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요즈음 세계 곳곳이 각종 분쟁으로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외교 관련 싱크탱크 조직인 외교협회(CFR)의 예방행동센터(CPA)가 보여주는 국제분쟁 지도에 따르면 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28개의 분쟁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분쟁 지역 가운데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는 지역 중 하나는 중동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에 레바논ㆍ예멘ㆍ이란까지 연루되면서 전 세계인들은 자칫 중동 전 지역으로 전쟁이 확대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시각으로 분쟁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중동지역 분쟁보다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은 2014년 크름반도의 강제병합을 시작으로 2022년에 전면 공격을 개시한 러시아가 도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간단히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 전쟁은 지금까지 만 2년 6개월 동안 무수한 인명을 살상하고 시설물들을 파괴하며 난민과 실향민을 양산하면서 핵전쟁의 우려와 더불어 3차 세계대전으로의 확전 가능성에 전 세계인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한 무력 전쟁은 아니지만 미국과 중국 간 경쟁과 대결이 점점 심화되면서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긴장을 관리하기 위한 양국 간 외교적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을 뿐 아니라 남중국해와 타이완을 둘러싼 양국 간의 군사적 긴장도 심화되고 있어 조만간 무력을 동반한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다양한 국제정치 이론들이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왜 발생했는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전개하고 있다. 다른 한편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인 중국이 기존 패권국(지배국)인 미국에 견줄만한 힘을 축적하여 국제체제의 권력 배분에 변화가 생기면서 이러한 변화가 과연 양국 간에 패권전쟁으로 귀결될 것인가를 둘러싸고도 각종 국제정치 이론 간에 토론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전자의 경우는 이미 발생한 전쟁에 대한 사후적 설명이고 후자의 경우는 패권전쟁의 발발 여부에 관한 사전적 예측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이론이 다 그렇듯 이론의 목적은 특정 현상의 인과 관계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므로 국제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후적 설명과 사전적 예측을 위한 수단으로써 이론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번 개정판의 큰 의미와 명분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시각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시각을 소개하는 데 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