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숫자와 전쟁 중이다.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전국의 공장·기업소, 농촌, 기관 단위에서 인민경제계획과 자력갱생의 현물평가를 놓고 숫자와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인민경제계획, 자립경제를 위한 국산화(주체화)·개건확장(현대화)·컴퓨터화(정보화)·질적 개선(과학화)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에 대한 책임이다. 앞서 지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주목한 부분은 2018년 이후 북·미 협상 침체·대북제재·코로나 19라는 3대 악재에 따른 경제성과의 미진을 인정한 것이다. 계획경제가 일반적으로 계획숫자에 의한 통제, 혹은 그 결과라고 볼 때, 경제실패의 원론적인 의미는 이른바 ‘숫자의 실패’다. 그러나 북·미 협상 이후 북한경제의 발전전략과 경로를 추적해볼 때, 경제실패의 실체적 의미는 산업 전반에서의 체질개선 정책, 즉 지식 기반 산업 생태계로의 이행전략에 따른 질적 부진에 있다.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전후로 내각사업에서는 산업정보화체계로의 전환 정책이 중점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