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아파트 게임: 그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던 이유
- 개인저자
- 박해천 지음
- 발행사항
- 서울 :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3
- 형태사항
- 322 p. : 천연색삽화, 도표 ; 23 cm
- ISBN
- 9788958626565
- 청구기호
- 321.32 박92ㅇ
- 일반주기
- 큐브에 관한 인포그래픽 ; 서울 소재 대학생의 경우 수록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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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4473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4473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대한민국 중산층의 웃지 못할 흥망사
하우스푸어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집 없는 청춘 세대가 만드는 기묘한 세계
아파트,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게임이었다
너도나도 앞다퉈 게임에 뛰어들었다. 아파트로 시세 차익을 얻어 중산층으로 도약한 이들을 따라 많은 사람이 걸어서는 안 될 것을 이 게임에 걸었다. 하지만 게임의 결과는 참담했다. ‘가계 부채 1,000조 원 시대’와 몰락의 징후들. 아파트를 담보로 노후 자금을 대출받아 자녀의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아버지 세대와 평생 방 한 칸 ‘큐브’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청춘 세대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착취하는 기묘한 관계만 남았다.
이 책은 아파트에 대한 정형화된 비판 대신 각 세대별 구성원이 중산층이 되기 위해 아파트와 벌이는 게임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아파트가 중산층의 정치·경제·문화적 경험과 욕망을 어떻게 형성해나갔는지를 추적한다. 아파트 전성기에서 ‘큐브’의 시대까지, 중산층의 숨 막히는 흥망사 속에서 ‘나’의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한국인의 대표적 주거 공간 아파트,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꿈틀대는 중산층의 욕망과 삶을 그린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 책은 아파트의 역사와 동시에 형성된 한국 중산층의 역사와 중산층의 사회·문화적 욕망의 변화를 세대별로 나누어 심층 분석했다. 저자는 주택담보 대출로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대중문화에 갇힌 1990년대 신세대, ‘집’이 아닌 ‘방’을 전전해야 하는 청춘 세대의 현실을 면밀히 들여다봄으로써 중산층에 대한 전망과 새로운 해석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1. 아파트, 세대론을 다시 읽는 지표
이 책의 주요 내용 1
1997년 외환 위기에도 계속된 중산층 신화는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부터 본격적으로 이상 증세를 보였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긴 사람들은 아파트의 시세 차익을 기대하며 막대한 금융비용을 감당했지만, 결국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는 막을 내렸고 중산층은 ‘하우스푸어’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로 빠르게 분화되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몇 차례의 버블과 정부 주도하에 이뤄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 덕분이었다고 단언한다. 제2차 경제개발계획이 궤도에 오른 1960년대 후반, 제2차 유류 파동이 찾아온 1970년대 중?후반, 3저 호황의 1980년대 중반,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한 1990년대 중반, 그리고 IMF 외환 위기 이후 찾아온 바이 코리아 열풍-카드 대란-아파트 버블 등, 10년을 주기로 찾아온 버블은 강남, 과천, 목동, 상계, 중계, 수도권 5개 신도시 등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 시기와 맞물려 있다. 고도성장의 성과급이 중산층을 거쳐 아파트 분양 대금으로 흘러 들어갔다가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해낸 것이다. 1장 <아파트, 중산층 가족 로망스의 제2막>은 고도성장기의 아파트가 중산층의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197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시대별로 살펴본다.
또한 이 책은 아파트와 중산층의 흥망사를 통해 기존의 ‘세대론’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본다. 정치 격변, 경제 호황, 아파트 건설이 반복되면서, 버블을 몇 차례 경험했느냐에 따라 예비중산층의 ‘집’과 ‘계층’이 갈렸다. 이 때문에 4·19 세대, 유신 세대, 386 세대 등 개별 세대가 겪은 정치적 경험에 따라 정체성을 구분했던 지금까지의 세대론과 달리, 이 책은 아파트 시장의 추이와 맞물려 진행된 ‘내 집 마련’의 시기에 따라 세대별 이해관계가 갈리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아버지를 부정하는 오이디푸스적 ‘광장’의 경험이 ‘가족 로망스 제1막’이었다면 제2막은 가족을 꾸리며 광장에서 아파트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가족 로망스 제2막’의 시기를 어떻게 보냈느냐의 문제는 세대별 특성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2. 하우스푸어의 삶, 중산층 양극화에 대한 밀착 보고서
이 책의 주요 내용 2
2장 <저 너머 도미노의 끝>과 3장 <한강의 두 번째 기적>에는 2000년대 초·중반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중산층의 양극화를 경험한 두 명의 베이비부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먼저 주인공 1955년생 K씨는 용인의 50평대 아파트에 발목 잡힌 채로 몇 푼의 퇴직금을 받고 정년퇴직했으며,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상태다. 아파트로 자산을 축적한 이들을 따라 뒤늦게 이 게임에 뛰어든 그는 젊은 시절의 포부나 시민의식보다 자식 교육과 대출금 상환이라는 가장의 의무가 우선이다. 도심의 하숙집에서 시작하여 주변 사람들을 따라 착실히 아파트 투기에 나선 또 다른 주인공 1962년생 ‘나’는 여러 모델하우스를 들락거리며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구매하고, 그 아파트로 얻은 이익금과 대출금을 합쳐 부산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산다. 서울 중심 상업가의 건물을 소유하면서 신 자산 계층으로 거듭난 그에게 남은 과제는 역설적이게도 희망 없는 한국에서 자녀를 떠나보내는 일이다.
이 두 사례는 아파트 시장의 역동적인 변화 속에는 단순히 상류 중산층과 하우스푸어라는 신조어나 경제 지표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개인의 정치의식과 욕망의 변화가 담겨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파트로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이미 실현한 이들은 정치적 대변인을 찾아나설 필요가 없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이미 정부의 정책이 아파트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더는 정치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 이렇게 정치적 무관심에 빠져버린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이름이 되’는 아파트 평수이며, 높은 교육비와 대학등록금을 감당하면서 어떻게든 자녀에게 중산층의 이름을 증여하는 일 뿐이다. 저자는 신문, 논문, 소설, 그리고 통계 자료 등을 기반으로 누구나 경험해볼 만한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그 안에서 행위자와 상황 간의 역동적인 관계를 다각적으로 펼쳐보인다. 이러한 ‘비평적 픽션’은 독자들이 아파트와 중산층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거주 공간과 삶 전체를 돌아보고 대안적 삶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따지고 보면 K씨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자산 시장의 움직임을 짐짓 모른 척하며 혼자서 성인군자 행세를 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정치 개혁의 열망이 자본 소득의 욕망에 패배했음을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세 차익을 추구하는 자산 시장의 플레이어, 그것이 ‘시민’이라는 백일몽에서 깨어난 그가 새롭게 맡아야 할 배역이었다.
-2장 <저 너머 도미노의 끝>(103쪽)에서
아파트의 하락세와 자영업의 위기. 그 사이에 똬리를 튼 이들 세대의 불행은 자녀 세대에게 고스란히 증여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자녀 세대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 그러니까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 한 채는 그래도 물려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빚더미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 다수는 부동산 자산이라는 걸 가져본 적 없는 월세 인생들일 것이다.
-2장 <저 너머 도미노의 끝>(113쪽)에서
혼돈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어떤 이들은 꿈을 버리지 않은 채 근로소득만으로 세상을 견뎌낸 반면, 어떤 이들은 자산 시장에서 맹활약을 펼치다가 마침내 ‘신 자산계층’이라는 새로운 계층으로 거듭났다. (중략) 자신이 어떻게 중산층이 되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던 이들이, 착각 속에서 흥청망청 중산층 놀이를 하던 이들과 명확하게 구분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3장 <한강의 두 번째 기적>(177쪽)에서
3. 아파트 키드의 판타지, 대중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
이 책의 주요 내용 3
4장 <이름 하여 신세대, 그리하여 청춘의 시뮬라크르>는 제2차 베이비붐 세대로 구성된 ‘신세대’의 등장과 1990년대 그들이 경험한 문화의 특성을 ‘청춘의 시뮬라크르’라는 낯선 화자의 시선으로 돌이켜봄으로써, 도시 중산층 부모를 둔 아파트 키드 1세대의 내밀한 속내와 고민을 실감나게 풀어낸다. 본격적인 산업화 시기인 1968~1974년 사이에 태어나 경제적 풍요를 누린 ‘신세대’는 경제 호황을 맞아 쏟아져 나오는 대중문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채워나갔다. 그러나 대중문화가 제공하는 화려한 중산층 판타지와 달리 중산층으로의 사다리가 사라져버린 21세기, 30대가 된 신세대는 저성장과 저금리 사이에 낀 채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와 아파트 가격 폭등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 저자는 디자인 연구자의 관점에서 당시 유행하던 장난감, 워크맨, 오디오, 트렌디드라마, 영화, 소설 등에 대한 신세대의 취미·취향을 분석함으로써, 대중문화와 끊임없는 소비로 자신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신세대의 애환을 흥미롭게 서술한다.
<마지막 승부>의 윤철준과 <느낌>의 한현이 이 평행우주 속에서 2010년대에 도달했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일까? 적어도 이 세계에서라면 그들은 1997년 외환 위기라는 대재난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하고, 지난 세기의 고도성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행복을 추구하는데 능숙할 것이며, 때에 따라 얄밉지 않을 정도로 자아도취적 면모를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2012년에 방영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이러한 도전의 첫 성과물이었다. (중략) 나는 내가 상상한 이 세계가 청춘의 테마파크라고 생각했다. 장기 경기 침체의 덫에 걸린 신세대가 호황의 기억을 소환해 복고와 추억, 자기 위안을 상품 형식으로 소비할 수 있는 테마파크 말이다.
-4장 <이름 하여 신세대, 그리하여 청춘의 시뮬라르크>(243쪽)에서
4. ‘집’이 아닌 ‘방’에서 살아가야 하는 청춘의 애환, 큐브 시대의 도래
이 책의 주요 내용 4
5장 <지상의 방 한 칸>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산층 상당수가 통과의례처럼 거쳐갔던 하숙방과 벌집방, 고시원과 원룸 오피스텔 등, ‘큐브’, 즉 방의 변화상을 짚어보면서 지금의 청년들이 처한 주거 현실을 살펴본다. 이전까지 큐브는 지방에서 상경한 도시 노동자들이 가족을 꾸리고 셋방을 거쳐 아파트로 옮겨가기 위해 잠시 머물던 내 집 마련의 ‘사다리’였다. 그러나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지금의 청춘에게 내 집 마련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부모에게 얹혀살거나 자취를 하면서 여전히 방 한 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청년들에게 노래방과 피시방, 찜질방과 대실용 모텔방, 커피전문점 등은 집의 기능을 대신한 공간이다. 저자는 방의 기능을 외부화한 바로 이 공간들에 지불하는 높은 비용은 일종의 임대료이며, 이 임대료는 세입자-집주인-은행의 경로를 따라, 그리고 고객-자영업자-건물주-은행의 과정을 거쳐 다시 가계대출로 순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마치 서로의 꼬리를 문 뱀 ‘우로보로스’처럼 순환하는 착취의 고리 안에서 지금의 중산층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디스토피아적 근미래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지금의 청춘 세대가 ‘남들만큼 살기 위해’ 혹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위해 달려가는 중산층 판타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새롭게 재구성해나가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이 거주하고 있는 큐브의 번화가에 나가서 술집과 카페, 음식점에 앉아 있는 손님들 중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하나둘 지워보시기 바랍니다. 몇 명이나 남나요? 제 말이 이해가 되시나요?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큐브는 중산층 이상 거주 지역과 도시 빈민 거주 지역 사이의 완충지대 같은 구실을 하면서 도시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도맡고 있는 셈입니다.
-5장 <지상의 방 한 칸>(285쪽)에서
하우스푸어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집 없는 청춘 세대가 만드는 기묘한 세계
아파트,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게임이었다
너도나도 앞다퉈 게임에 뛰어들었다. 아파트로 시세 차익을 얻어 중산층으로 도약한 이들을 따라 많은 사람이 걸어서는 안 될 것을 이 게임에 걸었다. 하지만 게임의 결과는 참담했다. ‘가계 부채 1,000조 원 시대’와 몰락의 징후들. 아파트를 담보로 노후 자금을 대출받아 자녀의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아버지 세대와 평생 방 한 칸 ‘큐브’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청춘 세대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착취하는 기묘한 관계만 남았다.
이 책은 아파트에 대한 정형화된 비판 대신 각 세대별 구성원이 중산층이 되기 위해 아파트와 벌이는 게임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아파트가 중산층의 정치·경제·문화적 경험과 욕망을 어떻게 형성해나갔는지를 추적한다. 아파트 전성기에서 ‘큐브’의 시대까지, 중산층의 숨 막히는 흥망사 속에서 ‘나’의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한국인의 대표적 주거 공간 아파트,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꿈틀대는 중산층의 욕망과 삶을 그린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 책은 아파트의 역사와 동시에 형성된 한국 중산층의 역사와 중산층의 사회·문화적 욕망의 변화를 세대별로 나누어 심층 분석했다. 저자는 주택담보 대출로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대중문화에 갇힌 1990년대 신세대, ‘집’이 아닌 ‘방’을 전전해야 하는 청춘 세대의 현실을 면밀히 들여다봄으로써 중산층에 대한 전망과 새로운 해석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1. 아파트, 세대론을 다시 읽는 지표
이 책의 주요 내용 1
1997년 외환 위기에도 계속된 중산층 신화는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부터 본격적으로 이상 증세를 보였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긴 사람들은 아파트의 시세 차익을 기대하며 막대한 금융비용을 감당했지만, 결국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는 막을 내렸고 중산층은 ‘하우스푸어’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로 빠르게 분화되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몇 차례의 버블과 정부 주도하에 이뤄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 덕분이었다고 단언한다. 제2차 경제개발계획이 궤도에 오른 1960년대 후반, 제2차 유류 파동이 찾아온 1970년대 중?후반, 3저 호황의 1980년대 중반,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한 1990년대 중반, 그리고 IMF 외환 위기 이후 찾아온 바이 코리아 열풍-카드 대란-아파트 버블 등, 10년을 주기로 찾아온 버블은 강남, 과천, 목동, 상계, 중계, 수도권 5개 신도시 등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 시기와 맞물려 있다. 고도성장의 성과급이 중산층을 거쳐 아파트 분양 대금으로 흘러 들어갔다가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해낸 것이다. 1장 <아파트, 중산층 가족 로망스의 제2막>은 고도성장기의 아파트가 중산층의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197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시대별로 살펴본다.
또한 이 책은 아파트와 중산층의 흥망사를 통해 기존의 ‘세대론’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본다. 정치 격변, 경제 호황, 아파트 건설이 반복되면서, 버블을 몇 차례 경험했느냐에 따라 예비중산층의 ‘집’과 ‘계층’이 갈렸다. 이 때문에 4·19 세대, 유신 세대, 386 세대 등 개별 세대가 겪은 정치적 경험에 따라 정체성을 구분했던 지금까지의 세대론과 달리, 이 책은 아파트 시장의 추이와 맞물려 진행된 ‘내 집 마련’의 시기에 따라 세대별 이해관계가 갈리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아버지를 부정하는 오이디푸스적 ‘광장’의 경험이 ‘가족 로망스 제1막’이었다면 제2막은 가족을 꾸리며 광장에서 아파트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가족 로망스 제2막’의 시기를 어떻게 보냈느냐의 문제는 세대별 특성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2. 하우스푸어의 삶, 중산층 양극화에 대한 밀착 보고서
이 책의 주요 내용 2
2장 <저 너머 도미노의 끝>과 3장 <한강의 두 번째 기적>에는 2000년대 초·중반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중산층의 양극화를 경험한 두 명의 베이비부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먼저 주인공 1955년생 K씨는 용인의 50평대 아파트에 발목 잡힌 채로 몇 푼의 퇴직금을 받고 정년퇴직했으며,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상태다. 아파트로 자산을 축적한 이들을 따라 뒤늦게 이 게임에 뛰어든 그는 젊은 시절의 포부나 시민의식보다 자식 교육과 대출금 상환이라는 가장의 의무가 우선이다. 도심의 하숙집에서 시작하여 주변 사람들을 따라 착실히 아파트 투기에 나선 또 다른 주인공 1962년생 ‘나’는 여러 모델하우스를 들락거리며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구매하고, 그 아파트로 얻은 이익금과 대출금을 합쳐 부산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산다. 서울 중심 상업가의 건물을 소유하면서 신 자산 계층으로 거듭난 그에게 남은 과제는 역설적이게도 희망 없는 한국에서 자녀를 떠나보내는 일이다.
이 두 사례는 아파트 시장의 역동적인 변화 속에는 단순히 상류 중산층과 하우스푸어라는 신조어나 경제 지표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개인의 정치의식과 욕망의 변화가 담겨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파트로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이미 실현한 이들은 정치적 대변인을 찾아나설 필요가 없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이미 정부의 정책이 아파트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더는 정치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 이렇게 정치적 무관심에 빠져버린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이름이 되’는 아파트 평수이며, 높은 교육비와 대학등록금을 감당하면서 어떻게든 자녀에게 중산층의 이름을 증여하는 일 뿐이다. 저자는 신문, 논문, 소설, 그리고 통계 자료 등을 기반으로 누구나 경험해볼 만한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그 안에서 행위자와 상황 간의 역동적인 관계를 다각적으로 펼쳐보인다. 이러한 ‘비평적 픽션’은 독자들이 아파트와 중산층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거주 공간과 삶 전체를 돌아보고 대안적 삶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따지고 보면 K씨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자산 시장의 움직임을 짐짓 모른 척하며 혼자서 성인군자 행세를 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정치 개혁의 열망이 자본 소득의 욕망에 패배했음을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세 차익을 추구하는 자산 시장의 플레이어, 그것이 ‘시민’이라는 백일몽에서 깨어난 그가 새롭게 맡아야 할 배역이었다.
-2장 <저 너머 도미노의 끝>(103쪽)에서
아파트의 하락세와 자영업의 위기. 그 사이에 똬리를 튼 이들 세대의 불행은 자녀 세대에게 고스란히 증여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자녀 세대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 그러니까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 한 채는 그래도 물려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빚더미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 다수는 부동산 자산이라는 걸 가져본 적 없는 월세 인생들일 것이다.
-2장 <저 너머 도미노의 끝>(113쪽)에서
혼돈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어떤 이들은 꿈을 버리지 않은 채 근로소득만으로 세상을 견뎌낸 반면, 어떤 이들은 자산 시장에서 맹활약을 펼치다가 마침내 ‘신 자산계층’이라는 새로운 계층으로 거듭났다. (중략) 자신이 어떻게 중산층이 되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던 이들이, 착각 속에서 흥청망청 중산층 놀이를 하던 이들과 명확하게 구분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3장 <한강의 두 번째 기적>(177쪽)에서
3. 아파트 키드의 판타지, 대중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
이 책의 주요 내용 3
4장 <이름 하여 신세대, 그리하여 청춘의 시뮬라크르>는 제2차 베이비붐 세대로 구성된 ‘신세대’의 등장과 1990년대 그들이 경험한 문화의 특성을 ‘청춘의 시뮬라크르’라는 낯선 화자의 시선으로 돌이켜봄으로써, 도시 중산층 부모를 둔 아파트 키드 1세대의 내밀한 속내와 고민을 실감나게 풀어낸다. 본격적인 산업화 시기인 1968~1974년 사이에 태어나 경제적 풍요를 누린 ‘신세대’는 경제 호황을 맞아 쏟아져 나오는 대중문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채워나갔다. 그러나 대중문화가 제공하는 화려한 중산층 판타지와 달리 중산층으로의 사다리가 사라져버린 21세기, 30대가 된 신세대는 저성장과 저금리 사이에 낀 채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와 아파트 가격 폭등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 저자는 디자인 연구자의 관점에서 당시 유행하던 장난감, 워크맨, 오디오, 트렌디드라마, 영화, 소설 등에 대한 신세대의 취미·취향을 분석함으로써, 대중문화와 끊임없는 소비로 자신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신세대의 애환을 흥미롭게 서술한다.
<마지막 승부>의 윤철준과 <느낌>의 한현이 이 평행우주 속에서 2010년대에 도달했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일까? 적어도 이 세계에서라면 그들은 1997년 외환 위기라는 대재난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하고, 지난 세기의 고도성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행복을 추구하는데 능숙할 것이며, 때에 따라 얄밉지 않을 정도로 자아도취적 면모를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2012년에 방영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이러한 도전의 첫 성과물이었다. (중략) 나는 내가 상상한 이 세계가 청춘의 테마파크라고 생각했다. 장기 경기 침체의 덫에 걸린 신세대가 호황의 기억을 소환해 복고와 추억, 자기 위안을 상품 형식으로 소비할 수 있는 테마파크 말이다.
-4장 <이름 하여 신세대, 그리하여 청춘의 시뮬라르크>(243쪽)에서
4. ‘집’이 아닌 ‘방’에서 살아가야 하는 청춘의 애환, 큐브 시대의 도래
이 책의 주요 내용 4
5장 <지상의 방 한 칸>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산층 상당수가 통과의례처럼 거쳐갔던 하숙방과 벌집방, 고시원과 원룸 오피스텔 등, ‘큐브’, 즉 방의 변화상을 짚어보면서 지금의 청년들이 처한 주거 현실을 살펴본다. 이전까지 큐브는 지방에서 상경한 도시 노동자들이 가족을 꾸리고 셋방을 거쳐 아파트로 옮겨가기 위해 잠시 머물던 내 집 마련의 ‘사다리’였다. 그러나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지금의 청춘에게 내 집 마련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부모에게 얹혀살거나 자취를 하면서 여전히 방 한 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청년들에게 노래방과 피시방, 찜질방과 대실용 모텔방, 커피전문점 등은 집의 기능을 대신한 공간이다. 저자는 방의 기능을 외부화한 바로 이 공간들에 지불하는 높은 비용은 일종의 임대료이며, 이 임대료는 세입자-집주인-은행의 경로를 따라, 그리고 고객-자영업자-건물주-은행의 과정을 거쳐 다시 가계대출로 순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마치 서로의 꼬리를 문 뱀 ‘우로보로스’처럼 순환하는 착취의 고리 안에서 지금의 중산층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디스토피아적 근미래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지금의 청춘 세대가 ‘남들만큼 살기 위해’ 혹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위해 달려가는 중산층 판타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새롭게 재구성해나가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이 거주하고 있는 큐브의 번화가에 나가서 술집과 카페, 음식점에 앉아 있는 손님들 중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하나둘 지워보시기 바랍니다. 몇 명이나 남나요? 제 말이 이해가 되시나요?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큐브는 중산층 이상 거주 지역과 도시 빈민 거주 지역 사이의 완충지대 같은 구실을 하면서 도시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도맡고 있는 셈입니다.
-5장 <지상의 방 한 칸>(285쪽)에서
목차
머리말
1장 아파트, 중산층 가족 로망스의 제2막
산수와 수학
4·19 세대와 강남
유신 세대와 신시가지
386 세대와 신도시
외환 위기의 아파트
게임의 새로운 규칙, 혹은 욕망의 구조조정
2장 저 너머 도미노의 끝 - 어느 1955년생 베이비부머의 울화와 환멸
카페 정경
2002년 12월 18일, 명동
두 번의 위험한 거래
1969년 7월 16일, 남산 광장
3장 한강의 두 번째 기적 - 어느 1662년생 베이비부머의 버블 체험담
기억의 습작
서울역 콤플렉스
신도시 엘레지
재건축 투자는 과학이다
포스트 강남의 도시론
신 자산 계층 입문
속물은 눈물을 믿지 않는다
4장 이름 하여 신세대, 그리하여 청춘의 시뮬라크르
1990년대적 청춘의 시뮬라크르
이름 하여 신세대
문화적 인터페이스, 데이터베이스와 패턴 알고리즘
그리하여 청춘의 시뮬라크르
몰락의 신호들
판타지가 꿈꾸는 판타지
5장 지상의 방 한 칸 | 큐브의 간략한 역사
큐브 대박람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하숙방과 벌집방
큐브 탈출, 내 집 마련의 사다리
고시원, 워크맨, 노래방
사다리가 사라진 시대, 빨대 꽂힌 튜브
학원 강사 Y씨의 경우
방의 평등주의
부록 큐브에 관한 인포그래픽 - 서울 소재 대학생의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