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

역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억제와 유화를 반복했고, 정부가 바뀔때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도 심화되었다. 북한은 오랜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상태에서도 ‘핵 · 경제 병진’ 노선을 고수하고 있고 우리의 대북 · 통일정책에 대해 진정성 없는 대화공세로 일관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대북정책의 기조로 표방하고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 및 통일기반 구축이라는 3가지 목표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은 잇따른 세 차례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응수했고, 우리 정부 역시 개성공단 사업 전면 중단과 사드배치 결정 및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공조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압박 등으로 대응함으로써 남북관계는 ‘강 대 강’ 대결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는 과거와 다른 ‘전환기’적 특징을 보인다. 개성공단을 포함한 모든 경협사업이 중단되었고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 사업도 끊겼다. 4차 북핵실험 이후 남북한 간 최소한의 접촉 채널도 가동되지 않았고, 6자회담과 같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다자대화기제도 전면 중단되었다. 반면, 북한 핵 · 미사일 기술은 고도화되고 북핵 해결비용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갈수록 강력해지고 북한인권 문제를 이용한 압박도 강화되고 있으나, 대북제재의 효과성 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의 경색이 더욱 심화되고 대북 · 통일정책 추진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즉, 남북한 상호불신, 북한의 지속적인 핵 · 미사일 도발, 남북한 정치 · 안보문제의 경제문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 미중 전략경쟁과 같은 국제환경의 변화, 우리사회 내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 등이 상호작용하여 남북관계의 발전을 제약하거나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남북한간 모든 대화 채널이 막히고 교류 · 협력은 전면 중단되었지만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구축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정체 국면이 심화되는 ‘통일준비의 역설’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내외적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그동안 우리의 대북 · 통일정책에 영향을 주었거나 남북관계의 발전을 제약해 왔다고 판단되는 내부 · 외부 환경에 대한 분석 및 평가를 통해 향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기본방향 및 추진 전략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총 3개년(2016~2018년) 연구로 진행되는 전환기 남북관계 발전 전략 사업의 1차년도 연구로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다. 서론에 이어 제Ⅱ장은 현 단계 남북관계의 ‘전환기’적 의미를 국내적 · 국제적 · 북한 내부 차원으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그동안 우리의 대북 · 통일정책 추진에 영향을 주었던 내부 · 외부 환경에 대한 SWOT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그동안 남북관계에 영향을 주었던 5가지 내부 · 외부 환경 요인-즉, 남북한체제에 대한 상호 인식 차이, 북핵문제, 남북경협, 남북한 경제 · 사회 변화, 국제환경의 변화 등-을 선정하고, 이들 영향요인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Ⅲ장은 남북한의 상호 인식 차이가 남북관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적대’, ‘공존’, ‘포용’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통해 역대 남북한 정부와 지도자들이 상대방을 어떻게 인식했고, 그 특징은 무엇이며, 이것이 남북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찰한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한 간 상호 인식의 접점 가능성을 탐색한다.

Ⅳ장은 북핵문제의 남북관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다. 북핵문제에 대한 남북한 간 상호 인식의 격차와 그에 따른 전략적 갈등이 남북관계의 경색을 촉진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한반도의 핵 비대칭 상황에서도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한다. 이를 위해 냉전종결 이후 북한의 국제관계에 대한 인식(국제관)과 북한의 핵전략을 검토하고, 한국과 국제사회의 북핵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및 그에따른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북한 비핵화를 통한 남북관계발전 가능성 및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향후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Ⅴ장은 남북경협의 남북관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다. 남북한의 경제협력에 대한 상호 인식과 정책을 재검토하여 기존에 추진되었던 남북경협의 실패 원인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바람직한 남북경협추진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교훈과 시사점을 제시한다.

Ⅵ장은 남북한의 경제 · 사회적 변화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다. 북한의 경제 · 사회 변화가 북한 주민들의 대남 인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기 위해 4가지 사례-즉, ‘시장화’, ‘양극화(중산층 형성)’, ‘남한화(한류)’, ‘개인의 유 · 무선 전화 사용 확대’ 등-을 선정하고, 이 4가지 변화 양상과 특징을 기술한 후, 이러한 변화가 북한 주민들의 대남 인식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한다.
2000년대 이후 남한 경제 · 사회 변화가 남한 주민의 대북 · 통일 인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기 위해 3가지 사례-즉, 경제양극화, 저출산 · 고령화, 다문화化-를 선정하고, 이러한 변화의 양상과 특징을 기술한 후, 이 변화가 국민들의 대북 · 통일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다. 이와 같은 남북한 사례 분석을 통해 경제 · 사회 변화를남북관계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Ⅶ장은 국제환경의 변화가 남북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위해 각 시기별-즉, 미소 냉전체제와 탈냉전기 미국단일체제, 탈-탈냉전기 미중 전략경쟁시대 등-국제환경의 변화 양상과 특징 및 남북관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국제환경의 변화를 활용한 남북관계 발전 전략을 탐색한다.

Ⅷ장은 전환기 남북관계 발전의 영향 요인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통해 시사점을 도출하고, 향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기본 방향 및 추진 전략을 제시한다.

본 연구는 전환기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내부 · 외부 환경 요인들에 대한 분석 결과 6가지의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첫째, 남북한 상호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 회복이라는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핵 비대칭이라는 구조적 요인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 · 협력 중심의 대북관여정책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셋째, 대북제재와 압박국면에서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협 사업의 재개는 신중해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전환기’에 처한 남북관계 경색국면에서도 정치적 리스크가 크지 않은 ‘구호 지원’ 사업이나 ‘민생 지원’ 사업 등 인도적 지원사업은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 최근 북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화 · 정보화 등과 같은 경제 · 사회적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여 북한주민의 대남 인식 변화로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 한국사회의 양극화 · 저출산 · 노인빈곤 · 청년실업 · 다문화 · 이주민 등과 같은 경제 ·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대북 · 통일정책을 수립 · 재정립하는 과정에 대한 교차적 접근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여섯째, 미중전략경쟁과 같은 국제정세의 변화를 기회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고 우리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본 연구는 전환기에 처한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종합평가 및 시사점 도출을 통해 “남북한 신뢰회복을 통한 북한의 변화추동”을 향후 남북관계 발전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고, 이를 달성하기위한 3대 추진전략으로 남북관계타개 전략, 북한변화 전략, 통일기반구축 전략을 제시했다. 남북관계타개 전략으로는 북한 · 북핵문제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 강화, 대북 압박 및 관여 정책의 병행, 상호의존적 경제협력의 재개 모색 및 제도화 등을 제시했다. 북한체제 변화 전략으로는 북한 내 시장주의적 관행의 확산, 정보화 확산을 통해 엘리트층을 포함한 북한정권 및 주민들의 인식 변화 등을 제시했다. 통일기반구축 전략으로는 대내적 차원에서는 대북 · 통일정책 관련 부서들 간 상호 유기적인 연계, 남북한 주민들 간의 상호 적대인식 해소 노력, 내부적(inbound) 차원에서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 중시 등을 제시했다. 대외적인 차원의 통일기반구축을 위해서는 한국주도로 미중에 대한 균형외교와 복합외교를 동시 추진, 통일외교 및 통일공공외교를 강화, 북한인권 문제를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문제에 대한 국제 공감대 확산과 연계, 국제사회에 한반도 통일의 편익 제시 등을 강조하였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전환기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기본 방향과 추진전략은 향후 2~3차년도 후속 연구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