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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당신은 재난의 도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언씽커블 : 생존을 위한 재난재해 보고서>는 우리의 본능과 두뇌작용, 재난인격에 관한 철저한 조사와 연구 그리고 실제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재난상황에서 어떻게 더 나은 대응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알려주고자 하는 실질적이고 본격적인 재난 생존술서이다. 재난재해와 국토안보에 관해 꾸준히 기고해온 <타임>의 수석기자 아만다 리플리가 인간의 재난인격을 총체적으로 심도 있게 분석한 이 책은 재난과 생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화두이다.
우리는 날마다 수천수만 가지의 잠재적인 재난재해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무거운 스트레스로 느껴진다. 이 책은 극도의 압박 하에서 우리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문명이 가져온 가장 암울한 순간에 빛을 던져주고자 애쓴다. 우리는 왜 화재 가운데서 얼어붙어버리는가? 재난상황에서 우리의 시각과 청각은 어떻게, 왜 변하는가? 우리는 이러한 본능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까?
책에 따르면, 우리는 재난상황에서 거부―숙고―결정적 순간의 세 단계를 거치며, 각각의 단계에서 모으기 행동, 무기력 반응, 마비, 공황, 집단 사고思考, 과잉반응 등 다양한 본능적 대응행동들을 보인다고 한다. 저자는 각각의 단계와 다양한 대응행동의 메커니즘을 세밀히 분석하고, 이를 역이용하여 재난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아만다 리플리의 글은 훌륭한 문학작품처럼 흡인력 넘치며, 문제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저자는 성실하고 친절하게 결합된 문체를 통해 세밀하고 다양한 조사들과 독자를 향한 주의를 적절히 결합하고 있다. 재난과 관련된 대부분의 책이나 기사들이 대개 희생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이 책은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생존자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진실은 수천 개의 기사, 영화 그리고 재난의 생존자들은 물론 그들의 삶터를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데 헌신하고 있는 각계 전문가들과의 수많은 인터뷰들로부터 얻어낸 것들이다. 만약 독자들이 이러한 꼼꼼한 가르침을 배우려 한다면, 피할 수 없는 재난이 닥쳤을 때 희생자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결국 재난 시 인간의 두뇌작용과 대응심리에 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재난 담당기관 역시 표피적인 탁상공론은 그만하고, 각계의 전문가 집단과 일반 대중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쌍방향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실제로 재난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의 몇 분 짧게는 몇 초의 시간이며, 이때 가장 중요한 구조대원은 보통 사람들,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이나 재난이라는 소재는 막연한 불안감이나 공포를 줄 수 있지만, 정작 이 책은 다른 어떤 것보다 희망적이며, 이 책의 저자는 희망을 현실적인 가르침으로 바꾸어놓는다. 결국 이 책은 생존을 위한 변화를 제안하는 책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브라질, 중국 등 15개국에서 출간되었으며, Hudson Booksellers에 의해 2008년 비소설 부문 Top10으로 선정되었다. 앞부분에 실린 생생한 컬러 화보가 재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당신은 과연 재난으로부터 안전한가?
2008년은 유난히도 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가 많이 발생한 해였다. 연초부터 경기 이천시 냉동물류센터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40명이 숨졌고, 뒤이어 이달 초에도 냉동창고 화재 발생지역으로부터 6km가 채 떨어지지 않는 곳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비슷한 또 한 건의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7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8월에는 나이트클럽 화재로 진압 중이던 소방관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으며, 10월에는 서울 논현동의 한 고시원에서 끔찍한 방화?살인사건이 일어나 6명이 목숨을 잃었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들 사건은 모두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한(unthinkable)” 참사였지만, 사실상 이미 예견되었고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혹은 최소한 피해규모가 이토록 확대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인재였다.
또 한편으로는 5월과 6월에 중국, 일본에서 연이어 대형지진이 발생하면서 일곽에서 한반도 지진 발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한반도는 지진에 안전한가?”,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인가”,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한반도 지진 가능성도 대비해야” 같은 제목의 기획기사들에서 예측 자체가 힘든 지진에 대해 우리의 안전의식과 대책이 모두 너무나 미비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환경파괴가 초래한 이상기후로 홍수, 폭우, 폭설, 산사태 등 세계 곳곳에서는 한 달 새 수십 건의 돌발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했고, 우리 역시 기상이변의 징후들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이 모든 재난이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고 있다.(한반도 남쪽 지방에서도 열대과일을 먹을 수 있다며 반기는 정신 나간 교양보도가 있기도 했으니.)
사후처리와 책임자 규명에만 급급한 안전정책과 인간 문명의 이기심이 재앙으로 확대시켜버린 재난의 도시에 살면서도 우리는 이상할 정도로 안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를 위협하는 재난과 재해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데도, 마치 나와 내 가족은 재난을 비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것만 같다. 당신은 과연 이 모든 재난으로부터 정말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가?
재난 앞에 선 인간의 모든 것을 파헤친다.
어찌 보면 그것은 믿음이 아니라, 일면 생존을 위한 외면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 번쯤 재난 뉴스를 보면서 ‘나에게도 저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재난에 대한 경험적인 정보도 체계적인 훈련으로 축적한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막연한 공포감을 가지고 최악의 상상을 하게 될 뿐이다. 무지에서 비롯된 이러한 상상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스트레스만 가중시키므로, 우리는 더 이상 재난에 관한 생각을 진전시키지 않고 외면해버린다. ‘설마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겠어.’하는 안일함으로 나약한 공포를 가장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무지와 왜곡된 공포 때문에 외면해온 것들을 바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모든 작용들을 낱낱이 파헤쳐, 예측 불가능한(unthinkable) 상황들을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thinkable) 통제 가능한 상황으로 바꾸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재난 인격(disaster personality)이 어떠한 모습인지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재난 인격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그 만큼 재해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이 책은 다양한 재난 전문가들은 물론 진화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해 재난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한 종합적인 재난 연구서이며, 동시에 재난 앞에 선 인간의 인격과 심리, 정신에 관한 가장 훌륭한 해설서이다. 재해가 발생한 후에 단순히 피해규모를 수치적으로 따져 작성해 놓은 사후 보고서가 아니라, 재난이 발생한 사건시로 돌아가 상황을 재구성하고 그 순간에 인간이 겪게 되는 모든 변화를 파헤치는 인간 보고서인 것이다. 예컨대, 책은 쓰나미가 강타하거나 허리케인 속보가 떴을 때 단지 무엇을 할지에 대해 상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달리 생각할 것인지, 어떻게 당신이 혼란에 빠지는지, 무기력이나 일시적인 분별력의 상실, 명백한 시간의 둔화, 터널시(시야가 좁아지는 현상) 등과 같은 당신에게 나타날 수 있는 뇌 관련 문제들에 대해서도 상술하고 있다.
재난상황에서 사람들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위험에 접근하는가? 위기 상황에서 군중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무엇이 어떤 사람들을 회복시키는가? 그리고 왜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회복이 빠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재해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많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존자들이 당신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
생존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거의 모든 재난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구조대원들은 다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다시 말해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실제 재난 상황에서는 구조대원들이 도착하기도 전인 단 몇 분 어쩌면 몇 초 안에 생사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이때 지대한 역할을 해야 하는 그리고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싶을 때까지도 우리 대부분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공황이나 일으킬 것이 뻔한” 군중들의 재난인격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역할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모든 안전대책이나 훈련에 있어서 정작 일반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고려는 빠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렇게 잘못된 방침과 “안전 요원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 따위의 어리석은 안내방송 때문에 희생자 수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각종 재난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다양한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가능한 한 풍부하게 다루고 있다. 생존자들은 재난의 한 가운데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재난대응의 실패와 성공 양쪽을 모두 관찰하고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났던 각종 이상 현상이나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갖가지 반응들을 끄집어냈다.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무대 의상을 갖춰 입고 연습을 해왔지만 정작 아무도 자신의 역할을 모르고 있는 이상한 배우들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재난에 대비하라는 경고를 받지만,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생존자들은 우리 대부분이 결코 보지 못하는 인간 조건의 한 단면을 본 사람들이며, 왜 그렇게 행동해야하는지 몸소 깨달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른 어떤 전문가나 정부 고위 관직자의 이야기보다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책에 다른 제목을 붙인다면, 아마도 “생존자들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는 것들”이 될 것이다.
세계적 규모의 다양한 재난재해를 폭넓게 다룬 알찬 연구서
우리 시대의 가장 충격적인 재난들 몇 가지를 집중분석해온 유망한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는 공포의 이면에 있는 거짓과 억측을 밝혀내고 설명한다. 이 독자적인 보도의 장대한 작업에서, 리플리는 몇 년간 조사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1985년 영국 비행기 원폭 추락 전에 있었던 가장 거대한 폭발 사건 중의 하나인 1917년 몽블랑 군선의 폭발에서부터 한국사회에도 가실 수 없는 충격을 안겨줬던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살인사건, 자연을 도구로 여기는 우리의 독선과 오만에 다시 한 번 무서운 경고를 보낸 허리케인 카트리나, 전 세계가 충격에 떨었던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테러 당시 15,000명의 여정까지 역사 속 장대한 몇 가지 재난에 대한 인간의 대응을 거슬러 추적한다. 그 후 이야기 이면의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리플리는 뛰어난 두뇌 과학자들, 트라우마 심리학자들 그리고 그 외에 영웅적 자질에 관해 연구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에서부터 극도의 공포의 효과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 우두머리 총잡이에 이르기까지 공식적, 비공식적 재난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플리는 군 연구자들에 의한 두뇌실험과 맹렬한 화재에서 탈출하거나 바다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남는 등의 가상현실 체험을 통해, 그녀 자신의 상상 속 암흑의 구석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가 놀라운 군중휴머니티, 두뇌 공포회로의 정밀함, 다양한 우리의 진화적 반응의 놀라운 허점에 대한 귀중한 지혜와 함께 돌아온다. 뜻밖에도 그녀는 약간의 도움만 있으면 두뇌의 능력이 훨씬,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힌다.
같은 실수와 같은 대응으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
매번 반복되는 재난재해 앞에서도 우리는 매번 똑같이 속수무책이다. 홍수와 태풍, 폭설로 인한 피해는 매분기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매년 때마다 같은 뉴스를 틀어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서로에 대한 질책과 입바른 반성, 관련법 강화 타령뿐이다. 몇몇 재해의 경우에는 아직 용어 통일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다. 탈출은커녕 숨쉬기도 힘든 미로 같은 쪽방고시원 화재나 자칫 폭발이나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물류창고의 화재사건도 마찬가지로 한 해 두 해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렇게 미비한 대응책과 안전시설의 실태를 뻔히 알고서도 우리는 너무나 안일하다. 소방방재청이나 재난연구소 등의 웹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급정보들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유치원, 초등학교 외에는 가시적이나마 재난에 대비하는 훈련조차 어디서도 하지 않는다. 각종 재난 시의 국민행동요령에 대해 과연 몇 명의 국민이 알고 있을까? 정책 실패든 홍보 부족이든 안전불감증 때문이든 우리가 흘려버리는 정보들, 무심코 넘겨버리는 훈련들과 함께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도 묻히고 마는 것이다.
9/11테러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우리에게는 마치 실감나는 재난영화처럼 막연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하고 넘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뒤, 그에 못지않은 끔찍한 재난이 한국 땅에서도 발생했다. 올 2월이면 5주년이 되는 대구 지하철 참사이다. 똑같이 9/11을 TV 속 이야기로 생각했을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 어린 여고생들과 가정주부들을 비롯한 192명의 평범한 지하철 탑승객들이 무서운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재난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불시에 평범한 우리들을 집어삼키고 만다. 여기서도 직접적인 폭발과 화재로 인한 사망자보다 유도등이나 대피로, 제연장비 등의 설치 미비와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이끌어주지 못한 미숙한 안전대응이 더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켰다. 사건 이후 지하철 전동차 내장재가 교체되고, 역사 내 소화기 비치나 유도등, 제연장치 개선과 순찰활동 강화가 추진되었다. 그리고 이 재해는 분명히 영화가 아닌 눈앞에 닥친 현실로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5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혹은 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에는 이만큼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다른 것을 떠나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했을 때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재난재해에 있어서는 단순히 대응방법을 알고 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습관화되어 몸에 배어있어야 한다. 알고 있다고 해서 모든 순간에 아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난 때의 인간 행동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원시상태에서부터 인간이 지녀온 생존의 방식을 뇌가 본능적으로 따르는 것인데, 이러한 원시적 생존본능은 문명사회에서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생존본능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대응이 반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난이 발생한 후에 판단회로를 작동시키려고 들면 이미 늦는다. 생존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어쩌면 단 몇 초의 시간뿐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의 핵심은 준비의 필요성이며, 결국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재난 정책과 철저한 사전 훈련이다. 가능한 재해를 예상할 수 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재해가 닥쳤을 때 좀 더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유형의 위험에 대해 준비할 수는 없지만, 비상구나 비상계단이 어디에 있는지와 같은 간단한 정보만으로도 낯선 재해로 인한 생사의 갈림길에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희망적이다.
이 책의 목적은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지로 인한 왜곡된 공포심을 극복하고 상황을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생존자와 생존의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생존의 길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재난은 늘 생각지도 못한(unthinkable) 모습으로 우리를 위협하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믿을 만한(thinkable)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 책을 읽고 사람들에게 권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와 우리의 가족, 친구들이 정말로 생각지 못했던 것에 대해 정신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을 읽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가시키는 일이 아니다. 있을 수 있는 일들을 극복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정신적 기술과 법칙을 배웠기 때문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그런 불안감을 오히려 해소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재해 상황에 대한 교훈과 그러한 방법으로 자신을 구하는 데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비관적이거나 염세적인 책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재해에 대해서 공황이라든가 전문구조대원들이 구하러 오기만을 이기적으로 기다리는 혼란과 파멸의 장면만을 그린다면, 리플리가 당신에게 몇 가지 암시적인 연구와 예시를 줄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현실은 훨씬 더 흥미롭고 희망적이다.”
이 책은 우리를 악몽의 가장 음침한 곳으로 이끌고 가서 손전등을 켜고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게 할 것이다. 그 후에 우리는 전보다 훨씬 영리하고 강해진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공황에 빠지지 말라. 이제 당신의 두 손 안에 해답이 있다.
<언씽커블 : 생존을 위한 재난재해 보고서>는 우리의 본능과 두뇌작용, 재난인격에 관한 철저한 조사와 연구 그리고 실제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재난상황에서 어떻게 더 나은 대응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알려주고자 하는 실질적이고 본격적인 재난 생존술서이다. 재난재해와 국토안보에 관해 꾸준히 기고해온 <타임>의 수석기자 아만다 리플리가 인간의 재난인격을 총체적으로 심도 있게 분석한 이 책은 재난과 생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화두이다.
우리는 날마다 수천수만 가지의 잠재적인 재난재해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무거운 스트레스로 느껴진다. 이 책은 극도의 압박 하에서 우리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문명이 가져온 가장 암울한 순간에 빛을 던져주고자 애쓴다. 우리는 왜 화재 가운데서 얼어붙어버리는가? 재난상황에서 우리의 시각과 청각은 어떻게, 왜 변하는가? 우리는 이러한 본능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까?
책에 따르면, 우리는 재난상황에서 거부―숙고―결정적 순간의 세 단계를 거치며, 각각의 단계에서 모으기 행동, 무기력 반응, 마비, 공황, 집단 사고思考, 과잉반응 등 다양한 본능적 대응행동들을 보인다고 한다. 저자는 각각의 단계와 다양한 대응행동의 메커니즘을 세밀히 분석하고, 이를 역이용하여 재난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아만다 리플리의 글은 훌륭한 문학작품처럼 흡인력 넘치며, 문제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저자는 성실하고 친절하게 결합된 문체를 통해 세밀하고 다양한 조사들과 독자를 향한 주의를 적절히 결합하고 있다. 재난과 관련된 대부분의 책이나 기사들이 대개 희생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이 책은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생존자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진실은 수천 개의 기사, 영화 그리고 재난의 생존자들은 물론 그들의 삶터를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데 헌신하고 있는 각계 전문가들과의 수많은 인터뷰들로부터 얻어낸 것들이다. 만약 독자들이 이러한 꼼꼼한 가르침을 배우려 한다면, 피할 수 없는 재난이 닥쳤을 때 희생자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결국 재난 시 인간의 두뇌작용과 대응심리에 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재난 담당기관 역시 표피적인 탁상공론은 그만하고, 각계의 전문가 집단과 일반 대중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쌍방향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실제로 재난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의 몇 분 짧게는 몇 초의 시간이며, 이때 가장 중요한 구조대원은 보통 사람들,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이나 재난이라는 소재는 막연한 불안감이나 공포를 줄 수 있지만, 정작 이 책은 다른 어떤 것보다 희망적이며, 이 책의 저자는 희망을 현실적인 가르침으로 바꾸어놓는다. 결국 이 책은 생존을 위한 변화를 제안하는 책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브라질, 중국 등 15개국에서 출간되었으며, Hudson Booksellers에 의해 2008년 비소설 부문 Top10으로 선정되었다. 앞부분에 실린 생생한 컬러 화보가 재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당신은 과연 재난으로부터 안전한가?
2008년은 유난히도 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가 많이 발생한 해였다. 연초부터 경기 이천시 냉동물류센터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40명이 숨졌고, 뒤이어 이달 초에도 냉동창고 화재 발생지역으로부터 6km가 채 떨어지지 않는 곳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비슷한 또 한 건의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7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8월에는 나이트클럽 화재로 진압 중이던 소방관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으며, 10월에는 서울 논현동의 한 고시원에서 끔찍한 방화?살인사건이 일어나 6명이 목숨을 잃었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들 사건은 모두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한(unthinkable)” 참사였지만, 사실상 이미 예견되었고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혹은 최소한 피해규모가 이토록 확대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인재였다.
또 한편으로는 5월과 6월에 중국, 일본에서 연이어 대형지진이 발생하면서 일곽에서 한반도 지진 발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한반도는 지진에 안전한가?”,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인가”,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한반도 지진 가능성도 대비해야” 같은 제목의 기획기사들에서 예측 자체가 힘든 지진에 대해 우리의 안전의식과 대책이 모두 너무나 미비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환경파괴가 초래한 이상기후로 홍수, 폭우, 폭설, 산사태 등 세계 곳곳에서는 한 달 새 수십 건의 돌발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했고, 우리 역시 기상이변의 징후들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이 모든 재난이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고 있다.(한반도 남쪽 지방에서도 열대과일을 먹을 수 있다며 반기는 정신 나간 교양보도가 있기도 했으니.)
사후처리와 책임자 규명에만 급급한 안전정책과 인간 문명의 이기심이 재앙으로 확대시켜버린 재난의 도시에 살면서도 우리는 이상할 정도로 안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를 위협하는 재난과 재해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데도, 마치 나와 내 가족은 재난을 비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것만 같다. 당신은 과연 이 모든 재난으로부터 정말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가?
재난 앞에 선 인간의 모든 것을 파헤친다.
어찌 보면 그것은 믿음이 아니라, 일면 생존을 위한 외면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 번쯤 재난 뉴스를 보면서 ‘나에게도 저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재난에 대한 경험적인 정보도 체계적인 훈련으로 축적한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막연한 공포감을 가지고 최악의 상상을 하게 될 뿐이다. 무지에서 비롯된 이러한 상상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스트레스만 가중시키므로, 우리는 더 이상 재난에 관한 생각을 진전시키지 않고 외면해버린다. ‘설마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겠어.’하는 안일함으로 나약한 공포를 가장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무지와 왜곡된 공포 때문에 외면해온 것들을 바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모든 작용들을 낱낱이 파헤쳐, 예측 불가능한(unthinkable) 상황들을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thinkable) 통제 가능한 상황으로 바꾸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재난 인격(disaster personality)이 어떠한 모습인지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재난 인격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그 만큼 재해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이 책은 다양한 재난 전문가들은 물론 진화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해 재난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한 종합적인 재난 연구서이며, 동시에 재난 앞에 선 인간의 인격과 심리, 정신에 관한 가장 훌륭한 해설서이다. 재해가 발생한 후에 단순히 피해규모를 수치적으로 따져 작성해 놓은 사후 보고서가 아니라, 재난이 발생한 사건시로 돌아가 상황을 재구성하고 그 순간에 인간이 겪게 되는 모든 변화를 파헤치는 인간 보고서인 것이다. 예컨대, 책은 쓰나미가 강타하거나 허리케인 속보가 떴을 때 단지 무엇을 할지에 대해 상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달리 생각할 것인지, 어떻게 당신이 혼란에 빠지는지, 무기력이나 일시적인 분별력의 상실, 명백한 시간의 둔화, 터널시(시야가 좁아지는 현상) 등과 같은 당신에게 나타날 수 있는 뇌 관련 문제들에 대해서도 상술하고 있다.
재난상황에서 사람들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위험에 접근하는가? 위기 상황에서 군중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무엇이 어떤 사람들을 회복시키는가? 그리고 왜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회복이 빠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재해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많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존자들이 당신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
생존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거의 모든 재난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구조대원들은 다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다시 말해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실제 재난 상황에서는 구조대원들이 도착하기도 전인 단 몇 분 어쩌면 몇 초 안에 생사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이때 지대한 역할을 해야 하는 그리고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싶을 때까지도 우리 대부분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공황이나 일으킬 것이 뻔한” 군중들의 재난인격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역할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모든 안전대책이나 훈련에 있어서 정작 일반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고려는 빠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렇게 잘못된 방침과 “안전 요원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 따위의 어리석은 안내방송 때문에 희생자 수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각종 재난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다양한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가능한 한 풍부하게 다루고 있다. 생존자들은 재난의 한 가운데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재난대응의 실패와 성공 양쪽을 모두 관찰하고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났던 각종 이상 현상이나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갖가지 반응들을 끄집어냈다.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무대 의상을 갖춰 입고 연습을 해왔지만 정작 아무도 자신의 역할을 모르고 있는 이상한 배우들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재난에 대비하라는 경고를 받지만,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생존자들은 우리 대부분이 결코 보지 못하는 인간 조건의 한 단면을 본 사람들이며, 왜 그렇게 행동해야하는지 몸소 깨달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른 어떤 전문가나 정부 고위 관직자의 이야기보다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책에 다른 제목을 붙인다면, 아마도 “생존자들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는 것들”이 될 것이다.
세계적 규모의 다양한 재난재해를 폭넓게 다룬 알찬 연구서
우리 시대의 가장 충격적인 재난들 몇 가지를 집중분석해온 유망한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는 공포의 이면에 있는 거짓과 억측을 밝혀내고 설명한다. 이 독자적인 보도의 장대한 작업에서, 리플리는 몇 년간 조사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1985년 영국 비행기 원폭 추락 전에 있었던 가장 거대한 폭발 사건 중의 하나인 1917년 몽블랑 군선의 폭발에서부터 한국사회에도 가실 수 없는 충격을 안겨줬던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살인사건, 자연을 도구로 여기는 우리의 독선과 오만에 다시 한 번 무서운 경고를 보낸 허리케인 카트리나, 전 세계가 충격에 떨었던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테러 당시 15,000명의 여정까지 역사 속 장대한 몇 가지 재난에 대한 인간의 대응을 거슬러 추적한다. 그 후 이야기 이면의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리플리는 뛰어난 두뇌 과학자들, 트라우마 심리학자들 그리고 그 외에 영웅적 자질에 관해 연구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에서부터 극도의 공포의 효과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 우두머리 총잡이에 이르기까지 공식적, 비공식적 재난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플리는 군 연구자들에 의한 두뇌실험과 맹렬한 화재에서 탈출하거나 바다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남는 등의 가상현실 체험을 통해, 그녀 자신의 상상 속 암흑의 구석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가 놀라운 군중휴머니티, 두뇌 공포회로의 정밀함, 다양한 우리의 진화적 반응의 놀라운 허점에 대한 귀중한 지혜와 함께 돌아온다. 뜻밖에도 그녀는 약간의 도움만 있으면 두뇌의 능력이 훨씬,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힌다.
같은 실수와 같은 대응으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
매번 반복되는 재난재해 앞에서도 우리는 매번 똑같이 속수무책이다. 홍수와 태풍, 폭설로 인한 피해는 매분기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매년 때마다 같은 뉴스를 틀어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서로에 대한 질책과 입바른 반성, 관련법 강화 타령뿐이다. 몇몇 재해의 경우에는 아직 용어 통일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다. 탈출은커녕 숨쉬기도 힘든 미로 같은 쪽방고시원 화재나 자칫 폭발이나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물류창고의 화재사건도 마찬가지로 한 해 두 해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렇게 미비한 대응책과 안전시설의 실태를 뻔히 알고서도 우리는 너무나 안일하다. 소방방재청이나 재난연구소 등의 웹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급정보들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유치원, 초등학교 외에는 가시적이나마 재난에 대비하는 훈련조차 어디서도 하지 않는다. 각종 재난 시의 국민행동요령에 대해 과연 몇 명의 국민이 알고 있을까? 정책 실패든 홍보 부족이든 안전불감증 때문이든 우리가 흘려버리는 정보들, 무심코 넘겨버리는 훈련들과 함께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도 묻히고 마는 것이다.
9/11테러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우리에게는 마치 실감나는 재난영화처럼 막연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하고 넘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뒤, 그에 못지않은 끔찍한 재난이 한국 땅에서도 발생했다. 올 2월이면 5주년이 되는 대구 지하철 참사이다. 똑같이 9/11을 TV 속 이야기로 생각했을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 어린 여고생들과 가정주부들을 비롯한 192명의 평범한 지하철 탑승객들이 무서운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재난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불시에 평범한 우리들을 집어삼키고 만다. 여기서도 직접적인 폭발과 화재로 인한 사망자보다 유도등이나 대피로, 제연장비 등의 설치 미비와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이끌어주지 못한 미숙한 안전대응이 더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켰다. 사건 이후 지하철 전동차 내장재가 교체되고, 역사 내 소화기 비치나 유도등, 제연장치 개선과 순찰활동 강화가 추진되었다. 그리고 이 재해는 분명히 영화가 아닌 눈앞에 닥친 현실로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5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혹은 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에는 이만큼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다른 것을 떠나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했을 때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재난재해에 있어서는 단순히 대응방법을 알고 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습관화되어 몸에 배어있어야 한다. 알고 있다고 해서 모든 순간에 아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난 때의 인간 행동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원시상태에서부터 인간이 지녀온 생존의 방식을 뇌가 본능적으로 따르는 것인데, 이러한 원시적 생존본능은 문명사회에서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생존본능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대응이 반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난이 발생한 후에 판단회로를 작동시키려고 들면 이미 늦는다. 생존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어쩌면 단 몇 초의 시간뿐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의 핵심은 준비의 필요성이며, 결국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재난 정책과 철저한 사전 훈련이다. 가능한 재해를 예상할 수 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재해가 닥쳤을 때 좀 더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유형의 위험에 대해 준비할 수는 없지만, 비상구나 비상계단이 어디에 있는지와 같은 간단한 정보만으로도 낯선 재해로 인한 생사의 갈림길에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희망적이다.
이 책의 목적은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지로 인한 왜곡된 공포심을 극복하고 상황을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생존자와 생존의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생존의 길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재난은 늘 생각지도 못한(unthinkable) 모습으로 우리를 위협하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믿을 만한(thinkable)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 책을 읽고 사람들에게 권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와 우리의 가족, 친구들이 정말로 생각지 못했던 것에 대해 정신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을 읽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가시키는 일이 아니다. 있을 수 있는 일들을 극복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정신적 기술과 법칙을 배웠기 때문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그런 불안감을 오히려 해소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재해 상황에 대한 교훈과 그러한 방법으로 자신을 구하는 데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비관적이거나 염세적인 책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재해에 대해서 공황이라든가 전문구조대원들이 구하러 오기만을 이기적으로 기다리는 혼란과 파멸의 장면만을 그린다면, 리플리가 당신에게 몇 가지 암시적인 연구와 예시를 줄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현실은 훨씬 더 흥미롭고 희망적이다.”
이 책은 우리를 악몽의 가장 음침한 곳으로 이끌고 가서 손전등을 켜고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게 할 것이다. 그 후에 우리는 전보다 훨씬 영리하고 강해진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공황에 빠지지 말라. 이제 당신의 두 손 안에 해답이 있다.
목차
머리말 삶이 쇳물처럼 녹아내리다
Ⅰ. 거부Denial
1. 지연: 세계무역센터 1동에서의 늑장
2. 위험: 뉴올리언스에서의 목숨을 건 도박
Ⅱ. 숙고Deliberation
3. 공포: 인질상황에서의 몸과 마음
4. 회복력: 예루살렘에서 동요하지 않고 살아가는 법
5. 집단 사고: 비벌리힐스 서퍼 클럽 화재 때의 역할극
Ⅲ.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
6. 공황: 성지의 군중
7. 마비: 프랑스어 강의실의 시체놀이
8. 영웅심: 죽음을 무릅쓰고 포토맥 강에 뛰어들다
결론 새로운 본능의 창조
저자의 말
단상
참고문헌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