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시민운동과 시민단체들은 규모와 내용 면에서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저자는 시민단체의 성장을 이 책의 주요 주제이기도 한 사회운동의 일상화와 제도화라는 말로 자주 표현했다. 시민운동이 제도화된다는 것은 시민단체들의 자원과 조직이 안정되고 규모와 권위는 늘어나는 반면 시민으로부터는 점차 멀어지는 경향을 갖는다. 그것은 한국의 시민운동이 이제 획기적인 전환을 시도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에 와서 시민운동과 시민단체는 개혁적 정부운영의 영향으로 더 높은 수준으로 제도화되었다. 문제는 시민단체라는'보'에 더는 채우기 힘들만큼 물이 찼는데, 새로운 전환의 물꼬는 트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개혁적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무엇보다도 시민운동의 공이 컸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출범한 후 그간에 시민단체들이 추구했던 개혁 의제들을 정부와 개혁 정당이 주도하면서, 시민운동단체는 오히려 일손을 놓은 듯했다.
시민운동은 사회통합을 향한 전략적 전환이 요구되는 가장 급박한 시기에 가장 지체된 행보를 보인 셈이다.
그럼에도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이 같은 덫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시민운동에서 찾아져야 한다. 참여, 평등, 평화, 환경 등 시민운동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가 극단적 주관주의의 덫을 넘어서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회개혁운동이 확산되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개혁운동의 주기를 맞은 시민운동은 무엇보다도 균열과 대립의 질서를 합의와 소통의 질서로 바꾸기 위해 과감한 전략적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과거를 통해 미래가 보인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시민사회 운동 과정을 되짚는다면, 새로운 운동주기가 단순히 운동의 이슈와 방식이 달라지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질서가 바뀌는 거대 전환의 사회변동을 반영하는 새로운 운동주기로 변해야 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서문: 오늘 한국의 시민운동은 무엇을 꿈꾸는가? 제I부 사회운동연구와 ‘시민’의 사회학 제1장 사회학 패러다임의 변화와 사회운동연구의 동향 제2장 좌절된 계급주의:‘대중’과 ‘시민’의 사회학 제II부 민중의 분출: 이념과 저항의 급진화 제3장 광주항쟁과 1980년대의 사회운동문화 제4장 1980년대 학생운동의 반미주의와 대중화전략 제5장 1980년대의 사회운동세대, 386 제III부 시민의 도전: 운동의 제도화 제6장 시민운동조직: 이데올로기ㆍ자원ㆍ행위양식 제7장 시민운동의 정당성위기와 새로운 운동주기 제8장 시민사회의 재구조화와‘전자적 공중’ 제IV부 새로운 전환과 전망 제9장 한국사회의 전환: 갈등과 통합의 패러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