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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전쟁

개인저자
김종대 지음
발행사항
서울 : 인물과사상사, 2016
형태사항
312 p. ; 21 cm
ISBN
9788959063963
청구기호
390.911 김75ㅇ
일반주기
표제관련정보: 대한민국 안보를 파멸시킨 탐욕의 세력들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6054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6054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사드는 구세주가 아니다”
“한국의 핵무장은 가능한가?”
“북한발 공포를 생산하는 매카시즘”
“미국과 중국이 서해에서 충돌한다면”


대한민국 안보 실종 사건
“안보 없는 ‘안보공화국’의 자화상”


201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광명성 4호) 발사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곧바로 청와대와 새누리당, 보수언론과 국방부는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거나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연일 공세를 펼쳤다.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특별담화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동북아시아 안보지형을 바꾸는 사건”이라며,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월 10일에는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대북 봉쇄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정세를 살펴보면 미국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저비스가 말한 ‘안보 딜레마’의 다양한 양상이 표출되고 있다. 상대방이 단순히 자신의 방어를 위해 불가피하게 취한 군사 조치도 무언가 다른 공격 신호로 인식되어 우리에게 또 다른 군사 조치를 요구하게 되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이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포착한 중국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둥평 31A와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평 21D를 증강하고 유사시 한반도를 타격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렇게 되자 한반도는 남북한의 군사적 갈등에서 시작된 군사적 대치가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적 갈등으로 도약하는 국제전의 양상으로 전환되었다.
한반도가 북한의 재래식 무기부터 핵과 미사일로 이어지는 비합리적인 군비경쟁의 양상이다. 여기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군사적 행동은 대부분 상대방의 방어적 조치를 자신에 대한 공격 신호로 해석하는 잘못된 신호체계의 문제임이 드러난다. 이렇게 본다면 국제정치에서 안보 문제는 실제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키는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상대방의 불확실한 의도를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해석학의 문제’로 환원된다.
이러한 안보 문제의 딜레마적인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의 안보를 위해 주변국 눈치를 보지 않고 어떤 군사 조치도 할 수 있다”는 자기과시는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잘못된 신호 해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우발적 충돌의 위험을 관리하는 성숙한 위기관리 능력을 주변국에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상대방의 신호를 잘못 해석하지 않는 합리적 행동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군사 조치만이 아니라 외교력을 적절히 배합할 줄 아는 실력, 우리만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정까지 도모하는 전략적 식견을 갖춘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다.
군사안보평론가 김종대의 『안보 전쟁』은 누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지 살펴보고 완전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아보는 ‘안보 사용 설명서’다.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국가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확대하는 고장 난 신호체계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로막는다. 우리가 실패한 안보 체제 속에서 불안하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종대의 『안보 전쟁』은 바로 그런 무수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어떻게 한국의 안보가 고장이 난 비합리적 안보로 왜곡되었는지를 고발하고자 한다. 안개 속을 걷는 불확실성과 모호함으로 가득 찬 군사적 영역에서 우리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증진하고 평화와 공존의 새 역사를 만들려면 각종 과장과 왜곡으로 점철된 군사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가짜 안보’가 판치는 한반도에 ‘진짜 안보’를 확립하는 길이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사드는 구세주가 아니다

주한미군사령관 커티스 스캐퍼로티 대장은 2014년 6월에 북한이 “발사 고각을 높여 사거리를 줄이는 새로운 전술은 노동미사일로 남한을 타격하려는 의도”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본국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요격 체계의 한국 배치를 요청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이제껏 한미의 북핵 미사일 대책기구인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서 한 번도 고려된 바 없는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의 자기 방어를 위한 군사 조치라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는 한반도 방어 현실에 맞지 않는다”라며 주한미군사령관의 사드 배치 주장에 거리를 두었다.
한국의 사드 배치론에 고무된 중국 국방부는 시진핑 주석에게 “앞으로 3년간 400억 달러씩 국방비를 증액해 지금의 1,200억 달러인 중국의 국방비는 3년 후에 2배인 2,400억 달러로 확대”하는 계획을 보고했다. 늘어나는 국방비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 미사일과 감시자산인 군사위성, 정찰기, 해상전력에 집중된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추시보』도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드는 2015년에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사드는 현재 생산 중인 무기”라며 당장 한국에 배치할 사드 포대가 준비되지 않았음을 밝혀 논란이 종결된 사안이다. 미국에는 현재 5번째 사드 포대가 창설되었지만, 요격 미사일은 총 100기에 불과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사드 요격 체계가 아직 완전한 무기 체계는 아니다. 사드가 주된 요격 대상으로 상정하는 중거리 미사일을 상대로 시험 발사를 한 것은 2012년 10월에나 이루어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상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항공기에서 떨어뜨린 공대지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이다. 2013년 9월의 시험 역시 외부에는 성공했다고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인지 미국 정부는 밝히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려면 적어도 3개 포대 이상이 필요하다. 즉,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하고 싶어도 당분간은 배치할 사드 포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군사전략이란 유연한 것인데 사드가 대한민국 안보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경직된 믿음은 오히려 한국 안보에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것이다. 대중이 인기 걸그룹에 열광하듯이 사드를 구세주처럼 떠받드는 이상 열풍은 안보 없는 ‘안보공화국’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안보를 위협하는가?

2013년 8월, 미국 보잉사의 F-15SE가 차기 전투기(F-X) 사업의 가격 입찰에 단독으로 통과해 유력 후보 기종으로 사실상 굳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미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압박하고, 미 전직 국방부 장관 윌리엄 코언이 록히드마틴의 고문사 대표로 전투기 판매에 개입하는 조짐이 보였다. 9월에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단 2시간 만에 결정이 끝나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기자실에서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F-15SE로 최종 결정을 예상하고 기사를 준비하던 국방부 기자실은 발칵 뒤집혔다. 극히 일부 위원들은 결정이 늦춰질 경우 공군의 전투기 사업이 지연되는 데 이어 ‘한국형 전투기 사업’도 차질을 빚어 공군에 심각한 전력 공백이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미 국방부 안보협력국과 미 공군 관계자들은 “핵심 기술 이전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만일 한국이 기술이 필요하면 미국에서 별도로 구매해야 하고, 구매를 하더라도 한국형 전투기 체계 종합은 기술을 제공하는 미국 업체가 해야 한다”며 우리의 전투기 개발을 전면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기존의 전투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새로운 사업의 대안을 내놓아도 시원찮을 판에 기존의 사업에 대한 기득권에 연연하다가는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전투기를 철공소에서 만드는 것으로 아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의 문외한이다. 김관진 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한 내용을 보면, 미국과의 기술 이전 협상에 대한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레이더와 적외선표적추적장치 등 핵심 장비를 개발하는 기술적 준비 정도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미 한국형 전투기 체계 개발이 착수되어 앞으로 10년이라는 개발 시한까지 제시된 상황이지만, 전자식 레이더는 총 6단계 기술 수준 중에서 3~4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관진 실장이 “필요한 기술의 90퍼센트를 확보했다”고 말한 것과 한참 동떨어진 실상이다.
북한의 위협을 조작하는 탐욕스러운 세력들은 항상 ‘방산 비리 척결’을 외친다. 그 백미는 이명박 정부 시절 방위사업청장으로 임명된 일명 ‘MB의 아바타’로 불린 장수만 전 청장이었다. 2011년 2월 그는 뇌물 혐의로 적발되어 구속되었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취임하는 검찰총장, 경찰청장, 감사원장이 전부 ‘방산 비리 척결’을 내걸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무기 소요 자체는 성역으로 남겨두고 입찰이나 계약 과정, 원가 산정 단계라는 최종 집행 단계에서만 비리를 적발하는 수사를 하니까 거꾸로 무기 도입 비리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더 늘어났다. 이후 군의 거센 공격을 받은 방사청은 예산 편성과 기종 결정 권한을 상당 부분 군에 빼앗기면서 ‘식물청’으로 전락했다.
박근혜 정부의 폐단은 군 출신을 지나치게 중용한 나머지 군사적 편향이 문민통제(civil control)의 규범까지 위협하는 징후를 표출하는 데 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주관적 이익만 도모하는 군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임도 자명하다. 더 나아가 군 혁신의 실패는 국가 혁신의 실패로 직결되는 재앙 요인도 내장되어 있다. 이런 왜곡된 현실을 지탱하는 정서적 배경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담보로 임무를 수행한다는 군의 민간에 대한 우월주의와 엘리트 의식인데,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함몰되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다. 더구나 국가안보를 뿌리째 뒤흔드는 접근을 정치가 주도하게 되면 안보가 불안해서 도대체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왜 군대는 악마가 되는가?

윤 일병 사망사건에서 우리가 알고자 하는 바는 “이 죽음의 진정한 배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군이 사건 직후부터 은폐하려는 진실은 무엇이며, 왜 이 거대한 조직은 그 은폐를 이어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군은 28사단 한 포대의 의무대에 있던 피고인 6명이 살인의 의도가 없이, 어쩌면 별다른 이유도 없이 나약한 한 동료를 잔혹하게 때려서 숨지게 했다는 사실 외에는 특별히 더 말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런 사실마저도 은폐하려고 질식사라고 주도면밀하게 짜맞춰놓고 유족에게는 수사자료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목격자인 김 일병과의 접촉도 차단했다. 군인권센터가 잔혹한 폭행 사실을 폭로하고 나서야 마지못해서 28사단에서 제3군사령부로 관할 법원을 이관하고 공소장을 살인죄로 변경했다.
군의 폐쇄적인 사법체계 안에서 자행되는 부실 수사와 말바꾸기, 증거 조작과 같은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려면 윤 일병 사건은 처음부터 다시 수사할 필요가 있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사건의 배후에서 사건의 축소·은폐에 작용하고 있다면 재판부가 살인죄로 판결을 하는 데 많은 장애가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면 살인죄 적용이 이제 와서 두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이제껏 사건을 축소?은폐했던 세력에 새로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있다. 그것이 바로 윤 일병 죽음의 진정한 배후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병사들과 간부, 심지어 고위 군 지휘관까지 관통하는 공통의 인식이 발견된다.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하는 피해 병사에게도 책임이 있을 것이라는 암묵적 전제다. 이것은 병사와 간부 사이에 체결된 일종의 정서적 공감대이자 최소한의 합의라고 할 수 있다. 이유가 없는 구타는 없다. 반드시 병영 내에는 ‘구타 유발자’가 존재한다고 본다. 그 구타 유발 요인은 조직이 요구하는 과업에 따라오지 못하는 낙오자다. 이렇게 집단의 가치를 우선시하다 보면 비록 한 개인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한 행위 자체는 잘못이지만, 목표를 달성하려는 집단의 속성 자체는 잘못이 없다. 병사들의 관습헌법이 묵인되는 이유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사연들을 보면 대개 체력이 약하거나 따돌림을 받아 고통스럽게 군 생활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복무 부적응자에게 군은 생지옥이나 다름없다. 아직까지 우리 병영은 약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통해 건강한 병영 공동체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부적응자까지 포함해 우리 군이 전방에 30만의 육군을 비롯해 65만의 대군을 유지할 필요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우리가 군에 대해 가급적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자기 수련의 기회로 삼는 것이 개인과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우리 병영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생활과 복지 여건을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의 병영은 전투원의 생명 가치가 총체적으로 경시되는 전근대성의 잔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회복하라

2014년 3월 말 무인기 소동은 한국의 국내 정치를 넘어 한반도 전쟁에 대한 인식에 무언가 본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남북한 정부에 과거의 전쟁 인식은 ‘방어 우위’에 입각한 전쟁관이었다. 상대방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비용이 너무 과다하기 때문에 우리 영토를 잘 지키고 방어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안전하다는 전쟁관이다. 그런데 이제는 방어보다는 공격 비용이 훨씬 저렴해지는 ‘공격 우위’로 전쟁관이 변화하고 있다. 혁신적이고 공세적인 정책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게 효과적이라는 인식이다. 이런 전쟁관이 남북한 정부 양측에 똑같이 적용되면서 상대방의 군사위협으로 인한 안보 문제에 국가적 불안과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시작했고, 그만큼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의 요인이 증가했다.
북한 핵 문제의 본질, 즉 원형은 안보 문제다. 그러나 진보 정권의 ‘퍼주는 전략’이나 보수 정권의 ‘기다리는 전략’ 어느 것도 북한의 안보 문제가 핵심이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았다. 두 전략의 공통점은 북한의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를 경제적으로 지불하되, 진보 정권은 미리 경제지원으로 관계를 증진한다는 점에서 선불제이고, 보수 정권은 핵 포기를 하면 그때 지원한다는 후불제다. 북한 핵 문제의 요체는 ‘경제와 안보의 교환’이 아닌 ‘포괄적 안보와 안보의 교환’이다. 북한에는 강경한 압박정책이냐, 유화정책이냐를 떠나 북한은 주변국에 포위되어 있다는 ‘포위심성’이 약화되도록 하는 것이 한국 안보에 가장 유리한 방책이다. 우리가 북한과 똑같이 선제공격 전략을 채택해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은 더욱 이에 반발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북한의 새로운 한반도 전쟁 전략, 일명 ‘판갈이 전략’이라고도 하는 속전속결의 전쟁 전략이 구체적인 가능성으로 떠올랐다. ‘3일 전쟁 계획’이라고도 하고 ‘7일 전쟁 전략’이라고도 하며, 국방부가 ‘제4세대 전쟁’이라고도 부르는 새로운 통일대전의 시나리오다. 공세적인 군사 행동은 북한의 안보 우려를 오히려 심화시킴으로써 북한을 끝내 항복시키겠다는 결의를 드러낸 것이고, 이는 안보 딜레마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심화하는 방향으로 국면을 유도한다. 미국도 1시간 이내 전 세계 타격이라는 새로운 군사 교리를 선보이면서 한반도는 새로운 전쟁이 실험되는 교리의 전시장처럼 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전략과 전략, 개념과 개념이 충돌하는 새로운 양상의 한반도 전쟁 이미지가 떠올랐다.
우리는 미래 전쟁 양상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이미 우리는 북한에 대해 우리 능력 이상으로 갖은 압박을 구사했다. 이제 무엇을 더 압박한다고 해도 사태는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임계 상황에서 2015년 8월 25일 판문점 합의는 과거 군사적 긴장을 감수하는 치킨 게임과 달리 먼저 대화를 박차고 일어서면 지는 자가 되는 ‘역치킨 게임’이라는 새로운 양상을 선보였다. 대화를 포기하면 지는 자가 되는 이 이상한 게임의 결말은 조잡한 합의서 한 장이지만, 일단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되었다는 사실은 평가할 만하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북한을 보라. 무슨 전쟁을 하는 지도자가 전쟁 위기 중에 매일 군부대를 방문하고 그 동선을 언론에 다 노출시키는가? 미국은 또 어떤가? 한바탕 전쟁 소동을 일으켜 방위산업체의 주가를 폭등시키고 국방비를 증액할 명분으로 활용한 다음에 그 단물을 다 빼먹자 갑자기 언제 그랬느냐는 것처럼 사태를 정리해버린다. 이렇게 보면 동북아시아는 국제사회의 전쟁 에너지를 발산하는 데 적절한 공포가 조성되는 일종의 극장, 즉 와다 하루키가 말한 ‘극장 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 체제가 더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긴장 속에서 분단이 영구화되는 상시 긴장구조가 굳어질 것임을 예감케 한다. 그러나 완전한 전쟁도, 완전한 평화도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 속에서 한반도는 국운이 융성하는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없는 처지인 것만은 분명하다.
목차

책머리에 고장 난 신호체계와 ‘안보 딜레마’ 004

제1장 안보 없는 안보공화국

북한의 핵실험과 한국의 핵무장론 019
대통령의 ‘무모한 결단’ | 누가 고립되었는가? | 한국의 핵무장은 가능한가?

사드는 구세주가 아니다 029
‘미사일 계획’이 국경을 바꾸다 | 사드는 완전한 무기 체계가 아니다 | 국제정치 생태계를 관리하라

미국과 중국이 서해에서 충돌한다면 040
G2 전쟁 시나리오 | 정치·군사 전쟁의 급소 | 한반도는 위험한 ‘링의 한구석’

북한의 SLBM 발사는 ‘대성공 사기극’이다 050
공포로 번지는 북한의 뻥튀기 | ‘공포의 균형’이 최상의 안보 전략인가? | 두려움에 빠지지 않는 법

한반도 북단에 ‘군사 강대국’이 출현했는가? 060
사드와 북한 핵공포론 | 상상력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 미국보다 미국을 더 믿는 세력

한 손에는 핵무기, 한 손에는 농기구 070
‘동시전장화’와 ‘속전속결’이라는 새로운 전쟁 전략 | “우리의 심리전이 200퍼센트 성공했다”? | 전쟁 준비보다 이권에 민감한 군대

주한미군은 왜 탄저균을 반입했을까? 080
탄저균 포자가 퍼지면 | 무허가 불법시설에서 탄저균을 취급하다 | 왜 미군은 비밀시설에서 세균전에 대비하는가?

한국군은 누구의 지휘를 받는가? 090
여러 개의 모자를 쓴 커티스 스캐퍼로티 | ‘작전계획 5015’ 누설을 조사하라 |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상한 시스템

사이버전쟁은 누가, 왜 일으키는가? 101
미국과 북한의 사이버전쟁 | 만약 소니 해고자들의 소행이었다면 | 사이버전쟁은 정치전쟁이다

대한민국 파멸 시나리오 111
“방공망이 뚫렸다” | 북한발 공포를 생산하는 매카시즘 | 공포는 안보를 잠식한다

벼랑 끝에서 평화의 빛줄기를 찾을 것인가? 121
‘퍼주는 전략’과 ‘기다리는 전략’ | “4축 이론이 군사계획에 반영되었다” | 완전한 전쟁, 완전한 평화

제2장 누가 안보를 위협하는가?

‘한국형 전투기 사업’ 막전막후 135
왜 록히드마틴사의 F-35A가 선정되었는가? | 핵심 기술 이전 논의를 거부하다 | 전투기 없는 공군

‘괴물 전투기’는 철공소에서 만드는가? 144
청와대의 엉터리 KF-X 사업 결정 | 허황된 ‘초현실적인 계획’ | 용기인가, 만용인가?

‘국제 호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154
초대형 무기 거래 스캔들 | 로비스트 린다 김은 이렇게 말했다 | 왜 방사청은 ‘식물청’으로 전락했는가?

무기 수출 국가라는 오명 164
최루탄은 군사독재정권이 만든 기형아 | ‘방산 수출액 100억 달러’라는 비현실적 목표 | 한국이 개발한 전차를 터키가 먼저 만든 이유

보수세력은 국가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는가? 174
정보기관의 정보 유통법 | 무지를 정치로 바꾸는 모르핀 | 정치권력에 놀아나는 국가정보

‘제4세대 전쟁’ 선전포고를 하려는가? 185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인가? | 제4세대 전쟁론 | “어떤 정치적 표현도 구애되지 말고 구사하라”

흑색선전보다 초코파이가 효과적이다 195
어느 날, 북한 공작원이 되었다 | ‘종북 프레임’에 갇힌 국방부 | 제임스 포레스털을 기억하라

박동혁 병장이 탄 참수리호는 왜 아둔했는가? 206
누가 차단기동을 지시했는가? | 왜 군에는 지휘관이 있는가? | “누가 박동혁 병장을 죽였는가?”

군사주의가 위협하는 민주주의 218
암투로 번진 군인들의 전쟁 | 군 출신 인사 기용, 탕평인가 패권인가? | 군사주의 편향과 통치 이데올로기

공포에 기생하는 탐욕의 세력들 230
북한의 장사정포는 허깨비다? | MB의 ‘번개사업’ | 탐욕의 전쟁

제3장 왜 군대는 악마가 되는가?

애국군인이 되는 것도 힘들다 243
치료비는 너희가 내라? | ‘삥 뜯어’ 지급하는 위로금 | 희생을 ‘애국심’으로 포장하다

‘가제트 특전사’들이여, 한계를 성찰하라 253
평양 지하철을 장악하기 위한 ‘특전사’ | ‘가제트 형사’ 신드롬 | “전쟁에 도덕의 논리를 개입시키지 마라”

‘지배하는 군대’가 악마를 양성한다 263
“재판 똑바로 해. 살인이야 살인!” | 아직도 은폐는 계속된다 | 부실 수사를 비호하는 국방부 | 사람을 ‘지배하는’ 한국 군대

병사들의 왕국은 안전한가? 275
‘구타 유발자’에 대한 암묵적 동의 | 히틀러의 게토가 우리에게 던지는 것 | ‘그린 캠프’는 치료소 역할을 해낼까?

고문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84
‘진짜 사나이’의 불편한 진실 | 왜 사관학교의 자퇴생은 늘어나는가? | ‘고문관’ 손 이병은 왜 자살했는가?

왜 총기 사건이 빈번한가? 293
최전방의 총기 사건은 ‘개인의 문제’인가? | 병사들은 피해의식과 고립감에 빠져 있다 | 군대 전체를 붕괴시키는 시한폭탄

대한민국 장교는 어떻게 고령화되는가? 303
육군 역사상 가장 심각한 인사 파동 | 장교의 고령화로 인한 ‘노인 군대’ | 군 인력 적체 불만이 낳은 두 차례의 쿠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