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포용정책인가?
우리나라가 분단시대를 지내면서 생긴 갈등과 상처는 그동안 남북관계는 물론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영역에도 고스란히 축적되었다. 그리고 이념 갈등은 시시때때로 되살아나 역사의 진보를 방해해왔다. 대북 포용정책은 분단의 상처와 아픔을 근원적으로 치유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미래의 풍요를 이루기 위해 역대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다. 포용정책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북한은 적이 아니라 평화통일의 동반자”라고 선언한 7.7 선언이 그 효시이다. 7.7 선언 이후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그 특수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인 남북기본합의서로 이어진다.
정부가 평화통일을 언급한 것은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의 8.15 선언부터이고, 그 후 1972년에 7.4 공동성명이 채택되기도 했다. 박정희 시대의 이런 정책은 분단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의 대립이라는 냉전구도에 갇혀 유신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화통일 추구나 7.4 공동성명의 정신은 살아남아서 남북 기본합의서로 이어졌다. 노태우 정부 이후 김영삼 정부는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며 포용적인 대북정책을 펼칠 뜻을 시사했지만 말뿐에 그쳤다.
김대중 정부는 포용정책을 체계화해 전면적으로 추진한 최초의 정부였다. 노무현 정부는 이 포용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남북 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제도화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노태우 정부의 정책은 북방정책, 김대중 정부의 정책은 햇볕정책(또는 화해협력정책),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평화번영정책으로 불렸다. 이름을 달리하지만 이 모두가 포용정책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포용정책은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을 촉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포용정책은 좌초되고, 정부의 대북정책은 1970년 이전으로 역주행하고 말았다. 포용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는 대북 압박정책을 펼쳤고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취임 이후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북한에 대한 무시정책을 전개했다. 그 결과는 최악의 남북관계와 북핵 능력의 강화로 나타났다. 결국 포용정책을 거부하고 채택한 정책들은 처절하게 실패로 끝났다. 이들 실패는 자연스럽게 다시 포용정책으로 우리 머리를 돌리게 하고 있다.
이 책은 포용정책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이켜보기 위해 한반도평화포럼이 준비하고 기획했다. 지금까지의 포용정책을 ‘포용정책 1.0’이라고 부른다면 2013년에 들어설 새로운 정부가 추진해야 할 대북정책은 기존 포용정책보다 진화한 ‘포용정책 2.0’이 되어야 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이 책은 시민들이 남북관계, 통일문제에 관해 공정한 시각을 갖도록 돕고,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포용정책의 원리와 성과에 기반해 진화한 포용정책이 나오는 데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포용정책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말한다
이 책은 포용정책에 대한 개괄적인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포용정책의 성격과 원리, 포용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밝히고, 지금 한반도에 포용정책이 필요한 까닭을 정치, 사회, 경제 제반 사항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후퇴가 불러온 여러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1부 ‘포용정책은 무엇인가’에서는 포용정책에 관해 국민들이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을 담았다. 포용정책의 기원과 정책 원리, 개념, 그리고 우리에게 북한이 어떤 존재이며 대북정책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밝혔다.
2부 ‘포용정책, 오해와 진실’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포용정책에 관한 불합리한 지적이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포용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에 끌려다니고, ‘퍼주기’로 일관했으며 안보에 소홀했다는 등의 비판이 과연 타당한지를, 포용정책을 외면한 이명박 정부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3부 ‘이명박 정부, 잃어버린 5년’은 평화 관리자에서 분쟁 당사자로 둔갑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책과 그로 인해 우리에게 닥친 정치적?경제적?외교적 불이익이 무엇이었는지를 하나하나 밝힌다. 또한 구태의연한 이념 갈등을 부추겨 오히려 안보 불안을 초래하고 그간 쌓아온 경제협력 성과를 고스란히 중국에 빼앗긴 과정을 낱낱이 꼬집는다.
4부 ‘한반도의 미래와 시민 참여의 확대’에서는 중국이 급부상하고, 이를 견제하고자 미국이 다시 한반도에 눈을 돌리는 이 시점에 남북관계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민주주의의 발전과 사회?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것이란 점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