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전자도서관

로그인

통일연구원 전자도서관

소장자료검색

  1. 메인
  2. 소장자료검색
  3. 신착자료

신착자료

단행본

연적: 김호연 장편소설

개인저자
김호연 지음
발행사항
서울: 나무옆의자, 2016
형태사항
275 p.; 21 cm
ISBN
9791186748138
청구기호
813.6 김95ㅇ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지금 이용 불가 (1)
1자료실00019275대출중2024.05.13
지금 이용 불가 (1)
  • 등록번호
    00019275
    상태/반납예정일
    대출중
    2024.05.13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그녀가 죽은 지 1년째 되던 날,
나는 연적이었던 놈과 함께 그녀의 유골함을 들고 튀었다

한 여자를 사랑한 두 남자의 기묘하고도 가슴 찡한 여행


소설, 영화, 만화를 넘나드는 전천후 스토리텔러 김호연
『망원동 브라더스』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죽은 여자 친구를 더 좋은 곳으로 보내주려는 두 남자의 대책 없는 여행

연적이었던 두 남자가 죽은 연인의 1주년 기일에 우연히 만나 연인의 뼈가 든 유골함을 들고 튄다. 여행을 좋아하고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그녀가 좁은 납골당에 갇혀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냐고, 그녀를 자유롭게 해주자고. 하지만 두 사람의 대책 없는 의기투합은 첫걸음부터 삐걱대고 그녀를 저 혼자 소유하겠다는 이기심은 끝 간 데 없이 치닫는다. 작가는 한 여자를 서로 다른 시기에 사랑했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 남자의 엇박자 여행을 특유의 유머와 유쾌한 에너지로 현실감 있게 그린다.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옛 여자친구의 기일에 그녀의 뼈를 안고 그녀가 생전에 좋아했던 장소를 찾아가는 아이러니, 그 길을 달라도 너무 다른 녀석과 싸워가며 함께해야 하는 부조화가 소설적 재미와 따뜻하고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작가 김호연은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망원동 브라더스』로 문단과 독자에게 이름을 알렸다. 옥탑방에서 지지고 볶는 찌질한 인생들의 유쾌한 공동체를 특유의 찰진 입담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소설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고, 연극 무대에도 올랐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중이다. 그는 소설가일 뿐 아니라 시나리오작가와 웹툰 스토리 작가로도 활약하는 전천후 스토리텔러로, 『연적』은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작품이다.

연적으로 만나 싸우고 경쟁하다 우정이 싹트다
『망원동 브라더스』가 코딱지만 한 옥탑방에서 펼쳐지는 네 남자의 동거기였다면 『연적』은 한 여자를 사랑한 두 남자가 죽은 연인과 함께 떠나는 기묘한 여행기다.
출판사 편집자인 ‘나’는 ‘결정장애인’이라 불릴 정도로 매사에 신중하다 못해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다. 반대로 여자친구 재연이 ‘나’를 만나기 전에 사귄 남자인 앤디는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던 사람답게 우람한 근육을 장착한 허세 많고 저돌적인 행동파다. 과거에 연적이었던 두 사람은 죽은 연인을 사이에 두고 또다시 연적이 된다. 무엇 하나 닮은 구석이 없는 두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더 좋은 곳으로 보내준다는 생각 하나로 무모한 행동을 감행하고 죽은 그녀와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경기 남부 지방의 한 모텔에서 옛 애인의 전 남자친구 놈과 테이블을 마주한 채 냉수를 마시며 끝장토론을 벌이게 되었다. 우리 둘 사이엔 그녀의 유골함이 놓여 있었고, 두 시간 넘게 공방을 벌였지만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분당’이냐 ‘남해’냐의 문제는 곧 ‘유골함을 유지하느냐’ ‘뼈를 뿌려주느냐’의 문제로 변했고, 다시 ‘자기 곁에 둬야 한다’와 ‘평생 책임질 수 있느냐’로 변했고, 급기야 ‘누가 그녀의 유골함을 꺼내 오는 데 더 공을 세웠느냐’의 문제로 확장되었다. (56쪽)

연적답게 그들은 서로에 대한 의심과 연인을 소유하려는 경쟁으로 시작부터 티격태격 말싸움과 몸싸움을 벌이고, 한 차례 해프닝 끝에 그녀를 남해 바다에 뿌려주기로 하고 길을 떠난다. 그러나 번번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 부닥치면서 여정은 여수로 제주로 계속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둘은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조금씩 많아진다. 치부도 들키고 못 볼 꼴도 보이게 되면서 둘 사이의 적대적인 기류도 어느 순간 옅어진다.
작가는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두 남자의 좌충우돌을 그리면서 여행이 주는 성찰과 변화도 놓치지 않는다. 재연을 잘 보내주려는 여정은 재연을 추억하고 그들의 사랑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재연과 사귀던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의 사랑이 서툴고 부족했음을 뼈아프게 자각한다. 자신의 옹졸함과 소심함과 비겁함이 재연을 떠나게 했다는 것을.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뒤늦은 회한과 자책, 연민과 미련, 추억마저 뭉개버리는 잔인한 현실에 대한 울분으로 몸부림치는 ‘나’에게 앤디는 슬며시 위로를 건넨다. 그 역시 사랑을 잃은 사람이기에. 단순무식하고 진지함이라곤 없다고 생각했던 상대에게 나름의 멋진 구석과 아픈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면서 ‘나’는 짧은 순간이지만 무언의 연대를 경험한다.

이 사내는 행동에 거리낌이 없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 자신감과 허세가 넘친다. 하지만 그 뒤에 가려진 모습을 본 나로서는 속내의 상처도 보인다. 소심한 나는 처음부터 상처 받지 않으려 웅크리고 있는 데 반해, 그는 일단 들이대고 부딪치는 스타일이다. 당연히 내상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나처럼 심하게 예민하진 않아도 그도 상처를 받을 것이다. (116쪽)

이처럼 ‘나’는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인간 유형인 앤디와 여행하면서 달라진 자신을 발견한다. 어처구니없는 일로 결국 여행이 미완으로 끝난 후 서울로 돌아온 ‘나’는 선언한다. “더 이상 결정장애와 우유부단은 내 것이 아니”라고.

진짜 적은 따로 있었다
사랑하는 그녀를 지키기 위한 연적들의 통쾌한 반격

죽은 연인의 유골함을 들고 여행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는 소설 후반부에서 예술가 지망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착취와 그들의 어려운 삶이라는 문제로 나아간다. 재연의 죽음이 바로 이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연은 시나리오작가를 꿈꿨으나 무명작가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건강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고쳐 써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맺기도 했지만 함께 일했던 감독의 방해로 끝내 책을 낼 수 없었다. 대신에 그 감독은 그녀가 죽자 그녀의 시나리오를 훔쳐 영화를 만들어 명예를 얻고 흥행에도 성공을 거둔다. 업계에서는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출판사 사장도 탐욕스럽고 파렴치한 짓에 가담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 한편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임을 생각하면 누군가 문제를 삼는 것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재연처럼 좋아하는 일에 자신을 던진 사람들이, 쉽게 꺾이지 않고 격려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이 이야기를 쓰게 된 또 다른 계기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시나리오에 재연의 이름을 넣어주는 게 그렇게 힘든 거였을까? 그래. 싱어송라이터처럼 시나리오와 감독을 겸해야 더 실력이 있다 인정받을 테니 어떻게든 빼고 싶었을 거다. 더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의 마지막 하나까지 빼앗는 탐욕, 나는 그 독식을 막을 것이다. (252쪽)

더 이상 우유부단하지 않은 ‘나’는 감독과 정식으로 담판을 짓기로 결심한다. 재연을 두 번 죽이지 않기 위해. 그녀를 지키기 위해. ‘나’와 앤디는 이제 공동의 적과 싸운다. 어느새 죽이 잘 맞는 친구가 된 그들이 힘을 합쳐 부도덕한 감독을 응징하는 장면은 더없이 짜릿하고 통쾌하다. 비록 소설 속에서일망정 거짓과 뻔뻔함이 단죄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이다. 일생일대의 과제를 함께 해낸 두 사람은 비로소 미완의 여행을 온전히 마무리할 자격을 갖춘 듯 보인다.

작가는 죽은 사람과의 동행이라는 이색적인 이야기에 사회적인 이슈를 자연스럽게 결합시킨다. 연적으로 만나 경쟁하고 자존심 싸움을 하던 두 남자가 여행을 통해 가까워지고, 사랑했던 사람을 함께 지켜내고, 마침내 편안히 떠나보내는 서사는 재기발랄한 웃음과 가슴 찡한 공감과 따뜻한 여운으로 기억될 것이다. 더불어 스토리텔러 김호연이라는 이름이 독자에게 더욱 깊게 새겨질 작품이다.
목차

프롤로그: 안산
주평
남해
여수
제주
서울
에필로그: 다시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