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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발간물

단행본

미국의 종말: 혼돈의 시대, 민주주의의 복원은 가능한가

발행사항
서울: 프레시안북, 2008
형태사항
287 p.; 23cm
ISBN
9788901090467
청구기호
340.942 울88ㅁ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1167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1167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새로운 오바마 시대, 부서진 민주주의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미국 최고의 차세대 지성 나오미 울프가
파시즘 국가들과 미국을 정면 비교하며 내놓은 경고의 메시지!


미국 아마존 사회과학 분야 1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2008 위너 실버 프리덤 파이터 어워드 독립출판서적상 수상 및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파시즘은 어떻게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오는가?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전략과 행동 지침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과연 위기에 봉착한 것일까. 자유롭고 평등한 투표를 통해 미합중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 지금,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껏 새로운 민주주의가 꽃필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오바마의 당선을 민주주의가 살아 있음을 입증하는 증표로 간주할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건설적인 미래란, 발 딛고 있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전제로 하는 법. 최근 미국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적 미래를 그리기란 그리 쉽지 않다.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 등 미국 진보적 지성의 계보를 잇는 나오미 울프는, 현재의 미국을 파시즘 치하의 독일, 공산주의 치하의 러시아, 독재정권 아래 있던 칠레 등과 정면 비교한다. 이러한 비교는 자못 충격적이다. 미국은 과연 위와 같은 독재정권들과 비교될 만큼 무너지고 있는가. 울프는, 계속 지금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미국 역시 그러한 나라들과 유사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힘주어 말한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민주주의가 변질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에 대한 경고와 각성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독재의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충격적인 미국의 실상을 고발한다!
젊은 애국자들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경고의 메시지


사람들은 한편으론 민주주의 자체가 스스로를 교정해나갈 것이며, 최악의 경우라도 선거를 통해 모든 것이 뒤바뀔 수 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민주주의의 주역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한 채 일반 시민들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고 주도해나간다고 여기지 않는다. 무엇 하나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 양가적 딜레마의 상황 바깥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는 서서히 고개를 쳐들고 있다. 울프는, 한 나라의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이러한 딜레마에 대해 좀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울프는 미국과 여러 독재 국가들을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도출해내는데, 역사를 되짚어 생각해보면 그녀의 의도를 훨씬 명쾌하게 파악할 수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선거가 민주주의의 필요충분조건일까? 그렇다면 왜 히틀러는 선거를 통해 당선되어 합법적으로 권력을 획득했을까? 잔혹하게 사람들을 가두었던 수많은 독재정권의 수용소들과, 미국이 세운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및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는 닮은꼴 아닌가? 2006년 태국의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바로 다음날에도 여행객들은 무장한 군인들 옆에서 사진을 찍고 해안에서 일광욕을 즐겼는데, 이처럼 파시즘은 광폭한 얼굴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무사태평한 일상 속에서 진행되는 것 아닌가! 이러한 반면교사적인 질문들로 엮어낸 이 책은, 역사를 통해 교훈을 도출해내는 간결한 파시즘 비판서이며, 동시대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증거들을 낱낱이 드러내는 미국사회에 대한 고발서이자 동시에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의 안내서이기도 하다.


|내용 요약|

“우리 아이들이 진정 자유롭게 살게 하려면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대로 두면 가까운 장래에 미국은 우리가 자라나고 자유에 대한 사랑을 배웠던 ‘열린사회’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바뀔지 모른다.” _나오미 울프

이 책은 권력이 독재화되기 위해 동원하는 열 가지 조처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나오미 울프가 말하고 있는 열 가지 조처는 다음과 같다.

안팎의 위협을 부각시켜라
“파시스트 권력자에게 중요한 것은 적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적의 존재를 유지하는 것이다.” _로버트 팩스턴

9.11 이후 미국인들은 전례 없이 극적인 방식으로 외부의 위협에 직면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위협은 분명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애국법’ ‘악의 축’ ‘이슬람 파시즘’ ‘테러와의 전쟁’ 등 다양한 수사를 동원하면서 권력자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현실을 다양하게 왜곡해나갔다.
대중을 동원하고 그들 스스로 자유를 반납하게 하기 위한 공포를 유발하는 것, 그것은 파시즘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도, 독일의 히틀러도 모두 안팎의 공포를 조성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며 자기 세력을 공고히 해나갔다. 다만 이데올로기를 동력 삼아 파시즘을 구축한 이탈리아나 독일과 달리 미국은 자본주의의 욕망을 내부 동력으로 사용한다. 그리하여 감시?안보의 수요는 9?11 이후 어마어마하게 시장을 확보하였다. 그런데 만일 이슬람 테러리즘이 잠잠해진다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감시산업체들은 어떻게 돌변할까? 외부의 적이 사라지더라도, 이미 확대된 산업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또 다른 적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 화살이 미국 시민 자신에게로 향할 것이라는 예측은 과연 지나친 억측일까?

비밀 수용소를 건설하라
“누군가를 함부로 근거도 없이 고발한다든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를 가지고 그런 것처럼 꾸며서 마구잡이로 기소해버린다는가, 법적 근거도 없는 판결에 마음 내키는 대로 징벌을 가하는 일 따위는 모두 사법독재를 만들어내는 강력한 동력이다.” _알렉산더 해밀턴

대헌장 이후 서구의 법 전통은 어느 누구든 감옥에 갇히기 전에 적절한 법적 절차를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전제하여 이어져오고 있다. 그런데 테러리스트들에게도 이러한 절차를 지켜야 하는 것일까? ‘나는 테러리스트와 무관하고, 이 문제는 내 문제가 아니다’라고 눈 감는 순간, 문제는 시작된다. 테러리스트를 포함하여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는 개념들이 허물어질 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비밀 수용소 체제가 등장하며, 이는 독재의 주춧돌이 된다.
평범한 개인들과는 상관없는, 사회를 위협하고 획책을 도모하는 자들이 비밀 수용소에 감금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관타나모 수용소에 감금된 수많은 이들이 실제로 무고했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하는 것 아닐까. 게다가 수용소에서 각종 고문을 통해 조작해낸 거짓 자백들은, 그것 자체로도 공포를 생산해내는 효율적인 정치 상품 아닌가.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에 현존하는 비밀 수용소 시설은, 재고해보아야 할 대상임에 분명하다.

준 準 군사조직을 육성하라
“9.11 이후 미국 정부가 추진한 법은 우리 일상 속으로 국가폭력을 불러들였다. 이 나라가 독립한 이래, 군사기업이 고용한 용병이 비상사태를 빙자하여 지금처럼 거리를 활보했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지금 미국은 본래의 미국에서 벗어나고 있다.” _나오미 울프

식민지 시대에 영국군에게 고통받았던 경험 때문에, 미국의 선조들은 시민군 외의 무장집단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독재자들은 자신에게만 충성하는 준군사조직을 만들어, 이를 통해 돈을 벌고 자신을 세력화한다.
세계 최대의 민간 안보 관련 기업 블랙워터(Blackwater)는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고 이라크전쟁에 나가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언론인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로비스트들은 이들 소속원이 전쟁범죄로 처벌받지 않기 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들의 군사력은 그야말로 법 위에 있는 것이다. 이제는 누구든 돈만 있다면 이 민간인 살해 전문가들을 고용할 수 있다. 심지어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휩쓸었을 때, 블랙워터는 미국 조국안보부와 계약을 맺고 공안 책임과 경비를 맡으면서 거리에서 총격을 벌이기까지 했고, 이 계약으로 무려 73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들 준군사조직은 무솔리니나 히틀러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원했던 깡패 무리들과 과연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일반 시민들을 사찰하라
“사람들은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이 부당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까닭이 없다고 확신하곤 한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고 있다면 이러한 생각에는 하등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사회가 파시즘으로 가고 있다면 이런 생각은 재앙을 가져올지 모른다.” _나오미 울프

2002년 7월, 부시 정부는 100만이 넘는 우편배달부, 계량기 조사원, 케이블 설치 기술자 등 개인주택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의심 가는 일이 있으면 법무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작업을 벌였다. 그야말로 민간인들을 밀고자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던 것이다. 또한 2005년에는 《뉴욕 타임스》가 법적 근거나 영장 없이 이메일과 전화를 비밀사찰한 프로그램의 존재를 폭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정부의 비밀사찰은 무력화되었을까? 자신이 사찰 대상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겁을 먹지 않는다. 그러므로 독재자들은 도리어 시민들이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를 원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비판자들이 위축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은 파시즘의 동력이었다. 나치 시절, 많은 이들이 이웃과 동료, 같은 반 친구, 경찰 등에게 감시당했다. 실제 사례의 많고 적음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공포의 여파이다. 결국 사찰과 감시는 공포를 낳고, 그 공포는 침묵을 만들어낸다.

시민단체에 파고들어라
“국가의 프락치들이 있음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서로 뜻을 모아 일치된 행동을 하는 것도 위험하고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집단행동을 취하기도 어렵다. 프락치의 밀고로 조직원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_나오미 울프

이제는 시민단체들마저 위험하다. 그 안에 공안당국의 프락치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솔리니 시절에는 파시스트 프락치가 노조에 파고들었으며, 스탈린 시절에는 프락치들이 지식인과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보고를 맡았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경우, 국가 정보요원을 당국이 금지한 비밀 민주화운동과 종교단체에 잠입시켜 이들의 동정을 보고하게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동시대의 미국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여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00년 이래 미국에서는 경찰과 연방기관 프락치 때문에 고통받는 시민운동단체가 부쩍 늘어났다. 2006년 미국민권자유연맹의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경찰이 반전 시위대와 정치 집회 그리고 기타 헌법으로 보장된 모임에 신분을 속이고 들어가 비밀리에 이들에 대한 실사를 벌였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프락치들의 잠입 이후 지속적인 괴롭힘,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이 뒤따를 것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물론 변호사를 통한 법적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풀뿌리운동 차원에서 동지들과 공동체가 모두 하나로 굳게 결속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 체포와 석방을 꺼리지 마라
“오늘날 미국 시민들은 아직까지는 여전히 모이고 행진하고 자신들의 견해를 외칠 수 있다. 그럴 경우에, 뜻이 같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사랑하고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권리를 지키려는 어떠한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 또는 공화당 지지자들과도 함께해야 한다.” _나오미 울프

미국에서는 정치적 견해나 입장 때문에 구금되는 일은 없다고들 믿고 있다. 그런데 현재 정부 당국이 작성한 ‘명단’에 수만 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2003년, 부시 대통령은 국가 정보기관과 FBI에 테러 의도를 갖고 있거나 그런 집단과 접촉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요주의 인물 ‘명단’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이 ‘명단’은 공항안전국과 민간 항공사에 넘겨졌다. 여기에 이름이 오른다는 것은 아무 죄를 짓지 않았어도 구금되고 고문당할 개연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명단에 오른 사람들이 공항에서 제지를 받기도 했고, 더 심하게는 명단의 착오로 인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해군기지에 끌려가 무려 76일이나 독방에 갇히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일은, 바로 지금 특정한 대상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인 것이다.

핵심 인물들을 겨냥하라
“당국에 감시받는 사람의 처지만큼 힘겨운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 결과는 냉혹하다. 과거 동독에서 브레히트는 젊은 시절 대학교수 자리를 잃었고, 에르하르트 하우페도 직장에서 쫓겨났다. 베르너처럼 자기 아이들에게 정치적 탄압이 가해진 경우도 있고, 바름비에르 박사는 재판도 받기 전에 검찰이 정한 대로 언도가 내려져 수형생활을 했다.” _티머시 가턴 애시

독재권력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은 사회의 핵심 인사들을 전략적으로 겨냥하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람들을 분리시킨다. 연구단체에서는 연구의 과학성뿐만 아니라 정치적 성향을 따지게 되고, 표현의 자유가 넘쳐야 할 대학에서도 정치적 비판이 금해진다. 실제로 플로리다 국제대학 법학과의 스탠리 피시 교수는 《뉴욕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학교 강의에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교수는 해고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예술가나 연예인, 그리고 공무원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만일 사람들이 지배자의 노선이나 정책을 따르기를 거부할 경우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권력의 요구에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얼마나 효과적인 권력의 전술인가!

언론 자유를 봉쇄하라
“민주주의의 기초가 진실이라면, 독재체제의 기초는 주장이다. 독재체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이다. 이들이 주장하면 그게 통하는 법이다.” _나오미 울프

독재 권력은 독자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언론을 공격하는 동시에, 사실을 왜곡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을 퍼트린다. 언론인에 대한 중상모략과 함께 그들을 해고하겠다는 압력을 행사하고, PBS 등의 공영방송에 재갈을 물리며, 많은 언론인들이 국내에서는 구속의 위협에, 국외에서는 살상의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
이 같은 언론 통제는 독재자들의 주특기였다. 무솔리니는 권력을 잡은 후 곧바로 당시에 인기를 끌었던 라디오를 장악했으며, 괴벨스는 국영 라디오 직원 가운데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자들을 13퍼센트나 해고했고, 중국 공산당은 천안문 사태 이후 외국 언론인에게 협조했다는 이유로 언론인들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기도 했다. 또한 언론에 대한 탄압은 사실에 대한 조작으로 이어진다. “대중들은 작은 거짓말이 아니라 큰 거짓말 한 번에 훨씬 더 쉽게 속아 넘어간다”는 히틀러의 말처럼, 나치 독일에서는 나치의 메시지가 거짓의 선전선동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조작된 메시지들은 상황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고전적인 심리전의 수법이다. 이렇게 되면 진실은 실종될 뿐만 아니라 진실이 밝혀진다 해도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진실의 절대적이며 영구적인 위상이 상실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시민들 스스로가 움직여야 한다. 기존 언론을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건, 온라인을 통해서건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한다. 사상의 자유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수동적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우리 스스로가 진실을 당당하게 말할 책임 있는 자로 거듭나야 한다.

비판은 ‘간첩행위’로, 비판하는 자는 ‘국가 반역죄’로 몰아라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을 비판하는 이들에 대한 위협적 조처가 말로 그쳤다가 결국 현실이 되는 속도는 매우 빠르다. 과거의 예들을 살펴보면, ‘간첩행위’와 ‘반역죄’ 모두 권력에 비판적인 세력을 향한 선동적인 비난이 점차 실제 처벌에 이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_나오미 울프

파시즘으로 이행하는 체제에서는 ‘반역’ ‘테러리즘’ ‘정부전복’ ‘간첩’ ‘사보타주’ 따위의 꼬리표들이 등장하곤 한다. 정상적인 사고와 언행에 이러한 꼬리표들이 붙으면서 범죄로 규정되고, 새로운 법이 제정되며, 기존 법이 새로이 해석되면서, 이들은 범죄로 처벌되기도 한다. 이는 동시대의 미국과 거리가 먼 일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시 정부는 헌법에서 엄격하게 규정한 ‘반역’의 개념을 포괄적이고 느슨하게 적용하려 했다. 스탈린이 사용했던 방식으로 이 개념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비판자들을 괴롭히고 반대세력 지도자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무기와 다를 바 없다. 이와 함께 블로그에 쓰는 글에까지 ‘간첩죄’가 적용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권력을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들이 졸지에 ‘인민의 적’ ‘평화의 적’ ‘사보타주로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자’들로 낙인찍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공격에 과연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이는 수백수천의 유권자의 힘을 통해 넘어서야 할 산이 아닐까?

법의 지배를 뒤엎어라
“우리는 지금 부시 정부의 논리에 따르자면, 세계적인 대테러전쟁의 와중에 놓여 있다. 전시 상태라는 것이다. 의회도, 사법부도 그리고 언론도 이 맥락에서 사고하고 행동한다. 이에 따르면 이 전쟁은 끝이 없는 전쟁이며, 전투 현장은 지구촌 전체다. 이로써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공간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으며, 그 기초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_나오미 울프

미국이 무솔리니나 히틀러가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하여 민주주의를 망가뜨렸던 것 같은 폭력적 상황에 노출될 개연성은 상당히 낮다. 미국 언론과 군부, 그리고 사법부 등은 과거 파시즘체제가 걸었던 길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이고 민주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주주의가 결코 훼손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순 없다. 미국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히 미국적이고 그리 이상해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마침내 시민들의 자유가 제한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부시 시대에 걸은 길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민주주의에 기초한 미국의 종말’은 우리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다른 시점에서 겪게 될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서로 다른 경험을 통해 이런 사태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과거에도 미국의 민주주의는 위협받은 적이 있고 오늘날에도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 민주주의의 힘을 기억과 현실에서 되살려야 한다. 그리하여 용기를 내고 자세를 가다듬어 민주주의가 유린되는 사태를 저지해야 한다.


The End of America 영화화!
햄프턴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 2008 공식 상영작
셰필드 페스트 2008 공식 상영작

나오미 울프가 본 저작을 바탕으로 했던 강연을 중심으로 다큐멘터리가 제작, 현재 2008 대선판이 만들어져서 미국의 각 대학에서 순회 상연중이며, 2009년에 최종판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endofamericamovie.com을 참조 바랍니다.
목차

머리말
옮긴이의 말

크리스에게 보내는 편지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_권력이 독재화하는 데 동원하는 열 가지 조처

1장 미국 민주주의를 건설한 조상들, 그러나 여전히 취약한 민주주의
2장 안팎의 위협을 부각시켜라
3장 비밀 수용소를 건설하라
4장 준 準 군사조직을 육성하라
5장 일반 시민들을 사찰하라
6장 시민단체에 파고들어라
7장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 체포와 석방을 꺼리지 마라
8장 핵심 인물들을 겨냥하라
9장 언론 자유를 봉쇄하라
10장 비판은 ‘간첩행위’로, 비판하는 자는 ‘국가 반역죄’로 몰아라
11장 법의 지배를 뒤엎어라

결론 _이제 어찌할 것인가

주석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