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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발간물

단행본

신영복 평전: 더불어 숲으로 가는 길

발행사항
서울: 돌베개, 2019
형태사항
583 p. : 삽화(일부천연색) ; 23 cm
ISBN
9788971999882
청구기호
320.099 최64ㅅ
서지주기
참고문헌(p. 547-560), \"쇠귀 연보\"와 색인수록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8009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8009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선생의 말과 글, 그리고 그의 삶을 한 권의 책에 담다!
쇠귀 신영복의 오롯한 기록


신영복 선생이 돌아간 지 4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선생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언론에 소환된다. 현직 대통령이 존경하는 인물이라는 이유로, 혹은 해묵은 색깔론을 끄집어낼 때 선생이 등장한다.
선생은 생전에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20년의 감옥살이와 보호관찰로 이어지는 시대 상황 속에서 솔직한 기록을 남기기 어렵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선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섣부르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왜곡된 이야기들이 나돌았다. 선생 스스로 대응하기를 원치 않았으니, 주변의 누구도 그러한 황당한 말들에 대응하지 않았다. 선생이 별세한 지도 이제 4년이다. 선생에 대한 정직한 기록이 필요한 시점이며, 가짜뉴스를 분별해 낼 ‘팩트’가 필요하다. 이것이 이 책의 집필 목적의 하나다.
이 책의 저자인 최영묵, 김창남 교수는 신영복 선생의 성공회대 동료 교수로, 오랫동안 선생을 접하고 많은 말씀을 직접 듣고 배웠다. 동료이면서 후배이고 제자였다. 두 저자에게 신영복 교수는 타자화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집필을 시작할 때 호칭부터 고민해야 했다. 이 책에서 사용하는 쇠귀라는 호칭은 선생이 생전에 가장 즐겨 사용하던 호이다. 두 저자는 선생이 생전에 말하지 않은 내용은 쓰지 않으려 노력했고, 확인되지 않은 일들은 담지 않기 위해 내용에 엄정함을 기했다. 이 책은 저자들의 눈에 비친 선생의 모습에 대한 세밀하고 꾸밈없는 기록이다.
선생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훗날 나올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 인물에 대한 평가도 역사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갈리는 판에, 선생과 동시대를 산 우리가 어떻게 선생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4주기가 되는 이 시점에 선생을 ‘평전’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하지만, 이건 선생을 평가하고 정의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간이 더 흘러 선생에 관한 정보들이, 명백한 사실들이 사라지기 전에, 그것들을 서둘러 기록하려는 것이다. 이후 선생에 대한 평가는 후인들의 몫이다.


인간 해방을 이야기한 ‘사상가’ 신영복

모든 사상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관념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것이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개념적 인식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중에서

살아생전 선생의 수식어로 ‘우리 시대의 스승’이라는 표현이 가장 많이 쓰였다. 간혹 ‘서예가’라는, 선생도 내켜하지 않은 어색한 타이틀도 있었다. 이 책에서는 신영복 선생을 ‘사상가’의 위치에 둔다. 사상가라는 수식어도 선생이라면 반기지는 않았겠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선생의 사유 세계를 정리하면서 사상가 신영복을 만난다.
선생을 대중에게 인지시킨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핵심 내용은 ‘관계론적 인간학’이다. 삶 자체의 파란만장함 때문인지 선생의 사상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선생이 감옥살이 20년과 이후 삶을 통해 일관되게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 사유 체계의 점검과 삶과 사상의 통일 문제였다. 선생에게 사상이란 현실에 대한 압축적 인식이다. 인간의 현실 인식 자체가 자신의 사유 작용이라는 점에서 사상은 현실의 산물이다.
선생이 동양 사상에 몰입한 이유는 동양 사상이 갖고 있는 인간주의적인 특징에 주목한 것이다. 인간주의 사회란 그 사회가 인문학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인성의 고양을 최고의 가치로 설정하는 사회라는 의미다. 동양에서 삶의 최고 목표는 성인(聖人)이 되는 것이며,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될 수 있다. 신이나 절대자 같은 초월적 가치를 상정하고 그 밑에 인간적 가치를 배치하는 구도가 아니다.
선생에 따르면 한 사람의 사상은 그가 주장하는 논리 이전에 그 사람의 연상 세계, 그 사람의 가슴에 있다. 가령 평화, 통일, 자본주의라는 말을 생각할 때 관련된 어떤 사람이 아니라 추상적 가치나 개념만이 떠오른다면 자기의 사상은 없는 셈이다. 개인의 삶에 시대가 얼마나 들어와 있느냐가 사상을 평가하는 중요 기준이라는 말이다. 어떤 개념이나 말, 사건에서 떠오르는 연상 세계는 대체로 개인의 삶에 들어와 있는 ‘시대의 양’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선생의 이러한 사상관은 긴 감옥살이에서 체득한 것이다. 선생 사상의 근간은 인간 해방이다.
이 책에서는 선비 정신과 마르크스주의, 동양 사상을 선생 사상의 원류로 보았다. 가계로 전승된 영남 유림의 선비 정신, 대학 이후 식민지 반봉건 사회를 극복할 비전을 만들고자 하는 문제의식으로 공부한 마르크스주의와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과 동양 고전을 통해 얻은 각성을 밑바탕으로 새로 구성하는 성찰적 관계론이 그것이다.


말과 글과 삶이 일관했던 인물 신영복

감옥에서 선생은 책과 교실보다는 현장과 사람, 실천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책이 무용지물은 아니지만 책만으로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삶의 지혜를 얻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다. 선생은 스스로 책을 쓰기 위해 글을 쓴 적은 없다고 술회한 바 있다.

나는 그동안 책을 여러 권 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책을 집필하지 않았다고 강변합니다. 옥중에서 편지를 썼을 뿐이고, 여행기를 신문에 연재했을 뿐이고, 강의와 이 책처럼 강의를 녹취하여 책으로 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담론』 ‘서문’ 중에서

선생의 말과 글에는 선생의 삶이 정직하게 담겨 있다. 그의 말은 과장되지 않았고, 그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담담하고 냉철하다. 층간소음을 유발한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친구처럼 대화하는 선생의 모습처럼, 그의 글도 그의 삶도 훈훈하다. 많은 애독자가 선생 글쓰기의 특징으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스미는 문체의 미학, 방법과 인식상의 반계몽성, 자신에서 출발해 세계로 향하는 점증법적인 메시지 등을 지적한다. 이 책에서는 일관된 선생 사상의 흐름을 드러내기 위해 저서와 역서 중 대표적인 것을 일곱 영역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선생이 평생 몸담은 ‘학교’에 관한 기록

선생은 감옥 20년을 전후로 각각 27년여의 세월을 사셨습니다. 전반 27년은 일관되게 제도권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으로 살았고, 감옥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후반 27년은 성공회대를 중심으로 ‘선생’으로 사셨습니다. 감옥도 대학이라고 하시니, 결국 평생 학교에서 사신 셈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평생 거치신 학교에 관한 이야기기도 합니다. ―서문 중에서

선생은 1988년 8월 15일 20년의 감옥 생활을 마치고 세상으로 돌아왔다. 선생은 출옥한 직후 한 신문에 쓴 글에서 자신의 삶을 세 길에 비유해 설명했는데, 첫 번째 길은 학교 사택에서 태어나 책과 교실에서 이어진 27년의 삶이고, 두 번째 길은 20년 20일 동안의 감옥살이, 그리고 세 번째 길은 성공회대에서 선생으로 산 27년의 삶이다. 선생은 생전에 20년의 감옥 생활을 ‘나의 대학 시절’이라 명명했으니, 선생의 삶을 기록한다는 것은 선생이 거친 학교에 관한 기록이라 하겠다. 이 책은 선생의 학교의 삶을 다루었다.
이 책은 선생의 삶을 180도로 바꿔놓은 ‘통일혁명당 사건’을 비교적 자세히 다루었다. 이 사건은 조작되고 과장된 면이 있지만, 사회 변혁을 위한 선생의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해 볼 부분도 있다. 검열 속에서 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만으로는 20년의 감옥살이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다. 출감 이후의 다양한 인터뷰 자료, 주변 지인의 증언을 토대로 선생의 20년 감옥 생활을 정리했다. 문제가 되었던 사상 전향 부분과 통혁당과 선생의 연관성 등을 사실 기반으로 최대한 정리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이 책을 집필한 두 저자는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의 동료 교수다. 신영복 선생과는 동료 교수로, 제자로 오랜 인연을 갖고 있기도 하다. 두 저자와 신영복 선생 사이는 만난 시기와 장소 등 약간의 결의 차이는 있지만, 선생의 일생을 꾸밈없이 기록하겠다는 목표는 같았다. 두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할 때 함께 세운 기준은, 신영복 선생이 말하지 않은 바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억측과 추측 없이, 사실 그대로 써내려 노력했다.
김창남 교수는 신영복 선생을 젊은 시절부터 만났다. 김창남 교수를 성공회대로 이끈 것도 신영복 선생이다. 김창남 교수가 성공회대에서 보낸 20여 년의 시간은 신영복 선생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2009년 무렵부터 신영복 선생과 김창남 교수가 속한 더숲트리오(김창남, 김진업, 박경태)는 두 번의 전국 투어를 포함해 수십 차례 강연을 다녔다. 김창남 교수는 신영복 선생의 추모 글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언젠가 선생님이 내게 해주신 말씀이 기억난다. 친구가 되지 못하는 스승은 좋은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되지 못하는 친구는 좋은 친구가 아니라는 말씀. 그분은 내게 최고의 스승이고 최고의 친구였다.”
최영묵 교수는 먼저 책을 통해 신영복 선생을 만났다. 그만큼 김창남 교수보다 좀 더 거리두기가 가능했고, 객관적인 자료 분석도 용이했다. 최영묵 교수는 신영복 선생의 일생에 큰 영향을 주었던 당시의 시대 상황과 통일혁명당 사건 등을 남겨진 기록을 통해 면밀히 분석하고 글에 반영할 수 있었다. 아울러 당시를 증언할 수 있는 신영복 선생 주변 지인들을 모두 만나 인터뷰하고 자료를 모았다. 다소 빠를 수 있는 선생의 평전 집필을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 이유는, 선생 주변의 지인들이 대부분 연로하기 때문이었다. 시대의 증언자가 사라지기 전에 과거의 사실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 속에서 이 책은 집필되었다.
신영복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낸 김창남 교수의 글과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분석한 최영묵 교수의 글이 이 책 속에 함께 녹아 선생의 일생을 핍진하게, 그리고 생동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의 신영복 연구와 신영복에 관한 모든 글은 이 책에서 비롯될 것이다. 신뢰할 만한 평전 한 권을 세상에 내놓는다.
목차

서문

1부 쇠귀의 삶
1. 남천강과 영남루
2. 응원단장의 애환
3. 혁명을 꿈꾸며
4. 통혁, 삶과 죽음의 갈림길
5. 유배지에서 보낸 20년
6. 출옥 후의 ‘대학 생활’
7. 예인 신영복의 미학과 ‘실천’

2부 쇠귀의 사상

1. 사상의 형성
(1) 훈습: 선비 정신 / (2) 학습: 비판사회과학 / (3) 각성: 존재와 관계
2. 성찰적 관계론
(1) 의미와 형성 / (2) 공부 / (3) 화동 / (4) 양심 / (5) 변방
3. 서도와 관계 미학
4. 사상사로 본 한국사

3부 저술의 세계

1. 구원으로서의 글쓰기, 청구회 추억
2. 유배지에 핀 사색의 꽃
3. 번역과 역사의 생환
4. 떠남과 만남, 나무·숲·변방
5. 동양 고전에서 찾은 희망, 강의
6. 세계 인식과 자기 성찰, 담론
7. 언약과 동행, 처음처럼

4부 숲으로 간 나무―인간 신영복의 추억


참고문헌
쇠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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