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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1912~1945. 상: 성장과 시련

개인저자
유순호 지음
발행사항
서울 : 서울셀렉션, 2020
형태사항
748 p. : 삽화, 지도, 초상 ; 22 cm
ISBN
9791189809317 (상권) 9791189809300 (세트)
청구기호
340.99 유57김
서지주기
참고문헌, 연표와 색인 수록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8487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8487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국내 최초로 시도된 김일성 논픽션 다큐멘터리(1912~1945년)
항일연군 생존자 및 관련자 200여 명 인터뷰 자료 수록
김일성을 중심으로 서술한 만주 항일무장투쟁의 정사(正史)와 비사(祕史), 야사(野史)의 종합판


『김일성 1912~1945』는 1912년 출생부터 1945년 평양으로 귀향하기까지 김일성의 33년 동안의 행적을 1930~40년대 만주 무장 항일투쟁을 중심으로 집중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1982년부터 20여 년 가까이 동북 3성의 항일투쟁 관련 지역 전체를 도보로 답사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항일연군 생존자 및 관련자 200여 명을 직접 취재했으며, 중국 정부의 기록보관소인 중앙당안관에 소장된 자료와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및 중화민국 등의 원시자료를 참고하여 1930~1940년대의 만주 항일투쟁사와 김일성의 역할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또한 이 책은 북한에서 김일성을 신격화하고 우상화하는 기초가 된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날조,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아 김일성이란 인물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그동안 중국공산당 항일연군이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독립투사로 인정받지 못했고 북한에서도 김일성 신화 만들기에 밀려 잊혀버린 항일독립투사들을 조명하는 점에서도 이 책은 특별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의 특징

1. 국내 최초로 시도된 김일성 논픽션 다큐멘터리(1912~1945년)

1912년 출생부터 1945년 평양으로 귀향하기까지 김일성의 33년 동안의 행적을 1930~40년대 만주 무장 항일투쟁을 중심으로 집중 조명한 책이다. 독립운동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일찍 부모를 여의었지만 낙심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여 혁명가로 성장한 과정을 담았다. 평양에서 태어난 김일성은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 김형직과 함께 1922년에 중국 장백현 팔도구로 옮겨갔고, 1930년대에는 중국공산당 소속 항일연군으로서 만주에서 항일투쟁을 벌였으며, 1940년에는 소련으로 탈출하여 1945년 평양으로 귀환할 때까지 88국제교도여단에 편성되어 소부대 활동과 특수훈련을 받았다.
이 책은 학술 논문이나 정통 역사서의 형식 대신 논픽션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서술했다. 수많은 관련 자료들과 다양한 증언자들의 진술을 비교 분석하여 만주에서의 항일투쟁사를 항일연군과 김일성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면서 독자들이 당시 상황을 가장 실제적이고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방식이 논픽션 다큐멘터리였기 때문이다. 특히 김일성과 항일연군에서 함께하면서 일본군과 싸운 증언자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도록 그대로 인용했고, 일부는 대화체로 서술하기도 했다. 그 목소리들은 당시 만주의 상황과 김일성에 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며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김일성 관련 연구서들과 북한에서 발간된 『항일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 김일성 본인이 직접 쓴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전 8권, 7~8권은 김일성 사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계승본으로 발간) 등의 내용과 관련 자료, 증언 등을 대조 비교하면서 객관적 사실들을 수집하고 잘못된 부분들을 바로잡는 데 집중했다.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시각에 치우치지 않고 증거를 찾아 사실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데 충실했다.

나는 김일성 항일투쟁사를 자세하고 실사구시하게, 남북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기술한 제대로 된 책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와다 하루키) 외에도 임은(林隱)의 『김일성왕조비사』나 서대숙(徐大肅)의 『김일성』, 김찬정(金贊汀)의 『비극의 항일빨치산』 같은, 그나마 권위를 인정받은 책들도 더러 있지만, 이런 책들의 가장 큰 단점은 실제로 김일성과 항일연군에서 함께했던 연고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제대로 발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머리말’에서

2. 동북 3성 항일투쟁지 전역 답사 및 항일연군 생존자 및 관련자 200여 명 인터뷰 자료 수록
저자는 1982년부터 20여 년 가까이 동북 3성의 항일투쟁 관련 지역 전체를 도보로 답사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항일연군 생존자 및 관련된 사람 200여 명을 직접 취재했다. 1980년대만 해도 김일성과 항일투쟁을 함께한 조선인(한인)이나 중국인들이 적잖이 살아 있었고, 유가족 중에는 직접 작가에게 연락하여 만난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는 북한 인민무력부장이었던 오진우의 친조카 오은숙(중국 연변 도문시 석현진 거주)과 항일연군 시절 김일성 직계 상사로 동북인민혁명군 제2군 참모장이었던 유한흥의 딸 유효화(중국 북경 거주)도 있다.
하권 부록에 인터뷰한 사람들 142명(외 가족 및 지인 76명)의 목록을 실었다.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을 취재했으나,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 명단은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취재에 응해준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단순히 이야기만 들려준 것이 아니라 항일연군 활동 관련 회고 자료나 김일성과 관련한 사진과 기록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중국인 피취재자들은 김일성과 같이 활동한 항일연군 생존자와 유가족, 연고자들과 역사반혁명분자로 불리는 만주군 생존자나 변절자, 만주국 경찰 등 관련자, 여전히 항일 유적지에 살고 있는 거주자들과 역사학자(마연개, 양강), 작가 등이다. 조선인(한인) 피취재자들 역시 김일성과 같은 시기에 활동했으나 북한에 들어가지 않고 중국에 남은 항일연군 생존자들과 유가족, 연고자, 역사학자(박창욱, 한준광, 김우종, 호유인 등) 등이다. 그 외에 다양한 조직에서 항일투쟁을 벌인 독립운동가들과 재미교포, 탈북 작가 등이 있다.
각 권에 답사 자료와 사료를 토대로 관련 지도를 그려 넣었다. 1930~40년대 항일연군 활동 지역과 항일 세력 분포도, 동녕현성전투와 무송현성전투 지도, 북만원정 노선도와 서북원정 노선, 김일성의 소련 철수 경로와 다시 소부대로 파견되어 만주로 나왔다가 귀환한 노선도 등이다. 하권 부록에 김일성 및 일가의 사진들과 이 책에 등장하는 당시 항일연군에서 활동한 인물 중심으로 288명의 사진도 실었다. 구하기 쉽지 않았고 사진의 상태도 썩 좋지 않지만, 사료 가치는 충분하다.

실제로 김일성과 함께 항일투쟁을 했던 조선인, 또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게 살아 있어서 나에게는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 가운데 특히 중국인들, 예들 들면 종자운(鍾子雲), 왕일지(王一知), 이형박(李荆璞)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나아가 위포일(魏抱一), 양광화(楊光華), 한광(韓光)같이 1930년대 당시나 해방 후 중국공산당 중앙에서 굉장히 높은 위치에 있던 고위 간부들이 모두 살아 있었고 나를 직접 만나주기까지 했다. 내가 두 발로 직접 중국 대륙을 샅샅이 뒤지다시피 하면서 찾아내 취재했던 생존자들 가운데는 당시 만주국 정부에 소속되어 일본군에 협력했던, 그래서 ‘한간’ 또는 ‘얼구이즈’로 불렸던 적측 증인도 적지 않았다.

이 책의 많은 자료가 그들 또는 그들의 유가족에게서 적지 않게 나왔다. 그러다가 『세기와 더불어』 3권과 4권이 나왔을 때는, 이미 여러 차례 만나 취재한 적이 있었던 김일성의 항일연군 시절 중국인 전우 이형박과 또 만나(1998년) 몇 가지 역사 사실 고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예로, 김일성 회고록 3권에서 “주보중(周保中)의 요청으로 제1차 북만원정을 진행했다.”고 한 고백은 전혀 사실에 들어맞지 않는다. 당시 ‘민생단’으로 몰려 처형 직전까지 갔던 김일성을 주보중이 있었던 북만주 영안으로 피신시켰던 사람은 당시의 중국공산당 동만특위 위원 겸 왕청현위원회 선전부장이었던 왕윤성(王潤成)이었다. -‘머리말’에서

3. 김일성을 중심으로 서술한 만주 항일무장투쟁의 정사(正史)와 비사(祕史), 야사(野史)의 종합판
이 책은 한국, 북한, 중국 연변 등에서 출간된 관련 도서 외에도 중국 정부의 기록보관소인 중앙당안관에 소장된 자료와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및 중화민국 등의 원시자료(부록, 참고문헌 목록 참조)를 참고하여 1930~1940년대의 만주 항일투쟁사와 김일성의 역할을 최대한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김일성과 많은 조선인이 중국공산당 항일연군으로 참가하여 무장투쟁을 벌여온 관련 자료들은 중앙당안관 문서 외에 중국 각 성과 현의 문사자료와 항일연군 참가자의 회고록, 당시의 일본군과 만주국 보고서와 현황자료 등을 조사 연구하는 과정에서 허다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
김일성과 조선인 항일연군 참가자를 중심으로 당시 만주 항일투쟁 상황을 재현하면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부분들 외에 그간 자료는 존재하나 드러나지 않았던 비사들과 증언자들을 통해 수집한 야사들 가운데 근거와 출처가 분명한 사실들을 사건과 시공간에 맞추어 재구성했다.
그동안 김일성과 관련한 많은 연구논문과 책들이 나왔지만, 남북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인 관점과 자세를 견지한 것은 거의 없었다. 만주 항일투쟁사에서 수많은 조선인(한인) 혁명가들이 코민테른의 1국 1당주의 원칙에 따라 중국공산당에 몸을 담고 항일투쟁을 하면서 세운 투쟁 업적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으며, 특히 한국에선 더욱 인정받지 못했다. 저자는 수많은 자료와 증언자들의 증언을 조사 연구하면서 한국 독립운동사의 많은 부분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만주 항일무장투쟁이 한민족 독립운동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자 했다.
후기에서 저자는 스탈린의 소련공산당과 중국공산당, 일본의 관계에 관해서도 고찰한다. 소련은 중국공산당의 항일투쟁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수정하고 일본과 뒤에서 중국을 삼킬 음험한 거래를 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항일연군과 조선인(한인)들은 소련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선봉대였음을 지적한다.

김일성이 중국공산당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런 자료들을 중국에서 찾아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물론 중국 자료 대부분은 김일성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김일성을 ‘김모모’로 대체하기 일쑤였다. 그 ‘김모모’가 바로 김일성이라는 것은 이미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조금만 연구해도 ‘김모모’의 항일투쟁사와 당시 북한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명성을 날리던 ‘항일 명장 김일성’의 항일투쟁사에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아주 많은 걸 밝혀낼 수 있었다. -‘머리말’에서

스탈린의 ‘대중국전략’은 자신들의 꼭두각시인 중국공산당을 이용하여 ‘중국인들끼리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이었고, ‘대일본전략’은 일본을 이용하여 ‘아시아인들끼리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이었다. 결국 중국이나 일본 모두 소련공산당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꼴이었다. 결국 소련의 대중국 침략 책동에 철저하게 이용되면서 맨 앞에 선 것이 바로 중국공산당이었고 그 가운데 만주 항일연군이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 김일성도 그 항일연군의 일원이었을 따름이다. -‘후기’에서

4. 북한에서 발간된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날조, 왜곡된 부분 바로잡기
1990년대, 김일성이 쓴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북한에서 출간되기 시작하여 1~6권까지는 본인이, 7~8권은 북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계승본으로 발간했다. 이 회고록에서는 김일성을 조선의 항일혁명을 주도하여 승리로 이끈 위대한 영웅으로 그린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김일성을 항일투쟁을 조작한 ‘가짜 인물’로 치부한다. 과연 김일성이란 인물은 어떤 존재일까?
저자는 김일성 평전을 쓰기 위해 항일전적지를 답사하며 관련 자료를 수집하던 중 회고록이 출간되자, 회고록에 쓰인 내용과 자신이 조사 연구한 자료들을 비교 검토했다. 관련 생존자나 연고자, 역사학자 등에게 회고록 내용의 진위에 관해 취재했으며, 직접 사실을 고증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회고록의 내용을 반박하거나 왜곡된 부분을 지적하는 곳이 꽤 많다. 같은 부대 지휘관을 잘못 소개하는 사소한 실수부터 자신의 참모장을 아예 없는 존재로 만드는 왜곡뿐만 아니라 자신의 업적이 아닌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장이나 거짓말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왜곡과 거짓이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신격화하고 우상화하는 기초가 되었고, 한국에서는 김일성을 배척하고 가짜 인물로 치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회고록의 내용을 바로잡는 일은 김일성이란 인물의 실상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통일 후의 한민족사 기술을 위한 객관적인 기초가 될 것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분장을 걷어낸 김일성의 민낯과 진짜 실체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회고록의 오류 몇 가지만 간단히 소개한다.
- 북한에서는 중국공산당 항일부대였던 항일연군 2군 6사가 독립적인 ‘조선인민혁명군’이며 김일성은 이 부대 ‘사령관’이라고 주장한다. 이 부대 구성원은 모두 조선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부대는 중국공산당 소속이며, 2군 6사 산하의 연대장들이었던 손장상과 전영림, 마덕전, 서괴무 및 중대장 무량본 등은 모두 중국인이다. 특히 김일성 자신의 참모장이었던 왕작주나 무량본의 이름은 회고록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 회고록 제4권에서 조선혁명군이라 소개한 사진은 실제로는 일본군 토벌대 사진으로 명백한 오류다.(상권 19쪽)
- 1937년 6월의 보천보전투 역시 김일성 본인이 직접 그곳에서 전투한 것이 아니며, 더더욱 보천보 주민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한 적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회고록에서는 자신이 보천보전투를 직접 지휘했고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것으로 묘사한다.

오늘의 중국 흑룡강성 가목사(黑龍江省 佳木斯)에서 항일연군 시절 김일성이 사단장직을 맡았던 2군 6사 산하 8연대에서 중대장으로 복무한 적 있는 아주 중요한 중국인 연고자 무량본의 가족과 그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고 있는 여러 지인들과 만나게 되었다. 나는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1937년 6월, ‘보천보전투’ 당시 김일성 본인은 정작 보천보 현장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보천보전투 현장에 김일성이 없었다는 증언은 그 전에도 있었다. 김일성의 경위소대장이었던 기관총사수 강위룡(姜渭龍)은 1945년 광복 이후 북한으로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중국 연변에서 살았는데, 거짓말할 줄 모르는 고지식한 그의 입에서 허다한 비밀이 새어 나왔다. 그러다가 북한으로 돌아간 다음에는 강위룡도 어쩔 수 없이 이런 이야기들을 다 뒤집었다. 북한 정부가 주문하는 대로 김일성의 항일투쟁사를 과장하고 부풀리는 행렬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머리말’에서

5. 다양한 인간 군상과 생활상을 담은 역사 실록
이 책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구국의 일념으로 일제와 괴뢰 만주국에 목숨을 걸고 맞선 투사들뿐만 아니라 항일투쟁의 삶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던 중국의 조선인들, 혁명가의 가족이나 항일 근거지에서 자란 아이들도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일본군과 만주군, 동족을 배신하고 적에 협력하는 부역자와 일본군에 투항한 후 항일연군 소멸에 앞장섰던 자들이 있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만, 영웅 외에도 배신자와 패배자와 무수한 무명의 사망자도 낳는다. 이 책은 1930~40년대 만주 항일투쟁의 비장한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그 이면의 충성과 배신, 모략과 음모 등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 어느 역사물보다도 더 긴박하고 역동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이미 역량 있는 소설가로 인정받은 저자는 당시 상황과 여러 사실 증거자료들로 각 인물을 입체적이고 개연성 있게 살려냈다.
역사적인 인물들의 모습이나 뒷모습은 흥미롭다. 의열단 소속 테러리스트이자 엄청난 혁명 이력을 지녔으며 김일성의 뒷배였으나 결국은 일본에 투항한 오성륜(전광), 진한장이나 장울화 같은 김일성의 친구들, 김일성 회고록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으나 김일성의 군사(軍師) 역할을 했던 왕작주, 양정우의 충성스러운 참모이며 부하였으나 결국 배신하고 양정우를 몰락하게 만든 안광훈과 정빈, 밀정 염응택 등 수많은 인물이 명멸한다.
무엇보다 김일성 자신도 자유롭지 않았던 민생단(1930년대 초엽 일제 특무기관의 이간책에 따라 간도 지방 조선인 혁명가들이 중국인 혁명가들에 의해 일본 첩자로 몰려 학살당한 사건) 혐의로 수백 명의 조선인 혁명가들이 처형당한 일은 나라 잃은 백성의 비참함과 서러움을 일깨워준다. 이 책이 헌정 대상으로 밝힌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항일독립투사들’은 이와 같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다 억울하게 숨진 수많은 목숨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동상에 걸리고 부상과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가족을 동원해서 귀순 책동을 펴는 일제의 간교한 술책에 속아 전향했지만, 죄책감에 못 이겨 돌아오면 처형당할 줄 뻔히 알면서도 의연히 양심과 정의를 선택한 이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지를 깨닫게 해주는 반면교사이자 귀감이기도 하다.
인물 외에도 당시 만주의 사회 상황과 생활상, 항일유격대를 비롯한 구국군이나 무장토비들의 군부대 상황, 유격대와 더불어 근거지를 옮겨가며 살아가던 백성들의 생활상, 근거지 이후 건설된 다양한 밀영 모습과 생활상도 살펴볼 수 있다. 항일연군의 군복이나 모자(부됸노프카) 이야기, 모젤 권총(싸창)이나 특이한 모습의 창검이 달려 있는 기관총과 작탄, 수류탄 등 무기 이야기, 명선(전화선)에 집게를 부착하여 전화를 도청하는 이야기, 직간접적으로 만주 항일부대 주요 지휘관들과 연결되어 있던 중국공산당 수뇌부의 모택동이나 왕명, 진담추 같은 유명 인사들 사이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와 국제 정세 등을 망라한 이 책은 가히 타임캡슐처럼 한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주는 백과사전이자 역사 다큐멘터리로 손색이 없다.

출간 의의

1. 남북 화해와 공존의 전제인 ‘진짜’ 김일성 찾기

우리가 아는 김일성은 누구인가. 한국과 북한이 아는 김일성은 같은 인물일까. 분명 두 나라의 김일성은 다른 인물로 보일 정도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김일성을 북한을 폐쇄적인 공산주의 사회로 만들어 지배한 3대 세습 독재의 시조로 여기며, 한민족 통일의 걸림돌로 여겨왔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그를 항일독립투쟁을 주도한 탁월한 지휘자로서 위대한 영도자로 받들며, 지금도 그의 자손이 최고지도자 자리를 잇고 있다. 남북이 화해하고 통일에 이르는 것이 민족 번영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공감을 얻고 있는 지금, 김일성 바로 알기는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는 첫걸음이자 공존의 전제 조건이다. 남북 모두 왜곡과 과장을 벗겨낸 김일성의 실제 모습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저자는 김일성이 1945년 평양으로 귀환하기까지의 청년 시절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시작하고 만주에서 중국공산당 항일연군 군사지휘관으로서 무장 항일투쟁을 벌여나간 과정을 추적했다. 자료를 수집 조사하고 현장을 답사하며 항일연군 생존자들과 연고자들을 취재하면서 얻은 결론은 김일성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운 진짜 항일투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처럼 대부분 전투를 승리로 이끈 위대한 영웅이기보다는 살아남고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 한 젊은이였을 뿐이다. 승자라서 살아남았기보다는 살아남았기에 승자가 된 것이다. 죽음이 일상인 비극적인 시대였기 때문이다.
폄하와 신화 양쪽 모두를 걷어내고 항일투사로서 김일성의 공과를 바로 아는 것,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을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남북 모두에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 일, ‘진짜’ 김일성 찾기의 시작이다.

김일성의 문제는 ‘진짜’냐 ‘가짜’냐가 아니었다. 이 김일성이 중국공산당에 참가하고 있었던 ‘항일연군의 김일성’인 것만은 틀림없다. 중요한 것은 과연 그가 얼마만큼이나 항일투쟁을 벌여왔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장되거나 위조된 그의 항일투쟁사 가운데서 어느 부분만이 김일성 본인의 것인가를 밝혀내는 것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와 목적이다. -‘머리말’ 중에서

2. 1930~40년대 만주 지역의 한인 항일무장투쟁 역사 복원
1919년 이후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민족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기 시작했고, 만주에서도 민족주의 계열과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이 뒤섞여 항일투쟁을 시작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활동과 투쟁 방법으로 조직을 꾸리고 중국 항일단체들과 연대하거나 독립적으로 일본에 대항했다. 이 책 상권은 민족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였던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의 활동과 함께 우리 민족 독립운동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평안도 북부 출신 독립운동가인 오동진, 현익철, 양세봉과 조선혁명군, 지청천의 한국독립군 등의 알려지지 않았던 행적을 소개한다.
1930년대 초반 이후, 민족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은 만주 지역에서 떠나 상하이 임정과 합류했고, 만주에서 활동하던 사회주의 계열 운동가들은 1국 1당주의라는 코민테른 원칙에 따라 조선공산당을 해체하고 중국공산당 당원이 되어 항일연군에 편입되었다. 이들 중에는 상하이에서 의열단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아리랑의 노래』 주인공 김산이 가장 존경한 인물 전광(오성륜)이 있다. 김일성의 상급 지휘자로서 만주 항일연군에서 활동한 그의 행적을 본문과 부록 주요 인물 약전을 통해 자세히 소개한다.
그러나 항일연군에서 활동한 이들의 항일투쟁 기록은 일부만 한국 독립운동사에 기록되었으며, 북한 역시 김일성 중심의 항일투쟁사를 만들어가면서 많은 독립운동가의 업적과 행적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이 한 일을 김일성의 업적으로 둔갑한 사례도 한둘이 아니다. 이처럼 한반도와 만주를 아우르는 한인의 항일투쟁사는 남북 둘 다 반쪽짜리이며, 항일투쟁 과정에서 나온 수많은 희생자도 이념에 눌려 제대로 조명되거나 추모되지 못했다. 1930~40년대 만주를 중심으로 한 우리 민족의 항일독립투쟁을 담은 이 책이 잃어버린 반쪽의 공백을 일정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3. 이름 없이 사라져간 항일독립투사에게 헌정
이 책은 “김일성과 함께 1930년대를 보냈던,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항일독립투사들에게” 헌정하는 책이다. 나라 없는 백성으로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가 오로지 일제를 타도하고 독립한 조국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던 수많은 사람이 기꺼이 항일투쟁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일제와 싸울 수만 있다면 중국공산당이든 구국군이든 항일연군이든 가리지 않고 들어가 총을 들었고, 조직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떠한 고난이나 죽음까지도 마다하지 않은 항일독립투사들이다.
수많은 독립투사가 일본군이나 만주군과의 전투에서 전사하거나 투옥되어 고문으로 사망했고, 병이나 굶주림, 추위로 죽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중국공산당 항일연군이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독립투사로 인정받지 못했고, 북한에서도 김일성 신화 만들기에 밀려 잊힌 사람이 수없이 많다. 늦었지만, 이 책이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온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한 항일독립투사들께 위로가 되길 바란다.

북한의 역사 왜곡 작업의 희생물로 바쳐져 제대로 된 이름 석 자도 남겨놓지 못하고 사라져간 수많은 우리 민족 항일 영령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들이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대의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우다 죽었는데도 남북 어느 정권에서도 공적을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그 자체도 억울한데, 공적까지도 한 정권에 필요한 한 사람의 ‘수령’을 위해 모조리 도난당한 모습은 정말 분노를 넘어 슬프기까지 하다. 내가 이 책을 ‘김일성과 함께 1930년대를 보냈던,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항일독립투사들에게’ 헌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머리말’에서

4. 한민족 독립운동사의 완성을 위한 사료적 가치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1982년부터 중국 동북 3성의 항일투쟁 전적지 전체를 도보로 답사하고 각 지역 성급, 현급 문사자료와 발간자료 및 항일연군 참가자의 회고록 등 관련 자료를 모으거나 열람했다. 중국 정부 중앙당안관 소장자료와 한국과 중국, 연변에서 발간된 서적을 비롯해 미국, 일본, 러시아 및 중화민국 등의 원시자료도 참고했다. 또 항일연군 생존자 및 관련된 사람 약 200여 명을 직접 취재하여 만든, 당시 상황을 마치 현장에서 마주하듯 생생하게 들려주는 인터뷰 자료와 기록들은 충분히 사료적 가치가 있다. 특히 해방 후 중국 정부에 의해 전쟁범죄자로 판결받고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다가 1960년대를 전후하여 특별사면을 받고 풀려난 만주국 고위 관료 출신들과 만주군 고위 장성들이 사법기관에 제출한 범죄 공술자료 또는 생생한 회고담들 모두 이 책 속에 증언 자료로 인용했다. 이 같은 자료들은 현재 북한의 노동당 역사연구소에서도 가지고 있지 않은 독보적인 사료들로 이 책을 통해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1930~40년대 만주 지역에서 항일투쟁을 벌인 이들 중에는 한인이 무척 많지만, 이들이 세운 전공(戰功)이나 업적이 제대로 알려지거나 평가받지 못했다. 특히 이 책 부록에 담은 <6. 만주 공산당 항일부대 한인 지휘관(군사 간부) 및 주요 당 간부 목록>은 당시 군사기관(유격대, 혁명군, 항일연군 등)에서 군사직무 또는 당직을 겸직한 소대장급 이상의 한인 목록이며, 이들의 소속과 사망 연월일, 사망 원인을 조사, 정리해서 만든 유일무이한 자료다. 이 책이 한민족 독립투쟁사를 더 자세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자료로 쓰이길 바란다.
목차

상권
1부 성장
1장 출신과 출생 | 2장 만주 망명 | 3장 정의부의 품속에서 | 4장 남만참변 | 5장 붉은 5월 투쟁
2부 혁명
6장 소사하 기슭에서 | 7장 만주사변 | 8장 남만원정 | 9장 노흑산의 겨울
3부 시련
10장 동만주의 봄 | 11장 반민생단 투쟁 | 12장 동녕현성 전투 | 13장 불타는 근거지
4부 붉은 군인
14장 불요불굴 | 15장 제1차 북만원정 | 16장 동틀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