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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착자료

단행본

전환의 모색: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

발행사항
서울 : 생각의 나무, 2008
형태사항
327 p.; 23 cm
ISBN
9788984988330
청구기호
309.111 장96ㅈ
서지주기
색인 수록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0837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0837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한국의 지성 김우창, 장회익, 최장집, 도정일로부터 대답을 듣다
이 대담들은 우리의 현실을 전망하고 그것에 의거해서 좌표설정을 할 수 있는 원근법을 제시한다.


우리 시대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러한 세계 자본주의의 현실에 대응하고 그것을 더 큰 인간적 가치에 의해 통제할 수 있는 공동체적 능력을 급격하게 상실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세계 자본주의의 현실은 인간의 이러한 능력에 적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근대를 이끌어왔던 거대담론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이름하에 무장해제당하고 난 뒤, 변화의 양상을 조망하고 그 변화를 추동하고 있는 근본적인 힘들을 드러낼 수 있는 인간의 지적 능력은 이제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에게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현실을 전망하고 그것에 의거해서 좌표설정을 할 수 있는 원근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전에 물어야 할 질문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질문은 사실은 하나의 질문이다. 좌표를 설정하는 일과 전환을 기획하는 일, 그리고 대안을 모색하는 일은 한 가지 행위의 다른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여건종,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의 “대담”은 우리 사회의 담론적 지형에 깊은 영향력을 남긴 지식인을 모시고 그의 지적 역정, 핵심적 사상, 그리고 오늘의 삶의 상황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계간 《비평》에서 기획한 것으로, 장회익, 최장집, 도정일, 김우창 선생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장회익의 ‘온생명사상,’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도정일의 ‘시장전체주의,’ 김우창의 ‘심미적 국가’는 이들의 생각이 집약된 중심개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개념들이 오늘 우리의 삶에 어떠한 전망과 대안의 지혜를 줄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이 책의 대담은 2007년 4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진행되었는데, 성장, 효율, 경쟁, 자율의 가치를 표방하고 추진되고 있는 오늘의 정치적 현실 속에서 더욱 중요한 울림을 전해준다. 현 정부의 정책방향은 이 대담에서 우려했던 오늘의 세계와 우리 사회의 핵심적 문제들을 더욱 부정적으로 심화시켜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대담들이 제기하는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대안의 기획은 전환을 위한 새로운 모색의 출발점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장회익: 온생명사상, 과학문화, 삶과 학문의 새로운 방향(대담 진행: 정정호)

아주 원천적으로 보편적 학문을 하는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서양의 바탕 위에 놓인 그들의 것을 다른 바탕 위에 있는 우리가 한다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또 그렇게 해보았자 우리 문화 안에서 자리잡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도 어느 정도 역량이 되었으니까 우리 바탕 위에서 우리 학문을 하는 데 힘을 기울이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언어로 써야 하고, 특히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은 우리 생활에 대해서 보다 밀착해야 하고, 자연과학조차도 우리의 생각과 논리로 해야 합니다. 동양의 전통인 삶중심 학문과 연결해서 그런 식으로 우리에 바탕을 둔 학문을 해야 하고, 이것이 제대로 된 보편성을 지닐 때 자연스럽게 국외로 전파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 장회익

장회익은 주역과 실학의 과학사상과 물리학 이론을 접목시킨 온생명개념을 통해 자생적인 환경생태사상을 확립하였다. 이 대담에서는 온생명사상, 생태환경운동, 문학과 생태학적 상상력,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섭, 과학과 종교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로 이어졌다. ‘온생명’은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시작된 생명의 이해에서 발전된 개념으로, 이 개념은 현재 한참 논의되는 환경생태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
장회익은 온생명이 개별생명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기존의 과학기술과 생명공학도 온생명의 순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차원에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대담 속에서 온생명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인간의 중추신경계적 기능,’ ‘적절한 좌표변환’과 같은 주요 개념이 설명되었다. 여기에서 다루어진 여러 내용들은 지구와 인류의 광대한 규모의 역사를 아우르면서, 현대문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진중하게 모색하였다. 대담의 주제는 이어 과학문화와 우리 학문의 태도로 이어졌다. 장회익은 새로운 과학문화는 현재 우리 삶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과학은 인문학과도 깊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삶과 학문의 태도와 관련해서는 단순한 앎을 넘어선 삶중심의 학문을 제기한다. 제대로 된 앎을 이룬다는 측면에서는 서구학문의 엄밀성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것이 삶중심의 학문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우리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하며, 그 표본으로 교양교육의 심화와 확대를 이야기했다. 이 대담은 장회익이 제기하는 주요 개념과 주장들 그리고 우리 학문방법에 대해 비교적 쉽고 명료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장집: 민주주의의 민주화(대담 진행: 임지현)

운동과정에서 표출된 슬로건이 얼마나 급진적인가와 무관하게 실제로 그 사람들의 사회적 역할과 발언의 합리적 핵심은 기본적으로 권위주의체제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즉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에는 기존질서에 대한 근본적 안티테제라기보다는 이것을 대체로 수용하면서 체제에 순응했던 이중적인 면이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에서 기본적으로 그 중심세력은 학생들이었지 않습니까? 학생들은 대체로 한국사회에서는 최소한 중산층의 지위에 있는 사회계층적 배경을 갖는 세력이기 때문에, 4.19로부터 80년대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권위주의 질서에 도전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운동의 귀결점은 그것의 가치와 이념 자체는 그렇게 다른 것이 아니라는 이중적 측면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80년대의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를 보수적 민주화로 귀결되도록 하는 메커니즘으로 보입니다. ― 최장집

최장집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진보적 정치학자로 지난 10여 년간 한국 정치사의 중요한 전환기마다 시의 적절하고 의미 있는 발언을 해왔다. 대담에서 민주주의의 민주화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해방 이후 현재까지 한국 민주화의 과정과 우리 정치의 당면과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였다. 이 대담은 크게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이상과 현실, 성장 이데올로기와 신자유주의의 극복과 노동의 미래,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체제로 나누어볼 수 있다. 최장집은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수적 요소로 정당제도를 제시하면서, 수많은 요구와 갈등이 정당이라는 틀로 제도화되지 못해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고 한다. 아울러 산적한 문제를 운동의 논리로 풀려는 시각을 비판하고 정치제도의 정상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갈 것을 주장한다.

대담은 이어 비정규직 문제와 성장 이데올로기, 신자유주의에 대한 문제들로 이어진다. 최장집은 민주주의 문제와 관련해 사회경제적 시민권의 실현, 경제적 민주화를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제시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존립해야 함을 강조한다. 비정규직 법안이나 노동을 배제하는 구조는 그 자체로서도 민주적 가치와 상반되지만, 실제 경제적 측면에서 노동헌신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이루어내는 데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대담 후반부는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체제 문제에 집중되었다. 최장집은 통일과 관련된 감정적.낭만적 태도를 경계하였는데, 보다 넓은 시야에서 통일을 가능하게 이끄는 국제정세를 잘 살피고, 통일의 논의에서 확장하여 동북아 평화체제와 관련해서도 보다 현실적 접근과 대안모색에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하면서 대담을 마무리하였다.

도정일: 시장전체주의를 넘어서(대담 진행: 여건종)

정치전체주의와 시장전체주의는 서로 유사성을 가지면서 또 매우 다른 점도 갖고 있습니다. 시장전체주의가 오늘날처럼 막강한 세력을 갖게 된 것은 소비대중 스스로가 자유롭게 선택한 것이라는 자발성의 외피 때문입니다. 이 비강제성이 시장전체주의가 정치전체주의와 가장 많이 다른 점이죠. 그러나 시장전체주의하에서는 개인, 집단, 사회의 자유가 위축되고 제한받고 억압당합니다. 시장에 의한 개인정보의 관리를 보세요. 직업정보는 말할 것도 없고 재정상태, 신용도, 취향, 학력, 결혼정보, 교유관계, 생년월일, 주민번호, 여행경력, 자주 다니는 곳, 사생활, 구매패턴, 좋아하는 상품―지금 아무도 시장권력의 이런 광범한 정보망과 그 관리체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권력은 어디 한 곳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모든 시장, 모든 시장적 행위주체들에게 퍼져 있습니다. 이것도 시장전체주의의 작동법이 정치전체주의의 그것과 크게 다른 지점입니다.
― 도정일

도정일은 문학비평의 새로운 장을 연 우리 시대의 종합적 인문지식인으로, 현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대표로 있으면서 활발하게 도서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폭넓은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학문적으로 사회적으로 실천적인 지식인의 전범을 보여주는 도정일의 이 대담에서는 독서체험과 문학의 의미, 한국사회의 근대화과정과 문화적 민주화의 길, 시장사회와 대중의 문제, 실천인문학의 방법 등 다양한 주제들에 관해 의미 있는 논의를 하였다.

도정일은 근대에 대한 도전과 관련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근대와 동시에 배척할 수 없는 근대를 이야기한다. ‘과학적 방법’과 ‘비판적 사고’를 근대의 소중한 유산으로 들면서, ‘정신의 근대’가 빠진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국가의 미성숙한 근대를 비판한다. 아울러 최근에 팽배한 포스트모더니즘이 ‘몰가치사회’의 대두와 관련해 시장제일주의의 현대 자본주의가 좋아할 이론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도정일은 이어 정치사회적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토대로서의 가치, 신념, 태도, 정신상태, 지향성이 깔려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이성의 공적 사용이라는 문화적 능력과 토론문화를 거론하였다. “시장전체주의를 넘어서”라는 제목이 보여주듯이 도정일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시장사회의 문제로 규정하고, 시장전체주의를 향해 가는 우리의 모습을 공포의 서사와 선망의 서사라는 현상으로 분석하였다. 도정일 역시 앞에서 논의한 시민적 능력을 가진 대중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것을 위한 공공영역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시장전체주의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김우창: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한 패러다임(대담 진행: 박명림)

자유는 절대적 가치가 아니고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 중요한 가치가 되는데, 자유는 인간을 보다 인간적이게 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나에게 감명을 주었던 쉴러의 심미적 국가를 끌어들인 것입니다. 심미적 국가는 심미성을 이상하게 강조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권력에 입각한 국가에 대해서, 권력을 자유로 대치하면서도 일정한 인간적 규범이 성립하는 사회의 이름입니다. 반드시 미적인 것만을 존중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규범적일 수 있는 국가를 생각한 것입니다. 물론 평등 없이는 그것도 성립할 수 없습니다. ― 김우창

김우창의 이 대담에서는 김우창의 학문세계와 현 상황에 대한 심층적 대화가 이어졌다. 먼저 대담은 2007년 12월 대선에 따른 한국사회의 분위기와 민주화문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많은 기대를 안고 출범했던 이전 참여정부의 문제점으로 투쟁적?사회적 관점에서 충분히 인간가치를 전달하지 못한 점과 사회적 공공성보다 개발경제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점을 지적하였다. 이어 정치와 도덕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도덕을 정치에 맡김으로써 발생하는 폐해를 조선조의 예를 들면서 지적하였다. 민족주의와 통일과 관련한 문제에서는 궁극적인 통일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끊임없는 남북 간의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담 속에서 김우창 사유의 핵을 이루는 ‘심미적 이성’이 전두환의 등장과 관련된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되었고, 이후 그 의미가 확장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김우창의 『궁핍한 시대의 시인』과 관련된 이야기는 식민지시기와 유신시대를 아우르는 시대적 문제의식을 그의 작품 속에서 어떻게 녹여냈는가를 알 수 있게 하였다. 진리탐구와 관련해 “답은 문제에서 나오기 때문에 문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는 화두는 한국의 지식사회에 던져진 의미심장하고 주요한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대담 막바지에서는 종교와 관련한 중요한 문제가 던져졌다. 김우창은 인간과 세계 속에서 알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을 인정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차원에서는 종교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종교가 너무 쉬운 답을 찾고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 게 아니라 도그마에 갇히게 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한다. 이 대담은 김우창 사유의 핵심을 집어볼 수 있으며, 이전에 미처 듣지 못했던 김우창의 소중한 이야기를 듣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목차

머리말

온생명사상, 과학문화, 삶과 학문의 새로운 방향_장회익(대담진행:정정호)

민주주의의 민주화_최장집(대담 진행:임지현)

시장전체주의를 넘어서_도정일(대담 진행:여건종)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한 패러다임_김우창(대담 진행:박명림)

쟁점과 핵심어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