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

본 연구는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추어 북한에서 휴대전화의 보급이 주민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종합적으로 도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소득향상’에 미친 영향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첫째, 거시적인 틀에서 휴대전화의 보급률 및 법제도 변화를 살펴보고, 둘째, 이를 토대로 북한이탈주민 40명에 대한 사례조사를 통해 미시적인 실태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셋째, 나아가 국제적인 시각에서 북한 휴대전화의 발전 수준을 검토 및 비교하기 위해 우간다와 베트남 사례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최빈곤국 북한에서도 휴대전화는 사치재가 아닌 취약계층의 빈곤 극복, 나아가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필수재라는 보편성이 확인되었다. 이와 더불어 강력한 정보통제 사회인 북한에서도 휴대전화의 보편적 힘이 발휘되었다. 휴대전화가 환율 및 가격 정보를 비롯하여 상품유통, 물류 등의 거래 및 금융의 거래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보편적 원리가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당국은 휴대전화를 보급하는 노력과 동시에 통제를 강화하는 양면성과 특수성을 보였다. 인트라넷이나 인터넷에 대한 일반인의 정보 접근 통제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3G 성능의 휴대전화를 여전히 음성 중심의 2G와 같은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2015년 전후 북한에서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했음에도 경제영역에서 널리 활용되지 못한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역으로 이는 당국의 통제가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완화된다면 북한에서도 미래에 휴대전화를 통한 취약계층의 빈곤 극복, 나아가 경제발전의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반증한다. 북중 간 스마트폰 활용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북중 접경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국경을 넘지 않았어도 스마트폰을 활용해 국경을 넘은 것과 같은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얻고 있다. 북한 당국이 외부세계와의 정보를 아무리 통제‧차단하여 별도의 세계를 구축하려고 해도 현실에서는 민간영역의 사업 기회가 워낙 커서 당국의 조치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 보고서에서 시도한 우간다와 베트남의 사례 분석은 북한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었다. 우간다는 북한과 같은 최빈곤국에 속하지만 시장경제체제를 전면으로 도입하고 있는 만큼 민간 경제주체들의 자율성이 커서 휴대전화의 활용 폭 또한 넓었다. 특히, 인터넷의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하여 휴대전화는 금융이나 전자상거래 등의 영역까지도 널리 활용되었다. 한편, 베트남의 사례는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권위주의 체제지만 체제이행 이후 정경분리 원칙이 경제성장의 주요 원동력이 되었다는 시사점을 주었다. 즉, 베트남은 체제이행을 통해 민간에게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하였으며, 그 상황에서 휴대전화는 민간의 경제적 목적과 부합하게 정보를 개방하고 개인이 이를 토대로 스스로 경제활동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향상시켰다. 동시에 취약계층에 대한 휴대전화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취약계층이 법·제도적 틀안에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는 북한도 향후 ‘정보화’라는 세계적인 발전 추세에 편승해 나아갈 수밖에 없으며 휴대전화가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주었다.
나아가 남북협력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남북관계가 개선되었을 때 이제는 북한에 대한 개발 접근 방식을 달리할 필요성을 환기한다. 특히, 취약계층의 소득향상을 위해 기존의 제조업 접근 방식에서 ICT 분야로의 확대 가능성이다. 즉, 과거에는 2차 산업 부문 중심의 기업이나 제조업 측면에서 북한에 접근하였다면, 이제는 ‘정보화’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본 연구 결과는 취약계층의 빈곤 문제 및 격차 문제 해결을 위해 IT의 영역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휴대전화는 정보에 대한 주민의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는 만큼 휴대전화를 활용하여 자본주의와 관련한 정보유입을 통해 북한 시장화를 촉진하고 나아가 역량 강화를 통한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볼 수 있다.
아울러 남북 이동통신 기반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 마련을 위한 협력을 우선 검토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북한 지역 내 도농 간 격차 해소 및 취약계층에 대한 휴대전화 보급 확대, 디지털 리터러시 해소를 위한 남북협력 과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빈곤국 사례인 우간다와 체제전환국 사례인 베트남에서 도시의 젊은 고학력 남성의 경우 경제활동을 위한 휴대전화의 활용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농촌 여성과 취약계층은 접근성과 활용도가 낮았다. 이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고민이 필요하다. 북한의 청년 농업인 및 청년 창업자들의 자생력 제고를 위해 IT분야의 기술 지원과 병행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 인적 기술지원과 관련한 다양한 남북협력 과제를 도출하는 것도 검토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