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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 토미 바이어 장편소설

대등서명
Kurze Geschichte vom Gluck
발행사항
파주 : 문학동네, 2009
형태사항
293 p. ; 19 cm
ISBN
9788954609296
청구기호
853 바69ㅎ
일반주기
원저자명: Thommie Bayer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2069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2069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삶의 기쁨, 돈과 행복에 대한 흥미로운 성찰로
독자를 전혀 새로운 풍경 앞으로 인도하는 멋진 여행 같은 소설!


평생 로또 한 장 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까짓 거 로또만 당첨되면……”이라고 곱씹으며 고된 인생살이의 설욕전을 꿈꿔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1971년 미국에서 탄생한 이래 한국에서는 2002년 12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로또는 ‘인생역전’이라는 꿈같은 카피 아래 불티나게 팔려 2009년 10월 현재 360회를 맞았다. 일정한 패턴을 가진 통계놀이라고도 하지만 어쨌거나 로또는 ‘하늘이 내려준’ 운명이다. 그것이 축복이 되건 재앙으로 끝나건.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는 로또 맞은 한 남자의 이야기다. 전날의 숙취로 머리를 싸매고 앉아 있던 별 볼일 없는 인생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너무나 대단한 행운이라 당첨금이 손에 들어오기까지 미심쩍게 진행되다가 마침내 일확천금의 환희를 누리려던 차에 엉뚱한 방향으로 선회해버린다. 모두가 꿈꾸는 행복의 정점에서 그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이고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독일 특유의 청교도주의 때문일까?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경계마저 무색해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음에도 돈과 자아 사이에 힘겨루기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건 자못 신선하기까지 하다.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는 일곱여 편의 소설을 발표한 독일의 중견작가 토미 바이어의 2007년 작으로, 그해 독일 도서상 후보에 오르며 평론가와 독자들에게 공히 사랑받는 작품이다. 재기 넘치는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심리 묘사로 정평이 난 작가답게 그의 펜 끝은 유연하게 독자들을 인도해, 주인공과 희로애락을 함께하게 하는 한편 제법 묵직한 사유에 빠뜨린다. 로또 당첨이라는 달콤한 꿈에 취해 이 책을 집어들었던 독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무관할 수 없는 돈, 사랑, 행복에 관해 적잖은 고민과 공감을 얻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리라.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사건, 로또 당첨.
그 8,145,060분의 1의 행운을 움켜쥔 남자!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순간, 그는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린다…


이야기는 전화 한 통이 걸려오면서 시작된다. 전날의 숙취로 두통에 괴로워하던 ‘나’는 로또연맹으로부터 당첨통보 전화를 받는다. 오래전부터 로또를 자동 구입해오던 것이 드디어 열매를 맺은 것이다. 그러나 기쁨에 앞서 내가 떠올린 것은 또 한 명의 당첨자이다. 그것은 오래전에 절교한 친구 에키다. 나는 에키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그가 성전처럼 떠받들고 있는 로또 책(어느 수학자가 일련의 규칙에 의해 로또당첨번호를 조합해놓은 책)을 훔쳐 복사한 후, 매주 그와 똑같은 번호로 로또를 사왔다. 나는 옛 친구에게 떼인 돈을 되찾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그전에 이 기쁜 소식을 아내에게 알려야 한다. 드라마틱하게 만났으나 이제는 미적지근한 사이가 된, 그러나 나에게만큼은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내. 아내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변변찮은 남편의 수입을 참아주는 유능한 의사이다. 로또에 당첨됐으니 이제 아내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내가 피곤과 스트레스에 절어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끝이다. 그러나 아내에게 당첨 사실을 알리려는 순간, 일은 괴상하게 틀어져버린다. 오직 아내를 위해 취소한 크루즈 여행 때문이다. 초호화 특급 객실에서 묵을 수 없게 되어버려 예약을 취소한 것이 그만 아내의 심경을 거스른 것이다. 극적으로 당첨 사실을 알려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나는 아내의 화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작업실에서 밤을 보내기로 한다. 그런데 이튿날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차, 세미나 차 출장 간다는 아내의 스케줄을 깜빡한 것. 나는 아내의 병원으로 가 약속한 대로 컴퓨터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주기로 한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려는 순간, 아내의 메일함에서 수상한 메일들을 발견한다. 그것들은 다름 아닌 아내의 불륜 상대가 보낸 연애편지들. 나는 공황 상태에 빠져 짐을 챙겨 집에서 나와버린다. 생애 최고의 행복이 찾아온 순간, 나는 그 기쁨을 함께할 단 하나의 상대를 잃어버린 것이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던가. 그러나 이제와서 이 ‘위험한’ 기쁨을 진정으로 나눌 새로운 상대를 찾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어쩌면 이것은 당신의 이야기,
적어도 당신이 ‘궁금해야 할’ 이야기다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는 일확천금을 대리 체험하는 신나는 모험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 알만은 6백만 유로(한화 약 1백억 원)라는 거액의 당첨금을 받지만, 어마어마한 돈은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어 모호한 안개처럼 그를 둘러싸고 있던 삶의 요소들을 명확히 드러내 보이고,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를 고독에 빠뜨린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홀로 서게 된 남자, 그러나 세상 누구로부터도 조언을 구할 수 없는 남자. 그의 감정의 산과 골짜기를 함께 통과하면서 독자들 앞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의 매력은 상당 부분 주인공 알만에 빚지고 있다. 독일어로 ‘아무개’라는 뜻을 가진 알만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다는 작가의 암시일 터. 크게 쪼들리진 않지만 버는 것보다는 괜찮은 삶을 누리고 있고, 인생의 부침을 어느 정도는 겪었노라고 자부하는 중년의 남자. 그러나 ‘눈물나는 댄디즘’을 혐오하고 알맹이 없는 부富를 경계할 만큼 의식의 근육을 단련시킨 그는,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자칭 지식인이다. 돈에서 자유롭고 싶어하는 위선과 자신을 찾아온 엄청난 행운을 이용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주인공의 의식을 따라가는 것은 꽤나 흥미진진하다. 이를테면 자동차 고르는 장면이 그렇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처지에 벤틀리, 마이바흐, 재규어 같은 리무진은 내게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런 걸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는데도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렇게 돈 냄새 풀풀 풍기는 차를 몰고 다니면 오히려 창피할 것 같다. (…) 포르셰? 포르셰는 멋진 차이지만, 포르셰 운전자는 대체로 뻐기는 구석이 있다. 그들은 유난히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다. (…) 카이렌? 레저 형은 요즘 들어 면허 딴 고등학생들이나 몰고 다니는걸. 그럼 재규어? 포드몬데오에 껍데기만 바꿔 씌운 차다. 그것도 아니다. 렉서스라면 어떨까? 우아하면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적다. 아니, 그럴 순 없잖아. 아우디처럼. 결점이 없다는 건 매력이 없다는 것과 같아. (28쪽)

그런가 하면 행복에 관한 성찰은 어떤가.

모든 게 뿌옇고 어딘지 모르게 몽롱했다. 내가 행복하다는 건 알고 있었고 느낄 수도 있었다. (…) 원래 인생의 가장 멋진 순간들은 의식하지 못한 새 지나가버리지 않던가. 앞으로 더 멋진 일이 일어날 거라는 끝 모를 기대에 가려 행복한 순간들은 덧없이 우리를 스쳐간다. 그 행복이 일상이 되고, 좋았던 순간은 한때의 메아리로 남아 기억 한편에 자리 잡는다. 행복했던 순간들의 기억은 모호하다. 그 순간을 꽉 움켜쥐지 않았으므로. 아니, 의식조차 못 하고 지나가버렸으므로. (20쪽)

이 행복한 기분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니. 사치가 몸에 배어 심드렁해질 것이다. 처음에는 좋았던 것들이 언젠가 일상이 되고, 붕 뜬 감정은 가라앉는다. 시끄럽고, 맥 빠지고, 하잘것없던 과거의 여행들은 잊게 될 것이다. (79쪽)

너무 많은 돈은 하루아침에 한 푼 없는 빈털터리가 되는 것만큼이나 큰 변화를 불러온다. 알만은 주변의 모든 이를 시험에 들게 한다. 그러나 그는 낟알과 쭉정이를 골라낸 것이 아니라, 이제는 떨칠 수가 없는 불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깨달았다. 이제 나는 지금처럼 살지 않으리라는 것을. 내가 달라짐으로써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동차를 제외하면 겉으로 표나는 것은 없지만, 상황이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다. 나는 의심하고, 시험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을, 나는 시험했다. 단번에 잡지 않고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한 걸음 비켜섰다. 친구, 일, 내가 사는 동네, 모든 것을 시험대에 올렸다. 내가 인생에서 그것을 원하는지, 조건을 달지, 바꿀 것인지, 떨궈낼 것인지를. 나는 전화를 받은 그 순간부터 부단히 그 일을 해왔음을 알았다. (125쪽)

그래서 그는 행복을 찾았을까? 아내를 잃고도, 친구들을 불신하고도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거꾸로 질문하자면, 돈이 이 모든 불행을 덮어주고도 남을 만한 행복을 그에게 선물해주었을까? 예기치 못한 작은 반전과 함께,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책 속에 있다. 더불어 우리의 주인공 알만이 무슨 차를 샀는지도.

여행의 끝에 알만이 발견한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할 것 같다. 그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누구나 자신만의 행복 타임캡슐 하나쯤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무래도 그 가능성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 814만 5060분의 1에 비하면 높지 않을까. 조용한 오전이나 오후 한나절, 로베르트 알만와 조금은 사치스런 사색 여행을 떠난다고 나무랄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더욱이 그 화제가 인간이면 누구나 원하는 ‘행복’일진데. _‘옮긴이의 말’ 증에서
목차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

덧붙이는 말

옮긴이의 말_600만 유로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