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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고것 참 쌤통이다!”
심리학적, 진화론적으로 풀어낸 인간 본성의 어두운 이면
왜 타인의 불행은 곱씹을수록 통쾌한가?
선한 사람들의 악마적 본성, ‘샤덴프로이데’를 파헤친 최초의 책!
출근하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오늘도 포털 메인에는 기삿거리가 가득하다. 살이 쪄서 후덕한 모습으로 나타난 연예인, 청렴결백을 주장하더니 뇌물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 연봉 올리기에 실패한 운동선수 이야기가 핫이슈다. 안타까운(?) 그들의 사연에 가볍게 탄식해본다.
“아휴, 어쩌다 이렇게 됐대? 쯧쯧. 잘 좀 처신하지 못하고.”
하지만 이 순간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감정을 리트머스 시험지로 테스트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 결과는 ‘즐거움’에 한없이 가깝지 않을까?
비호감 연예인의 몰락, 라이벌 팀의 실수, 기세등등하던 회사 동기의 추락, 얄미운 친구의 사사로운 불행……. 이런 일들은 우리에게 은밀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람 잘못 봤어. 난 그런 사람 아냐”라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심리학자 리처드 H. 스미스는 단언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감정을 타고나며 평생토록 이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무덤까지 가져간다고.
대체 우리는 왜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것일까? 이렇게 음습한 감정으로 인해 얻는 이득이라도 있는 걸까? 이 감정을 자주 느끼는 사람과 거의 느끼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쌤통의 심리학』은 이런 은밀한 감정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리고 이 감정이 대중적으로 용인되어 널리 퍼질 때 역사적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풍부한 사례를 들며 차근차근 따진다. 꽤나 어두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글은 시종일관 발랄하고 유머러스하다. 마음의 ‘가드’를 내리고 편안하게 읽다 보면 어느새 “그래, 사실은 나도 그런 감정 느껴봤어” 하고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쌤통 심리의 원동력은 ‘실질적 이득’
인간은 진화를 통해 이 감정을 마음에 새겼다
쉽게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우리에게는 타인의 불행을 즐거워하는 감정이 있다. 실력 없이 오만하기만 한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가 무대에서 망신을 당할 때, 기고만장한 정치인의 악행이 까발려졌을 때 누구든 즐거워하지 않겠는가. 타인의 고통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뜻하는 독일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즉 ‘쌤통 심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질투 연구의 대가인 저자 리처드 H. 스미스는 쌤통 심리가 진화의 산물이며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말한다. 실제로 남들의 불행이 우리에게 ‘실질적 이득’을 가져다주기에 이를 ‘기뻐하는’ 감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남과 비교한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실수를 한다면? 그의 지위가 ‘낮아진 만큼’ 우리의 지위는 ‘높아지는’ 반사 이익이 생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쌤통 심리의 근원이다.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평가하는 경향, 그리고 이에 따른 감정적 변화는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타인의 불행은 우월감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물론 이런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감정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감춰야만 할 듯한 쌤통 심리도 경우에 따라서는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 쌤통 심리가 펼쳐지는 공공의 장, 바로 스포츠 경기장이다.
한일전 역전승이 짜릿한 과학적 이유
자업자득의 불행은 언제나 통쾌하다!
2015년 11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 한일전 9회 초, 0 대 3에서 갑작스레 4 대 3으로 역전하며 승리를 쟁취했을 때 많은 국민이 환호성을 질렀다. 인터넷에는 속 시원하다는 반응과 함께 일본 선수들의 멍한 표정이 캡처되어 나돌았고, 사람들은 앞다퉈 “사이다 한 사발 들이킨 기분”, “그간의 망언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등 통쾌하다는 의견을 써 내려갔다. 물론 한일전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긴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대항전에서 우리는 쌤통 심리를 강하게 느끼고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사실 이 부분에 이르면 더 이상 “나는 남의 불행을 고소해 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라는 저항이 무색해진다.)
집단 간의 역학 관계는 기본적으로 경쟁적이며, 개인 간 경쟁보다 더 치열하다. 게다가 집단에 묻혀 있으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혼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집단 속에서 쌤통 심리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외집단을 깎아내린다. 심지어 외집단을 모욕하며 “다 자업자득이지!”라고 근엄하게 결론짓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자업자득의 불행’처럼 통쾌한 것도 없다!
저자는 자업자득으로 당하는 불행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런 불행을 통쾌하게 여기는 감정은 위선에 대한 ‘정의 실현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정의감은 분명 추천받아 마땅한 ‘선한’ 감정이지만 그 이면에 ‘악한’ 복수심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그런 짓을 했으니 당해도 싸”라고 정의를 내세우며 ‘정당한’ 통쾌감을 한껏 만끽하는 것이다. 물론 그 ‘정의’가 진정한 정의인지는 아무도 모르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정의가 맞는지조차 중요하지 않다!
쌤통 심리의 감정적 출발점은 질투심
직시하기 괴로운 질투가 ‘분노’로 치환되며 퍼진 비극, 홀로코스트
저자는 쌤통 심리라는 감정에 쉽게 ‘악’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행위를 경계한다. 인간은 기쁨도 불쾌함도, 행복도 분노도 느낄 수 있는 존재이며 쌤통 심리는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 감정을 직시하지 않으면 오히려 다른 감정으로 치환되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쌤통 심리의 밑바닥에는 질투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신이 질투한다는 걸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질투심은 다른 감정의 가면을 쓴다. 가장 손쉽게 쓰는 가면은 혐오와 증오, 그리고 분노다.
우리는 상대가 자신보다 뛰어나서 질투 난다는 사실을 직시하기보다, 그를 싫어하는 합리적인 ‘변명거리’를 만드는 데 애쓴다. “걔가 뭐가 잘났어? 부모덕에 호강하는 거지.” “얼굴도 빤질하게 생긴 게 하는 짓도 빤질빤질이야. 얼굴값을 한다니까!” “잘나가면 뭐해, 성격이 그 모양인데. 그렇게 수전노처럼 굴면서 살고 싶을까.”
이렇게 혐오의 가면을 쓴 질투는 조금씩 합당한 이유가 있는 정의롭고 응당한 증오로 변해간다. “부모덕에 잘살면서 평범한 사람들을 무시하다니. 걘 좀 당해봐야 해.” “얼굴만 믿고 쉽게 인생 살려고 하네. 무임승차에도 정도가 있지. 염치없는 놈.” “돈 앞에서 친구고 뭐고 없다 이거야? 자기 잇속만 챙기는 탐욕스러운 자식!”
이제 모든 판이 짜였다. 이 ‘나쁜 놈’은 ‘욕먹을 만’하므로 혐오감과 증오는 정당하다 못해 정의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악한 상대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고 올바른 일이다. 만약 이 악마가 불행을 겪는다면? 인류의 경사에 버금가는 즐거운 일이 된다!
저자는 이러한 질투의 치환 과정이 집단적으로 일어난 예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든다. 유대인이 독일 경제.문화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 떠오르자 히틀러는 그들을 두려워하고 질투했다. 그의 질투는 혐오감과 분노를 거쳐 ‘합당한 이유’가 있는 ‘정의로운 증오’로 탈바꿈했으며, 질투심을 공유하던 독일인들의 마음에서 싹을 틔웠다. 그 후의 비극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쌤통 심리와 공감 사이의 외줄 타기
‘인간 본성의 선한 천사들’의 손을 들어주는 법
쌤통 심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므로 없앨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그 감정이 생겨날 가능성을 줄이는 것뿐이다. 저자는 쌤통 심리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해법으로 ‘기질을 짐작하지 말고 상황을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그 원인을 그 사람의 성격으로 돌리면, 그의 불행 또한 성격 탓으로 여겨져 쌤통 심리에 빠지기에 십상이다. “길거리에서 남에게 소리를 지르다니, 예의 없는 작자네. 자기도 똑같이 당해봐야 깨닫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상황을 고려하면 결론이 180도 바뀔 수 있다. “방금 소매치기당할 뻔하다가 도둑을 잡았구나. 당연히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안타깝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타인의 고통을 즐거워하는 감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마음속의 저울 한편에는 이와 대등한 공감 능력과 연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기심과 이타심, 쌤통 심리와 연민은 평생 우리 마음속 양팔 저울에서 출렁이며 그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다. 어느 쪽에 무게를 실을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목차
들어가는 글
1장 우월감은 황홀하다
난 얼마나 착할까? 누구랑 비교해서?
사회적 비교와 자존감의 관계를 증명해주는 실험적 증거 타인의 열등함과 쌤통 심리
사회적 비교의 진화적 근원
소설을 통해 보는 사회적 비교와 쌤통 심리: 『붉은 무공훈장』
자서전을 통해 보는 사회적 비교와 쌤통 심리: 네이선 매콜의 『소리치고 싶어라』
2장 남의 열등함은 나의 자양 강장제
대중매체에서 하향 비교의 대상을 찾다
극단적인 형태의 하향 비교
유머의 우월성 이론
『우스터 가문의 예법』: 하향 비교를 이용한 가벼운 유머
3장 남들이 실패해야 한다
집단 소속감이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
스포츠 팬들의 쌤통 심리
스포츠에서 쌤통 심리가 허용되는 범위는?
쌤통 심리와 정치판의 피 튀기는 스포츠
4장 인간 본성의 두 얼굴, 이기심과 이타심
선하거나 악하거나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
극단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아이들의 행동이 보여주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
남의 불행에 대한 반응은 자신의 상대적 경험에 달렸다
이기심과 연민의 균형: 복잡한 이중성
5장 저 인간은 당해도 싸!
당해도 싼 불행이란 무엇일까?
위선자의 몰락에서 느끼는 묘한 쾌감
위선자들의 고통을 지켜보는 건 왜 이리도 통쾌할까?
6장 원수의 고통은 더 달콤하다
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
피해자를 탓하다
정의와 이기심
복수의 달콤함
7장 남의 망신은 나의 즐거움
순진하고 재능 없는 사람에게 망신을 주는 즐거움
휴밀리테인먼트의 어두운 이면
〈성범죄자를 잡아라〉는 왜 그리 재미있을까?
최악 중의 최악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도덕적으로 완벽한가?
높은 지위와 복수의 즐거움
8장 질투와 쌤통 심리
질투와 쌤통 심리를 이어주는 경험적 증거
질투와 적대감
가십 기사가 사람들을 매혹하는 이유
마사 스튜어트의 불운
질투는 의지를 꺾지 않는다
9장 질투의 추악한 얼굴
왜 우리는 질투를 부정할까?
다층적인 자기기만
질투, 부당함, 그리고 쌤통 심리
살리에리의 은밀한 불만과 복수
10장 쌤통 심리의 어두운 그림자, 홀로코스트
아돌프 히틀러는 왜 유대인을 증오하게 되었는가
부러운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다
박해의 즐거움
질투가 쌤통 심리로, 그리고 행동으로
유대인 말살을 결정한 뒤 시가와 코냑을 즐기다
쌤통 심리의 직접적인 피해자들
11장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격이 그 모양이니 저런 행동을 하지”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
밀그램의 실험 결과로 보는 〈성범죄자를 잡아라〉
지혜로운 사람은 근본적 귀인 오류에 빠지지 않는다
에이브러햄 링컨: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론
잠시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하기
감사의 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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