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중국 최고지도부를 움직이는 지식엘리트들
- 대등서명
- What does China think?
- 개인저자
- 마크 레너드 지음 ; 장영희 옮김
- 발행사항
- 파주 : 돌베개, 2011
- 형태사항
- 231 p. : 초상 ; 22 cm
- ISBN
- 9788971994269
- 청구기호
- 309.112 레213ㅈ
- 일반주기
- 감수: 백영서 원저자명: Mark Leonard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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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3472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3472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 현 중국의 향배를 한눈에!
얼마 전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폐막한 제3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와 제10회 보아오(博鰲)포럼은 세계 정치·경제 체제의 변화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국제 사회가 더 이상은 서방 중심으로만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브릭스의 협력과 단결을 강조했고, 보아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는 ‘아시아의 가치’를 강조하며 아시아의 공존공영을 호소했다. 이는 모두 서방 국가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성황리에 마무리함으로써 다시 한 번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강력한 이미지를 인식시켰다. 이는 서구의 회의 섞인 시선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식 발전 모델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이를 아시아와 국제 사회에 접목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중국식 발전 모델’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 모델을 구상하여 이론화하고 실제에 적용하고자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또한 이와 관련해 최전선에서 어떤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실험되고 있을까? 마크 레너드의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가장 균형 잡히고 신뢰할 수 있는 1급 답안지다.
최근 한국과 중국은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둘러싸고 양국은 양보 없는 견해차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적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 중국은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라다. 특히 한반도 등 주변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국을 능가할 정도다. 이런 중국과 상생하고 나아가 윈윈하려면 중국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이번에 출간되는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는 지금 중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책이다.
중국의 지식엘리트들을 통해 당대 중국을 읽다
“중국을 모르고서는 세계 정치를 이해할 수 없다!”
유럽개혁센터에서 유럽 외교의 출로를 고민한 끝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저자는 3년 동안 중국을 수없이 들락거리며 200여 명의 중국 지식인과 관료를 만났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 책의 영감을 얻었다. 중국의 놀라운 성장에 호들갑 떨며 중국이 만들어내는 현상에만 시선을 모을 것이 아니라, 중국의 지식인들이 어떤 사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자신들의 나라를 발전시켜 나가려 하는지 주목하자는 것이 저자의 집필의도다.
작년 2월, 유럽연합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캐서린 애슈턴 외교대표가 유럽의회 회의석상에서 쉬는 틈을 이용하여 저자의 책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를 꺼내 든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중국이 주변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그 존재감이 증대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유럽은 원래 중국에 대해 상당한 편견을 갖고 있다. 유럽의 지도자들이 중국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드문 경우다. 기껏해야 ‘중국 위협론’과 ‘중국 붕괴론’의 시각 사이에서 고민하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중국 위협론과 중국 붕괴론이라는 기존 시각을 넘어 중국 모델에 주목하고, 그 모델을 빚어낼 중국 지식인들의 사상에 초점을 맞춘 것은 특기할 만하다
예전에도 지식인들을 통해 당대 중국의 사상과 발전 방식을 읽고자 하는 시도는 있었다. 천안문 민주화운동의 주역이던 왕차오화(王超華)가 2003년에 편집 출간한 『One China, Many Paths』(한국어판 『고뇌하는 중국』)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이 “정부 당국과 거리를 두면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비판적 지식인들의 담론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면, 마크 레너드는 경제, 정치, 국제관계 세 분야에서 중국 당국의 정책 형성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체제 내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주로 들려준다. 발전 방향과 사상 노선을 둘러싸고 각 분야에서 대립하는 대표적 지식인들을 분류하여 소개하는데, 현 정책에 대한 지지자와 반대자의 입장차를 잘 보여준다.
중국 특색의 세계관― 성벽으로 나뉘는 세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저자가 중국을 “우리의 세계에 근원적인 영향을 미칠 사상의 강국”으로 인식하고, 중국이 혼자 힘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보는 점이다. 요즈음의 화두로 바꿔 말하면, ‘중국 모델’이다. 미국 주도형 신자유주의적 발전 모델인 ‘워싱턴 컨센서스’를 패러디한 ‘베이징 컨센서스’란 개념이 2004년 라모(Joshua C. Ramo)에 의해 제기되었는데, 2008년 이후로는 중국 내부에서도 시장 경제와 새로운 거버넌스를 결합시킨 ‘중국 모델’이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저자는 중국 모델을 황하 자본주의, 협의형 독재정치, 종합 국력이라는 세 개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이 미국과 유럽이 추구해온 이상에 대한 도전이라고 적극 평가한다.
국가가 추구하고 형성하는 ‘세계관’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경험을 돌아보면,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쟁을 떠올릴 수 있다. 금융위기 극복의 해법을 둘러싸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아시아적 가치’를 고수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 없이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편적 가치를 역설했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래, 중국의 발전 방식은 끊임없이 조정되어왔다.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과를 이루었지만, 아무 고민 없이 달려온 것은 아니다. 발전의 방향과 방식을 놓고,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로 이어지는 정치엘리트뿐 아니라 지식인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후진타오 집권기에 들어와서는 현 중국의 발전 노선에 대한 반성이 좀 더 구체화되었다.
저자는 현재 중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세계관을 을 특징짓기 위해 ‘성벽으로 나뉘는 세계’ (walled world)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을 나타내는 ‘평평한 세계’ (flat world)와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성벽으로 나뉘는 세계’라는 세계관은 경제, 정치, 국제관계라는 세 축으로 이뤄져 있다.
우선 경제 분야에서,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중국의 자본주의를 저자는 ‘주강 자본주의’라 칭한다. 주강 자본주의는 개혁개방 이래 연해 지역을 중심으로 대외 개방과 시장 자유화를 지향해왔다.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는 시장 자유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대되고, 신좌파의 목소리가 커진다. 이 책에 소개되는 왕후이(汪暉), 추이즈위안(崔之元), 후안강(胡鞍鋼), 판웨(潘岳)가 그들이다. 그들의 등장은 시장 환경 속에 생존하면서도 평등적 가치와 지역균형, 환경과 노동을 보호할 수 있다는 ‘황하 자본주의’가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정치 분야에서는, 「민주주의는 좋은 것」(民主是個好東西)이라는 글을 발표한 위커핑(兪可平)을 필두로, 야오양(姚洋), 판웨이(潘維), 팡닝(房寧)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들이 펼치는 정치개혁의 담론은 점진적 민주주의, 당내 민주주의, 법치의 구현, 협의형 독재의 형태로 전개된다. 특히, 협의형 독재정치는 스탠포드의 제임스 피쉬킨 교수가 주창한 ‘협의형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정당 간의 경쟁과 선거제도 없이도 민주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공산당 일당체제를 유지하면서 협의형 메커니즘을 보충하면 경제 발전과 정치 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국제관계 분야에서는, 정비젠(鄭必堅), 옌쉐퉁(閻學通), 양이(楊毅), 친야칭(秦亞?), 스인홍(時殷弘)이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은 종합 국력, 화평굴기, 소프트 파워, 다자주의의 활용, 비대칭 전략 등의 담론을 들려준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힘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소프트 파워와 다자주의를 활용하면서 비대칭 전략 등을 무기로 삼으면 중국이 종합국력을 키워나가는 데 문제 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위와 같이, 황하 자본주의, 협의형 독재정치, 종합 국력이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표현된 중국 특색의 세계관은 이미 서구와는 명백히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이 내세우는 세계관으로서 ‘성벽으로 나뉘는 세계’라는 개념은 “민족 국가가 주체적으로 경제를 통제하고, 정치를 관리하며, 대외 정책 의제를 설정하는 독자적 공간의 재건”을 목표로 한다. 놀랍게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중동 국가들이 중국식 세계관을 주시하며 중국 모델을 따르려 하고 있다.
감수자 백영서 선생은 저자가 주장하는 ‘성벽으로 나뉘는 세계’를 일단 긍정한 후,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성벽’은 폐쇄적인 것이 아니라 ‘많은 문이 달린 성벽’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패권적인 구미식 보편주의가 아니라 세계와 소통하는 지구적 보편성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특색의 세계관에 대한 저자의 태도가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저자에게 중국은 미국식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을 찾아 나선 동지이기도 하지만, 유럽의 세계관과 경쟁할 앞으로의 경쟁자이기도 한 것이다.
얼마 전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폐막한 제3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와 제10회 보아오(博鰲)포럼은 세계 정치·경제 체제의 변화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국제 사회가 더 이상은 서방 중심으로만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브릭스의 협력과 단결을 강조했고, 보아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는 ‘아시아의 가치’를 강조하며 아시아의 공존공영을 호소했다. 이는 모두 서방 국가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성황리에 마무리함으로써 다시 한 번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강력한 이미지를 인식시켰다. 이는 서구의 회의 섞인 시선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식 발전 모델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이를 아시아와 국제 사회에 접목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중국식 발전 모델’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 모델을 구상하여 이론화하고 실제에 적용하고자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또한 이와 관련해 최전선에서 어떤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실험되고 있을까? 마크 레너드의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가장 균형 잡히고 신뢰할 수 있는 1급 답안지다.
최근 한국과 중국은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둘러싸고 양국은 양보 없는 견해차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적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 중국은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라다. 특히 한반도 등 주변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국을 능가할 정도다. 이런 중국과 상생하고 나아가 윈윈하려면 중국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이번에 출간되는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는 지금 중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책이다.
중국의 지식엘리트들을 통해 당대 중국을 읽다
“중국을 모르고서는 세계 정치를 이해할 수 없다!”
유럽개혁센터에서 유럽 외교의 출로를 고민한 끝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저자는 3년 동안 중국을 수없이 들락거리며 200여 명의 중국 지식인과 관료를 만났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 책의 영감을 얻었다. 중국의 놀라운 성장에 호들갑 떨며 중국이 만들어내는 현상에만 시선을 모을 것이 아니라, 중국의 지식인들이 어떤 사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자신들의 나라를 발전시켜 나가려 하는지 주목하자는 것이 저자의 집필의도다.
작년 2월, 유럽연합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캐서린 애슈턴 외교대표가 유럽의회 회의석상에서 쉬는 틈을 이용하여 저자의 책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를 꺼내 든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중국이 주변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그 존재감이 증대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유럽은 원래 중국에 대해 상당한 편견을 갖고 있다. 유럽의 지도자들이 중국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드문 경우다. 기껏해야 ‘중국 위협론’과 ‘중국 붕괴론’의 시각 사이에서 고민하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중국 위협론과 중국 붕괴론이라는 기존 시각을 넘어 중국 모델에 주목하고, 그 모델을 빚어낼 중국 지식인들의 사상에 초점을 맞춘 것은 특기할 만하다
예전에도 지식인들을 통해 당대 중국의 사상과 발전 방식을 읽고자 하는 시도는 있었다. 천안문 민주화운동의 주역이던 왕차오화(王超華)가 2003년에 편집 출간한 『One China, Many Paths』(한국어판 『고뇌하는 중국』)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이 “정부 당국과 거리를 두면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비판적 지식인들의 담론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면, 마크 레너드는 경제, 정치, 국제관계 세 분야에서 중국 당국의 정책 형성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체제 내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주로 들려준다. 발전 방향과 사상 노선을 둘러싸고 각 분야에서 대립하는 대표적 지식인들을 분류하여 소개하는데, 현 정책에 대한 지지자와 반대자의 입장차를 잘 보여준다.
중국 특색의 세계관― 성벽으로 나뉘는 세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저자가 중국을 “우리의 세계에 근원적인 영향을 미칠 사상의 강국”으로 인식하고, 중국이 혼자 힘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보는 점이다. 요즈음의 화두로 바꿔 말하면, ‘중국 모델’이다. 미국 주도형 신자유주의적 발전 모델인 ‘워싱턴 컨센서스’를 패러디한 ‘베이징 컨센서스’란 개념이 2004년 라모(Joshua C. Ramo)에 의해 제기되었는데, 2008년 이후로는 중국 내부에서도 시장 경제와 새로운 거버넌스를 결합시킨 ‘중국 모델’이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저자는 중국 모델을 황하 자본주의, 협의형 독재정치, 종합 국력이라는 세 개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이 미국과 유럽이 추구해온 이상에 대한 도전이라고 적극 평가한다.
국가가 추구하고 형성하는 ‘세계관’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경험을 돌아보면,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쟁을 떠올릴 수 있다. 금융위기 극복의 해법을 둘러싸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아시아적 가치’를 고수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 없이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편적 가치를 역설했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래, 중국의 발전 방식은 끊임없이 조정되어왔다.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과를 이루었지만, 아무 고민 없이 달려온 것은 아니다. 발전의 방향과 방식을 놓고,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로 이어지는 정치엘리트뿐 아니라 지식인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후진타오 집권기에 들어와서는 현 중국의 발전 노선에 대한 반성이 좀 더 구체화되었다.
저자는 현재 중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세계관을 을 특징짓기 위해 ‘성벽으로 나뉘는 세계’ (walled world)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을 나타내는 ‘평평한 세계’ (flat world)와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성벽으로 나뉘는 세계’라는 세계관은 경제, 정치, 국제관계라는 세 축으로 이뤄져 있다.
우선 경제 분야에서,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중국의 자본주의를 저자는 ‘주강 자본주의’라 칭한다. 주강 자본주의는 개혁개방 이래 연해 지역을 중심으로 대외 개방과 시장 자유화를 지향해왔다.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는 시장 자유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대되고, 신좌파의 목소리가 커진다. 이 책에 소개되는 왕후이(汪暉), 추이즈위안(崔之元), 후안강(胡鞍鋼), 판웨(潘岳)가 그들이다. 그들의 등장은 시장 환경 속에 생존하면서도 평등적 가치와 지역균형, 환경과 노동을 보호할 수 있다는 ‘황하 자본주의’가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정치 분야에서는, 「민주주의는 좋은 것」(民主是個好東西)이라는 글을 발표한 위커핑(兪可平)을 필두로, 야오양(姚洋), 판웨이(潘維), 팡닝(房寧)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들이 펼치는 정치개혁의 담론은 점진적 민주주의, 당내 민주주의, 법치의 구현, 협의형 독재의 형태로 전개된다. 특히, 협의형 독재정치는 스탠포드의 제임스 피쉬킨 교수가 주창한 ‘협의형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정당 간의 경쟁과 선거제도 없이도 민주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공산당 일당체제를 유지하면서 협의형 메커니즘을 보충하면 경제 발전과 정치 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국제관계 분야에서는, 정비젠(鄭必堅), 옌쉐퉁(閻學通), 양이(楊毅), 친야칭(秦亞?), 스인홍(時殷弘)이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은 종합 국력, 화평굴기, 소프트 파워, 다자주의의 활용, 비대칭 전략 등의 담론을 들려준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힘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소프트 파워와 다자주의를 활용하면서 비대칭 전략 등을 무기로 삼으면 중국이 종합국력을 키워나가는 데 문제 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위와 같이, 황하 자본주의, 협의형 독재정치, 종합 국력이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표현된 중국 특색의 세계관은 이미 서구와는 명백히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이 내세우는 세계관으로서 ‘성벽으로 나뉘는 세계’라는 개념은 “민족 국가가 주체적으로 경제를 통제하고, 정치를 관리하며, 대외 정책 의제를 설정하는 독자적 공간의 재건”을 목표로 한다. 놀랍게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중동 국가들이 중국식 세계관을 주시하며 중국 모델을 따르려 하고 있다.
감수자 백영서 선생은 저자가 주장하는 ‘성벽으로 나뉘는 세계’를 일단 긍정한 후,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성벽’은 폐쇄적인 것이 아니라 ‘많은 문이 달린 성벽’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패권적인 구미식 보편주의가 아니라 세계와 소통하는 지구적 보편성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특색의 세계관에 대한 저자의 태도가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저자에게 중국은 미국식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을 찾아 나선 동지이기도 하지만, 유럽의 세계관과 경쟁할 앞으로의 경쟁자이기도 한 것이다.
목차
추천의 말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저자의 말 중국의 지성계와 사상을 정리한다
서론 사상의 해방
제1장 황하 자본주의
경제학자에 의한 독재/얼룩말 마을/주강 자본주의/천안문의 두 가지 이야기/중국 ‘신좌파’의 부상/황하 자본주의/세계에서 가장 약한 정부/공유재산의 보호/녹색 고양이로의 진화/좌파로의 방향 전환/신 마키아벨리와 조화로운 사회
제2장 구름 속의 민주주의
점진적 민주주의/당내 민주주의/민주주의=혼란/능력주의 대 다수의 지배/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관점 뒤집기/충칭의 공민 참여 실험/법치인가 인치인가/누구의 법치인가?/과학과 민주/협의형 독재가 진정한 대안인가?
제3장 종합 국력의 추구
종합 국력/도광양회/화평굴기의 실패/소프트 파워/다자주의적 권력의 투사/비대칭적 초강대국/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결론 중국의 세계관-성벽으로 나뉘는 세계
옮긴이의 말 우리는 중국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중국 지식엘리트 소개
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