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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전·현직 350명 검찰 수사, 前 기관장 3명 포함 46명 실형.
사실이라면, 천하에 이렇게 몹쓸 조직이 있을까?
대한민국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지나간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겪은 수난이다. 옥고를 치른 前 원장 3명(이병기, 남재준, 이병호) 중 한 명이 ‘침묵의 윤리’라는 금기를 깨고 입을 열었다. 『좌파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 시켰을까』(이병호 저)는 문재인 정권 5년 동안의 국정원 수난의 실록이다.
국정원 직원은 자신의 직무 경험을 평생 함구(緘口)하는 침묵의 직업윤리를 지녔다. 나는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이 침묵의 윤리를 깨고 국정원에 대한 부당한 박해를 항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책을 나 스스로 철저한 보안 의식의 자기검열 하에서 썼다. 아무리 오래된 일화라도 국정원에서 이루어진 일은 현재적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국정 원이 수행하고 있는 정보 업무를 소개하더라도 쓸 수 있는 일화만 제한적으로 소개했다. (머리말, 5~6쪽)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의 수난은 구성원들의 시련에 그치지 않았다. 국정원법 개정으로 국정원 업무의 양대 축인 ‘국내 정보 보안’과 ‘해외정보’ 중 국내 정보 기능 대부분을 경찰에 넘겼고, 전 세계 국가 정보기관들이 불문율처럼 수행하는 ‘비밀공작 활동’을 위한 법적 근거를 없앴다. 국내 정보는 대북(對北) 정보는 물론 국내의 안보 위해 요인을 파악하는 것도 포함하며 많은 활동이 비밀리에 수행되기에, 국내 정보와 비밀공작 기능 없는 국정원은 국가 안보라는 정보기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국가 정보기관의 기능을 축소하고 위상을 격하함으로써 가장 이득을 얻은 세력은 누구일까? 책이 단도직입적으로 ‘좌파’를 제목에 내걸고 나온 이유다.
북한이 지난 70년 내내 국가보안법 폐지, 국정원 해체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문재인 정권은 북한 정보당국의 소원이었던 장애 요인 해체를 스스로 실행해 북한에 헌납한 셈이다. (VI. 국가정보원의 수난, 281쪽)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대한민국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중정)-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1961년 처음 창설된 이래 김대중 정부 초년까지 38년간 유지한 부훈(部訓)이다. 1999년 명칭이 현재의 국정원으로 바뀌고 몇 차례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 네 번의 원훈(院訓) 교체를 겪은 끝에, 윤석열 정부 들어서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최초 원훈을 회복했다.
저자는 1963년 육군사관학교를 제19기로 졸업하고, 수색소대장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뒤 미군 오키나와 정보학교에 통역 요원으로 파견된 것을 계기로 중정 해외정보 업무에 종사하게 되었다. 해외담당 2차장을 끝으로 국정원을 떠났다가 18년 만에 박근혜 정부 세 번째 국정원장으로 복귀했다.
책은 합법과 불법, 공개와 비밀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해야 하는 국가 정보업무의 속살을 소개하는 입문서이기도 하다. 워싱턴 주미 대사관에 파견 근무 중 현직 중정부장에 의한 대통령 시해사건을 접했을 때의 망연자실, 우연에서 비롯해 성사된 전두환-레이건 정상회담, 아웅산 테러, 노태우 북방정책 막후 조율, 태영호 前공사 탈북과 유경식당 13명 집단 탈북 등 생생한 정보 현장 이야기를 책 곳곳에 녹여 넣었다. 미국의 CIA, 영국의 MI6,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 세계적인 국가 정보기관들의 활동을 국정원과 나란히 비교 소개해 정보업무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정보기관 임무 수행의 손 꼽히는 성공 사례인 엔테베 구출작전(1976)과 대실패 사례인 하마스의 2023년 이스라엘 침공은 안전한 사회를 위해 ‘음지의, 소리 없는 헌신’이 왜 필요한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정보기관을 정보기관답게
저자는 정권이 바뀐 후 ‘국정원장 특수활동비 뇌물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 중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되었다. 책은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의 위상과 국가 안보 기능 복원을 위해 구체적으로 네 가지 혁신 과제를 제시하면서, 이를 실행할 가칭 ‘국정원 혁신 TF’를 강력히 촉구한다.
• 국정원법 재개정
• 국내 보안정보 기능 복원
• 첨단 과학 기술을 활용한 정보 역량 고도화
• 분야별 베테랑 양성을 위한 인사 제도 정비 (VII. 미래를 위한 제언)
꺾인 날개, 곪은 상처를 가지고는 도약할 수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먼저다.
목차
머리말
I. 국가정보원의 소명과 역사
국정원에 아침이 밝으면 / 소리 없는 전쟁(silent war)의 최전선에 서서 / 대북정보 노력, 물거품처럼 사라지다 / 평범한 일터가 아닌 고귀한 소명 실현의 장 / 치명적 위기로 몰아넣다 / 중앙정보부, 정보기관이라기보다 통치기관으로 출범 / 독재는 원칙적으로 나쁘다. 그러나 원칙을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 나쁘다 / 고약하지만 필수적인 기관 / 중앙정보부의 미약한 출발 / 초기 중앙정보부, 무리수를 두다
II. 국가정보(national intelligence)의 이해
정보 업무 / 비밀공작 수행이 불가능한 국정원 / 국가 정보기관, 군 통수권과 함께 대통령이 활용하는 국가안보 장치 / 대법원의 반헌법적 판결 / 국가 정보기관은 아무 정보나 수집하지 않는다 / 좌파 정권의 국정원 와해 시도
III. 정보 관리의 삶 30년의 여정
중앙정보부 요원이 되다 / 워싱턴 파견 / 박정희 대통령 유고 / 전두환-레이건 정상회담, 우연한 시작 / 제5공화국에 대한 역사적 평가 / 아웅산 폭탄 테러: 안기부 최대의 정보 실패 / 사실상의 전쟁 행위: 국가원수에 대한 암살 테러 / 해외 담당 국장으로 승진 / 88 서울 올림픽 / 북방정책의 시작 / 안기부 정보 협력망의 세계적 확장 / 다시 워싱턴으로 / 로버트 게이츠 CIA 부장과 개인적 만찬 / 해외 담당 2차장으로 승진 /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 갑작스러운 김일성의 사망 / 프리마코프 러시아 대외정보부장과 김일성 사후 북한 정세 논의 / 북핵 개발 저지를 위한 본격적인 외교 노력 / 한국-이집트 수교에 막후 역할 /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 안기부 파견관 최덕근 영사, 안기부 보국탑에 별이 되다 / 황장엽 비서, 안기부에 먼저 손을 내밀다 / 황장엽의 탈북으로 조성된 역사적 기회를 놓치다
IV. 국정원장의 책무
국정원장이 되다 / 국정원의 소명: 북한과의 마지막 배틀(Last Battle) / 부임 직후 찾아온 일본 내각정보조사실장 / 미 CIA의 존 브레넌 부장이 예방을 오다 / 미 국가정보국장 제임스 클래퍼와의 인연 / 마이크 폼페이오 CIA 부장의 특별한 제의 / 중국의 대북정보 역량을 경험 / 중국 패권적 대국주의의 민낯 / 러시아와의 정보 협력 / 북한, 남북 정상회담에 관심을 보이다 / 엘리트 정보요원의 극단적 선택 / 더불어민주당, 테러방지법 제정을 격렬히 반대 / 중국 소재 유경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 탈출 / 천륜마저 저버린 김정은의 김정남 독살 / 촛불 시위, 우리 사회를 강타한 광기의 쓰나미 / 국정원장직을 내려놓다 / 적폐 청산의 사냥터가 된 국정원 / 적폐청산, 그 잔인한 천형 / 법치 농단, 국정원장 3명 투옥되다 / 대법원에서 뒤집힌 항소심 판결
V. 한반도의 위기와 북한 체제의 본질
핵 개발은 김일성 신정(神政) 체제 불변의 신앙 / 반세기 전 미국 외교관 조지 케넌의 경고 / “조선이 없으면 지구는 없다”: 김일성 왕조의 위험한 유전인자 / 햇볕이 아닌 전갈과 개구리의 우화 / 가난은 북한 체제 내구성의 비밀 /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는 이유 / 박근혜 대통령, 강력한 대북 제재 리더십을 결단 / 평화통일을 만들어야 하는 국정원의 소명 / CIA도 모사드도 아닌 대한민국의 국정원 / 전 세계에서 북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트라이앵글
VI. 국가정보원의 수난
망가진 국정원의 핵심 정보 기능 / 국정원 대공 수사권의 폐기 및 경찰 이관: 북한의 70년 소원 성취 / 국내보안정보 기능의 와해: 국내정보 기능이 없는 이상한 나라 /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 미국 정보 공동체 / 전투로 단련된 이스라엘 정보기관
VII. 미래를 위한 제언
국정원 정보 역량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기대 / 국가안보 중추 기관 위상의 복원 / 정책 구상을 위한 상상력의 체계화 / 역경과 시련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맺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