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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식탁 위의 한국사: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개인저자
주영하 지음
발행사항
서울 :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3
형태사항
571 p. : 천연색삽화 ; 23 cm
ISBN
9788958626541
청구기호
381.75 주64ㅅ
일반주기
색인수록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4480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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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번호
    00014480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우리는 지난 100년간 무엇을 먹어왔을까?
근대인의 밥상에서 현대인의 식탁까지,
메뉴를 통해 살펴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한식(韓食)은 한국인의 일상인 동시에 한국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한국 음식은 조선시대부터 변함없이 이어온 문화유산일까? 이에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음식을 역사로 만들고 역사를 정답으로 여기는 사회적 풍토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한국 음식의 원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먹어왔는가’라는 질문이라고 주장한다. 한 개인이나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를 알면 그 사회의 역사가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의 한국 음식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세기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의 특징은 식객에서 고객으로 변화한 근대적 외식업의 탄생을 들 수 있는데, 이 책 《식탁 위의 한국사》는 지난 100년간 한국인의 식탁에 오른 메뉴를 통해 한국의 음식문화사를 들려준다. 메뉴로 오른 음식이 시대에 따라 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탄생과 기원을 미시적으로 추적할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동이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을 거시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일상 속 음식에 얽힌 변화상과 역사성을 통찰한다. 개별 메뉴의 에피소드 나열식 역사 서술을 넘어 해당 메뉴가 유행 가능했던 시대적 함의를 들려주는 이 책은 한국 음식의 역사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음식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을 제안한다. “생물학적인 음식에는 물질이 담겨 있지만, 문화적인 음식에는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전근대 시기 가정집 음식은 20세기를 거쳐 일정한 맛과 서빙 방식을 겸비한 외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 최초의 근대적 외식업이라 할 수 있는 국밥집, 일본식 고급 요리옥의 변형인 조선요리옥, 산업화 시기 끼니 겸 안주로 서민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었던 대폿집, 세계화를 거치며 새롭게 탄생한 음식점들의 주요 메뉴는 소비 주체와 시기를 달리하며 유행해왔다. 이 책은 설렁탕, 갈비, 신선로, 빈대떡, 짜장면 등 근대 외식업을 주도한 34가지 음식 메뉴의 기원과 변화를 미시적으로 다룸과 동시에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동과 같은 거시적 담론 분석을 통해 ‘비판적 음식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신문, 잡지, 광고, 옛 문헌 등의 풍부한 사료를 토대로 한 문화인류학, 민속학, 역사학, 사회학의 이론과 방법을 넘나드는 학제적 연구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당대인의 생활상과 문화사가 생생하게 복원되어 새로운 차원의 한국사를 만나볼 수 있다.

음식의 역사를 살피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우리가 먹는 배추가 100여 년 전의 요리책에 나오는 배추와 같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옛 문헌에 나오는 ‘배추’와 오늘날의 배추가 같은 것이라 생각하고 조선시대 배추김치를 복원할 수 있을까? 만약 비슷하게 복원했다고 하더라도 당시 사람들의 생각까지 이 음식에 담을 수 있을까? 음식의 역사를 다루면서 어떤 문헌에 이러이러한 내용이 나온다는 식으로 단순 나열만 한다면 그것은 역사가 아니다. 당시 사람들이 왜 그러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혀야만 그 음식의 역사에 다가설 수 있다. 음식의 역사는 결코 에피소드 모둠이 아니다. 그 속에는 경제도 있고 정치도 있고 사회도 있다.
-<책을 펴내며> 중에서

음식의 역사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사소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음식의 역사만큼 거시사와 미시사를 아우르는 것도 없다. 사람은 잘났건 못났건 누구나 먹어야 살고, 먹기 위해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사회활동도 정치활동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개인이나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를 알면 그 사회의 역사가 보인다. 특히 20세기 세계 체제에 편입된 대한제국의 ‘한국’과 식민지 시기, 그리고 대한민국의 '한국'이 겪은 음식의 역사는 거시사와 미시사의 절묘한 조합이다.
-<책을 펴내며> 중에서

1. 음식사의 독창적인 시대구분, 비판적 음식인문학의 시작
-이 책의 주요 내용 1


음식의 관습은 정치와 경제 제도의 변화에 따라 바뀌기도 하지만, 특정한 음식 재료 또는 메뉴의 유행과 같은 사회·문화적 변동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책의 프롤로그 <한국 음식의 역사를 어떻게 시대구분할 것인가>에서는 한국 음식의 역사상 분기점이 되는 시기를 독창적으로 구분하여, 한국 근대사의 흐름과 주요한 사건 안에서 한국 음식의 변화 과정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기존 한국사의 시대구분과 다른 음식사의 독창적인 시대구분은 음식학의 특징이자 음식인문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한국 음식사에서 첫 번째 분기점은 강화도조약을 계기로 서양인·중국인·일본인이 대거 유입된 1880년부터 1900년까지로, 서로 다른 음식문화가 본격적으로 국경을 넘어 한반도의 음식 생산과 소비 문화를 변화시켰다. 두 번째 분기점은 1890년대 이후부터 1940년까지로, 이때 조선요리옥과 선술집, 대폿집 등 근대적 외식공간이 본격적으로 탄생했으며, 수많은 조선 음식이 식당의 ‘메뉴’로 변모한다. 세 번째 분기점은 한국전쟁 발발 시기로, 남북의 인구가 교차 이동하면서 특정 지역의 토속 음식이 다른 지역에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다. 네 번째 분기점인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는 급격한 이농과 도시화로 타지에서의 향수를 달래기 위한 고향음식들이 도시의 음식점에서 크게 유행했다. 전국적 교통망의 구축과 경제성장으로 지역 간 접촉이 빈번했던 1970년대에는 관광음식이 서울 도심에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육류 및 농수산물 수입 또한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는 도시 구축이 완성 단계에 돌입하고 본격적인 세계화를 맞는 시기로, 배달 음식과 값싼 음식, 다국적 음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 음식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기 위해 한국 음식을 대상화, 타자화함으로써 정체성을 만들려는 음식 민족주의를 야기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음식점 사업이 시작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이 책에서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음식 메뉴들의 본래 모습과 진화 과정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진화 과정은 결코 음식 자체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특히 음식을 만든 사람이 발명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한국인들이 20세기를 한반도에서 살면서 경험한 세계와 관련이 있다. 어떤 음식에는 정치적 관계와 경제적 맥락이 깊이 개입되어 있으며, 우연히 발명된 음식에도 음식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조건이 내재되어 있다. 이런 면에서 음식의 역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20세기 한국 음식사의 시대구분이 그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 프롤로그 <한국 음식의 역사를 어떻게 시대구분할 것인가?> 중에서

2. 식객에서 고객으로, 근대적 외식업의 탄생
-이 책의 주요 내용 2


서유럽에서 탄생한 ‘근대성’은 과학주의와 합리성, 전문화를 바탕으로 이뤄진 새로운 시대정신이었다. 20세기의 한국 역시 한국병합과 해방, 한국전쟁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근대화의 물결에 편입하게 된다. 이 시기는 한국 음식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기로, 전근대 시기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해먹던’ 음식이 점차 식당에서 돈을 주고 ‘사먹는 음식’으로 옮겨갔다. 저자는 지난 100년 사이에 정해진 메뉴에 표준화된 조리 기술, 일정한 서빙 방식을 도입한 근대적 외식업이 탄생함으로써, 전근대 시기 아는 사람 집에서 밥 한 끼 얻어먹던 식객(食客)이 식당의 메뉴와 음식 값을 보고 선택하여 식사하는 고객(顧客)의 개념으로 전환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1부 <개항기 외래 음식이 유입되다>에서는 개항 이후 서양식 호텔과 최초의 중국음식점 중화루, 일본인의 소규모 식품 공업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근대 외식업 탄생의 단초가 형성되는 과정을 들려준다. 1910년대 이후 사대문 안에 자리 잡은 일본인과 중국인,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외식업은 본격적인 근대 외식업의 시발점이 되었다.

3. 20세기 대표 식문화 공간, 국밥집·조선요리옥·대폿집
-이 책의 주요 내용 3


이 책은 20세기 대표적인 식문화 공간으로 국밥집, 조선요리옥, 대폿집을 제시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각의 음식 메뉴를 내건 근대적 음식점으로, 유행했던 시기와 음식을 소비하는 주체가 서로 달라 20세기 음식사를 살펴보는 데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2부 <국밥집>에서는 가장 오래된 한국의 외식업인 국밥집을 소개한다. 쌀밥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가정식 국밥은 20세기 급격한 산업화·도시화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빠르게 배고픔을 해결하기 좋은 끼니음식이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국밥집은 외식업으로 진출한 첫 번째 주자가 되었다. 장국밥과 같은 계열의 끼니음식인 설렁탕, 추어탕, 육개장, 육회비빔밥, 그리고 밥 이외의 끼니음식으로 냉면과 만두, 삼계탕이 가정에서 식당으로 옮겨오기까지 그 변화의 자취를 따라간다.
3부에서는 에도 말기 일본에서 유행했던 요리옥이나 요정이 식민지 시기 한국에 전해져 변형된 조선요리옥을 소개한다. 술과 음식을 함께 파는 고급 식당인 조선요리옥의 메뉴는 조선 음식이었지만 일본요리옥과 청요리옥의 영향을 받아 점차 일본, 중국 음식의 맛을 닮아갔다. 이 책에서는 그릇 이름인 신선로가 조선요리옥의 대표 요리가 된 과정과 더불어 민간 음식인 탕평채가 궁중 요리로 둔갑하고, 조선식 어회가 일본식 사시미로 변한 과정을 추적하면서 우리가 전통음식이라 생각하는 고급 한정식 메뉴의 역사와 기원을 비판적으로 되짚어보았다.
4부에서 다루는 대폿집은 식민지 시기에도 존재했지만, 한국전쟁 이후 술과 끼니가 되는 안주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외식 공간으로 도시 노동자들한테 각광받기 시작했다. 막걸리를 중심으로 탁백이국, 갈비구이, 빈대떡, 돼지순대, 복엇국, 쏘가리매운탕 등의 메뉴를 통해 당대인들을 한잔 술로 위로했던 대폿집 메뉴의 변천 과정을 담았다.

4. 한국 음식, 외국 음식과 ‘혼종’되다
-이 책의 주요 내용 4


5부 <해방 이후, 음식의 혼종과 음식점의 글로벌화>에서는 한국의 ‘혼종’ 음식과 식품산업의 역사를 들려준다. 식민지 시기 재조 일본인이 남긴 흔적인 오뎅과 김밥, 미국의 잉여농산물 유입으로 유행한 각종 분식과 빵, 짜장면, 1960년대 이후 현대 식품공업이 성장하며 만들어진 공업식 간장, 제과, 희석식 소주를 다루었다. 한국 음식은 1980년대 이후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도입과 외국 음식과의 혼종 과정을 밟으며 본격적으로 세계 체제에 편입된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수준 높은 위생시설을 갖춘 음식점이 늘어났지만, 메뉴와 맛의 균질화는 음식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오늘날 한국인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한국 음식은 외래 음식과의 혼종 과정의 결과다. 한류 열풍 등으로 지구촌 여러 곳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 또한 문화적 혼종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음식문화와 역사에 대한 정답을 구하기보다 이면의 정치·경제적 함의를 밝히는 작업과 다양한 해석을 통해 현재 우리의 음식문화를 비판적으로 돌아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이 책보다 먼저 쓴《음식인문학》에서 “식사로서의 음식은 일상이지만, 문화와 역사로서의 음식은 인문학이다”라고 밝혔다. 문화와 역사에는 결코 정답이 없다. 오로지 그것을 해석하는 다양한 시선이 있을 뿐이다. 그 다양한 시선에 숨겨진 정치·경제적 함의를 밝히는 작업이 내가 지향하는 ‘비판적 음식학’이다. 하지만 음식을 역사로 만들고, 역사를 정답으로 생각하려는 사회적 풍토가 일반인들이나 학계를 가리지 않고 매우 강하게 퍼져 있다. 그래서 더욱 두렵다. 이 책은 한국 음식의 역사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음식을 통해서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을 제안할 뿐이다. 생물학적인 음식에는 물질이 담겨 있지만, 문화적인 음식에는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비판적 음식학, 한국 사회를 읽는 새로운 시선> 중에서

5. 저자와의 인터뷰

선생님 안녕하세요. 2011년 《음식인문학》을 통해 “식사로서의 음식은 일상이지만, 문화와 역사로서의 음식은 인문학이다”라는 말씀을 들려주며 음식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이어오셨는데요, 이번에 오랜만에 새 책을 통해 만나뵐 수 있어 반갑습니다. 이번 책은 《식탁 위의 한국사》라는 제목인데요,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1. 한국인들이 외국인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김치나 불고기를 먹어보았냐는 것인데요, 그만큼 한국인에게 음식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이 책을 통해 현대 한국 식탁의 기원은 바로 가까운 20세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20세기 음식사에 주목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 한국 사람들이 음식 자체를 문화유산처럼 생각하는 경향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가지자, 한국인 또한 ‘한국다운 것’이라는 정체성을 통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정체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학계와 언론은 한국 음식에 오랜 역사성을 부여하기 위해 한국 음식의 기원을 조선시대에서 답을 찾으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음식은 의식주 중 다른 부분보다 변화하는 속도가 급하진 않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문화적인 맥락에서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지요. 특히 음식은 20세기 식민지 시기를 통해 맞이한 근대 체제, 1960년대의 경제 개발과 산업화 흐름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저는 전통 음식만을 강조하기보다 20세기를 통해 음식의 변화상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변화를 인정해야 현재 우리의 상태를 알 수 있고, 알고 있어야 한국 음식의 전망을 읽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20세기를 중심으로 음식의 변화,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치·경제적인 변화상을 함께 읽어냄으로써 우리는 왜 지금 우리가 이 음식을 먹고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한국 음식의 ‘혼종’이란 어떤 개념이며 한국 음식문화에 제안하고 싶었던 문제의식은 무엇인가요?

- 이 책에선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이 반드시 오래된 한국 음식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각각의 메뉴를 통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러한 문제의식은 전작인 《음식인문학》에도 담겨 있지만, 《식탁 위의 한국사》는 좀 더 구체적인 음식 하나하나를 보여준 것이지요. 한국 음식에는 오래된 음식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선시대에도 식재료의 이동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도 주변부와 전 세계적인 식재료 이동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에 혼종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의 음식문화에서 ‘한식’이 무엇인가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한국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먹어왔느냐 라는 질문이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비되고 있는 음식에는 다종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데, 그 중 오래된 한국 음식만을 꼽아 한국 음식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요? 저는 중요한 것은 ‘혼종’이라 봅니다. 한국 음식은 오래된 음식의 지속과 새로운 음식의 개입이 함께 이뤄졌습니다. 다시 말해 20세기 한국 음식은 식민주의, 전통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세계 체제, 세계화 담론이 ‘혼종’된 결과라는 것이지요. 이런 차원에서 외부에서 들어온 음식, 오래된 음식이지만 20세기를 통해 내·외부의 요인으로 변화한 음식들을 한번쯤 점검해봐야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한국 사회와 음식문화를 인문적인 시선에서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3. 전작 《음식인문학》을 통해 ‘비판적 음식학’을 제시했고, 《식탁 위의 한국사》는 그 책의 문제의식에 대한 답을 다시 세부적으로 풀어나간 작업이라고 봅니다. ‘비판적 음식학’은 무엇이고 이것을 통해 한국사를 읽는 작업은 기존의 음식학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음식학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음식을 둘러싼 학문입니다. 음식을 소비하는 것은 아주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단지 미식이나 자발적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오늘 내가 선택한 음식의 메뉴를 정치·경제적인 거대 담론에 결부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상점에서 식재료를 사고, 집에서 음식을 해먹거나 외식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식재료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지 않는 이상 식재료의 유통 과정에서 우리는 국가, 세계 체제와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20세기라는 시대 상황은 전근대에서 근대로 이행하며 세계 체제에 편입되는 역동적인 시기였기 때문에, 사소한 개인의 음식 소비가 거대한 국가나 사회의 연결 속에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얽혀 있다고 할 순 없겠지만 사회사적 맥락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이 책에서 밝히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이 생산하고 소비한 음식과 또 이에 관련된 생각들을 사소한 텍스트에서부터 거대한 담론까지를 아우르며 정리하고자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음식을 통해 한국사를 읽는 작업이 되는 것이지요.
아마 독자들은 음식의 변화를 연대기 순으로 정리해주면 더 읽기에 편하겠지만, 저는 음식학의 관점에서 메뉴 하나하나를 통해 당대에 사람들이 이 음식을 왜 만들어 먹으려 했고, 왜 식당에 갔으며, 왜 그 재료와 음식을 팔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그 음식이 유행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것을 통해 한국의 20세기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지요.
이런 시각에서 저는 ‘비판적 음식학’을 제안합니다. 단지 하나의 음식이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는지 혹은 건강에는 얼마나 좋은지 혹은 어떻게 만드는지에만 머물지 않고 그것의 유행을 가능하게 했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함의를 찾아내는 연구시각을 견지하는 것이 ‘비판적 음식학’입니다. 그 구체적인 연구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4. 이 책에서는 옛 문헌을 읽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음식 문헌을 찾고 다루었는지요?

- 기존 식품학 연구자들은 조선시대의 조리서들이나 요리를 언급한 내용만을 문헌으로 취했습니다. 식민지 시기 요리책이 많이 있지만 영인하여 참고로 읽을 뿐 전통이 아니라 여겨 크게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았지요. 저는 음식학의 사료로 식민지 시기 요리책, 잡지, 신문 자료들을 주목했습니다. 이런 자료들은 디지털화되어 있어 찾기에도 용이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군상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음식에 대한 수많은 자료를 찾아 걸러내고 의미를 읽어내는 작업은 논문 한 편을 준비하는 것만큼의 공력이 들어갑니다. 해방 이후 음식을 설명하기 위해 당시 통계자료들을 찾아보고 최근 사회학과 경제학계에서 진행 중인 당시의 식량정책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들도 무수히 읽었는데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음식 자료들은 20년이 넘도록 필드워크, 즉 인터뷰와 현지조사, 참여관찰을 통해 채득한 자료들입니다. 보고서나 책으로 나온 자료들도 있겠지만, 조사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에게 얻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한국 음식의 변화 과정을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제 전공이기도 한 문화인류학과 민속학의 방법론이기도 하지요.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신문과 통계자료를 확인하고 증명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5. 이 책에서는 음식 메뉴를 파는 공간 네 곳을 상정했습니다. 국밥집, 대폿집, 조선요리옥, 그리고 새로 생긴 음식점들까지 어떤 기준과 이유에서 선정하였나요?

- 이 책의 2, 3, 4부에서 다룬 국밥집, 대폿집, 조선요리옥은 바로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던 20세기에 가장 유행했던 세 가지 유형의 음식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시기의 음식점은 조선시대 음식 소비와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조선시대에는 도시나 상업을 홀대했습니다. 그렇기에 19세기, 식민지 시기, 전쟁을 통해 세계체제, 도시화, 산업화의 패러다임에 급격히 편입하게 되면서 가정의 음식 메뉴가 외식업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지요. 바로 그 첫 번째 주자가 국밥집이었습니다. 가정에서 먹는 국밥과 ‘국밥집’의 국밥은 다른 개념이 되었지요. 두 번째로 다룬 조선요리옥은 일본의 에도 말기에 유행했던 요리옥이나 요정에서 변형된 형태였는데, 전근대 시기부터 존재했던 기생이 그 요리옥과 깊이 결부되면서 식민지 시기에 유행하게 되었지요. 대폿집은 한국전쟁 이후에 한국 사회를 이끈, 농민에서 도시 노동자로 옮겨간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던 외식공간입니다. 시기별로 유행했던 외식공간이 각기 다른 것을 볼 수 있기도 하지요. 이들 식당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동시에 그곳에서 판매했던 음식들을 하나하나 마치 클릭하듯이 구체적으로 찾아서 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책의 프롤로그와 1부, 5부는 좀더 개설적인 차원에서 전체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1부에서는 19세기와 20세기 초반의 흐름을 마치 박물관 전시실을 살펴보듯 썼습니다. 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프롤로그와 1부는 꼭 읽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5부는 195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음식의 역사에 중요한 것은 기원과 유래가 아니라 언제 유행을 했는가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종종 조선 후기에 음식을 다룬 책들의 문헌을 소개하면서 이 음식이 20세기에는 어떻게 변했나를 즉각적으로 비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나의 음식이 각각 18세기와 19세기, 20세기 전반과 1960년대 이후 시기에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었는지 볼 수 있습니다. 똑같은 메뉴이고 조리법도 유사할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지요.

6. 앞으로 연구 방향을 말씀해주세요.

- 지난 2년 반 동안 연구비를 지원받아 조선시대의 음식관련 문헌, 고문서를 포함하여 1,500건 이상 되는 사료의 해제 작업을 했습니다. 6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동원되었지요. 이전의 음식 연구에서는 원전 자료를 찾기 어려웠던 시절 문헌을 정리하고 소개했던 저의 윗세대 연구자 이성우, 장지연 교수 등의 논문과 연구 성과를 참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원사료를 보지 않고 전개된 그간의 연구에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가공된 자료를 재차 가공하다보니 실제로 원전을 찾아보면 그런 내용이 없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이 때문에 저는 원사료를 독자들에게 그대로 드러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탁 위의 한국사》에서도 원사료를 드러내주기 위해서 노력했지요.
앞으로 일반 독자들이나 연구자들이 잘 알지 못하지만 한반도 역사상 요리나 음식을 주제로 글을 쓴 사람들, 그리고 그 음식에 대해 남긴 감상, 느낌, 정보들에 대한 책을 쓰고 싶습니다. 음식에 대한 기록을 남긴 그 사람의 삶과 책, 문헌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읽어내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고려시대부터 1940년대까지를 대상으로 실제로 이 당시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음식을 소비했구나 하는 것을 알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음식인문학》이 제 이론적 바탕을 소개하고, 《식탁 위의 한국사》가 특정 시기의 구체적인 메뉴의 변화상을 제시했다면, 다음은 그 원사료라 할 수 있는 전체 한반도 역사에서 중요한 음식 관련 고문서, 고문헌들을 저자 중심으로 시대별로 소개하는 방식이 되겠지요.
또 한 가지는 제 본연의 전공으로 돌아와 문화인류학과 민속학의 방법론을 통해 동아시아 세 나라가 어떤 시기에 음식을 공유하였고 또 차이를 만들었는지를 읽어내는 작업입니다. 20년간의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한 작업을 통해 동아시아 전체를 두고 음식의 역사적 맥락을 함께 읽는 작업이지요. 간단히 예를 들자면 일본식 간장과 조선 간장이 혼합되는 과정을 《식탁 위의 한국사》에서도 다루었지만, 이를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전근대식으로 존재했던 동아시아 지역의 간장이 어떻게 혼종되고 또 다른 방식으로 병행하여 이어져 왔는지를 면밀하게 보여주는 방식의 작업이 될 겁니다.

이 책을 통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의 사회·문화적 함의를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치 식탁 위에 차려놓은 음식을 골라 먹듯 그렇게 책의 메뉴들을 살펴보며 먹고사는 문제를 인문적으로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합니다. 앞으로 선생님의 연구를 기대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차
책을 펴내며 음식인문학자가 차린 식탁 위의 20세기 한국사 프롤로그 한국 음식의 역사를 어떻게 시대구분할 것인가 1부 개항기, 다양한 외래 음식이 들어오다 제물포의 다이부쓰호텔과 중화루 서양인, 서울에서 식사를 하다 정동 화부인 손탁과 손탁호텔 일본인의 이주와 식품공업의 유입 2부 국밥집 0 가장 오래된 외식업, 국밥집 많이 드십시오! 한 그릇의 끼니음식, 장국밥 1 서민의 한 끼, 설렁탕 설렁탕의 유래 서울의 명물이 되다 제맛을 잃어버린 설렁탕 2 가을 식객을 사로잡은 추어탕 추어탕집 풍경 추어탕 조리법 사시사철 먹으니 양식 미꾸라지뿐 3 개장의 변이, 육개장 개장을 둘러싼 오래된 찬반양론 개장에서 육개장으로 4 육회비빔밥 탄생의 비밀 비빔밥의 본래 모습 육회비빔밥의 탄생 비빔밥의 양념으로 굳어진 고추장 5 면옥집의 대표 메뉴, 냉면과 만두 냉면, 겨울음식에서 여름음식으로 냉면+아지노모도=미미 개성의 대표 음식, 편수 밀가루로 만드는 색다른 음식, 만두의 대중화 6 근대가 만들어낸 음식, 삼계탕 늘어난 닭고기 소비와 닭요리 닭고기보다 인삼을 앞세운 삼계탕 (특집) 김치, 조선 배추에서 호배추로 만반진수가 있더라도 김치가 없으면… 배추김치의 변천사 3부 조선요리옥 0 고급 음식점, 조선요리옥의 탄생 조선요리옥 원조 이야기 가자, 명월관으로! 1 신선로, 조선요리옥의 상징이 되다 요릿집 상차림의 으뜸, 신선로 신선로는 음식이 아닌 식기 이름 뜨끈뜨끈 운치를 더하는 신선로 맛 2 구절판은 궁중음식이었을까? 흔치 않았던 식기, 구절판 구절판의 핵심은 밀전병 3 한정식의 기본 요리, 탕평채 영조의 탕평책에서 비롯된 음식? 탕평채는 담백한 맛이 일미 4 전복초가 요리옥 식탁에 오르기까지 궁중 잔치에서 명월관의 식탁에 오른 전복초 말린 전복에서 통조림 전복까지 대량 채취로 씨가 마른 자연산 전복 5 쇠고기 편육, 고급 요정의 최상급 메뉴 양지머리편육·업진편육·제육편육·쇠머리편육 정책적으로 유도된 돼지고기 요리의 유행 6 한국식 어회에서 일본식 사시미로 어회와 사시미의 차이 식민지 시기 생선회 조리법 7 약주, 정종에 밀려나다 양반가에서 마시던 고급술, 약주 한반도에 진출한 일본 청주, 정종 더 이상 알아주는 이 없는 약주 8 명란이 후쿠오카로 간 사연 겨울에 먹던 명란젓 제국으로 건너간 명란 (특집) 한·중·일 3국의 합작품, 당면잡채 재래지나제 당면 양조간장으로 간을 맞춘 당면잡채 (특집) 요리옥 사람들, 기생과 보이 조선요리옥의 꽃, 기생 보이의 고역 4부 대폿집 0 고달픈 서민의 안식처, 대폿집 대폿집에 앞서 유행했던 선술집 선술집에서 대폿집으로 1 대폿집의 끼니술, 막걸리 농민과 노동자의 술, 막걸리 정부, 막걸리에 개입하다 2 술국 중의 으뜸, 전주 탁백이국 전주의 명물, 탁백이국 콩나물을 푹신 삶아 소금 쳐 훌훌 마시면… 사서 먹어야 제맛 3 갈비구이는 본래 대폿집 메뉴 기름기가 송알송알, 고기는 연하고 맛도 좋아 갈빗집 식당촌의 등장 갈라진 소비층 4 좌판에서 시작한 저렴한 안주, 빈대떡 빈자의 떡, 빈대떡 빈대떡 사상 해방 이후 가장 발전한 음식 5 고급 음식에서 대폿집 메뉴가 된 돼지순대 소, 돼지, 개, 생선 등 여러 종류의 순대 값싼 당면돼지순대의 유행 6 복엇국이 시민권을 얻기까지 선비들이 목숨 걸고 먹었던 복어 일본인이 버린 복어 먹다 죽은 사연 복엇국, 드디어 시민권을 얻다 7 보양식에서 술꾼의 별미가 된 쏘가리 매운탕 보양식, 궐어와 금린어 쏘가리 지짐이에서 쏘가리 매운탕으로 자연산에서 양식으로 (특집) 식민지 시기 조선인 양조업자 장인영과 천일양조장 (특집) 청어 과메기와 꽁치 과메기 5부 해방 이후, 음식의 혼종과 음식점의 글로벌화 0 음식점과 메뉴의 끊임없는 진화 1 한국 음식으로 자리 잡은 일본 음식 어묵의 본래 이름은 가마보코 일본 음식에서 비롯된 김밥 2 호황을 맞은 밀가루 음식점 식민지 시기에 출발한 근대적 제분업 빵 행상에서 프랜차이즈 빵집까지 짜장면, 대중음식이 되다 한국식 짜장면의 탄생 밀가루 무상 공급과 혼분식장려운동 밀가루 음식의 새로운 진화 3 식품공업의 성장과 뒤안길 공장제 간장의 변신 희석식 소주의 전성시대 대형 식품회사의 등장과 독과점 4 한국 음식점의 맥도날드화 호프집에서 ‘치맥’까지 한국 음식점의 프랜차이즈화 에필로그 비판적 음식학, 한국 사회를 읽는 새로운 시선 본문의 주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