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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자료

단행본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보내온 두 편의 시각 기록물

전쟁이 나고 말았다

대등서명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보내온 두 편의 시각 기록물 Diaries of War
발행사항
서울 : 엘리, 2023
형태사항
130 p. : 색채삽화 ; 26 cm
ISBN
9791191247428
청구기호
349.9 노231ㅈ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9853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9853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문재인 전 대통령, 김누리 교수 추천도서인
『나는 독일인입니다』 저자의 두 번째 프로젝트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첫 1년 동안
국경의 양편에서 들려온 증언을 실시간으로 기록한 그래픽 논픽션

“인간은 대체 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일까?
전쟁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순간이 오기는 할까?
생명을 앗아가고, 세계를 파괴하고, 사람의 마음을 영원히 병들게 하는 전쟁에서
무언가를 배워, 대체 뭘 어쩌자는 것일까?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비나치화, 돈바스 지역의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우크라이나의 나라와 문화를 절멸하려기 위한 침략 전쟁이었다.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이 이 전쟁의 시작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가운데 여전히 진행 중인 그 전쟁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물리적 거리 때문일까, 우리 눈앞의 삶도 각박하기 때문일까. 각자도생이라는 명제가 전 지구적 레벨로 진행 중인 지금의 현실 속에서 이국 어딘가의 전쟁을 다룬 뉴스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별다른 충격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잊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잊어가고 있다.

노라 크루크는 그런 망각에 적극적으로 맞서고자 하는 예술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자신의 지인인 우크라이나 기자 K와 러시아 예술가 D에게 연락을 취했고, 이들로부터 전쟁 첫 며칠간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두 사람에게 그들의 경험을 주간 일기 형식으로 받고 거기에 자신의 일러스트를 더해 기록물로 만들어도 될지 물었고, 그들은 기꺼이 승낙했다. 그리고 그 기록물의 일부는 2022년 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연재되었다. <레스프레소>(이탈리아), <엘 파이스>(스페인), <쥐트도이체 차이퉁>(독일), <데 폴크스크란트>(네덜란드)에도 일부 발췌되어 실렸다. 전 세계에 이 전쟁에 대한 의식을 즉각 고취시키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크루크는 이 두 사람의 날것에 가까운 개인적인 증언에 마음이 몹시 흔들렸고, 그것은 이 전쟁에 관해 미디어에서 접했던 그 어떤 내용과도 달랐다고 말한다. 그것은 어떤 미사일이 어느 지역으로 발사되어 몇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외부에서 관찰한 삭막하고 무감한 사실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생명, 의식주, 가족, 직업, 인간관계, 가치관, 현재와 미래의 모든 것에 직접적으로 일어난 충격과 붕괴의 생생한 기록이자 사적인 감정의 토로였으며, 비명과 한숨과 속삭임이기도 했다. 전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안전과 자유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협받는지에 관한 중요한 정보이자, 전쟁이 인간의 삶과 의식세계를 어떻게 뒤틀어버리는지에 대한 중대한 증언이었다.

크루크는 그들의 발화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일종의 정서적 시작점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전쟁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전쟁이 일상에 끼치는 끔찍한 여파를 이해하게 해줄 수 있었다. 그렇게 총 52주 동안의 메시지 교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미 그 전쟁을 잊어갈 즈음인 지금, 세계의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난 시점에 출간된 이 기록은 다시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또다시 이런 어리석은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들, 그냥 지나쳐도 될까? 우리는 이 일들을 잊어버려도 되는 걸까?

복잡한 배경, 상반되는 서사를 지닌 두 목격자가
증언하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전쟁 이야기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되는 이유에 대한 또 하나의 역사적 기록

『전쟁이 나고 말았다』는 매주 K와 D의 이야기를 병렬해 배치하며 1년간 이어진다. 국적도, 직업도, 처해 있는 상황도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는 종종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이 상반되는 내용으로 드러난다.

각각 피해국과 가해국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다가 아니다. K와 D의 정체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벌어져온 분쟁의 역사만큼이나 복잡하다. 우크라이나인 K는 소비에트 연방 시기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성장해 기자가 되었다. 이후에는 러시아 국적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 국적을 취득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체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공연히 표명해왔다. K는 지금의 러시아와 문화적 동질감을 느끼지 않으며, 현재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전방에서 전쟁을 취재해 보도하고, 활동가로서 시민들과 동료 기자들을 돕고 있다. 반면, 러시아인 D는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열두 살 때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 갔다. 그는 러시아라는 국가 대신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에 더 강한 동질감을 품고 있다. 그동안 예술 작업을 통해 러시아인에 대한 타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려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조국이 벌이는 침략에 수치심을 느낀다. 그는 이 기록물을 통해 푸틴 체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스스로를 위험에 몰아넣은 상황이다.

전쟁이 시작되자 K는 아이들과 어머니를 안전한 국가로 보낸 뒤 전선으로 나가 기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싸운다. K의 일기에는 가까운 동료들이 죽고, 이웃들이 폭격을 당하고, 생필품이 부족해 곤란을 겪는 등 아주 가까이서 일어나는 피해 상황들이 가득하다. D는 자신이 먼저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 다음 가족들을 데려갈 계획을 세운다. 그대로 러시아에 남아 있다가는 자신이 반대하는 전쟁에 징집될 가능성도 있고, 도저히 그런 나라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는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D의 일기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갖게 된 수치심, 정부에 대한 분노, 믿었던 동료들이 전쟁을 지지하면서 느끼게 된 배신감, 그리고 그럼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다는 무력감이 이어진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지내야 하는 고통,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과 회의, 아이들에게 미래를 약속하거나 인생의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슬픔 같은 몇 가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경험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다르다. 그러나 K와 D 모두 전쟁의 목격자다. 노라 크루크는 이 책이 “화해의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것도,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경험을 동등하게 취급하려는 것도, 러시아 측을 피해자화하거나 ‘좋은 러시아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이 전쟁으로 인해 국경 양쪽에 생겨난 두 서사의 냉혹한 대비를 기록하고, 둘을 양 페이지에 맞붙여둠으로써 K와 D의 다면적 정체성과 경험을 강조하는 것이다. 크루크는 K와 D에게 일상의 경험뿐 아니라 존재론적 차원에서 전쟁이 그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묻는다. 전쟁은 이들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전쟁은 이들이 가족과 맺는 관계를, 문화적 소속감을 어떻게 바꿔놓았으며, 그로 인해 죄책감, 배상, 앙갚음 같은 말에 대한 생각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우리는 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며, 전쟁에서 무언가를 배우기는 하는 것일까? 두 사람의 대답은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에 대한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증언이자 우리가 다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한 또 하나의 역사적 기록이 된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간결하고 세심한 일러스트 속에 담긴 간절한 바람

노라 크루크는 K와 D의 서사를 억지로 화해시키지도, 무리하게 연결고리를 만들지도 않는다. 그저 병렬해둘 뿐이다. 그러나 독자는 두 이야기가 종종 대화하기 불가능한 곳에서 간접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누가 더 고통스러운지를 비교하는 대신, 전쟁이 모든 사람의 영혼에 끼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실감하게 된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희망적인 이야기 또한 조금도 할 수 없음에도, 이 작품은 전쟁과 무관한 곳에 있다고 느끼는 우리를 두 사람의 내밀한 삶에 연루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두 서사 사이에 놓인 노라 크루크의 간결하면서도 세심한 일러스트다. 이미 『나는 독일인입니다』에서 전쟁과 역사와 죄의식의 관계를 깊이 탐구해 전 세계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낸 크루크는 이번 작품에서도 전쟁의 표면뿐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의식과 세계관에 미치는 깊은 영향까지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나는 독일인입니다』가 과거 세대가 남긴 역사적 오점과 이후 세대가 안게 된 상흔에 관한 이야기라면, 『전쟁이 나고 말았다』는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미래 세대가 안고 살아야 하게 된 고통을 직시하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뚜렷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크루크는 자루에 담겨 줄줄이 차에 실리는 시신들, 포격으로 부서진 건물들, 입국 관리소 담당자의 굳은 표정 사이사이에 전쟁 중에도 그저 삶을 이어가는 한 마리 새를, 흙에 새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식물을, 오랜만에 모여 생일 케이크를 나누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 넣는다. 전쟁의 이 모든 참화 속에서도 피해를 입었을지언정 생명은,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웅변도 설명도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모두의 삶이 파괴되지 않고 지속되게 하기 위해, 우리의 어리석음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묻는다. 『전쟁이 나고 말았다』는 점점 불가능한 것이 되어가는 듯 보이는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과 공감, 전 지구적 연대가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저항의 기록이다.
목차

들어가며 8

겨울-봄 17
봄-여름 43
여름-가을 73
가을-겨울 101

감사의 말 129
이미지 출처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