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지역연구 2: 전환기의 안산'은 안산의 대안적 발전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는 한국의 근대화에 대한 기초 연구의 일환으로 안산의 과거와 현재, 즉 형성과정에 대한 평가를 시도했던 <한국사회 지역연구 1: 근대 안산의 형성과 발전>의 후속 연구이기도 하다. 대안적인 지역 발전 모델의 모색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는 전제하에서 시도되고 있다.
그러한 변화들은 다음과 같다. 지역에는 여러 형태의 혁신 전략이 넘쳐나고 있지만 반월·시화 공단의 공동화는 가속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화 MTV와 같은 새로운 입지 전략들에 의해 시야에서 더 멀어져가고 있다. 지역의 정치는 노동운동이든 시민운동이든 의제의 마련과 의사결정에서 기존의 정치 지형을 혁신하는 데 무기력을 드러내면서 급격히 진공화되고 있다. 많은 이들의 헌신과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어렵사리 다시 살아난 시화호와 주변의 간석지들은 한국사회의 개발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골프장, 아파트, MTV 건설 등 대규모 개발계획으로 또 다시 생태적 격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안산 시민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따른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선택의 결과라고만 하기 어려운 측면들도 존재한다. 안산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그러한 의사결정이 수많은 지식인과 전문가, 시민단체, 주민들의 집중적이고 헌신적인 토론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데도 의사결정 과정과 이를 통해 도출된 내용이 과거에 비해 나아졌거나 안산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분명해지는 것은 안산의 변화가 한국 전체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레퍼토리 역시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지역 내·외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는데도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가진 안산 지역이 국가적이고 지역적인 수준에서 민주주의의 전반적인 확대가 이루어진 것과 달리, 관 주도의 시대착오적이며 반지역친화적인 개발 드라이브의 독주와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력 부재로 지역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다시 말해 안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가 선택과 강압 모두의 측면에서 왜,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조망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지역의 발전 전략들에 대한 비판적인 숙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