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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군대는 어떻게 작동하고, 사회에서 무엇을 할까
군대를 ‘퀴어하게’ 말한다는 것 ―
★
‘군대’를 페미니즘+평화+생태의 눈으로 조망하는 최초의 책!
군대는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제도다. 한국인이라면 성인 남성이 군대에 가는 ‘남성의 생애 경로’를 거의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이 책은 그동안 공론화되지 못한 성역이자 절대 권위였던 ‘군대/징병제’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그것을 다시금 낯설게 사유하게 만든다. 군대/징병제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다각적인 관점에서 보여주면서, 그것이 또 우리의 삶과 사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규범으로 이끌어가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물론 군대에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과 동물(군수품으로 취급되는 군견 등), 무기와 사물, 군사기술과 기지 등이 서로 연결되어 작동한다. 그러나 이제껏 우리는 이들의 존재를 하나하나 세밀하게 짚지 못했다. 이 책은 군대를 페미니즘 관점으로 들여다보되, 젠더+퀴어+비인간(동물/인공지능)의 교차적 접근을 통해 살핀다. K-팝 아이돌을 비롯해 입대한 남성 연예인들을 광범위하게 동원하는 국방 엔터테인먼트의 메커니즘, TV 프로그램 <강철부대>로 대변되는 ‘(군사화된)남성성’의 신화,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과 ‘여성징병제’의 함의, ‘군형법 추행죄’와 ‘병역거부’ 논란 등 최근의 핫한 이슈들을 아우른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여성학, 사회학, 국문학, 역사학, 정치학, 평화교육학 등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개별 학문 분야를 가로지르며 군대와 징병제, 군사주의, 전쟁과 군사 활동에 관해 연구하고 글을 써왔다. 그리고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의 정치학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말 그대로 군대와 사회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을 포착하고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이렇듯 저자들의 오랜 헌신과 기여가 이 책을 탄생시켰다. 아무쪼록 이 책이 군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확장하고 섬세한 공론을 만들면서 여러 교육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오빠는 군대에서 무엇을 할까? ‘신성한 국방의 의무’와 국방 엔터테인먼트 #<강철부대> ‘이미 완성된 남자들’의 군대 #남성들은 무엇이 억울할까? 억울함의 감정정치와 여성징병제 #병역거부 재판은 성적 지향을 어떻게 다루는가, 섹슈얼리티 읽어-버리기 #군형법 추행죄의 위태로운 존속과 강제적 이성애 #‘네발의 전우’라는 레토릭, 비국민-비인간존재들의 안부를 묻다 #인공지능 무기는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전쟁’과 ‘안보’ 다시 묻기
이 책의 전반부는 군대의 보편화와 정상화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현실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이야기한다. 여기서 저자들은 군대가 ‘이성애주의’에 기반한, 젠더화된 사회제도임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 제도가 신자유주의 맥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보여준다.
먼저 제1장은 군인들을 위무하는 엔터테인먼트에서 군대를 어떻게 재현하고 홍보하는가, 즉 군대가 엔터테인먼트로 활성화되는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강제된 노동으로 운영되는 군대가 어떻게 일상적으로 소비되는가를 보여준다.
제2장은 더 나아가, 군대가 ‘남성성의 자연화’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군대를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들이 남성-군인 되기의 과정을 재현해왔음에 주목하고, 이 콘텐츠들이 초(超)남성성의 이미지를 어떻게 강화하는가를 살핀다. 그런데 이들이 군대의 규범을 재현하면 할수록 그 규범은 어딘가 어긋나고 우스꽝스럽다.
제3장은 최근 병역의무의 공정성을 주장하며 ‘여성징병제’를 지목하는 현실에서, 여성이 군 복무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단선적인 물음을 넘어 사회가 병역의무를 매개로 어떻게 조직되고 움직이는가를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비로소 남성을 ‘피해자’로 묶어두지 않고, 남성들이 병역에 대해 갖는 두려움과 억울함, 불안을 밀도 있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제4장과 제5장은 군 관련 법정과 심사에서 젠더/섹슈얼리티가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를 세밀하게 살핀다.
제4장은 병역거부 대체역 심사에서, 획일적인 남성문화와 폭력성에 대한 저항이나 개인의 성적 지향이 병역거부 사유로 인정되지 못하는 관행들을 정교하게 분석한다. 그래서 병역거부의 신념이 한 개인의 삶의 여정에서 여러 요소가 뒤얽혀 구성되는 다층성을 눈여겨보지 못한 채, 후루룩 읽고 버려지게 되는 무감각을 일깨운다.
제5장은 최근 2023년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한 ‘군형법 추행죄’를 톺아본다.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또는 준군인)을 처벌하는 군 추행죄는 군대 내 여성 성폭력이나 여군의 젠더화된 직무 배치와 차별, 성소수자의 배제를 야기하는 이분법과 동일한 틀에서 작동하므로, 이 역시 젠더폭력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각 정책들을 분절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총체적으로 문제화하고, 성소수자와 여성의 경험을 젠더의 관점에서 서로 잇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군대 이야기는 대개 인간 중심이다. 그러나 이 책은 경직된 이분법적 젠더체제에서 비인간존재가 위협받는 현실로까지 논의를 확대한다.
제6장은 전쟁에 동원되는 동물들의 군사노동에 대해 살핀다. 이 동물들을 대리노동을 하는 ‘난민화’된 존재라고 보고, 이를 만들어내는 권력 메커니즘을 문제화한다.
제7장은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믿음 위에서 개발된 AI무기의 폭력성을 폭로한다. AI무기들은 자율 운용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살상의 책임과 부정적인 감각을 약하게 만들고, 전쟁을 마치 게임하듯이 가벼이 여기게 한다고 진단한다. 그뿐 아니라 AI시스템은 안보체제에 걸림이 되는 존재들에 대해 차별과 폭력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렇듯 동물과 AI라는 비인간존재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원되고 사용되지만, 이원화된 젠더에 기반한 군사 안보체제가 변화하지 않는 한 폭력의 현실은 지속될 것이라고 저자들은 역설한다.
목차
01. 오빠는 군대에서 무엇을 할까?
- ‘신성한 국방의 의무’와 국방 엔터테인먼트
영점으로서의 군대 | 군인들을 위한 유흥거리로서의 엔터테인먼트 | 군대/군사주의를 홍보하는 방식의 엔터테인먼트 | 군대 노동으로서의 국방 엔터테인먼트 | 국방 엔터테인먼트가 제공하는 메시지 | 나가며
02. ‘이미 완성된 남자들’의 군대
- 채널A <강철부대>의 위치와 군사화된 남성성 재현의 새 양상
아, 사나이 뭉친 한국군 | ‘진짜 사나이’들이 ‘위문열차’에서 내려오기까지 | ‘국방개혁 2.0’ 시대와 ‘하드바디’ | <강철부대>와 <D. P.>의 사이에서
03. 남성들은 무엇이 억울할까?
- 억울함의 감정정치, 여성징병제 청원
억울함의 증표, 군 복무 | 무엇이 억울할까? | 젠더 프레임에 갇힌 공정성 | 성평등, 말을 전유하며 | 억울함의 감정정치
04. 섹슈얼리티 읽어-버리기
- 병역거부 심사와 재판은 성적 지향을 어떻게 다루는가
1. 읽어-버리기와 권력 읽기 | ‘당신이 병역을 거부하는 건 게이여서가 아닌가?’ |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모순적인 통제를 읽는 방법 | 2. 사법적 제도화: 사적인 것, 예외적인 것, 종교적인 것으로 읽어-버리기 | 이익형량판단, 비교 그리고 관용 | 3. 재판과 심사: 읽어-버리기 속 벌어진 틈 | 무시와 관용 | 의심 속에 벌린 틈 | 4. 읽어-버리기 너머의 자리 | 관용의 배신 | 관용 너머 함께 고민하는 자리
05. 나라 지키러 군대 간 내 아들을 보호하라
- 군형법 추행죄의 위태로운 존속과 강제적 이성애
‘동성애 처벌법’이라는 명명 | 행위의 처벌과 존재의 호명 사이 | ‘추행’을 둘러싼 담론의 지속과 변화 | 남성중심적 섹슈얼리티 규범의 재/전유 | ‘가혹한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는 징병제의 딜레마 | ‘그들만의 이슈’를 넘어
06. 전쟁경험을 횡령당한 비국민-비인간존재들의 안부를 묻다
- ‘네발의 전우’라는 레토릭
프롤로그: 방탄조끼를 입은 작은 개는 영웅이 되고 싶었을까? | 강제군사노동, 난민화된 존재들의 대리노동 | 국가에 의해 횡령당하는 비인간존재의 전쟁경험 | 에코사이드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여전히 생략되는 존재들 | 남은 질문들: 기후위기 담론에서 누락된 전쟁과 축산업
07. 인공지능 무기는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 ‘더 깔끔하고 확실한 승리’라는 환상을 깨고 ‘전쟁’과 ‘안보’ 다시 묻기
인공지능, 전쟁의 문법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다 |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전장, 국경과 감옥 그리고 인공지능 | 더 ‘깔끔한’ 전쟁, 더 ‘공정한’ AI라는 환상을 깼을 때 비로소 들리는 질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