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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경쟁과 관련국의 대응: 역사적 사례와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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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종호,김갑식,현승수,정성윤,박주화,배진석,안경모,이동률,이상숙,이왕휘,전재성,정성철,황지환
발행년도/페이지 2020 / 546 p.;
시리즈번호 2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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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새창이동
조회수 1334
  • 목차
  • 초록
요약

Ⅰ. 서론
1. 연구배경과 목적
2. 연구방법과 내용

Ⅱ. 강대국 국제정치와 약소국의 선택: 역사와 현실 그리고 이론
1. 국제체제와 강대국
2. 국제질서의 변환과 강대국 국제정치의 역사
3. 강대국 국제정치의 미래와 약소국의 선택

Ⅲ. 20세기 초~냉전시기 강대국 갈등과 약소국의 선택: 사례와 유형
1. 20세기 초 유럽 강대국외교와 약소국의 대응
2. 냉전시기 미소 갈등과 쿠바
3. 냉전시기 미중 갈등과 베트남
4. 냉전시기 중소갈등과 북한

Ⅳ. 탈냉전시기 강대국 경쟁과 관련국의 선택: 사례와 유형
1. 미중 경쟁과 아세안국가 1: 베트남
2. 미중 경쟁과 아세안국가 2: 미얀마
3. 미중 경쟁과 인도
4. 미중 경쟁과 중앙아시아
5. 미중 경쟁과 유럽연합(EU)

Ⅴ. 결론
1. 이론 및 사례연구의 함의
2. 한반도에 대한 시사점

참고문헌
본 연구사업은 <미중 전략적 갈등의 한반도에 대한 리스크와 우리의 복합대응전략>을 주제로 총 3년(2020-2022년)에 걸쳐 연구가 진행되며, 미중 ‘전략경쟁’이 초래하는 리스크를 파악하고, 우리의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1차연도(2020년)는 강대국 경쟁과 갈등 및 그에 대한 약소국(혹은 관련국)의 대응과 관련된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제Ⅱ장은 강대국 정치와 약소국의 대응과 관련된 역사와 현실 및 이론을 검토했다. 즉, 각 시기별 국제질서 구조–20세기 초 다극체제, 냉전시기 미소 양극체제, 탈냉전시기 미국 일극체제와 미중 경쟁체제)–안에서 이루어지는 강대국 경쟁과 갈등 및 약소국의 대응방식을 고찰했다.
제Ⅲ장은 20세기 초부터 냉전시기 동안 강대국 갈등과 약소국의 대응과 관련된 사례분석을 진행했다. 20세기 초 다극체제 하에서는 유럽 강대국 외교와 약소국(폴란드, 체코, 핀란드)의 대응전략을 분석했다. 냉전시기 미·소 양극체제 하에서는 3가지 사례-미소 갈등과 쿠바, 미중 갈등과 베트남, 중소 갈등과 북한-에서 나타난 강대국 갈등과 그에 따른 리스크 유형 및 이에 대한 약소국의 대응전략을 분석했다.
제Ⅳ장은 탈냉전시기 미중 경쟁체제 하에서 약소국(혹은 관련국)의 대응과 관련된 사례분석을 진행했다. 즉, 미중 두 강대국 간 경쟁체제 하에서 5개 국가·지역-아세안(ASEAN)의 베트남과 미얀마, 인도, 중앙아시아, 유럽연합(EU)-에 대한 사례분석을 통해 강대국 정치의 특징과 리스크 유형 및 이에 대한 관련국의 대응전략을 분석했다.
제Ⅴ장은 각 시기(냉전이전, 냉전, 탈냉전)별 국제정치구조의 변화에 따른 강대국 정치와 관련국의 대응전략에 대한 다양한 사례분석이 한반도에 주는 함의와 시사점을 제시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영향력

본 연구는 기존의 강대국 정치와 약소국(혹은 관련국)의 대응전략과 관련된 역사와 현실 및 이론을 검토했다. 각 시기별 국제체제와 강대국관계, 국제질서 구조의 변화와 강대국 정치의 역사, 그리고 강대국 국제정치와 약소국의 대응전략과 관련된 다양한 이론적 논의를 검토한 결과, 국제정치의 ‘현실주의’ 패러다임이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위 ‘지정학의 귀환’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본 연구는 ‘전망이론’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강대국들의 ‘손실회피’ 및 ‘위험감수’ 경향으로 인해 강대국 경쟁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국가 간 협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강대국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국제정치에서 현실주의 패러다임이 갖고 있는 영향력과 함께 소위 ‘지정학의 귀환’이 주는 의미를 염두에 두고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즉, 미중 두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 구조의 변화를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미중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 경쟁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향후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전망이론’이 주는 우리에게 주는 함의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미국은 기존의 패권이 약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위험감수적인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중국은 자국의 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비교적 위험회피적인 대외정책을 펼치겠지만, 이미 확보한 이익이나 영향력에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위험감수적인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대미, 대중 정책 수립 시 미중 두 강대국의 ‘의도’를 주목하여 복합적인 대응전략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대국 리스크 및 약소국 대응의 ‘복합성’

각 시기별 국제질서 구조의 변화에 따라 강대국 리스크의 유형 및 약소국의 대응전략도 갈수록 ‘복합화’되고 있다. 먼저, 국제질서의 구조 변화에 따라 강대국 간 갈등과 경쟁에 따른 리스크가 갈수록 다양화되었다. 20세기 초 유럽 다극체제 하에서의 강대국 정치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리스크를 초래했고, 냉전시기 미소 양극체제 하에서의 강대국 ‘갈등’은 ‘제한적 국지전’ 혹은 ‘대리전쟁’ 형태의 리스크를 초래했다. 탈냉전시기 미중 경쟁체제에서 강대국 ‘경쟁’이 초래한 리스크 역시 이전 시기보다 더 복합적이고 다양해졌으며, 전통적 안보분야 뿐만 아니라 비전통적 안보분야로 확대되었다.
다음으로, 강대국 갈등과 경쟁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약소국(혹은 관련국)의 선택 역시 갈수록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0세기 초 유럽 강대국 정치가 초래한 리스크에 대해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 및 핀란드와 같은 약소국들은 균형, 거리두기, 편승, 유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냉전시기 미소 양극체제 하에서 강대국 갈등이 초래하는 리스크에 대해 약소국들은 이전보다 다양한 방식-편승, 균형, 거리두기 등-을 활용하여 대응하였다. 탈냉전시기 미중 경쟁체제에서 나타난 리스크에 대해 약소국 혹은 관련국의 선택 역시 이전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방식-연성균형, 내적균형, 외적균형, 안보동맹, 편승, 헤징, 거리두기, 이익균형 등-으로 ‘복합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미중 전략경쟁의 틈바구니에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두 강대국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국제질서의 구조에 대한 명확한 파악과 함께 미국과 중국의 의도를 주목하여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복합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시사점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강대국 경쟁과 갈등 및 그에 대한 약소국(혹은 관련국)의 대응 사례는, 현재와 같은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한국에게 많은 함의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전략적 자율성 강화>
향후 미중 전략경쟁 심화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냉전시기 쿠바 사례와 탈냉전시기 중앙아시아 및 유럽연합(EU)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소 양극체제 하에서 쿠바는 외적균형과 내적균형을 병행하면서 미소 두 강대국에 대한 상대적 자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는 곧 향후 미중 전략경쟁 심화과정에서 한국은 안보와 자율성의 교환을 최소화하고 양자 모두를 취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탈냉전시기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미중러 강대국 간 ‘거대게임’ 속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이 보여준 대응 사례는 약소국이 강대국의 게임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다는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고, 강대국의 ‘거대게임’ 속에서 약소국의 대응전략 수립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면, 탈냉전시기 유럽연합(EU) 사례는 개별 국가가 직면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EU 사례는 유럽연합의 중견국이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을 때 겪을 수 있는 리스크를 예상할 수 있도록 한다.

<행위자·이슈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한 외교 다변화>
강대국-약소국(관련국)관계의 역사적 사례를 보면 주변국과의 협력관계 유지 및 강화를 포함하여 행위자(중견국)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한 외교 다변화 전략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하여 냉전시기 쿠바의 ‘제3의 지대’ 추구 및 설득 역량 사례, 탈냉전시기 인도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즉,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한반도에서 어느 한 쪽으로의 완전한 경사를 계속해서 미루며 다른 목소리를 찾고 정당화할 데 대한 정책적 필요가 실질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탈냉전시기 인도의 사례처럼, 주변국과의 우호관계를 강화하여 미중 두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자국의 입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인도의 경우 파키스탄과 적대관계를 추구할 때면 인도의 취약성은 증가하고 강대국에 대해서도 자율성을 가지기 어려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과 타협을 모색하고 주변국가들과 관계 강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입지가 강화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을 포함한 다수의 접경국가들(아프가니스탄, 부탄, 네팔, 미얀마, 방글라데시, 몰디브 및 스리랑카 등)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중국 및 파키스탄과의 문제도 해결하려는 다자주의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볼 때, 한국 역시 미중 갈등 속에서 일본, 북한과 관계개선을 통해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더 나아가 동북아, 동아시아에서 다자주의 제도를 다양한 이슈 영역에서 제안하고 구성하여 한국의 중견국 리더십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미중 양국이 한국의 주변국 관계 악화를 활용하여 한국의 입지를 좁히는 정책을 펴지 못하도록 견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한 행위자와 이슈들과의 연대전략을 통해 한국의 입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즉, 중견국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이슈들의 전선을 확인하고 각 이슈별로 선택의 다양성을 도모하면서 각 이슈별로 같은 처지에 있는 국가들과 다양한 대응전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인해 향후 미중 간 무역과 기술을 둘러싼 전략경쟁이 더욱 노골화되면서 강대국 정치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은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곧 한국을 비롯한 비강대국의 전략적 판단과 실행이 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 국력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면, 두 강대국이 아시아 국가들을 끌어당기는 힘은 증가할 것이다. 21세기 미중 충돌과 압박을 우려하는 국가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연대와 협력의 출발이자 중심으로 한국이 수행할 역할을 구체화할 때이다.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한 전략적 가치 제고>
약소국(혹은 관련국)이 처한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한 전략적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냉전 및 탈냉전시기 베트남 사례는 지정학적 이해관계의 중요성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냉전시기 미중관계와 베트남 사례는 국제정치에서 지정학적 이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1970년대 중후반 중월 관계는 동맹관계에서 적대관계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국익에 기초한 전략적 사고의 영향을 입증해 주었다.
또한 탈냉전시기 베트남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미중 전략경쟁 시기 한국의 대외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물론 한국은 탈냉전 시기 베트남이 해 온 것과 같이 등거리 외교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베트남이 파라셀 및 스프래틀리섬을 둘러싼 영유권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도 양국 공산당 사이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유지해 왔다는 점과 중국 견제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한 점은 강대국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한국은 특히 미중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 대북 경제제재 이행, 남북 경제교류 재개 사안에 대해 양측 모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직면한 리스크는 훨씬 복잡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중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협력을 유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중 간에 전략 경쟁이 심해지는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의 편을 서도록 요구 받는 상황이 생겨날 수 있다. 어느 한 영역에 있어 특정국과의 의존이 지나치게 심화될 경우 이는 오히려 구조적 취약성을 초래할 수 있다. 비대칭적 상호의존 자체가 힘의 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비핵화 문제에 있어 북미가 주요 당사자가 되지만 국익의 관점에서 한국의 이익과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이를 지지하도록 만드는 전략과 소통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양자택일 상황 회피를 통한 전략적 모호성 유지>
강대국 간 경쟁 국면에 연루되어 있는 약소국(혹은 관련국)의 입장에서는 양자택일의 상황을 회피함으로써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냉전시기 미소 양극체제 하에서 중소 갈등에 대한 북한의 대응방식과 탈냉전시기 인도의 사례 등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냉전시기 중소 갈등 속 북한 사례는 편승과 균형정책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약소국의 헤징 혹은 위험분산 전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냉전시기 북한 사례가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 한반도에 주는 함의는 역외 균형자인 미국과 역내 강대국 중국의 갈등 심화가 초래할 한반도 권역에서의 양자택일 압력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동맹의 요구가 안보, 경제, 정치 전 분야, 영역에서의 연대 강화로 확장, 강화된다면, 영역별로 나눠 접근하는 등의 헤징전략은 여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 그러나 강대국 정치의 갈등 심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약소국의 선택으로 헤징전략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위험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유의미하고, 헤징에 따른 동맹에 대한 비용 평가 등 ‘합리적 선택’을 뒷받침하는 준비 또한 필요로 할 것이다.
탈냉전시기 미중 경쟁체제 하에서 인도의 경우에도 강대국과 중견국의 특징을 모두 지닌 특수한 상황에서 전략적 선택유예나 미중 모두와 양자협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하였고, 서두르지 않는 헤징전략을 적절히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여러 사안별로 미중 간 갈등이 강화되고 한국에 대한 압박이 강할수록 미중 간 결정적인 전략적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슈나 사안별로 다양한 선택과 정책수단이 존재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중이 필요로 하는 협력의 대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헤징으로부터 오는 견제와 압박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국제규범 및 정체성 관련 협력 증대>
국제규범 및 정체성 구성 측면에서 갈등이 아닌 협력 유인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냉전시기 중소갈등 하에서 북한의 선택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한다.
중소갈등의 한복판에서 사회주의 진영의 단결을 지속적으로 호소한 북한은 실질적으로 북중 밀월과 소련과의 관계 유지를 병행하면서도 특히 공동 이데올로기, 규범의 차원에서 자국의 목소리를 확보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차원의 대응에 접목해 본다면, 한반도가 강대국 간 양극화된 갈등에 대해 다자주의적 협력 틀, 대화와 협상의 협의주의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물론 이데올로기적, 규범적 차원의 호소가 강대국들의 현실주의적 전략경쟁 과정에서 침해되거나 간과될 가능성은 상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대화와 협의 노력, 기존의 다자주의적 제도에 대한 옹호를 지속하는 것은 약소국, 중견국의 헤징에 대한 정당화의 자산이 될 것이다. 한국과 같은 약소국 혹은 중견국은 글로벌 차원의 미중간 극단적 대립이 불러올 정치, 군사, 경제, 문화적 파장을 고려해 이러한 파국을 완화하고 회피할 수 있는 일종의 규범적 호소, 다자주의적 협력의 논리에 대한 지속적 발신(signaling)을 정책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냉전시기와는 차별화된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 탈냉전기 미국이 오랜 기간 고수한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공약 및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유지해온 다자주의적 국제질서에 대한 옹호 등은 이러한 규범적 호소, 다자주의적 협력의 여지를 계속해서 남기려는 노력에 대한 정당화를 제공한다.

<전략적 요충 국가의 헤징전략>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국가의 경우 균형이나 편승보다는 헤징이 더 유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탈냉전시기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 미얀마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고, 특히 탈냉전시기 중앙아시아 사례는 편승정책의 위험성 및 헤징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탈냉전시기 미얀마 사례를 보면, 전략적 요충지라는 이점이 있을 때는 균형과 편승과 달리 헤징전략에서 쟁점이슈에 대한 정책의 공조와 자발적 복종 등 선택적 파트너십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곧 미얀마와 같이 약소국이 전략적 요충지라는 지리환경적 이점을 갖고 있을 때는 헤징전략을 적절히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미얀마의 적절한 헤징전략을 동아시아협력체 구상에 적용할 수도 있다. 동아시아 다자협력의 성패는 미중의 참여여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록 현재 동아시아 다자협력은 약화되고 있지만 강대국의 참여로 지역협력을 활용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전략을 강구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국제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의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역 다자협력체에 강대국을 포함시키고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다른 중견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외교적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유사한 전략적 고민이 있는 아세안, 호주, 인도 등 중소강국과 협력하고 연대를 형성하여 동아시아 다자협력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반면, 탈냉전시기 중앙아시아 사례는 ‘편승’정책의 위험성 및 헤징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먼저, 중앙아시아 사례를 보면 중국에 인접한 약소국들이 중국의 세력 확장에 편승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종속과 대외채무 증가 및 무역불균형 등과 같은 도전요인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중앙아시아에서 반중 정서도 확대되었다. 따라서 이미 중국의 대규모 차관과 투자에 의존하는 일대일로 프로그램의 부작용이 타지역에서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아시아의 일대일로 편승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계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의 대외정책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헤징전략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는 사례이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중앙아시아의 대응이 대표적이다. 당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국제질서를 교란시키는 수정주의 국가로 비난하면서 대러 경제제재를 시행했으나, 중앙아시아 각국 정부는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비판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가급적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언급을 회피하고,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전략을 취했다. 이러한 전략은 향후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안보적으로는 러시아와의 협력에 의존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헤징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경제연합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그램 양측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경제-안보 교환’ 모델의 불합리성>
역대 강대국-약소국관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 중 하나는 소위 ‘경제-안보 교환’ 모델이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냉전시기 중국-베트남 사례와 탈냉전시기 유럽연합(EU)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냉전시기 중국과 베트남관계는 지경학적 유대와 경제적 수단을 통한 대상국의 관리가 안보 분야의 협력으로 반드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베트남 전쟁은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영향력 차단을 위해,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베트남 영향력 확대 차단과 아시아 공산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촉발된 측면이 있었다. 당시 북베트남의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헤징전략을 한국에 직접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지만, 베트남이 형제적 우호관계에 있던 중국과의 갈등을 촉발시키면서까지 하노이의 독립과 영향력 확대를 추구한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중 간의 경제적인 밀착과 유대가 북한의 외교정책 노선에서 친중노선을 담보하지는 않을 것이며, 향후 남북한 간의 경제공동체 구축 및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가 북한의 친 시장경제 정책 입안이나 대남개방 정책 결정에 핵심적 요인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에 대한 균형과 편승 전략은 한국의 선택지가 되기 어려울 뿐 더러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처럼 미국과의 일방적인 동맹 강화 역시 향후 연루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 국가와의 과도한 의존이 구조적 취약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 강대국과 협력 뿐 아니라 역내 중견국과 연대하며 협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탈냉전시기 유럽연합(EU) 사례는 소위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安美經中)” 구조의 불합리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EU는 군사안보에서는 미국의 입장을 선호하지만, 경제교류에서는 중국과 협력을 중시하는 ‘이익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중견국들이 미중의 전략적 갈등에 대응하여 이와 유사한 방식의 전략을 취할 수 있을지 비판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양자택일 압력 속에서 EU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EU는 어느 한 쪽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 보다는 사안별로 입장을 달리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특히 EU가 미중을 상대하기 위한 다자주의 전략으로 일본, 캐나다, 한국 등의 우방국 지지를 모색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바, 중견국 수준에서 강대국 리스크에 대응하는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타진할 필요가 있다.

<다자외교 외교를 통한 ‘이익 균형’ 실현>
미중 전략경쟁 심화 과정에서 한국형 다자주의 외교를 통해 소위 ‘이익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탈냉전기 유럽연합의 ‘이익균형’ 실현을 위한 노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중 전략경쟁 구도는 기존의 경제통상 및 군사·안보 분야를 넘어 최근에는 ‘가치’와 ‘체제’의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미중 두 강대국 간 전략경쟁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EU의 주요국들이 중국과의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면서도 국제사회의 가치와 규범의 문제에서는 중국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한국이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성이 있다. EU의 주요국가들이 중국의 ‘홍콩보안법’ 통과를 가치와 주권의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국제사회의 가치와 규범에 대한 중국의 위협과 도전으로 인식하며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견국 한국의 입장에서 미중 사이에서 고유의 ‘이익균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한 적극적인 다자외교가 필요하다. 특히 향후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구조화 추세 속에서 한국은 이원화된 다자외교의 채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먼저, 역내 지정학적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는 인도 및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와의 다자외교 강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경제 및 군사٠안보 분야의 규범과 질서, 그리고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EU 주요국가들과 인도, 브라질 등의 신흥 경제 강국들과의 다자외교 채널 확립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과 갈등이 불가피한 ‘선택’의 현안에 대해서도 다자외교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즉, ‘선택’에 따른 갈등이 불가피한 현안에 대해서는 다자주의적 접근을 통해 2016년 사드 때와 같이 하나의 표적이 되는 상황을 피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다자주의 현안에서 유사한 원칙을 공유하고 있는 국가들과 연대하면서 다자주의적 대응을 함께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진행한 1차연도(2020년) 연구결과를 참고하여, 2차연도(2021년)에는 미중 전략경쟁과 한반도 사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즉, 미중 두 강대국(G2)의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전략경쟁 및 이에 따른 리스크, 그리고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한국과 북한의 대응방식에 대한 사례분석을 통해 향후 우리의 대외전략과 대북통일정책에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