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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제노사이드와 기억의 정치: 삶을 위한 죽음의 연구

대등서명
Genocide and the politics of memory
발행사항
서울 : 책세상, 2009
형태사항
421 p. ; 24 cm
ISBN
9788970137117
청구기호
334.24 허59ㅈ
일반주기
원저자명: Herbert Hirsch
서지주기
참고문헌(p. 390-416)과 색인수록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2232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2232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제노사이드는 왜 일어나며 그것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가
삶을 보존하기 위해 죽음을 연구하다


인간은 왜 서로에 대한 살육을 멈추지 않는가
20세기에 정치적 목적의 학살로 생명을 잃은 사람의 수가 약 1억 7000만 명에 이른다. 20세기 초 터키에서 일어난 아르메니아인 학살에서 2차 세계대전 동안의 홀로코스트,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그리고 20세기 후반 유고슬라비아에서 일어난 민족 청소까지 이르면 우리는 20세기를 ‘제노사이드Genocide의 시대’라고 한 말에 수긍하게 된다.
왜 인간은 서로를 죽이는가? 어떻게 하면 이 살육의 비극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학 정치과학 교수 허버트 허시Herbert Hirsch의《제노사이드와 기억의 정치―삶을 위한 죽음의 연구》는 이러한 질문에 답을 구하려는 사유의 노력을 담고 있다. 저자는 ‘기억의 정치’를 통해 제노사이드가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 해결책을 강구하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정치 지도자들은 민족.종교.인종.국가.지역 정체성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형성되고 구성되는 과정 그리고 그 기억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 개입하고 그 기억을 조작하거나 왜곡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제노사이드 범죄나 잔학 행위를 저지르게 한다. 나치 독일에서의 홀로코스트, 보스니아에서 일어난 민족 청소 등 20세기에 발생한 대부분의 대량 학살 사건이 이 기억의 정치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 기억과 정치의 결합 고리가 부른 죽음의 비극을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또 다른 차원의 ‘기억’, 즉 ‘생존자의 기억’을 보존하는 데서 그 해법을 찾고 있다. 홀로코스트와 보스니아에서의 민족 청소와 같은 대량 학살을 경험한 생존자의 목격과 증언에 귀 기울이고, 인간성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게 그 기억을 전달하고 삶을 보존하는 윤리를 발전시키고 내면화할 때 제노사이드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적 내셔널리즘을 협력적 국제주의로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죽음의 학살을 방지하고 우리의 삶을 지켜내는 방법임을 주장한다. 전 세계에서 학살의 전쟁이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는 지금, 기억과 정치의 관계를 살피면서 제노사이드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이 책은 학살의 비극을 끝내고 다음 세대에게 이 폭력의 역사를 전하지 않기 위한 성찰의 계기와 평화의 걸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에 대한 시각을 제공해준다. 또한 옮긴이가 제노사이드에 대한 개념 정의의 역사와 쟁점을 둘러싼 논쟁을 정리한 해제와〈제노사이드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을 부록으로 추가해 제노사이드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왜 기억의 정치인가
기억은 주관적인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의 정치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다. 개인의 기억은 역사적 기억과 유사하며 역사적 기억을 쌓아 올리는 벽돌이다. 또 아이젠버그M. T. Isenberg에 따르면 역사는 이야기되고 행해진 것들에 대한 우리들의 기억이다. 우리가 과거에 대해 말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어떻게 보는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행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때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국민 국가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과거의 사실을 왜곡하거나 조작하여 역사를 재구성려 한다. 역사에서 승리자의 기억이 지배적인 기억이 되고 이것이 역사 기록에 반영되어온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국민 국가는 사회적 응집력을 강화하기 위해 또는 현재의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꺼이 신화를 창조해내고 역사의 조작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로마제국 시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반유대주의 정서는 기독교 시대에 들어 더욱 강화되었다. 유럽에서 기독교가 지배적인 종교가 되자 각 국가들은 반유대주의 신화에 기초한 교회 정책들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히틀러는 유럽 역사에서 유대인을 외부인 또는 이등 시민으로 보는 이러한 기존 시선과 기억을 강화하고 왜곡하는 기억의 정치를 통해 홀로코스트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특히 언어가 어떻게 잠재적인 정치적 무기가 되고, 정치적 사회화의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봄으로써 기억의 정치 즉 기억의 형성과 전달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나치 독일에서 대량 학살은 정치 집단이 언어, 사회화, 정체성 형성 과정을 적극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체계적으로 실현되었다. 제노사이드가 발생하는 것은 기꺼이 방아쇠를 당기고 폭탄을 떨어뜨리고 가스를 틀고 사람을 제거하는 개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억은 그러한 과정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스니아에서도 역시 기억은 조작되고 제노사이드와 잔학 행위를 유발하는 신화가 창조되어왔다. 문화적.종교적.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있던 세 집단(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이슬람교도)은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자 각각의 집단을 재각성시키고 묵은 증오의 기억을 환기시켜 대량 학살을 불러왔다. 이처럼 정치는 기억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우리가 정치와 기억 사이의 이 복잡한 연결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반복되는 대량 학살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을 보존하기 위해 죽음을 연구하다
저자는 삶을 보존하기 위해 죽음에 대해 연구한다. 죽음에 대한 연구를 삶을 보존하는 활동으로 만드는 한 방법은 기억을 전달받는 사람들에게 생존자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생존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데 있어 실증주의적 방법이 아니라 해석적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목격자와 생존자의 증언에 귀 기울이고 감정이입하여 그들의 기억을 보존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를 경험한 프리모 레비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생존자들은 우리에게 역사적 기억이 형성되도록 돕기 위해 기억을 기록하고 인간성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생존자에 대한 공감이야말로 인간성을 보존하고 학살과 파괴의 기억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보존하기 위한 기억의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20세기에 일어난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대량 학살의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있다. 홀로코스트 이후 끔찍하고 잔인한 사건들이 다 알려지고 난 후에도 제노사이드는 중단되지 않았다. 저자는 이 죽음의 비극을 끝내고 삶을 보존하기 위해 인권의 보편적인 수용에 기초한 윤리를 발전시키고 함께 사는 법을 되풀이해 가르치고 내면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근대 정치 국가와 교육 체계 안에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국민-국가를 그 기반으로 하는 개인의 정체성과 국제적 인식을 협력적 국제주의로 재사회화하고 유엔 안에 제노사이드 방지를 위한 제도화된 절차와 규약을 마련하는 등의 실천이 필요하다. 이것이 단기적으로는 폭력이 널리 퍼지는 것을 막고 최소한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종(種)의 심성’과 권위에 대한 복종의 습관을 깨고 삶을 보존하는 윤리를 사회화하는 것이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나아가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한국의 제노사이드와 기억의 정치
한국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제노사이드로 제주 4.3 사건,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 등과 한국전쟁 중에 일어나 집단 학살 사건들이 있다. 이런 사건들이 최근에 와서야 서서히 진상이 밝혀지고 있긴 하지만 집단 학살 사건의 대다수는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이런 사건들이 이제까지 제대로 이야기되고 진상이 규명될 수 없었던 것은 그간의 정치적 지배 집단들이 애써 역사의 진실과 마주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 집단은 자신들의 과오를 일부러 끄집어내려 하지 않았고 제도적으로 억압된 정치적 상황에서 학살 사건들을 직접 경험한 가해자와 피해자 어느 쪽도 자신의 입장과 상황을 이야기할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제노사이드는 역사는 물론이고 체험자의 기억 속에서도 지워져야 했던 것이다. 이야기되지 않는 기억은 망각될 수밖에 없고 사회에서 공인된 역사로 기록될 수 없다.
기억의 지배를 둘러싼 투쟁의 목적은 만들어낸 역사적 신화를 통해 또는 기억의 통제나 왜곡을 통해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이로 인해 우리가 역사의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할 때 왜곡되어 전해진 기억은 그 다음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저자 허시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문제가 아닐까? 우리가 다음 세대에 어떻게 기억을 전달해야 우리는 제노사이드란 폭력의 에너지를 인간들 서로에게 겨누지 않고 평화로 나아가는 걸음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 말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기억의 정치를 떠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노사이드의 기억을 어떻게 구성하고 전달할 것인가
1부에서는 정치, 기억 그리고 대량 죽음의 관계를 살펴본다. 보스니아에서의 대량 학살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고 기억이 역사와 맺고 있는 관련성을 언급한다.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고 그 시각이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또 권력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기억을 조작하고 역사를 재구성하려 한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죽음에 대해 연구한다. 저자는 인류가 경험한 대량 학살의 기억을 실증주의적이고 사회과학적인 시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생존자의 목격과 증언에 귀 기울이고 인간성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게 그 기억을 전달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치 독일에서 홀로코스트가 가능하도록 기억을 조작하고 사회화한 과정을 살펴보고 기억이 인간의 파괴 행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검토한다.
3부에서는 제노사이드 경험 이후 생존자와 우리 모두가 삶을 어떻게 보존하고 제노사이드를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취해져야 할 방안들에 대해 고민한다. 대량 학살을 멈추기 위해서는 삶을 보존하는 윤리를 발전시키고 내면화해야 한다. 또 현재의 내셔널리즘에 기초한 개인의 정체성을 협력적 국제주의로 사회화의 내용을 변화시켜야 함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냉전 이후 제노사이드를 방지하기 위한 과정의 문제점과 현실적인 한계에 대하여 살펴보고 있다.
목차
서문 감사의 말 제1부 정치,기억,그리고 대량 죽음 1.보스니아에서의 기억과 정치 2.기억의 정치 3.기억으로서의 역사-시간과 패러다임의 영향 4.기억의 조작과 정치권력 제2부 죽음을 연구하기 1장 기억을 구성하기-생존자와 이론가 5.프리모 레비-기억을 기록하고 인간성을 가르치기 6.기억과 생존-베텔하임과 데 프레 논쟁의 재고찰 2장 기억을 설명하기-실증주의적·해석적 사회과학 7.인간의 기억을 평범하게 하기-사회과학 방법과 제노사이드학 8.로버트 제이 리프턴-기억과 대량 학살 3장 기억을 전달하기-사람들은 왜 죽이는가? 9.절멸의 언어 10.기억의 사회화-나치 독일에서 복종을 가르치기 11.복종을 배우기-제노사이드를 위한 조건의 창출 12.기억과 정체성-정치의 맥락에서 자아를 발전시키기 제3부 삶을 보존하기 13.우리는 여기에서 어디로 가는가? -기억과 삶을 보존하기 위한 재사회화 14.기억과 삶 보존의 정치 -냉전 세계 이후 제노사이드 방지하기 에필로그-기억,희망,그리고 악에 대한 승리 옮긴이 해제-제노사이드란 무엇인가? 1.허버트 허시와 그의 작업 2.라파엘 렘킨의 제노사이드 정의와 유엔에서의 '1인 십자군 운동' 3.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의 형성과 논쟁 4.나오며 부록-제노사이드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 참고문헌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