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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웃음의 나라: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개인저자
정병호 지음
발행사항
서울: 창비, 2020
형태사항
375 p. : 삽화, 초상 ; 23 cm
ISBN
9788936486501
청구기호
309.1111 정44ㄱ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8574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8574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지구상 가장 고립된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일상과 내면을 생생하고 다채롭게 풀어내는
실천적 문화인류학자의 북한문화 심층탐구

문화이해를 통해 분단시대 남북 문화교류의 발판을 제공하는 책 『고난과 웃음의 나라: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문화인류학자이자 구호활동가, 탈북 청소년 교육자이기도 한 저자 정병호(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약 20년 동안 10여 차례 방북해 기근 구호활동을 펼치고 조-중 접경지역에서 탈북민과 교류하는 등 활동가로 활약하며 현장연구를 진행해왔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풍부한 대북접촉 경험을 기반으로 북한주민의 삶을 다채롭게 풀어냄과 동시에 북한체제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균형 있게 서술한 책이다. 2013년 출간되어 국내외에서 화제를 일으킨 저자의 전작 『극장국가 북한: 카리스마 권력은 어떻게 세습되는가』가 주로 김일성-김정일체제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분석으로 권력의 작동방식을 다룬 학술서라면, 이번 책은 김정은체제의 변화와 전망을 타진하면서도 권력체제에 포함되지 않는 주민의 일상과 의식까지 담아낸 생생한 현장기록이다. 책은 작금의 북한주민의 삶과 내면이 어떻게 형성되어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그에 따라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를 설명해준다. 궁극적으로는 남과 북이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데 꼭 필요한 상호이해의 밀알을 제공하는 저작이다.

이념국가에서 발전국가로
김정은 시대 사회주의 문명국의 꿈과 현실

김정은 시대의 권력연출과 국가경영은 ‘반복과 변화의 메시지’를 통한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로 설명할 수 있다. 국제적 고립과 오래 기근으로 배급제를 비롯한 국가제도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서 김정은은 개방과 경제부흥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위계질서와 체제안정의 기반 위에서 진행되어야 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선대 지도자들의 통치 방식을 계승함과 동시에 그 내용과 양식에는 시대상황의 변화를 반영해 현대적‧물질적 욕망을 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김일성을 쏙 빼닮은 외모와 스타일, 장엄한 예술공연, 산업현장 현지지도 등 기존의 권력연출 방식을 재현하면서도 팝 음악과 모란봉악단 등 파격적인 공연, 스키장과 놀이공원 같은 화려한 오락시설, 서양음식점과 종합백화점, 고층건물과 네온사인이 즐비한 도시경관이 쏟아져 나오는 데에는 이러한 정치적‧문화적 배경이 자리한다. 사회주의 문명국이라는 목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회주의 문명국은 이념국가의 용어(사회주의)로 발전국가로의 국가목표(문명국) 전환을 명시한 것이다. 저자는 성공적인 권력세습을 통해 체제방어에 성공한 김정은이 본격적인 발전국가로의 전환에 착수했다고 분석한다. 또한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했던 북한의 발전국가 노선들을 되짚으며 앞으로의 변화를 타진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나올 것인지, 북한의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들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공화국의 내면과 핵협상의 심리구조

실제로 북한 사람들의 심리와 문화를 이해하면 핵폭탄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놓지 않는 북한체제의 의도와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기근 구호활동을 위해 실제 실무자들과 직접 협상테이블에 앉아 지난한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사람들의 협상의 문화패턴을 발견해냈다. 당장 구호물품이 필요한 북한이 아쉬운 입장이지만, ‘당혹스럽게도’ 그들은 ‘효율’과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태도를 취한다. 덕담을 나누다가도 돌연 도덕적 우위에 서서 트집을 잡으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대화를 끝내버린다. 이 모든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그들은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자신들의 도덕적인 원칙과 자존심을 지켜낸다. 저자는 이렇게 빈한한 사정에도 도움의 손길을 구걸하지 않겠다는 결기와 도덕주의적 주장, ‘단숨에’ 뜻을 이루고자 하는 태도, 자존심과 결사항전의 의지가 북한 당국과 엘리트집단뿐 아니라 주민들의 의식에도 담겨 있는 문화적 ‘아비투스’라고 분석하며, 이 연장선상에서 핵폭탄은 상대를 위협할 만한 무기를 쥔 채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관철시키겠다는 사회적 생존전략이라고 말한다. 결국 핵폭탄은 북한체제가 우리를 인정해달라는 절박한 외침인 것이다. 저자는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속내를 헤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시된 행복과 가족국가의 소속감

북한의 문화예술 공연에서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숨가쁘게 활짝 웃는 아이들의 미소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어린 아이들에게 가혹한 훈련을 강요하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세뇌한다는 식의 냉전적 사고틀을 넘어서면 그 미소의 문화적 배경을 한층 깊게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방북 당시 여러 유치원과 탁아소, 학교를 둘러보며 만났던 아이들과 교육환경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과 인민의 웃음을 문화인류학적으로 분석한다. “우리는 행복해요” 슬로건이 걸린 유치원에서 ‘세상에 부럼 없어라’ 노래를 부르는 굶주린 원생들을 보며 저자는 놀랍게도 아이들이 진심으로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참혹한 현실과 동떨어진 표어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행복은 단순한 세뇌의 산물이나 연출된 모습이 아니다. 북한사회는 치밀한 상징작업과 권력연출을 통해 ‘행복을 교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은 ‘아버지’ 지도자의 시혜에 감읍하며 공동체적 행복을 공유한다. ‘어린이는 나라의 왕입니다’라는 김일성의 교시와 아이들 간식 콩우유(두유) 공급에 총력을 펼치는 장군님의 온정, 아이들을 위해 밥상 높이를 낮추도록 명령했다는 ‘낮아진 밥상’ 덕성실화, 집집마다 걸어두는 ‘장군님 식솔’ 족자 등 인민의 일상 곳곳에서 가족국가의 관계와 소속감을 발견할 수 있다. 온 인민이 지도자를 어버이로 의식하고 그의 보살핌 속에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이런 의미연결 체계는 오랜 시간 역사적‧사회적‧문화적으로 거듭 다져져온 표현이다. 북한 특유의 과장된 극장국가적 연출과 가족국가적 국민의식이 결합되어 지도자는 ‘신 없는 나라의 신’이 되었고 수령을 사모하고 찬양하는 음악은 찬송가로 울려퍼진다. 남과 북이 함께 웃기 위해서는 이처럼 서로가 느끼는 행복이 전혀 다른 층위에 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물질적 풍요가 아닌, 정서적 풍요와 소속감에서 오는 북한 사람들의 웃음을 이해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 북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시장경제의 대두와 과학기술의 강조, 불평등의 심화

저자는 북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며 문화인류학자 특유의 기민한 감각으로 디테일한 문화적 현상과 일상의 변화를 감지해낸다. “교수 아들은 교수가, 농부 아들은 농부”가 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은 뜻밖에도 저자가 북한에서 만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당일꾼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지도자의 권력세습 덕분에 북한에서는 다양한 직종의 세습과 계급의 재생산이 장려되고 있다. 이념적으로 ‘사회주의’와 ‘혁명’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 북한은 자본주의사회와는 다른 방식의 불평등한 사회주의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의 강남 8학군 엄마들의 치맛바람 못지않은 평양 엄마들의 교육열,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 교수들과 과학자들이 입주한 평양판 ‘SKY캐슬’은 계층구조의 심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역차별도 빼놓을 수 없다. 평양-지방의 철저한 구분과 차별은 북한 사람들의 중심지향성을 강화하고 중심과 주변의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조부모 또는 증조부모의 사회적 계급성분에 따라 출신성분이 서열화되고 핵심-동요-적대계층이라는 정치적인 계급구분도 존재한다. 우생학을 바탕으로 인종적 우월성을 강조하며 배타적인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같은 맥락에서 ‘평양은 나라의 얼굴’이라는 기치 아래 장애를 가진 평양시민을 평양 밖으로 내쫓는 등 장애차별도 노골적이다. 가부장적 가족국가 질서 속에 여성과 남성 간의 위계서열과 성역할 고정관념 또한 고착화되었다.

변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남과 북이 하나되는 그날을 꿈꾸며

하지만 사회 전반에 스며든 불평등과 차별의 틈바구니에서는 억눌려왔던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기도 한다. ‘고난의 행군’시기 이래 주민들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길을 모색해왔다. 공식적인 배급체계가 무너지고 비공식경제가 이를 대체하면서 ‘남한보다 더 자본주의 같은’ 면모가 싹트기 시작했다. 저자는 조-중 접경지역에서의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파견노동자의 삶, 밀수와 뇌물이 횡행하며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무역 현장을 생생하게 그리고, 장마당과 시장이 확장되면서 여성들이 생활경제의 주역으로 활약함에 따라 가부장적 성별 위계질서에 생기고 있는 균열에도 주목한다. 그러나 저자는 다양한 북한사회의 변화를 체제붕괴의 조짐으로 성급하게 해석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식적인 제도와 비공식적인 일상 간의 괴리는 지금도 커지고 있지만 두 흐름 모두 현실이고 그 둘이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하며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데에도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남과 북은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감수성을 연마해야 진정한 공존을 꿈꿀 수 있다. 북한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의 안개를 걷어내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 책이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작은 한걸음이 되리라 기대한다.
목차

여는 글
1장 청년장군
1. 아무리 공화국이 어려워도: 핵폭탄과 협상전략
단숨에!: 미사일과 식량구호 |심리를 리해 못 하십니까?: 협상의 문화패턴
2. 척척척 발걸음: 세습과 변화
꼭 같으셔요 | “그깟놈”에서 “좋은 친구”로
3. 외화벌이 일꾼들: 이념에서 발전으로
철없이 돌아온다고 하면 안 되겠다 | 민족보다 국민
4. 사회주의 문명국: 좌절과 도약
발전국가 모델 | 마식령속도로 앞으로! | 기술혁명과 도약발전 |
시도와 좌절의 역사 | 과거, 현재, 미래
2장 행복을 교시하는 나라
1. 우리는 행복해요: 관계와 소속감
세상에 부럼 없어라 | 선물의 아주 특별한 의미 |
언 감귤과 병든 소 | 장군님의 생일선물 |활짝 웃어라: 자랑스러운 공연
2. 어린이는 나라의 왕입니다: 아이들의 영양식
콩우유차는 왕차 | 콩우유는 두유가 아니다
3. 그리운 장군님: 연모의 찬송
낮아진 밥상: 덕성실화 | 장군님 식솔: 가족국가의 표어 |
충성동이 효성동이 마음껏 커요
3장 아버지 나라의 교육
1. 혁명의 으뜸종자: 고아들의 아버지
만경대혁명학원 | 아버지 사진을 모신 이유 | 대를 이은 혁명가족
2. 이역에서 자라는 아들딸: 입양의 정치
동유럽 조선인민학교 | 냉전과 입양의 정치 | 재일 조선학교
3. 세쌍둥이는 나라의 보물: 사회공학실험
복받은 세쌍둥이 | 멋진 신세계
4. 교수 아들은 교수로, 농부 아들은 농부로: 교육과 계급재생산
평양의 교육열성파 엄마들 | 평양 SKY캐슬과 대안교육 | 예술공연과 납치
4장 태양민족의 탄생
1. 해님과 해바라기: 수령과 인민
고향의 봄 | 만경대 고향집
2. 고향집에서 궁전까지: 신화와 순례
민족의 태양 | 태양기념건축 |시조왕릉: 단군릉, 동명왕릉, 왕건왕릉 |
거대 동상과 동상공원
3.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영생과 부활
락원의 꽃밭 | 금수산기념궁전 전설
4. 세 장군 전설: 백두혈통의 탄생
정일봉 탄생설화 | 혁명의 성산, 백두산
5. 아리랑공연: 극장국가의 축제
움직이지 않는 중심 움직이다 | 금수산기념궁전과 호찌민묘
5장 빨치산과 고난의 행군
1. 미국놈들 콧대를 꺾어놓았죠: 저항의 역사
악한 것을 물리친 역사 | 원쑤놈들을 미워하는 마음
2. 조선이 없으면 세계도 없다: 선군정치
총 든 사람 말 들어야지 | 총폭탄 결사옹위 | 꽃 파는 처녀 |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3. 넓고, 깊고, 조용한 굶주림: 대기근의 상처
사회주의 기근: 분단체제의 대응 | 탈북난민: 탈냉전시대의 유랑민 |
비겁한 자여 갈 테면 가라
4. 고난의 행군: 재앙의 미화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기근과 웃음 |
키 크기 운동과 키 크는 약: 정신주의의 한계 |
닭알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과시적 강박
5. 구충제와 영양증진제: 기근 구호와 관료주의의 벽
함경도 아이들에게 남해의 미역을 | 요오드화 소금과 국제기구 |
민족이란 게 뭐인가?
6장 차별과 처벌
1. 지방진출 파견장이 떨어졌다: 중심과 주변
평양과 지방 | 평양 것들 | 중심지향
2. 지주였나?: 계급과 성분
차별의 역전: 연좌제와 세습 | 신분상승 전략: 교육과 결혼
3. 성분이 깨끗해서: 순수와 오염
다문화는 민족말살론: 인종차별 | 평양은 나라의 얼굴: 장애차별
4. 혁명의 두 수레바퀴: 남성과 여성
녀성은 꽃이라네 | 남남북녀
5. 녹음하는 소리 안 들려요?: 감시와 처벌
혁명화와 수령님의 은사 | 아직 끝나지 않았네
7장 저변의 흐름
1. 필요한 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비공식경제
단둥의 식량창고 | 길이 없으면 함께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
얘네들은 돈맛을 좀 들여야 돼
2. 조선이 더 자본주의 같아요: 공식과 비공식
돈주와 대방: 밀수와 뇌물 | 장마당과 시장: 여성들의 공간
3. 이팝에 고기국, 비단옷에 기와집: 이루지 못한 꿈
풀과 고기를 바꾸자: 식생활 | 바지 입은 녀성 출입금지: 복장검열 |
려명거리와 하모니카집: 주거공간
4. 저리 놀면 정말 재밌지: 놀이와 웃음
중세의 가을: 놀이의 세계 | 시간 훔치기: 웃음과 저항
5. 우리는 교양을 잘해서: 조직생활과 역할극
생활총화: 고백의 문화 | 사회적 교양과 통과의례 |
말밥에 오르지 않게 하라: 겉과 속 | 늬들이 혁명을 알아?: 역할극 |
그래도 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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