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북한 과학환상문학과 유토피아
North Korean science fiction and utopia
- 개인저자
- 서동수 지음
- 발행사항
- 서울 : 소명출판, 2018
- 형태사항
- 377 p. : 삽화(일부천연색), 초상 ; 24 cm
- ISBN
- 9791159052736
- 청구기호
- 810.906 서225ㅂ
- 서지주기
- 참고문헌: p. 370-377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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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6691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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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북한에도 SF가 있어?”
<스타워즈>, <인터스텔라>, <인셉션>, <터미네이터> 등등 ‘SF(Science Fiction)’하면 할리우드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 SF는 그렇게 기발한 과학적 상상력의 산물이며, 그렇기에 경직된 체제의 나라보다는 보다 자유롭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나라에 어울릴 것 같다는 집단의식이 적잖이 깔려 있다.
그런 면에서 SF와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라, 흔히들 동토의 왕국이라 부르는 북한에 SF가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도 이미 1950년대 중반부터 활발히 창작되고 있었다고 한다면?
놀랍게도 모두 사실이다. 북한은 국가정책 차원에서 SF 창작과 발간을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우리나라가 SF를 일종의 서자(庶子)처럼 주변부에 두었다면, 북한은 대중을 계몽시키는 중요한 여러 적자(嫡子) 중의 하나로 보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적합한 이름을 부여했다.
“과학환상문학”
북한이 자신들의 SF를 부르는 정식 명칭이다.
최초의 북한SF 연구서, 세 가지 질문들
하나――기원: 북한 과학환상문학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그 모든 것에 기원(origin)이 있듯이, 북한의 과학환상문학도 발생 기원이 있다. 그 기원은 안과 밖에서 찾을 수 있다. 안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의 문학전통, 이른바 자생적 기원론이라면, 밖은 외부의 영향에 해당한다. 그런데 북한의 과학환상문학에서는 외부의 영향이 두드러져 보인다. 특히 소련의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아비였던 소련이 보여준 거대한 과학의 힘은, 걸음마를 막 시작하던 북한의 눈에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아들이 아비를 흉내 내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북한은 소련의 압도적인 과학의 힘을 동경하고 모방하기 시작했다. 소련의 과학담론과 정책 그리고 기술을 열심히 배우기 시작했고, 이를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 할 필요와 사명을 느꼈다. 일찍이 문학이 진리를 전파하는 유용한 매체임을 알고 있었던 북한은 과학의 진리를 ‘이야기(story)’ 속에 담기 시작했다. 그래서 북한 과학환상문학이 세상에 등장한 것이다.
둘――표면: 북한의 과학적 상상력과 유토피아의 정체는?
북한은 ‘과학적 상상력’이란 개념에 특히 공을 들여 설명한다. 그들의 과학적 상상력이야말로 서구의 과학소설과의 차이를 드러내는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북한에게 과학은 절대적으로 인간에게 복종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서구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거나, 킹콩처럼 인간에 의해 괴물로 변하거나, 좀비 등의 상상력은 “아무런 인식교양적 의의도 없는 공허하고 막연한 환상”으로 치부해버린다. 대신 북한의 “우리 식의 과학환상문학”은 “허황한 공상이 아닌 력사와 과학발전의 합법칙성과 생활의 진실에 기초”한 “근거있는 과학적 환상”이라고 부른다.
북한이 근거 있는 환상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세계는 그야말로 유토피아이다. 북한은 그 세계를 “자연과 사회를 인간의 자주적 요구에 맞게 대조 변혁할 수 있으며, 심지어 우주세계까지 인간의 창조적 힘으로 점령하여 참된 삶의 보금자리”라고 말한다. 로봇이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신약의 발명으로 질병의 공포가 사라지고, 우주를 조국의 식민지로 만들어 무한한 자원을 개발하여 모든 인민이 배불리 먹고 행복해질 수 있는 세계! 그 세계를 위해, 오늘도 조국과 당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과학자들의 숭고함! 북한이 상상하는 유토피아는 물질과 영혼이 하나 되는 완벽한 이상세계이다.
셋――이면: 그들은 왜 유토피아의 도래를 두려워하는가?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그들 스스로가 그토록 열망하는 유토피아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표면상 북한은 유토피아를 향해 질주한다. 과학자들은 미국과 일본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로운 발명품을 완성한다. 또 외계인을 도와줄 뿐 아니라 그들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 속에서는 완결된 세계가 도래하지 않는다. 그곳은 아름답고 풍요롭지만 늘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균열에 노출되어 있다. 사실 북한 과학환상문학은 이 위협을 막고 균열을 봉합하는데 온 에너지를 다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에게는 더욱 두려운 것이 있다. 진정한 두려움은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데서 기인하듯, 북한 역시 도래할 미래의 모습에 대해 스스로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이 존재한다. 불특정한 미래의 그 세계는 북한의 생명과도 같은 ‘생물학적 수령’을 특정할 수 없으며 이념체계도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과학환상문학에는 북한문학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수령’이 등장하지 않는다. 조국이나 당도 매우 추상적으로만 등장할 뿐이다. 결국 모든 사건은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구조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모든 사건의 결말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던 그 지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세계이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외치는 것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의 과학환상문학은 유토피아를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유토피아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희망과 불안을 양분삼아 자라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그대로 오늘날 북한사회의 희망과 두려움의 또 다른 얼굴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을 바탕으로 북한 과학환상문학의 요소들을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를 향한 상상력의 기저에 깔려 있는 북한의 현재적 고민과 불안도 함께 다루고 있다.
<스타워즈>, <인터스텔라>, <인셉션>, <터미네이터> 등등 ‘SF(Science Fiction)’하면 할리우드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 SF는 그렇게 기발한 과학적 상상력의 산물이며, 그렇기에 경직된 체제의 나라보다는 보다 자유롭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나라에 어울릴 것 같다는 집단의식이 적잖이 깔려 있다.
그런 면에서 SF와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라, 흔히들 동토의 왕국이라 부르는 북한에 SF가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도 이미 1950년대 중반부터 활발히 창작되고 있었다고 한다면?
놀랍게도 모두 사실이다. 북한은 국가정책 차원에서 SF 창작과 발간을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우리나라가 SF를 일종의 서자(庶子)처럼 주변부에 두었다면, 북한은 대중을 계몽시키는 중요한 여러 적자(嫡子) 중의 하나로 보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적합한 이름을 부여했다.
“과학환상문학”
북한이 자신들의 SF를 부르는 정식 명칭이다.
최초의 북한SF 연구서, 세 가지 질문들
하나――기원: 북한 과학환상문학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그 모든 것에 기원(origin)이 있듯이, 북한의 과학환상문학도 발생 기원이 있다. 그 기원은 안과 밖에서 찾을 수 있다. 안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의 문학전통, 이른바 자생적 기원론이라면, 밖은 외부의 영향에 해당한다. 그런데 북한의 과학환상문학에서는 외부의 영향이 두드러져 보인다. 특히 소련의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아비였던 소련이 보여준 거대한 과학의 힘은, 걸음마를 막 시작하던 북한의 눈에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아들이 아비를 흉내 내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북한은 소련의 압도적인 과학의 힘을 동경하고 모방하기 시작했다. 소련의 과학담론과 정책 그리고 기술을 열심히 배우기 시작했고, 이를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 할 필요와 사명을 느꼈다. 일찍이 문학이 진리를 전파하는 유용한 매체임을 알고 있었던 북한은 과학의 진리를 ‘이야기(story)’ 속에 담기 시작했다. 그래서 북한 과학환상문학이 세상에 등장한 것이다.
둘――표면: 북한의 과학적 상상력과 유토피아의 정체는?
북한은 ‘과학적 상상력’이란 개념에 특히 공을 들여 설명한다. 그들의 과학적 상상력이야말로 서구의 과학소설과의 차이를 드러내는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북한에게 과학은 절대적으로 인간에게 복종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서구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거나, 킹콩처럼 인간에 의해 괴물로 변하거나, 좀비 등의 상상력은 “아무런 인식교양적 의의도 없는 공허하고 막연한 환상”으로 치부해버린다. 대신 북한의 “우리 식의 과학환상문학”은 “허황한 공상이 아닌 력사와 과학발전의 합법칙성과 생활의 진실에 기초”한 “근거있는 과학적 환상”이라고 부른다.
북한이 근거 있는 환상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세계는 그야말로 유토피아이다. 북한은 그 세계를 “자연과 사회를 인간의 자주적 요구에 맞게 대조 변혁할 수 있으며, 심지어 우주세계까지 인간의 창조적 힘으로 점령하여 참된 삶의 보금자리”라고 말한다. 로봇이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신약의 발명으로 질병의 공포가 사라지고, 우주를 조국의 식민지로 만들어 무한한 자원을 개발하여 모든 인민이 배불리 먹고 행복해질 수 있는 세계! 그 세계를 위해, 오늘도 조국과 당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과학자들의 숭고함! 북한이 상상하는 유토피아는 물질과 영혼이 하나 되는 완벽한 이상세계이다.
셋――이면: 그들은 왜 유토피아의 도래를 두려워하는가?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그들 스스로가 그토록 열망하는 유토피아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표면상 북한은 유토피아를 향해 질주한다. 과학자들은 미국과 일본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로운 발명품을 완성한다. 또 외계인을 도와줄 뿐 아니라 그들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 속에서는 완결된 세계가 도래하지 않는다. 그곳은 아름답고 풍요롭지만 늘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균열에 노출되어 있다. 사실 북한 과학환상문학은 이 위협을 막고 균열을 봉합하는데 온 에너지를 다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에게는 더욱 두려운 것이 있다. 진정한 두려움은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데서 기인하듯, 북한 역시 도래할 미래의 모습에 대해 스스로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이 존재한다. 불특정한 미래의 그 세계는 북한의 생명과도 같은 ‘생물학적 수령’을 특정할 수 없으며 이념체계도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과학환상문학에는 북한문학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수령’이 등장하지 않는다. 조국이나 당도 매우 추상적으로만 등장할 뿐이다. 결국 모든 사건은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구조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모든 사건의 결말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던 그 지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세계이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외치는 것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의 과학환상문학은 유토피아를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유토피아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희망과 불안을 양분삼아 자라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그대로 오늘날 북한사회의 희망과 두려움의 또 다른 얼굴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을 바탕으로 북한 과학환상문학의 요소들을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를 향한 상상력의 기저에 깔려 있는 북한의 현재적 고민과 불안도 함께 다루고 있다.
목차
머리말
1부 북한 과학환상문학의 존재의미와 장르 인식
1장_ 북한 과학환상문학의 개념과 창작원리
2장_ 북한 과학환상문학의 내적형식
2부 북한 과학환상문학의 형성과 소련
1장 소련 과학담론과 정책의 영향
2장_ 소련 우주과학의 영향
3장_ 북한의 과학담론과 과학환상문학의 전개양상
3부 북한식 사회주의 유토피아와 팬텀
1장_ 사회주의 낙원의 역사적 조건들
2장_ 파타포적 상상력과 향유 없는 유토피아
3장_ 복제되는 수령과 팬텀의 효과
4장_ 억압을 욕망하는 아이들과 실재의 귀환
4부 유토피아의 타자들, 유사인류
1장_ 로봇이라는 내부의 타자와 인민의 은유
2장_ 외계인을 향한 제국의 시선과 인종주의
보론/ 유토피아의 전복과 파국의 상상력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