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김정은 시대 북한 청년들의 생애경험, 특히 청년기 경험과 행위 지향, 경험에 부여하는 의미를 이들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북한 청년들의 특성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연구에서는 청년동맹 담화문, 노동신문, 북한 문학작품 분석을 통해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청년정책의 특징과 북한 당국이 추구하는 청년상을 분석하였다. 또한 현재 20대와 30대 탈북 청년들의 구술생애사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 청년들의 생애경험을 부모의 기대와 자녀 교육, 젠더관계와 섹슈얼리티, 학교경험과 진로, 일터와 노동이라는 네 가지 주요 삶의 영역과 주제를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분석 결과, 북한의 청년들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에서 기성세대와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첫째, 자신의 생존과 삶의 진로를 국가에 의탁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북한의 청년들에게 개인의 삶과 진로의 기획은 이제 국가가 아닌 독립된 개인과 가족의 몫이 되었다. 둘째, 청년들은 국가와 당에 대해 이중적인 생각과 태도를 지닌다. 청년들의 마음에는 국가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는 마음과 자기자신을 중심에 놓는 마음이 모순적으로 공존하면서 때로는 일치하고 때로는 충돌한다. 이들은 기성세대처럼 당과 국가에 무조건 헌신하고 충성하기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복종하거나 때로는 형식적인 복종에 그치며, 그럼으로써 국가를 끊임없이 긴장시킨다. 셋째, 경제난과 시장화로 인한 ‘모빌리티의 대전환’은 북한 청년들의 지리적 이동 가능성과 사회적 계층 이동 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은 거주지역, 젠더, 계층에 따라 불균등하게 나타난다. 넷째, 북한의 청년들은 합법과 불법 사이의 회색지대에서 다양한 실천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열어가고 동시에 북한 사회에서 새로운 삶의 경로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성세대가 생존을 위한 비법행위로 북한식 시장경제를 태동시킨 세대라면, 현재 북한의 청년들은 김정은 정권의 경제개혁의 제도적 토대 위에서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표방하는 교육과 정보화 환경의 발전을 통해 취득한 정보화 능력과 불법적인 외국 영상물 시청으로 길러진 문화적 감각을 착장한 채 시장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세대이다. 북한 사회의 변화 전망과 관련하여 청년들의 특징이 개인의 선택권 확대, 불평등 감소, 인권 증진 등을 위한 제도적 조치를 견인하며 사회적 개혁조치를 이끌어낼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회적 개혁조치가 이루어진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정치체제의 변화로 연결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다방면에서 청년들의 다양한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가권력의 통제로 이러한 수행이 체제 변동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체제 재생산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예기치 못한 외부 상황이나 사회 변동이 발생할 때, 청년세대의 특성이 체제 변동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요약 ChapterⅠ서론 1. 연구 목적 및 내용 2. 연구 방법 ChapterⅡ 국가가 호명하는 청년: 청년정책과 청년상 1. 김정은 정권의 청년정책 2. 공간문헌에 나타난 청년상 3. 소설 속 집단 갈등과 ‘국가-개인’의 변주 ChapterⅢ 북한 청년의 생애사 1. 엘리트의 길을 따라 해외로 파견된 청년들: 사례 11, 사례 9 2. 개인사업을 한 고학력 엘리트 여성들: 사례 8, 사례 10 3. 밥벌이에 청춘을 바친 ‘준마처녀’: 사례 16 4. 농어촌에서 태어나 생계를 책임지며 보호받지 못한 삶을 살았던 청년들: 사례 4, 사례 2, 사례 6 5. 더 편하고 전망 좋은 사업을 계획하던 사진현상공: 사례 14 6. 결혼해서 ‘부양’으로 지내다 상점을 낸 기혼 여성: 사례 15 ChapterⅣ 북한 청년의 가족, 학교, 직업 세계 1. 부모의 기대와 자녀교육 2. 청년들의 젠더관계와 섹슈얼리티 3. 무상교육의 붕괴와 차별화된 학교경험 4. 일터와 노동 ChapterⅤ 논의 및 결론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