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21세기 자본
- 대등서명
-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Capital au XXIe siecle
- 개인저자
-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유엔제이 옮김
- 발행사항
- 파주 :,글항아리,,2014
- 형태사항
- 818 p. : 도표 ; 24 cm
- ISBN
- 9788967351274
- 청구기호
- 321.2 P636ㅇ
- 일반주기
- 색인수록 원저자명: Thomas Piketty
- 주제
- 자본론[資本論]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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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경제적 불평등의 구조와 역사를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해 면밀히 분석하고
대담한 대안을 제시하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역작인 『21세기 자본』은 올해, 아니 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경제학 저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_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전 세계에 ‘피케티 현상’을 불러일으킨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지난해 8월에 프랑스, 올해 4월에 미국에서 번역 출간된 이후 경제계는 물론 세계 지성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아온 『21세기 자본』은 국내에서도 이미 자본주의에 내재한 불평등의 동학에 대한 참신하고 실증적인 분석과 대담하고 파격적인 대안 제시로 인해 논쟁의 중심에 있다. 한국어판은 영어판인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하버드대출판부)를 저본으로 삼되 원저작인 프랑스어판 Le Capital au XXIe si?cle(세이유)과 일일이 대조해 완역했다. 물론 영어판도 프랑스어판의 완역이다. 영어판과 프랑스어판 사이에 문장상 중요한 차이가 있거나, 영어판에서 누락된 내용이 있는 경우 프랑스어판을 따랐다. 이 과정에서 저자와 세이유, 하버드대출판부 모두의 동의와 허락을 받았음을 밝힌다.
토마 피케티, 자본주의, 정치경제학
『21세기 자본』으로 일약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떠오른 토마 피케티는 누구인가? 한편에서는 불과 43세의 그를 마르크스와 같은 사상가의 반열에 올려놓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꾸준히 그의 주장에 반박하며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기존 주류 경제학계의 관심 밖에 있던 소득불평등 문제를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실증적으로 연구한 피케티의 연구 주제와 방법론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인정받고 있는 듯하다. 그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데에는 『21세기 자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그는 ‘벼락스타’가 아니다. 피케티는 역사적이고 통계적인 접근을 통한 경제적 불평등 연구에 천착해온 소장 경제학자로, 주로 경제성장이 소득과 부의 분배와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관한 역사적이고 이론적인 작업을 다년간 수행해왔다. 특히 국민소득에서 최상위 소득의 비중이 장기간에 걸쳐 변화한 양상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일련의 연구를 통해 그는 성장과 불평등 사이의 관계를 낙관적으로 조망한 쿠즈네츠의 이론에 근본적인 의문을 표하고, 소득과 부의 분배의 역사적인 변화 추이에 있어 정치제도와 재정제도의 역할을 강조한다. 보수주의 진영에서는 마르크스와 그의 사상을 연상시키는 책의 제목과 급진적으로 보이는 해결책 제시를 근거로 피케티를 마르크스주의자로 몰아세우지만, 정작 그 자신은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비판에는 관심이 없다고 이 책에서 밝힌다. 그는 단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할 제도 마련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은 그런 그의 기획을 전 세계적인 차원으로 확대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이렇듯 현실 세계에 참여하고자 하는 그가 수학 공식에 매몰된 주류 경제학에 반기를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그는 ‘경제과학economic science’이라는 표현보다는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ics’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고 고백하면서, 경제학이 과거의 전통인 정치경제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692쪽). 수학적 모형을 통한 순수한 이론적 고찰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제들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과 해법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에야 경제학이 사회적 쓸모를 다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피케티의 실용주의적 입장이 바로 ‘1 대 99의 사회’에 직면한 세계가 피케티에 열광하는 이유다.
인문학적인 경제학서의 탄생
경제학은 어려운 학문으로 손꼽힌다. 경제학 책은 대개 전문적이고 복잡한 수학 공식으로 추상적인 이론을 설명하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펴볼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그러나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다르다. 간단한 수학 공식 3개만 이해하면 이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이론을 무난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다양한 문학작품과 영화, 드라마 등이 자주 등장해 저자의 주장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오노레 드 발자크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자주 인용되는데, 이를테면 21세기의 부의 불평등 추세를 고전적 세습사회인 19세기 상황과 비교해 보여주는 대목에서 발자크 소설 『고리오 영감』의 한 장면을 불러온다. 법학을 공부해 출세하려는 가난한 시골 귀족 청년인 라스티냐크에게 냉소적 현실주의자 보트랭은 재능과 노력을 통해 좋은 직업을 얻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일갈한다. 거액의 유산 상속녀와 결혼해 최상위 1퍼센트의 자본소득자rentier가 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노동으로 얻는 소득보다 상속받은 재산에서 얻는 소득이 몇 곱절은 안락한 삶을 가져다주었던 발자크의 세계가 ‘세습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의 시대를 스케치하기 위해 소환된다. 문학작품이 적재적소에서 저자의 분석을 뒷받침하는 흥미롭고 적절한 증거로 기능한다면, 그 좌표를 설정하는 것은 상당한 분량의 역사적 통계자료다. 이 책은 피케티의 말처럼 경제학 못지않게 역사에 관한 책이다(47쪽). 그는 300년의 통계자료를 분석해 불평등의 변천을 시대별, 지역별로 보여줌과 동시에 시대와 지역을 통합해 나타낸다. 책의 뒷부분에 목록으로 정리한 도표와 표를 훑어보면 소득분배의 경향과 부의 불평등 추이를 일별할 수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실증 연구
현실 세계는 외면한 채 과학적 분석에 몰두하는 주류 경제학계의 풍토를 피케티는 ‘유치한 열정’(46쪽)이라고 비판한다.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논리에 빠진 경제학자들이 무시해왔던 기본적인 통계자료를 성실히 수집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연구 방법을 택한 그는 부와 소득의 역사적인 동학dynamics을 이해하기 위해 무려 15년 동안 이매뉴얼 사에즈, 앤서니 앳킨슨 등의 경제학자들과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모아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이 책은 3세기에 걸친 20개국 이상의 데이터를 토대로 경제적 불평등의 역사적 전개를 살펴본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치밀한 실증 연구라는 점에서 기존의 주류 경제학 저서가 지향하는 수학적이고 이론적인 고찰이라는 한계를 뛰어넘는다. 피케티가 활용하는 자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소득의 분배와 그 불평등을 다루는 자료가 첫 번째요, 부의 분배 및 부와 소득의 관계를 다루는 자료가 두 번째다. 이 자료를 통해 부의 분배의 역사적 동학과 사회의 계층 구조를 드러내 보인다. 자본수익률이 끊임없이 감소하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 의해 프롤레타리아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19세기 마르크스의 예언과,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경제적 불평등이 자본주의가 발전된 단계에서는 완화되고 안정될 것이라는 20세기 쿠즈네츠의 이론까지 논파한 뒤, 새로운 자본주의의 동학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실용적이고 역사적인 접근 방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불평등의 구조와 역사를 증명하는 3가지 공식
피케티는 불평등의 구조와 역사를 자본주의의 기본법칙이라고 이름 붙인 두 개의 간단한 수식과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칭한 부등식을 통해 증명한다.
* 이른바 자본주의의 제1기본법칙은 α = r × β로 표현되는데, α는 국민소득에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몫, r은 자본수익률, β는 자본/소득 비율(자본총량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5~6 사이를 오간다)을 뜻한다. 예를 들어 β가 600퍼센트이고 r이 5퍼센트면 α는 30퍼센트다. 다시 말해 국가의 부의 총량이 6년 동안 벌어들인 국민소득에 해당되고 연간 자본수익률이 5퍼센트라면 국민소득에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몫은 30퍼센트인 셈이다. 피케티는 이 법칙에 따라 자본주의가 성장하면 자본수익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가설을 논파한다.
α = r × β 법칙에 따라 국민소득 및 전 세계 소득에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몫에 대해 언급하자면, 경험적으로 볼 때 예측 가능한 자본/소득의 비율 상승이 반드시 자본수익률의 상당한 하락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에는 아주 장기적으로 다양한 용도가 있는데, 노동에 대한 자본의 장기적 대체탄력성이 아마 1보다 클 것이라는 관찰은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러므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는 수익률의 감소 폭이 자본/소득 비율의 증가 폭보다 작을 것이고, 따라서 자본의 몫이 상승하리라는 것이다. 자본/소득 비율이 국민소득의 약 7~8배이고 자본수익률이 4~5퍼센트인 경우 전 세계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몫은 30~40퍼센트가 될 수 있는데, 이는 18세기와 19세기에 관찰된 것과 비슷한 수치이며 심지어는 그보다 더 높게 상승할지도 모른다.
_ 281~282쪽, 제6장 ‘21세기 자본-노동의 소득분배’
* 자본주의의 제2기본법칙인 β = s / g(s는 저축률을, g는 성장률을 뜻한다)는 저축을 많이 하고 느리게 성장하는 국가는 장기적으로(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대한 자본총량을 축적할 것이라는 분명하면서도 중요한 점을 반영하고 있다. 즉, 이 공식을 통해 저성장 사회에서는 과거에 축적된 부가 필연적으로 엄청난 중요성을 띠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성장률(g) 둔화는 높은 저축률(s)과 결합되어 장기적인 자본/소득 비율(β)을 구조적으로 상승시킨다. 피케티는 이 법칙을 이용해 1870~2100년 세계의 자본/소득 비율의 역사와 예측을 ‘U자 곡선’ 그래프(235쪽)로 나타낸다. 이 그래프는 자본주의가 발전된 단계에 접어들면 불평등의 정도가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한 쿠즈네츠의 ‘역U자형 곡선’이 사실과 다름을 역사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오히려 β = s / g 법칙은 세계의 자본/소득 비율이 계속 상승해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700퍼센트에 도달함으로써 대략적으로 18세기부터 벨 에포크 시대까지 유럽에서 관찰되던 극심한 불평등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논리적인 예측을 제시한다.
* r > g는 피케티가 소득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 도출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다.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늘 높다는 이론, 즉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 얻는 소득(임대료, 배당, 이자, 이윤,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에서 얻는 소득 등)이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임금, 보너스 등)을 웃돌기 때문에 자본 소유의 유무에 따라 소득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r > g를 논리적 필연성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로 본다. 고대에서 17세기까지 연간 경제성장률은 사실상 제로인 0.1~0.2퍼센트였지만, 자본수익률은 적어도 연간 2~3퍼센트였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한 동력이 일천했으며, 인구 증가도 미미했던 오랜 기간 동안의 경제성장률이 제로에 수렴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수용 가능한 주장이다. 반면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토지수익률은 4~5퍼센트에 달했다. 따라서 피케티가 말하는 것처럼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자본수익률이 항상 생산(그리고 소득) 성장률보다 적어도 10~20배 높았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423쪽). 최근의 추이를 살펴보면, 세계 경제가 연간 3.5~4퍼센트의 성장률을 보인 20세기 후반에는 이 둘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1세기에는 차이가 다시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피케티가 제시하는 통계자료를 들여다보면,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 1914~1945년에 급격히 떨어진 이후 다시 증가해 최근에는 19세기 수준의 턱 밑까지 도달했다. 1914~1945년에 잠시 상대적으로 평등이 높게 유지되었던 것은 단지 전후 복구를 위해 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유층의 상속된 부에 상당한 정도의 과세를 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피케티의 분석이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양극화의 정도가 감소했던 이 시기의 해법은 부유층의 자본에 대한 과세였던 것이다.
대담한 대안, 글로벌 자본세
피케티의 대안은 대담하고 파격적이다. 최고소득에 매우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과 글로벌 자본세가 그것이다. 현재 30퍼센트대로 떨어진 세율을 노동 의욕에 불리한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까지 높일 수 있을까? 피케티는 미국의 경우, 연간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의 소득(약 5~10억 원)을 올리는 상위 0.5~1퍼센트의 소득계층에 80퍼센트의 세율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보다 더 급진적인 대안은 전 세계에 있는 부에 대해 매년 누진적으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물론 피케티가 설계한 자본세의 세율은 최고소득세율과 마찬가지로, 자본축적의 동력을 유지시켜 성장률을 낮추지 않는 수준에서 책정된다. 그는 앞으로 세계 경제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 가운데 글로벌 자본세가 가장 덜 위험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목도되는 각국의 보호주의와 자본통제의 움직임은 국제적 긴장을 심화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는 점진적으로, 지역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자본세라는 ‘이상’을 실현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며, 먼저 유럽의 부유세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처럼 피케티의 해결책은 조세 개혁이다. 기업의 역동성과 국제적인 개방경제를 보호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산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 세금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본에 대한 누진적 과세는 부의 분배를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정책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조세적 접근은 또한 부의 도덕적 위계에 대한 헛된 논쟁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모든 재산은 부분적으로는 정당하지만 잠재적으로는 과도하다. 그 부가 완전히 도둑질의 결과인 경우는 드물며 절대적으로 능력에 의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드물다. 자본에 대한 누진세의 이점은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고 일관되며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대처하는 방법인 동시에 대규모 재산을 민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이다. 이런 경우가 이미 꽤 많이 있다.
_ 529쪽, 제12장 ‘21세기 글로벌 부의 불평등’
소모적인 논쟁에서 생산적인 담론으로
이 책은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조로 시작한다. “사회적 차별은 오직 공익에 바탕을 둘 때만 가능하다.” 피케티는 자본주의 자체를 비난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질서를 이루기 위한 적절한 제도와 정책들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일 뿐이다(45쪽).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으로 부가 집중되는 메커니즘은 재능이나 노력보다는 태생에 따라 삶과 사회가 좌우되도록 할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근본적으로 잠식할 것이다. 피케티 스스로 인정하듯 그의 대안은 다소 이상적이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져가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기회비용을 염두에 둔다면 피케티의 제안에 관한 소모적인 이념 논쟁에서 생산적이고 실용적인 담론으로 옮아가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마무리하는 피케티의 제언은 곱씹어볼 이유가 충분하다.
모든 사회과학자, 모든 저널리스트와 논평가, 노동조합의 모든 활동가와 온갖 부류의 정치가, 특히 모든 시민은 돈과 그에 대한 측정, 그를 둘러싼 사실들 그리고 그 역사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숫자를 다루기를 거부하는 것이 가난한 이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_ 697쪽, ‘결론’
책의 구성
이 책은 4부 1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소득과 자본’(1~2장)은 이 책의 기본 개념들을 소개한다. 국민소득, 자본, 자본/소득 비율 등의 개념을 제시하고, 세계적으로 소득과 생산의 분배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거시적인 시각에서 돌아본다. 또한 산업혁명 이후 인구와 생산 성장률이 어떤 변화 양상을 보였는지 상세히 분석한다.
제2부 ‘자본/소득 비율의 동학’(3~6장)은 자본/소득 비율의 장기적인 변화에 대한 전망을 검토하고, 21세기에 세계적으로 국민소득이 노동과 자본 사이에 어떻게 분배될지를 살펴보기 위한 예비적 단계다. 장기간에 걸쳐 가장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의 사례에서 시작해 독일과 미국의 사례를 거쳐 전 세계의 역사적 데이터를 간추려 자본주의의 동학을 예측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수행한다.
제3부 ‘불평등의 구조’(7~12장)는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에 따른 불평등의 수준을 개관한 뒤 역사적 데이터를 확보한 모든 나라에서 전개된 불평등의 역사적 동학을 분석한다. 또한 오랜 기간에 걸쳐 상속재산의 중요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연구하고, 21세기 초 세계적인 부의 분배를 전망한다.
제4부 ‘21세기의 자본 규제’(13~16장)는 규범적이고 정책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결론에 해당한다. 지금의 상황에 적합한 ‘사회적 국가’의 모습을 진단한 다음,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제안한다. 그리고 이 대담한 대안을 유럽의 부유세, 중국의 자본통제, 각국의 보호주의 부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제와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공공부채라는 절박한 문제를 다루면서 공공자본 축적의 최적 수준에 대해 생각해본다.
※ 피케티 현상 및 논쟁 총정리한 ‘정보지도’ 『피케티 패닉』도 9월 말 출간 ※
아울러 글항아리는 오는 9월 말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관련된 현상과 논쟁을 총정리하여 독자들에게 하나의 ‘정보지도’를 제공할 『피케티 패닉 - 『21세기 자본』을 둘러싼 전 세계 논쟁지도』(김동진 지음)를 출간할 예정이다.
이 책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전 세계 자본 담론에서 어떠한 논쟁과 논의를 촉발시키고 심화시키는지, 그럼으로써 향후 자본 담론에 어떠한 기여를 해나갈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전망한다. 불평등이라는 주제는 피케티 현상을 거치면서 경제적 사안을 넘어 민감함 사회·정치적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저서에 오류가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을 때만 해도 불평등의 실증적인 추세가 논쟁거리였는데, 지금은 담론의 무게중심이 불평등의 추세는 인정하되 불평등을 자본과 연결지어 담론화하는 것이 타당한지로 바뀌고 있다. 피케티가 임의적으로 자본에 포함시킨 주택 자산의 가치 변화를 통해 지난 30년 동안의 자본/소득 비율의 증가를 80퍼센트 정도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예다. 주택의 자산가치 변화는 자본축적의 결과나 자본과 노동 사이의 대체에서 발생되는 현상이 아니라 자산가치의 변화에 기인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동학이 작동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피케티 패닉』은 이런 담론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하듯이, 그러나 담론의 발전 단계부터 심도 있게 파헤친다.
강화되는 세습자본주의는 능력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므로, 따라서 이에 대해 최소한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는 피케티의 실제적 요구를 우리는 반박할 수 있을까? 이미 존재하는 관련 자료에 대한 투명한 정보의 공개 요구는 자본 담론을 위해 필요한 권리장전의 성격을 지니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조율을 시도하는 이러한 알 권리에 대한 요구는 점차적으로 정치권에서 고려할 만한 의제로 인식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의 저자 김동진은 이번 『21세기 자본』의 한국어 번역과정에 교열자로 참여했고, 자본주의의 다양성과 기업 지배구조의 역사에 학문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사 박사과정을 수료 후 논문을 준비 중이다.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해 면밀히 분석하고
대담한 대안을 제시하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역작인 『21세기 자본』은 올해, 아니 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경제학 저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_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전 세계에 ‘피케티 현상’을 불러일으킨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지난해 8월에 프랑스, 올해 4월에 미국에서 번역 출간된 이후 경제계는 물론 세계 지성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아온 『21세기 자본』은 국내에서도 이미 자본주의에 내재한 불평등의 동학에 대한 참신하고 실증적인 분석과 대담하고 파격적인 대안 제시로 인해 논쟁의 중심에 있다. 한국어판은 영어판인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하버드대출판부)를 저본으로 삼되 원저작인 프랑스어판 Le Capital au XXIe si?cle(세이유)과 일일이 대조해 완역했다. 물론 영어판도 프랑스어판의 완역이다. 영어판과 프랑스어판 사이에 문장상 중요한 차이가 있거나, 영어판에서 누락된 내용이 있는 경우 프랑스어판을 따랐다. 이 과정에서 저자와 세이유, 하버드대출판부 모두의 동의와 허락을 받았음을 밝힌다.
토마 피케티, 자본주의, 정치경제학
『21세기 자본』으로 일약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떠오른 토마 피케티는 누구인가? 한편에서는 불과 43세의 그를 마르크스와 같은 사상가의 반열에 올려놓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꾸준히 그의 주장에 반박하며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기존 주류 경제학계의 관심 밖에 있던 소득불평등 문제를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실증적으로 연구한 피케티의 연구 주제와 방법론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인정받고 있는 듯하다. 그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데에는 『21세기 자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그는 ‘벼락스타’가 아니다. 피케티는 역사적이고 통계적인 접근을 통한 경제적 불평등 연구에 천착해온 소장 경제학자로, 주로 경제성장이 소득과 부의 분배와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관한 역사적이고 이론적인 작업을 다년간 수행해왔다. 특히 국민소득에서 최상위 소득의 비중이 장기간에 걸쳐 변화한 양상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일련의 연구를 통해 그는 성장과 불평등 사이의 관계를 낙관적으로 조망한 쿠즈네츠의 이론에 근본적인 의문을 표하고, 소득과 부의 분배의 역사적인 변화 추이에 있어 정치제도와 재정제도의 역할을 강조한다. 보수주의 진영에서는 마르크스와 그의 사상을 연상시키는 책의 제목과 급진적으로 보이는 해결책 제시를 근거로 피케티를 마르크스주의자로 몰아세우지만, 정작 그 자신은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비판에는 관심이 없다고 이 책에서 밝힌다. 그는 단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할 제도 마련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은 그런 그의 기획을 전 세계적인 차원으로 확대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이렇듯 현실 세계에 참여하고자 하는 그가 수학 공식에 매몰된 주류 경제학에 반기를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그는 ‘경제과학economic science’이라는 표현보다는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ics’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고 고백하면서, 경제학이 과거의 전통인 정치경제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692쪽). 수학적 모형을 통한 순수한 이론적 고찰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제들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과 해법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에야 경제학이 사회적 쓸모를 다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피케티의 실용주의적 입장이 바로 ‘1 대 99의 사회’에 직면한 세계가 피케티에 열광하는 이유다.
인문학적인 경제학서의 탄생
경제학은 어려운 학문으로 손꼽힌다. 경제학 책은 대개 전문적이고 복잡한 수학 공식으로 추상적인 이론을 설명하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펴볼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그러나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다르다. 간단한 수학 공식 3개만 이해하면 이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이론을 무난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다양한 문학작품과 영화, 드라마 등이 자주 등장해 저자의 주장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오노레 드 발자크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자주 인용되는데, 이를테면 21세기의 부의 불평등 추세를 고전적 세습사회인 19세기 상황과 비교해 보여주는 대목에서 발자크 소설 『고리오 영감』의 한 장면을 불러온다. 법학을 공부해 출세하려는 가난한 시골 귀족 청년인 라스티냐크에게 냉소적 현실주의자 보트랭은 재능과 노력을 통해 좋은 직업을 얻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일갈한다. 거액의 유산 상속녀와 결혼해 최상위 1퍼센트의 자본소득자rentier가 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노동으로 얻는 소득보다 상속받은 재산에서 얻는 소득이 몇 곱절은 안락한 삶을 가져다주었던 발자크의 세계가 ‘세습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의 시대를 스케치하기 위해 소환된다. 문학작품이 적재적소에서 저자의 분석을 뒷받침하는 흥미롭고 적절한 증거로 기능한다면, 그 좌표를 설정하는 것은 상당한 분량의 역사적 통계자료다. 이 책은 피케티의 말처럼 경제학 못지않게 역사에 관한 책이다(47쪽). 그는 300년의 통계자료를 분석해 불평등의 변천을 시대별, 지역별로 보여줌과 동시에 시대와 지역을 통합해 나타낸다. 책의 뒷부분에 목록으로 정리한 도표와 표를 훑어보면 소득분배의 경향과 부의 불평등 추이를 일별할 수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실증 연구
현실 세계는 외면한 채 과학적 분석에 몰두하는 주류 경제학계의 풍토를 피케티는 ‘유치한 열정’(46쪽)이라고 비판한다.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논리에 빠진 경제학자들이 무시해왔던 기본적인 통계자료를 성실히 수집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연구 방법을 택한 그는 부와 소득의 역사적인 동학dynamics을 이해하기 위해 무려 15년 동안 이매뉴얼 사에즈, 앤서니 앳킨슨 등의 경제학자들과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모아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이 책은 3세기에 걸친 20개국 이상의 데이터를 토대로 경제적 불평등의 역사적 전개를 살펴본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치밀한 실증 연구라는 점에서 기존의 주류 경제학 저서가 지향하는 수학적이고 이론적인 고찰이라는 한계를 뛰어넘는다. 피케티가 활용하는 자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소득의 분배와 그 불평등을 다루는 자료가 첫 번째요, 부의 분배 및 부와 소득의 관계를 다루는 자료가 두 번째다. 이 자료를 통해 부의 분배의 역사적 동학과 사회의 계층 구조를 드러내 보인다. 자본수익률이 끊임없이 감소하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 의해 프롤레타리아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19세기 마르크스의 예언과,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경제적 불평등이 자본주의가 발전된 단계에서는 완화되고 안정될 것이라는 20세기 쿠즈네츠의 이론까지 논파한 뒤, 새로운 자본주의의 동학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실용적이고 역사적인 접근 방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불평등의 구조와 역사를 증명하는 3가지 공식
피케티는 불평등의 구조와 역사를 자본주의의 기본법칙이라고 이름 붙인 두 개의 간단한 수식과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칭한 부등식을 통해 증명한다.
* 이른바 자본주의의 제1기본법칙은 α = r × β로 표현되는데, α는 국민소득에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몫, r은 자본수익률, β는 자본/소득 비율(자본총량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5~6 사이를 오간다)을 뜻한다. 예를 들어 β가 600퍼센트이고 r이 5퍼센트면 α는 30퍼센트다. 다시 말해 국가의 부의 총량이 6년 동안 벌어들인 국민소득에 해당되고 연간 자본수익률이 5퍼센트라면 국민소득에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몫은 30퍼센트인 셈이다. 피케티는 이 법칙에 따라 자본주의가 성장하면 자본수익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가설을 논파한다.
α = r × β 법칙에 따라 국민소득 및 전 세계 소득에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몫에 대해 언급하자면, 경험적으로 볼 때 예측 가능한 자본/소득의 비율 상승이 반드시 자본수익률의 상당한 하락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에는 아주 장기적으로 다양한 용도가 있는데, 노동에 대한 자본의 장기적 대체탄력성이 아마 1보다 클 것이라는 관찰은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러므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는 수익률의 감소 폭이 자본/소득 비율의 증가 폭보다 작을 것이고, 따라서 자본의 몫이 상승하리라는 것이다. 자본/소득 비율이 국민소득의 약 7~8배이고 자본수익률이 4~5퍼센트인 경우 전 세계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몫은 30~40퍼센트가 될 수 있는데, 이는 18세기와 19세기에 관찰된 것과 비슷한 수치이며 심지어는 그보다 더 높게 상승할지도 모른다.
_ 281~282쪽, 제6장 ‘21세기 자본-노동의 소득분배’
* 자본주의의 제2기본법칙인 β = s / g(s는 저축률을, g는 성장률을 뜻한다)는 저축을 많이 하고 느리게 성장하는 국가는 장기적으로(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대한 자본총량을 축적할 것이라는 분명하면서도 중요한 점을 반영하고 있다. 즉, 이 공식을 통해 저성장 사회에서는 과거에 축적된 부가 필연적으로 엄청난 중요성을 띠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성장률(g) 둔화는 높은 저축률(s)과 결합되어 장기적인 자본/소득 비율(β)을 구조적으로 상승시킨다. 피케티는 이 법칙을 이용해 1870~2100년 세계의 자본/소득 비율의 역사와 예측을 ‘U자 곡선’ 그래프(235쪽)로 나타낸다. 이 그래프는 자본주의가 발전된 단계에 접어들면 불평등의 정도가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한 쿠즈네츠의 ‘역U자형 곡선’이 사실과 다름을 역사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오히려 β = s / g 법칙은 세계의 자본/소득 비율이 계속 상승해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700퍼센트에 도달함으로써 대략적으로 18세기부터 벨 에포크 시대까지 유럽에서 관찰되던 극심한 불평등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논리적인 예측을 제시한다.
* r > g는 피케티가 소득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 도출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다.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늘 높다는 이론, 즉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 얻는 소득(임대료, 배당, 이자, 이윤,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에서 얻는 소득 등)이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임금, 보너스 등)을 웃돌기 때문에 자본 소유의 유무에 따라 소득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r > g를 논리적 필연성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로 본다. 고대에서 17세기까지 연간 경제성장률은 사실상 제로인 0.1~0.2퍼센트였지만, 자본수익률은 적어도 연간 2~3퍼센트였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한 동력이 일천했으며, 인구 증가도 미미했던 오랜 기간 동안의 경제성장률이 제로에 수렴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수용 가능한 주장이다. 반면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토지수익률은 4~5퍼센트에 달했다. 따라서 피케티가 말하는 것처럼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자본수익률이 항상 생산(그리고 소득) 성장률보다 적어도 10~20배 높았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423쪽). 최근의 추이를 살펴보면, 세계 경제가 연간 3.5~4퍼센트의 성장률을 보인 20세기 후반에는 이 둘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1세기에는 차이가 다시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피케티가 제시하는 통계자료를 들여다보면,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 1914~1945년에 급격히 떨어진 이후 다시 증가해 최근에는 19세기 수준의 턱 밑까지 도달했다. 1914~1945년에 잠시 상대적으로 평등이 높게 유지되었던 것은 단지 전후 복구를 위해 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유층의 상속된 부에 상당한 정도의 과세를 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피케티의 분석이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양극화의 정도가 감소했던 이 시기의 해법은 부유층의 자본에 대한 과세였던 것이다.
대담한 대안, 글로벌 자본세
피케티의 대안은 대담하고 파격적이다. 최고소득에 매우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과 글로벌 자본세가 그것이다. 현재 30퍼센트대로 떨어진 세율을 노동 의욕에 불리한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까지 높일 수 있을까? 피케티는 미국의 경우, 연간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의 소득(약 5~10억 원)을 올리는 상위 0.5~1퍼센트의 소득계층에 80퍼센트의 세율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보다 더 급진적인 대안은 전 세계에 있는 부에 대해 매년 누진적으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물론 피케티가 설계한 자본세의 세율은 최고소득세율과 마찬가지로, 자본축적의 동력을 유지시켜 성장률을 낮추지 않는 수준에서 책정된다. 그는 앞으로 세계 경제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 가운데 글로벌 자본세가 가장 덜 위험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목도되는 각국의 보호주의와 자본통제의 움직임은 국제적 긴장을 심화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는 점진적으로, 지역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자본세라는 ‘이상’을 실현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며, 먼저 유럽의 부유세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처럼 피케티의 해결책은 조세 개혁이다. 기업의 역동성과 국제적인 개방경제를 보호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산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 세금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본에 대한 누진적 과세는 부의 분배를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정책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조세적 접근은 또한 부의 도덕적 위계에 대한 헛된 논쟁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모든 재산은 부분적으로는 정당하지만 잠재적으로는 과도하다. 그 부가 완전히 도둑질의 결과인 경우는 드물며 절대적으로 능력에 의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드물다. 자본에 대한 누진세의 이점은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고 일관되며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대처하는 방법인 동시에 대규모 재산을 민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이다. 이런 경우가 이미 꽤 많이 있다.
_ 529쪽, 제12장 ‘21세기 글로벌 부의 불평등’
소모적인 논쟁에서 생산적인 담론으로
이 책은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조로 시작한다. “사회적 차별은 오직 공익에 바탕을 둘 때만 가능하다.” 피케티는 자본주의 자체를 비난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질서를 이루기 위한 적절한 제도와 정책들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일 뿐이다(45쪽).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으로 부가 집중되는 메커니즘은 재능이나 노력보다는 태생에 따라 삶과 사회가 좌우되도록 할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근본적으로 잠식할 것이다. 피케티 스스로 인정하듯 그의 대안은 다소 이상적이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져가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기회비용을 염두에 둔다면 피케티의 제안에 관한 소모적인 이념 논쟁에서 생산적이고 실용적인 담론으로 옮아가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마무리하는 피케티의 제언은 곱씹어볼 이유가 충분하다.
모든 사회과학자, 모든 저널리스트와 논평가, 노동조합의 모든 활동가와 온갖 부류의 정치가, 특히 모든 시민은 돈과 그에 대한 측정, 그를 둘러싼 사실들 그리고 그 역사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숫자를 다루기를 거부하는 것이 가난한 이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_ 697쪽, ‘결론’
책의 구성
이 책은 4부 1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소득과 자본’(1~2장)은 이 책의 기본 개념들을 소개한다. 국민소득, 자본, 자본/소득 비율 등의 개념을 제시하고, 세계적으로 소득과 생산의 분배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거시적인 시각에서 돌아본다. 또한 산업혁명 이후 인구와 생산 성장률이 어떤 변화 양상을 보였는지 상세히 분석한다.
제2부 ‘자본/소득 비율의 동학’(3~6장)은 자본/소득 비율의 장기적인 변화에 대한 전망을 검토하고, 21세기에 세계적으로 국민소득이 노동과 자본 사이에 어떻게 분배될지를 살펴보기 위한 예비적 단계다. 장기간에 걸쳐 가장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의 사례에서 시작해 독일과 미국의 사례를 거쳐 전 세계의 역사적 데이터를 간추려 자본주의의 동학을 예측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수행한다.
제3부 ‘불평등의 구조’(7~12장)는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에 따른 불평등의 수준을 개관한 뒤 역사적 데이터를 확보한 모든 나라에서 전개된 불평등의 역사적 동학을 분석한다. 또한 오랜 기간에 걸쳐 상속재산의 중요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연구하고, 21세기 초 세계적인 부의 분배를 전망한다.
제4부 ‘21세기의 자본 규제’(13~16장)는 규범적이고 정책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결론에 해당한다. 지금의 상황에 적합한 ‘사회적 국가’의 모습을 진단한 다음,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제안한다. 그리고 이 대담한 대안을 유럽의 부유세, 중국의 자본통제, 각국의 보호주의 부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제와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공공부채라는 절박한 문제를 다루면서 공공자본 축적의 최적 수준에 대해 생각해본다.
※ 피케티 현상 및 논쟁 총정리한 ‘정보지도’ 『피케티 패닉』도 9월 말 출간 ※
아울러 글항아리는 오는 9월 말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관련된 현상과 논쟁을 총정리하여 독자들에게 하나의 ‘정보지도’를 제공할 『피케티 패닉 - 『21세기 자본』을 둘러싼 전 세계 논쟁지도』(김동진 지음)를 출간할 예정이다.
이 책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전 세계 자본 담론에서 어떠한 논쟁과 논의를 촉발시키고 심화시키는지, 그럼으로써 향후 자본 담론에 어떠한 기여를 해나갈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전망한다. 불평등이라는 주제는 피케티 현상을 거치면서 경제적 사안을 넘어 민감함 사회·정치적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저서에 오류가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을 때만 해도 불평등의 실증적인 추세가 논쟁거리였는데, 지금은 담론의 무게중심이 불평등의 추세는 인정하되 불평등을 자본과 연결지어 담론화하는 것이 타당한지로 바뀌고 있다. 피케티가 임의적으로 자본에 포함시킨 주택 자산의 가치 변화를 통해 지난 30년 동안의 자본/소득 비율의 증가를 80퍼센트 정도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예다. 주택의 자산가치 변화는 자본축적의 결과나 자본과 노동 사이의 대체에서 발생되는 현상이 아니라 자산가치의 변화에 기인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동학이 작동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피케티 패닉』은 이런 담론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하듯이, 그러나 담론의 발전 단계부터 심도 있게 파헤친다.
강화되는 세습자본주의는 능력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므로, 따라서 이에 대해 최소한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는 피케티의 실제적 요구를 우리는 반박할 수 있을까? 이미 존재하는 관련 자료에 대한 투명한 정보의 공개 요구는 자본 담론을 위해 필요한 권리장전의 성격을 지니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조율을 시도하는 이러한 알 권리에 대한 요구는 점차적으로 정치권에서 고려할 만한 의제로 인식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의 저자 김동진은 이번 『21세기 자본』의 한국어 번역과정에 교열자로 참여했고, 자본주의의 다양성과 기업 지배구조의 역사에 학문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사 박사과정을 수료 후 논문을 준비 중이다.
목차
서장
제1부 소득과 자본
제1장 소득과 생산
제2장 성장: 환상과 현실
제2부 자본/소득 비율의 동학
제3장 자본의 변신
제4장 구유럽에서 신세계로
제5장 자본/소득 비율의 장기 추이
제6장 21세기 자본과 노동의 소득분배율
제3부 불평등의 구조
제7장 불평등과 집중: 예비적 고찰
제8장 두 개의 세계
제9장 노동소득의 불평등
제10장 자본 소유의 불평등
제11장 장기적 관점에서 본 실력주의와 상속
제12장 21세기 글로벌 부의 불평등
제4부 21세기의 자본 규제
제13장 21세기의 사회적 국가
제14장 누진적 소득세에 대한 재고
제15장 글로벌 자본세
제16장 공공부채의 문제
결론
감사의 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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