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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0. 이 책의 컨셉트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시장’이라는 개념과 단어가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 시장의 역사와 의미’를 교양서 수준에서 다룬 책은 드물다. 이 책은 전통시대부터 현대까지 이 땅에 존재했던 시장의 역사와, 시장에서 거래된 상품과 상거래 풍속, 또한 다양한 상인들이 활동했던 시장풍경을 ‘재미와 교양’을 담아 전하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사진과 그림 등 여러 시각자료들을 활용하되, 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관한 ‘사실’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장과 상인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그리고 있다.
1. 한국사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시장의 풍경]을 만난다
- 시장, 거래와 상품, 상거래 풍속 그리고 상인들
이 책 [시장의 역사]는 한국사를 삼국ㆍ고려 / 조선 전기 / 조선 후기 / 개항기 / 일제강점기 5개의 장으로 나눴고, 삼국~조선 후기까지가 【1부, 전근대의 시장】, 개항기와 일제강점기에 걸친 시기가 【2부, 근대의 시장】으로 묶였다. 곧 고대부터 해방까지, 시장이라는 공간과 상인이라는 주체가 펼친 생생한 ‘사회사’ㆍ‘문화사’ㆍ‘생활사’의 파노라마를 한데 모았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이라는 공간에 관해서는, ‘반역자를 공개처형하는 장소로서의 시장’, ‘가뭄이나 애경사에 따라 문을 닫거나 옮기는 시장’, 국가공인시장인 ‘시전市廛’과 사설시장인 ‘난전亂廛’의 경쟁, 뒤에 각각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이 되는 ‘칠패’와 ‘이현’, 근대의 모더니즘을 표방하면서 신식상품으로 무장한 진고개(현 충무로)와 명동 일대의 외국상인들, 종로 네거리를 축제의 한마당으로 만들었던 ‘종로 야시장’, 마침내 ‘근대의 쇼윈도’로 불리는 백화점(미쓰코시, 조지아, 화신, 동아 등)의 등장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시장의 공간사를 보여준다.
거래와 상품에 관해서는, 예로부터 물건 사러가는 것을 “장 보러 간다”고 하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수많은 상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유행하며, 소멸하는 역사를 거치며, 이 땅의 생활문화사를 만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생필품은 물론이고 기존의 가치관을 완전히 뒤흔든 혁명적인 상품들의 등장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문화현상이었다. 고추와 고추장의 탄생으로 비로소 보급된 빨간 김치, 금지된 쇠고기의 밀거래, 머리장식을 너무 과하게 하다가 목이 부러질 정도로 높아진 가발, 불씨 보존이라는 업보에서 여성들을 해방시킨 성냥, 조선인의 입맛을 장악한 일본조미료 아지노모도(味の素) 등, 실로 각양각색의 상품들이 시장을 통해 등장하고 소멸했다.
상거래 풍속 또한 격변의 세월을 거치면서 시대의 가치관을 대변하고 있었다.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던 ‘에누리’(에누리에는 [더 부르는 값]이라는 뜻과 [값을 깍는 일]이라는 뜻이 함께 들어 있다)와 ‘덤’(더음)에서부터, 여리餘利(잉여이익) 곧 차액을 노리는 여리꾼列立軍과 그들만의 암호 ‘변어’, 상품 품귀현상 때문에 암거래가 성행하면서 등장한 ‘야미’(暗, やみ), 서양의 ‘10센트 스토어’를 모방한 ‘10전 균일점’의 등장까지, 시장의 풍속도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바꾸었다. 상거래 풍속은 때로 일제에 의해 ‘비문화적 악습’으로 치부되고 타파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예로부터 내려온 에누리나 덤의 판매방식은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도 각장 할인판매나 사은품 및 포인트점수제로 당당히 부활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의 주체는 무엇보다도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거래의 주체이자, 시장이라는 무대의 ‘시장스러움’을 연출하는 존재로서, 가장 천한 신분계급으로부터 시작해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에 이르러서는 당당히 사업가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고대에는 국가의 노역조차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천시되었던 상인들(사농공상에서 맨 끝)이었지만, “장사꾼은 5리厘(작은 이익) 보고, 10리里 간다”는 속담처럼, 이윤추구를 목표로 시대의 변화에 대응했다. ‘~장수’, 흥정바치, 장돌뱅이 등의 하대에서부터, 조선 후기에는 국가공인 시전상인을 “힘써 일하는 자”로 일컬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상인이 ‘만민공동회’ 회장이 되어 대중을 이끌거나 수시로 독립운동에 참여했으며, 오늘날 현대에는 웬만하면 ‘사장님’으로 불리는 실정이다. 물론 간교한 방법을 쓰는 모리배나 악덕상인, 매점매석(사재기)을 해서 대중들의 습격(미전습격사건)을 받는 독점상인 등 부정적인 모습도 있었다.
2. [시장풍경], 9개의 스페셜 페이지
시장이라는 공간, 거래와 상품, 상거래 풍속, 그리고 상인. 바로 이 요소들이 ‘왁자지껄하고 사람 냄새 풍기는 시장’이라는 무대를 연출하고, 마침내 하나의 시장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책 [시장의 역사] 곳곳에 이런 시장풍경이 소개되고 묘사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소재들을 뽑아 별도의 스페셜 페이지 [시장풍경] 9개를 만들었다.
시장은 각 시대의 정세, 문화, 습속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연출한다. 시장은 단지 거래를 하는 곳만이 아니라, 권력자들이 대역죄인을 공개적으로 처형함으로써 일벌백계의 효과를 거두려고 하는 곳이었다.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대중과 함께, 그(들)를 버린다”는 의미를 공유하려 했던 것이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최영, 정몽주, 성삼문, 남이 등이 모두 시장에서 공개처형되어 잘린 목이 높이 걸리거나 버려졌다.
이렇듯 시장에서는 정치적인 공개처형을 거행하거나, 나랏일의 희로애락을 함께하거나, 가뭄을 물리치기 위해 시장문을 닫거나 옮기기도 했다. 또 시장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넘쳐나게 모이기 때문에 숱한 사건사고와 범죄의 무대가 되기 일쑤이며, 가난하고 처지가 딱한 사람들의 모습을 제일 먼저 발견할 수 있는 곳도 바로 시장이다. 개항이 된 뒤부터는 청상(중국상인)과 일상(일본상인)들과 조선상인들 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도 무수히 많았고, 식민지배가 강화되면서부터는 민족적 차별과 억압이 자행되어 세간의 문제를 일으키는 사건이 제일 많이 등장하는 곳도 바로 시장이었다.
한편 여리꾼 같은 중간상인들이 그들만의 암호를 주고받는 풍경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재래의 수동적인 판매 행위에서 광고와 브랜드에 자극을 받고나서부터 적극적으로 변해, ‘~상회, 상점’을 내걸기 시작하고 갖가지 광고 수단을 궁리하는 상인들의 모습도 새삼 정겹게 여겨진다. 또한 본격적인 신문광고가 시작되면서 신식물건들이 대거 광고에 등장하는 모습에서 근대의 모더니즘의 새로운 풍속도를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시장풍경은 인간의, 역사의, 살아 움직이는 생활상을 담은 “시대를 진열하는 창”인 것이다.
· 스페셜 페이지 '시장풍경' 리스트
- 시장에 내걸린 머리,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시장
- 시장에서 대중과 함께, 그를 버린다
- 나랏일에 따라 옮기거나 닫았던 시장
- 범죄의 무대가 된 시장, 과거에 낙방한 무사들의 구걸
- 흥정을 붙이는 여리꾼과 그들의 암호 ‘변어’
- 광고와 브랜드의 등장
- 조선상인과 청상ㆍ일상 사이에 벌어진 사건들
- 아지노모도ㆍ고무신ㆍ연탄ㆍ치약의 등장
- 식민지배 아래 일어난 숱한 사건들
3. 2008년 우수출판기획안 공모전 당선작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주최
2008년 6월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역사ㆍ과학ㆍ인문ㆍ사회 등 전 분야에서 ‘일반교양서’에 해당하는 우수하고 참신한 출판기획안을 발굴하여 창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2008년 우수출판기획안 공모전]에 총 134편이 제출되었다. 짧은 응모기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획안이 응모되었고, 그 가운데 모두 8편(역사 3종, 과학 2종, 철학 1종, 사회 1종, 인문 1종)이 당선되었다.
이 책 [시장의 역사 교양으로 읽는 시장과 상인의 변천사]는 1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역사 부분에 당선되었다. 애초 [시장의 역사] 기획 방향이 비록 범위나 대상은 한국사 전반의 사실을 다루더라도, 내용은 최대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설득력을 갖춘 교양서가 되고자 한 점이, 이 공모전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술서가 아니라 교양서”라는 취지와 맞았던 것 같다.
오늘날 한국은 시장 중심의 경제국가로 그 어느 시대보다 ‘시장’, ‘시장성’의 의미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나 ‘시장성’에 관한 서구 중심의 역사와 실용서는 넘쳐나지만, 정작 우리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전개되어온 ‘우리 시장의 역사’, ‘우리 시장의 풍경’은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21세기 들어 더욱 ‘시장’, ‘유통’, ‘경제’가 화두가 된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 우리의 역사적 뿌리를 토대로 한 ‘시장 이해’와 ‘시장을 둘러싼 풍부한 상식과 교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책의 기획 의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세계 속에서 한국의 시장을 끌고나갈 젊은이들과 일반인들이 ‘시장’에 관한 빈약한 이해와 교양수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반도의 역사에서 생생하게 펼쳐진 시장의 역사’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와 해박한 설명을 곁들인 교양서를 만들어서 공유하자는 데 있었다.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시장’이라는 개념과 단어가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 시장의 역사와 의미’를 교양서 수준에서 다룬 책은 드물다. 이 책은 전통시대부터 현대까지 이 땅에 존재했던 시장의 역사와, 시장에서 거래된 상품과 상거래 풍속, 또한 다양한 상인들이 활동했던 시장풍경을 ‘재미와 교양’을 담아 전하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사진과 그림 등 여러 시각자료들을 활용하되, 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관한 ‘사실’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장과 상인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그리고 있다.
1. 한국사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시장의 풍경]을 만난다
- 시장, 거래와 상품, 상거래 풍속 그리고 상인들
이 책 [시장의 역사]는 한국사를 삼국ㆍ고려 / 조선 전기 / 조선 후기 / 개항기 / 일제강점기 5개의 장으로 나눴고, 삼국~조선 후기까지가 【1부, 전근대의 시장】, 개항기와 일제강점기에 걸친 시기가 【2부, 근대의 시장】으로 묶였다. 곧 고대부터 해방까지, 시장이라는 공간과 상인이라는 주체가 펼친 생생한 ‘사회사’ㆍ‘문화사’ㆍ‘생활사’의 파노라마를 한데 모았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이라는 공간에 관해서는, ‘반역자를 공개처형하는 장소로서의 시장’, ‘가뭄이나 애경사에 따라 문을 닫거나 옮기는 시장’, 국가공인시장인 ‘시전市廛’과 사설시장인 ‘난전亂廛’의 경쟁, 뒤에 각각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이 되는 ‘칠패’와 ‘이현’, 근대의 모더니즘을 표방하면서 신식상품으로 무장한 진고개(현 충무로)와 명동 일대의 외국상인들, 종로 네거리를 축제의 한마당으로 만들었던 ‘종로 야시장’, 마침내 ‘근대의 쇼윈도’로 불리는 백화점(미쓰코시, 조지아, 화신, 동아 등)의 등장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시장의 공간사를 보여준다.
거래와 상품에 관해서는, 예로부터 물건 사러가는 것을 “장 보러 간다”고 하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수많은 상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유행하며, 소멸하는 역사를 거치며, 이 땅의 생활문화사를 만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생필품은 물론이고 기존의 가치관을 완전히 뒤흔든 혁명적인 상품들의 등장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문화현상이었다. 고추와 고추장의 탄생으로 비로소 보급된 빨간 김치, 금지된 쇠고기의 밀거래, 머리장식을 너무 과하게 하다가 목이 부러질 정도로 높아진 가발, 불씨 보존이라는 업보에서 여성들을 해방시킨 성냥, 조선인의 입맛을 장악한 일본조미료 아지노모도(味の素) 등, 실로 각양각색의 상품들이 시장을 통해 등장하고 소멸했다.
상거래 풍속 또한 격변의 세월을 거치면서 시대의 가치관을 대변하고 있었다.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던 ‘에누리’(에누리에는 [더 부르는 값]이라는 뜻과 [값을 깍는 일]이라는 뜻이 함께 들어 있다)와 ‘덤’(더음)에서부터, 여리餘利(잉여이익) 곧 차액을 노리는 여리꾼列立軍과 그들만의 암호 ‘변어’, 상품 품귀현상 때문에 암거래가 성행하면서 등장한 ‘야미’(暗, やみ), 서양의 ‘10센트 스토어’를 모방한 ‘10전 균일점’의 등장까지, 시장의 풍속도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바꾸었다. 상거래 풍속은 때로 일제에 의해 ‘비문화적 악습’으로 치부되고 타파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예로부터 내려온 에누리나 덤의 판매방식은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도 각장 할인판매나 사은품 및 포인트점수제로 당당히 부활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의 주체는 무엇보다도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거래의 주체이자, 시장이라는 무대의 ‘시장스러움’을 연출하는 존재로서, 가장 천한 신분계급으로부터 시작해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에 이르러서는 당당히 사업가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고대에는 국가의 노역조차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천시되었던 상인들(사농공상에서 맨 끝)이었지만, “장사꾼은 5리厘(작은 이익) 보고, 10리里 간다”는 속담처럼, 이윤추구를 목표로 시대의 변화에 대응했다. ‘~장수’, 흥정바치, 장돌뱅이 등의 하대에서부터, 조선 후기에는 국가공인 시전상인을 “힘써 일하는 자”로 일컬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상인이 ‘만민공동회’ 회장이 되어 대중을 이끌거나 수시로 독립운동에 참여했으며, 오늘날 현대에는 웬만하면 ‘사장님’으로 불리는 실정이다. 물론 간교한 방법을 쓰는 모리배나 악덕상인, 매점매석(사재기)을 해서 대중들의 습격(미전습격사건)을 받는 독점상인 등 부정적인 모습도 있었다.
2. [시장풍경], 9개의 스페셜 페이지
시장이라는 공간, 거래와 상품, 상거래 풍속, 그리고 상인. 바로 이 요소들이 ‘왁자지껄하고 사람 냄새 풍기는 시장’이라는 무대를 연출하고, 마침내 하나의 시장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책 [시장의 역사] 곳곳에 이런 시장풍경이 소개되고 묘사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소재들을 뽑아 별도의 스페셜 페이지 [시장풍경] 9개를 만들었다.
시장은 각 시대의 정세, 문화, 습속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연출한다. 시장은 단지 거래를 하는 곳만이 아니라, 권력자들이 대역죄인을 공개적으로 처형함으로써 일벌백계의 효과를 거두려고 하는 곳이었다.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대중과 함께, 그(들)를 버린다”는 의미를 공유하려 했던 것이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최영, 정몽주, 성삼문, 남이 등이 모두 시장에서 공개처형되어 잘린 목이 높이 걸리거나 버려졌다.
이렇듯 시장에서는 정치적인 공개처형을 거행하거나, 나랏일의 희로애락을 함께하거나, 가뭄을 물리치기 위해 시장문을 닫거나 옮기기도 했다. 또 시장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넘쳐나게 모이기 때문에 숱한 사건사고와 범죄의 무대가 되기 일쑤이며, 가난하고 처지가 딱한 사람들의 모습을 제일 먼저 발견할 수 있는 곳도 바로 시장이다. 개항이 된 뒤부터는 청상(중국상인)과 일상(일본상인)들과 조선상인들 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도 무수히 많았고, 식민지배가 강화되면서부터는 민족적 차별과 억압이 자행되어 세간의 문제를 일으키는 사건이 제일 많이 등장하는 곳도 바로 시장이었다.
한편 여리꾼 같은 중간상인들이 그들만의 암호를 주고받는 풍경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재래의 수동적인 판매 행위에서 광고와 브랜드에 자극을 받고나서부터 적극적으로 변해, ‘~상회, 상점’을 내걸기 시작하고 갖가지 광고 수단을 궁리하는 상인들의 모습도 새삼 정겹게 여겨진다. 또한 본격적인 신문광고가 시작되면서 신식물건들이 대거 광고에 등장하는 모습에서 근대의 모더니즘의 새로운 풍속도를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시장풍경은 인간의, 역사의, 살아 움직이는 생활상을 담은 “시대를 진열하는 창”인 것이다.
· 스페셜 페이지 '시장풍경' 리스트
- 시장에 내걸린 머리,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시장
- 시장에서 대중과 함께, 그를 버린다
- 나랏일에 따라 옮기거나 닫았던 시장
- 범죄의 무대가 된 시장, 과거에 낙방한 무사들의 구걸
- 흥정을 붙이는 여리꾼과 그들의 암호 ‘변어’
- 광고와 브랜드의 등장
- 조선상인과 청상ㆍ일상 사이에 벌어진 사건들
- 아지노모도ㆍ고무신ㆍ연탄ㆍ치약의 등장
- 식민지배 아래 일어난 숱한 사건들
3. 2008년 우수출판기획안 공모전 당선작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주최
2008년 6월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역사ㆍ과학ㆍ인문ㆍ사회 등 전 분야에서 ‘일반교양서’에 해당하는 우수하고 참신한 출판기획안을 발굴하여 창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2008년 우수출판기획안 공모전]에 총 134편이 제출되었다. 짧은 응모기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획안이 응모되었고, 그 가운데 모두 8편(역사 3종, 과학 2종, 철학 1종, 사회 1종, 인문 1종)이 당선되었다.
이 책 [시장의 역사 교양으로 읽는 시장과 상인의 변천사]는 1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역사 부분에 당선되었다. 애초 [시장의 역사] 기획 방향이 비록 범위나 대상은 한국사 전반의 사실을 다루더라도, 내용은 최대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설득력을 갖춘 교양서가 되고자 한 점이, 이 공모전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술서가 아니라 교양서”라는 취지와 맞았던 것 같다.
오늘날 한국은 시장 중심의 경제국가로 그 어느 시대보다 ‘시장’, ‘시장성’의 의미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나 ‘시장성’에 관한 서구 중심의 역사와 실용서는 넘쳐나지만, 정작 우리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전개되어온 ‘우리 시장의 역사’, ‘우리 시장의 풍경’은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21세기 들어 더욱 ‘시장’, ‘유통’, ‘경제’가 화두가 된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 우리의 역사적 뿌리를 토대로 한 ‘시장 이해’와 ‘시장을 둘러싼 풍부한 상식과 교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책의 기획 의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세계 속에서 한국의 시장을 끌고나갈 젊은이들과 일반인들이 ‘시장’에 관한 빈약한 이해와 교양수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반도의 역사에서 생생하게 펼쳐진 시장의 역사’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와 해박한 설명을 곁들인 교양서를 만들어서 공유하자는 데 있었다.
목차
프롤로그
시대를 진열하는 창, 시장
1부 방방곡곡 시장이 열리다 - 전근대의 시장
1장 거래를 시작하다 - 삼국과 고려의 시장
2장 방방곡곡 시장이 열리다 - 조선 전기의 시장
3장 시장의 공간이 확장되다 - 조선 후기의 시장
2부 남대문시장에서 화신백화점까지 - 근대의 시장
1장 상권이 개편되다 - 개항기
2장 시장이 이원화되가 - 일제강점기
저자 후기
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