서 열린 여러 회의에 시진핑과 동석했다. 시진핑 외에도 저자는 후진타오, 원자바오, 후야오방, 자오쯔양, 장쩌민, 주룽지, 셀 수 없이 많은 중국 고위 관료들을 직접 만나보며 중국의 세계관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전쟁을 포함한 10개의 시나리오
미중 관계의 역사, 현황, 전망을 한눈에 조망
‘미국과 중국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이상론이 아니라 패권 경쟁이 꼭 전쟁일 필요는 없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살벌했던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관계는 지금의 미중 관계보다 훨씬 나빴다. 그런데도 미국과 소련은 불화가 부지불식간에 전쟁으로 치닫지 않게끔 서로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합의하고 그 선을 지켰다. 저자는 그때처럼 오해와 불통으로 인해 지엽적인 작은 사건이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중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점치는 열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 없이 타이완을 손에 넣을 수도 있고, 중국과 미국 및 동맹국들이 동중국해에서 맞붙을 수도 있다. 그중에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북핵이 겨냥하는 것은 중국이 아닌 중국의 적대국일 것이라는 전망,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미칠 불확실한 영향 때문에 중국은 북핵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이 본격적인 핵 보유국이 되면 아시아의 미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핵 개발에 동참할 여지가 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아닌 중국이 북핵의 개발을 어느 정도 견제해 한국의 안보를 지키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강경 외교를 재개하거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북한을 선제 타격한다면, 곧바로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하지만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두 강대국은 전쟁의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 전쟁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서 잃을 게 너무 많으며, 중국은 아직 큰 피해 없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지 못했다. 중국 내부에 남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도 망설임에 한몫하고 있다. 문제는 해상에서 양국 간 선박이 충돌하는 작은 사건이 큰 전쟁으로 번질 위험 등, 양국 간 규약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이다. 실제로 저자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전쟁 없이 양국 간 관계가 정리되는 경우도 포함한다. 전쟁 없이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은 분명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복잡하게 얽힌 미중 관계의 역사와 현황 및 전망을 한 권으로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것, 고위 외교관 특유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이 드러난다는 것, 서방 최고의 중국통으로서 가장 자세하고 신빙성 있는 중국 내부 사정을 전한다는 것이다. 오랜 평화 끝에 다시 국제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요즘, 이 책은 불확실한 정세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이자 평화를 위한 좁은 문을 일러주는 해법서가 될 것이다.
“시진핑은 결국 미국과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
시진핑과 여러 고위 관료를 직접 만나며 얻은 현대 중국에 대한 이해
복잡하게 얽힌 양국의 이해관계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분석 틀
오해와 불통의 역사부터 살얼음 깔린 미래까지, 미중 경쟁을 한 권에 담아내다
*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에 기반한 중립적, 객관적 분석
* 양국 간 골이 깊은 오래된 오해와 세계관 차이에 대한 해설
* 시진핑의 야망을 개념화하는 열 개의 동심원
*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점치는 열 가지 시나리오
이 책의 저자, 전 호주 총리 케빈 러드는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서방 정치인”이라고 불린다. 서방 고위 관료들 중 가장 완벽하게 중국어를 구사한다고 알려진 그는 10대 시절부터 중국에 관심을 가진 이후 호주국립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 최우등 졸업했다. 재학 중 1년 동안은 타이완국립사범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중국 문화와 관습을 익혔고, ‘루커원陸克文’이라는 중국 이름을 짓기도 했다. 1981년에는 호주 외교부에 입성하여 1984년부터 3년간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이때 중국의 고위 관료들과 만나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시진핑과는 여덟 차례 이상 독대했다. 또한 대對아시아 외교 및 정치 싱크탱크 기관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초대 소장,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겸 최고경영자를 거치며 중국 관련 주요 분석가로 인정받았으며, 호무 외무장관과 총리직을 역임하고 현재는 주미 호주 대사로 재직 중이다.
그런 수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중 관계를 분석하고 시진핑과 그의 중국을 연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중국과의 외교 현장 한복판에서 바라본 정세는 어떤 모습일까? 미중 패권 경쟁과 시진핑의 중국을 다룬 책이 그간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이 책의 관점은 그 궤를 달리한다. 한 국가의 고위 관료로서 직접 국제외교를 경험해본 그는 중국이 포악한 패권주의 국가라거나 시진핑이 폭력적인 독재자라거나 하는 식으로 단편적인 주장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중국 내부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와 그것의 균형, 시진핑이 처한 정치적 상황의 맥락, 그의 개인적 야망을 파헤치며,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중국을 통찰한다. 그 통찰에는 시진핑을 포함한 중국 고위 관료들을 실제로 만나며 쌓아 올린 이해가 깔려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까지 눈감지는 않는 등, 미중 관계 평론가로서는 흔치 않게도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을 보여준다.
미중 패권 경쟁의 이면에는 오해와 불통 그리고 근본적인 세계관 차이로 점철된 오랜 역사가 있다. 저자는 그런 균열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분명 전쟁 없이도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패권 경쟁은 필연일 수 있겠지만 전쟁은 절대 필연이 아니며,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해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한 권의 분량만으로 미중 갈등의 역사를 섬세하게 정리해내고, 시진핑이 품은 야망과 그가 직면한 도전을 들여다보며, 중국이 처한 조건을 공식화하고, 미중 관계의 미래를 점친다. 대체로 평화로웠던 수십 년이 지나 다시금 전쟁의 불길이 세계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미중 전쟁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쏘아 올린 반전의 신호탄이다.
“이유 없이 난장을 치는 악당은 없다”
양국 관료의 인식 틀과 세계관 분석
“중국을 대하는 데 있어 전략적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중국을 매우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한 미군 고위 관료의 말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두 강대국 사이 불신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먼저 역사적으로 면밀히 짚어낸다.
미국은 독일 점령지 반환을 조건으로 중국을 제1차 세계대전에 끌어들였으나, 정작 종전 후에는 일본을 달래기 위해 산둥성 일부를 마음대로 일본에 양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 내내 일본군이 중국을 병탄하도록 방치했다. 냉전기에는 소련을 봉쇄하는 데 중국을 이용하기도 했다. 역대 미 행정부는 공산당 통치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타이완과 방위조약을 맺어 중국의 타이완 흡수를 견제하는 등 중국 정치와 사회에 계속해서 개입해왔다. 미국 주도하의 국제 질서에 중국이 순순히 따르기를 내심으로는 바라면서 겉으로는 체제를 존중한다는 식의 위선과 기만이 중국공산당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중국은 레닌주의 정치 체제의 특성상 외부에서 보면 그 의도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2014년 남중국해에 군용 인공 섬을 만드는 행태를 보고 미 관료들은 경악했다. WTO에 가입하면서 자유로운 시장 개방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보호주의, 권위주의 모델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칼을 숨긴 채 거짓말을 일삼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양국 관료들이 이러한 인식 틀과 세계관 차이를 이해해야 하며,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교의 세계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난장을 치는 악당 같은 건 없다. 국제정치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상대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상대가 어떤 조건에 처해 있는지, 내 메시지가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항상 생각해야만 한다. 양국 간의 전쟁이 세계대전에 맞먹는 파국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에, 서로의 가치 체계와 세계관을 유념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2020~2030년은 시진핑 장기 집권의 시험기
점점 커지는 10개의 동심원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독특한 관점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시진핑과 그의 중국을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책의 반절 이상을 할애한다. 현대 중국은 시진핑과 당이 처한 국내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타이완과 동중국해, 태평양, 북극, 더 크게는 국제 체제까지 아우르며 직경을 넓혀가는 열 개의 동심원으로 공식화된다.
특히 ‘국가 통합’이라는 과제를 두 번째 동심원으로 제시하고 타이완 문제를 거론한 대목에서는 외교관으로서 그리고 중국통으로서 저자가 실감한 바가 잘 드러난다. 조국의 통일은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에 있어 정당성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리고 타이완은 중국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추다. 게다가 최근 타이완의 국내 정세가 독립주의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와중에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까지 일어나는 등, 중국을 실질적인 군사 행동으로 내모는 흐름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저자가 워싱턴을 방문했던 2008년, 당시 타이완 총통이었던 천수이볜은 공개적으로 타이완 독립을 주장하고 다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런 천수이볜에게 “계속해서 불장난을 한다면 전쟁이 나더라도 제82공수사단이 타이완을 구조하러 가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타이완을 둘러싼 긴장이 점점 고조되어가는 장면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인상적인 일화다. 타이완 문제에는 시진핑의 개인적 야망도 결부되어 있다. 저자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은 계속 일인자로서 중국을 이끌어 역사에 남으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그런 시진핑에게 2020년대는 향후 권력과 지도자적 면모를 검증받는 중차대한 시기이며, 다음 당대회를 앞두고 흐름을 굳히기 위해 타이완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외에도 공산당의 지지 기반 유지를 위한 경제 성장, 외부로 전력을 투사하기 위한 군 현대화, 러시아와 인도를 포함한 인접국 관리,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유럽,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 등 중국의 여러 동심원이 제시된다. 저자가 이 모든 것을 집대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현장에서 얻은 경험이다. 저자는 시진핑이 샤먼시 부시장이었던 1986년에 그를 만나 계속 관계를 이어왔다. 시진핑이 후진타오의 후계자로서 부주석 직에 오른 2010년에는 캔버라 총리 관저에서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그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시진핑이 총서기 겸 주석이 된 2013년 이후에도 전화를 주고받았으며, 총리 퇴임 이후에도 베이징에서 열린 여러 회의에 시진핑과 동석했다. 시진핑 외에도 저자는 후진타오, 원자바오, 후야오방, 자오쯔양, 장쩌민, 주룽지, 셀 수 없이 많은 중국 고위 관료들을 직접 만나보며 중국의 세계관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전쟁을 포함한 10개의 시나리오
미중 관계의 역사, 현황, 전망을 한눈에 조망
‘미국과 중국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이상론이 아니라 패권 경쟁이 꼭 전쟁일 필요는 없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살벌했던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관계는 지금의 미중 관계보다 훨씬 나빴다. 그런데도 미국과 소련은 불화가 부지불식간에 전쟁으로 치닫지 않게끔 서로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합의하고 그 선을 지켰다. 저자는 그때처럼 오해와 불통으로 인해 지엽적인 작은 사건이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중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점치는 열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 없이 타이완을 손에 넣을 수도 있고, 중국과 미국 및 동맹국들이 동중국해에서 맞붙을 수도 있다. 그중에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북핵이 겨냥하는 것은 중국이 아닌 중국의 적대국일 것이라는 전망,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미칠 불확실한 영향 때문에 중국은 북핵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이 본격적인 핵 보유국이 되면 아시아의 미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핵 개발에 동참할 여지가 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아닌 중국이 북핵의 개발을 어느 정도 견제해 한국의 안보를 지키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강경 외교를 재개하거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북한을 선제 타격한다면, 곧바로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하지만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두 강대국은 전쟁의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 전쟁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서 잃을 게 너무 많으며, 중국은 아직 큰 피해 없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지 못했다. 중국 내부에 남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도 망설임에 한몫하고 있다. 문제는 해상에서 양국 간 선박이 충돌하는 작은 사건이 큰 전쟁으로 번질 위험 등, 양국 간 규약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이다. 실제로 저자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전쟁 없이 양국 간 관계가 정리되는 경우도 포함한다. 전쟁 없이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은 분명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복잡하게 얽힌 미중 관계의 역사와 현황 및 전망을 한 권으로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것, 고위 외교관 특유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이 드러난다는 것, 서방 최고의 중국통으로서 가장 자세하고 신빙성 있는 중국 내부 사정을 전한다는 것이다. 오랜 평화 끝에 다시 국제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요즘, 이 책은 불확실한 정세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이자 평화를 위한 좁은 문을 일러주는 해법서가 될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며: 전쟁의 위험에 대하여
1 미중 관계의 역사
2 불신의 문제
3 시진핑의 세계관 이해하기 : 열 개의 동심원
4 첫 번째 원: 정권 유지
5 두 번째 원: 국가 통합
6 세 번째 원: 경제적 번영
7 네 번째 원: 환경 친화적인 경제 발전
8 다섯 번째 원: 군 현대화
9 여섯 번째 원: 주변국 관리
10 일곱 번째 원: 주변 해역에 대한 관할권 확보—서태평양, 인도태평양, 쿼드
11 여덟 번째 원: 서진 전략 — 일대일로
12 아홉 번째 원: 유럽,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와 북극 거점 확보
13 열 번째 원: 국제 규칙기반질서 뒤집기
14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향한 미국의 새로운 전략적 대응
15 시진핑이 집권하는 2020년대: 제20차 당대회
16 위태위태한 10년: 미중 관계의 미래 시나리오
17 불확실한 미래의 탐색: 관리된 전략 경쟁의 사례
나가며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