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북미정상 회동 이후 99여일 만에 재개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협상 직후 보인 양측의 반응은 큰 차이를 보였다. ‘빈손’으로 왔다고 불쾌감을 표시한 북한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미국. 특히 ‘결렬’이란 강수를 두고 대화 일정을 잡지 않은 북한은 협상에 대한 큰 ‘실망’을 표시했다.
왜 이런 ‘실망’을 느낀 것일까. 퍼즐을 푸는 핵심은 북한에게 큰 실망감을 안긴 미국의 ‘창의적 제안’에 있다.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대 안전보장’이라는 교환구도, 기본 셈법 자체를 무시하고 있고 ‘선 비핵화’란 구태의연한 태도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미국이 제시한 ‘창의적 아이디어’는 경제적 번영과 밝은 미래와 관련한 ‘계획(아이템)’은 있으나 안전보장 내용이 생략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긴 시간 ‘창의적 아이디어’를 설명했음에도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은’, ‘빈손’이란 소리를 들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원하는 셈법의 내용을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상부에 보고를 하고 ‘결렬’이라는 강수를 두며 ‘선 비핵화’ 조치는 있을 수 없고, ‘안전보장(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에 대한 실질적 조치가 자신들이 원하는 ‘셈법’임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