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밖에서 본 한국史: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
- 개인저자
- 김기협 지음
- 발행사항
- 파주시 : 돌베개, 2008
- 형태사항
- 343 p.: 삽화, 도표; 24cm
- ISBN
- 9788971993071
- 청구기호
- 911.004 김19ㅂ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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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0657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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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00010657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우물 안 개구리’ 식 역사 읽기는 이제 그만!!
안과 밖의 열린 눈으로 읽는 한국사
“남을 깔보지 않으면서도 우리 뿌리에서 아낄 만한 미덕을 찾고, 이웃을 존중하면서도 우리의 떳떳함을 잃지 않는 ‘교양’의 정신을 이 책에 담고자 했다. 이웃 간의 경쟁보다 협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투쟁의 무기보다 교양의 샘을 역사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해방 이후 60년, 지금 우리의 역사관은 얼마나 성숙해 있는가? 우리 안에 갇힌 ‘국사’의 테두리 너머에서 보는 한국사라는 열린 시선을 제시하는 『밖에서 본 한국사』는, 편협하고 단선적인 역사 서술을 지양하고 합리적이고 유연한 역사 읽기를 보여준다. 동아시아 세계사의 흐름을 함께 살피고 역사의 물적 조건을 중시하는 넓은 시야가 한국사의 흐름을 보다 객관적이고 포괄적으로 사고하게 한다.
오늘, ‘한국사’를 쓴다는 것
이 책은 오랫동안 학계 바깥에서, 또 한반도 바깥에서 한국사를 고민해온 저자가 쓴 ‘한국사’이다. 오늘날 한국사를 제대로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사적인 흐름에서나 정치경제적인 필요에 의해서나 동북아시아 3국의 관계가 점차 긴밀해지고 있는 반면, 3국의 역사 인식은 과거의 갈등과 긴장으로 인해 거의 소통 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다. 독도 분쟁, 동북공정 등 익숙한 분쟁의 이슈들이 여전히 온당한 역사적 설명과 해석을 얻지 못한 채 시시때때로 신문지상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사에 대한 이해는 단군으로부터 오천 년 동안 이어져온 자랑스러운 영웅적 서사로 한국사를 이해하려는 민족주의적 욕망과, 이러한 기계적이고 단선적인 역사 인식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는 비판적 욕망 사이에서 표류할 수밖에 없다(후자는 이제 ‘국사 해체’를 주장하는 데까지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른바 ‘뉴라이트’ 진영의 우파 국가주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대안’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등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이 논란의 와중에 민족주의를 둘러싼 감정적 과잉의 소용돌이가 객관적 사실과 평가를 집어삼키며 정당한 성찰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한국사를 쓴다는 일은, ‘(한)국사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또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이자 그에 대한 대답을 내어놓는 일이기도 하다.
안과 밖의 열린 눈으로 한국사를 읽는다
저자 김기협은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한국사’란 한반도 안팎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금껏 안에서 보는 시각에만 갇혀 있었던 한국사 인식의 편협함을 ‘바깥’의 관점을 통해 넓혀보자는 것이다.
‘안’에서만 보는 시각이란 무엇이었는가. 식민사관에 억눌려왔던 민족 정체성을 선양하고 영광스러운 민족사를 지켜내려는 노력은 분명 지나간 시대에는 의미 있는 것이었지만, 해방 후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똑같은 자격지심에 빠져 우리 민족의 뛰어남만을 배타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우리’ 안에 갇힌 미성숙한 역사인식일 뿐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그것이 여전히 민족/반민족의 도식과 패권주의, 양적 척도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밖’에서 보는 한국사란, 한국사를 국외사와의 관련 속에 놓고 보아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국수주의를 배제하는 것, 타자를 폄하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자긍심을 잃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국가 정체성을 둘러싼 이념적 논박으로부터도, 민족주의에 대한 절대적인 옹호와 극단적인 부정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시야를 강조하는 것이다.
통상적인 한국사 서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포괄적이고 합리적인 서술
<밖에서 본 한국사>의 서술이 지닌 장점은 많은 부분 저자의 다채로운 이력에서 비롯한 것이다. 저자 김기협은 대학에서 물리학과 사학을 공부했고, 경북대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동양과학사와 근세동서교섭사를 연구했다. 그의 부친인 고 김성칠 선생은 뚜렷한 민족의식을 담은 『조선역사』와 한국전쟁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성찰적인 기록인 『역사 앞에서』를 저술한 역사학계의 거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역사학자이자 번역자로, 또 칼럼니스트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면서 90년대에는 ‘미국’을 화두로 삼아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고찰하는 작업을, 2000년대에는 중국 연변에 거주하며 중국을 통해 동아시아의 역사를 문명사의 관점에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밖에서 본 한국사>는 그 성과를 한 권으로 정리하는 작업이기도 하며, 덕분에 통상적인 한국사 서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러 강점들을 지니게 되었다.
- 첫째는 세계사와 중국사의 흐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사를 전체 동아시아 역사 가운데에 적절히 위치 짓는다는 점. 그 결과 한중관계사와 한일관계사를 포괄하는 한국사 서술이 가능해졌다.
- 둘째는 역사적 사실이 바탕하고 있는 물적 근거와 변동에 주목하여 관념적인 정신주의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 덕분에 예컨대 만주와 한반도의 고대국가 형성에 관해 서술할 때에도 동아시아 금속문명의 전개 과정과 농업문명의 정착이라는 거시적인 맥락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셋째는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당면한 문제를 교직해내는 시사적인 문제의식으로 현재적인 역사 서술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 더불어 무게감 있는 사론을 펼치는 때마저 명료하고 속도감 있는 시사칼럼처럼 읽히는 것도 특징이다.
- 넷째는 개개의 역사적 사실에 구애받기보다는 관점의 넓이와 깊이를 중시하는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 교과서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가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안팎을 아우르면 다르게 보인다
역사 초기 한반도의 모습
『밖에서 본 한국사』는 청동기시대 만주와 한반도를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다양한 계통의 종족들이 뒤섞여 산 모습으로 그린다.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던 가야와 왜 또한 일종의 복합체적인 양상으로 이해된다. 고정된 민족성을 강조하기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농업문명에 기반한 사회 문화를 공유하던 집단들이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문명과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독립성을 지켜나가는 과정 속에서 민족을 바라보는 것이다.
반도국가로서의 정체성
따라서 우리가 한민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고유한 정체성이 확보된 것은 신라 통일로 반도국가의 틀이 형성된 이후로 보아야 한다. 만주와 한반도에 걸친 복합적인 대륙국가였던 고구려의 유산은 고구려 멸망 후 중국과 발해, 신라로 나누어 흡수되었으며, 한민족이 그 가장 뚜렷한 계승자로 남은 것은 천리장성과 서희의 담판으로 상징되는 고려 북방정책의 성과였다.
화이부동의 전통
만주와 한반도의 많은 종족집단들은 때로는 중국에 정복되거나, 때로는 중국을 정복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중화문명에 흡수되는 길을 걸었다. 그와 달리 한민족이 오랫동안 고유한 정체성을 지켜온 까닭은 군사력보다는 문화력을 바탕으로 중국문명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 ‘화이부동’의 길에 있었다.
한글 창제 역시 화이부동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훈민정음>은 독자적인 문자체계로서의 의미보다는 <동국정운>과 짝을 이루어 조선의 말과 중국의 글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 문화적 보편성과 개별성을 조화시키는 노선이라 할 수 있는 것.
성장의 한계와 근교원공의 시대
나아가 현대 세계를 조망할 때도 저자는 문명의 판도와 생산력이라는 거시적인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냉전 이후 지역 블록의 강화를 전망하고 동아시아 연대를 강조하는 주장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저자는 이를 전국시대 진나라의 근교원공책에 빗대어 자원의 한계에 따른 성장의 둔화라는 조건과 연관시킨다. 요컨대 무한경쟁 질서는 생산력의 팽창이라는 조건하에서만 가능한 것이며, 앞으로의 세계가 당면할 긴축의 시대에는 그와는 다른 질서가 필요해지리라는 전망이다.
안과 밖의 열린 눈으로 읽는 한국사
“남을 깔보지 않으면서도 우리 뿌리에서 아낄 만한 미덕을 찾고, 이웃을 존중하면서도 우리의 떳떳함을 잃지 않는 ‘교양’의 정신을 이 책에 담고자 했다. 이웃 간의 경쟁보다 협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투쟁의 무기보다 교양의 샘을 역사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해방 이후 60년, 지금 우리의 역사관은 얼마나 성숙해 있는가? 우리 안에 갇힌 ‘국사’의 테두리 너머에서 보는 한국사라는 열린 시선을 제시하는 『밖에서 본 한국사』는, 편협하고 단선적인 역사 서술을 지양하고 합리적이고 유연한 역사 읽기를 보여준다. 동아시아 세계사의 흐름을 함께 살피고 역사의 물적 조건을 중시하는 넓은 시야가 한국사의 흐름을 보다 객관적이고 포괄적으로 사고하게 한다.
오늘, ‘한국사’를 쓴다는 것
이 책은 오랫동안 학계 바깥에서, 또 한반도 바깥에서 한국사를 고민해온 저자가 쓴 ‘한국사’이다. 오늘날 한국사를 제대로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사적인 흐름에서나 정치경제적인 필요에 의해서나 동북아시아 3국의 관계가 점차 긴밀해지고 있는 반면, 3국의 역사 인식은 과거의 갈등과 긴장으로 인해 거의 소통 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다. 독도 분쟁, 동북공정 등 익숙한 분쟁의 이슈들이 여전히 온당한 역사적 설명과 해석을 얻지 못한 채 시시때때로 신문지상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사에 대한 이해는 단군으로부터 오천 년 동안 이어져온 자랑스러운 영웅적 서사로 한국사를 이해하려는 민족주의적 욕망과, 이러한 기계적이고 단선적인 역사 인식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는 비판적 욕망 사이에서 표류할 수밖에 없다(후자는 이제 ‘국사 해체’를 주장하는 데까지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른바 ‘뉴라이트’ 진영의 우파 국가주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대안’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등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이 논란의 와중에 민족주의를 둘러싼 감정적 과잉의 소용돌이가 객관적 사실과 평가를 집어삼키며 정당한 성찰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한국사를 쓴다는 일은, ‘(한)국사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또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이자 그에 대한 대답을 내어놓는 일이기도 하다.
안과 밖의 열린 눈으로 한국사를 읽는다
저자 김기협은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한국사’란 한반도 안팎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금껏 안에서 보는 시각에만 갇혀 있었던 한국사 인식의 편협함을 ‘바깥’의 관점을 통해 넓혀보자는 것이다.
‘안’에서만 보는 시각이란 무엇이었는가. 식민사관에 억눌려왔던 민족 정체성을 선양하고 영광스러운 민족사를 지켜내려는 노력은 분명 지나간 시대에는 의미 있는 것이었지만, 해방 후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똑같은 자격지심에 빠져 우리 민족의 뛰어남만을 배타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우리’ 안에 갇힌 미성숙한 역사인식일 뿐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그것이 여전히 민족/반민족의 도식과 패권주의, 양적 척도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밖’에서 보는 한국사란, 한국사를 국외사와의 관련 속에 놓고 보아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국수주의를 배제하는 것, 타자를 폄하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자긍심을 잃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국가 정체성을 둘러싼 이념적 논박으로부터도, 민족주의에 대한 절대적인 옹호와 극단적인 부정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시야를 강조하는 것이다.
통상적인 한국사 서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포괄적이고 합리적인 서술
<밖에서 본 한국사>의 서술이 지닌 장점은 많은 부분 저자의 다채로운 이력에서 비롯한 것이다. 저자 김기협은 대학에서 물리학과 사학을 공부했고, 경북대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동양과학사와 근세동서교섭사를 연구했다. 그의 부친인 고 김성칠 선생은 뚜렷한 민족의식을 담은 『조선역사』와 한국전쟁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성찰적인 기록인 『역사 앞에서』를 저술한 역사학계의 거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역사학자이자 번역자로, 또 칼럼니스트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면서 90년대에는 ‘미국’을 화두로 삼아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고찰하는 작업을, 2000년대에는 중국 연변에 거주하며 중국을 통해 동아시아의 역사를 문명사의 관점에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밖에서 본 한국사>는 그 성과를 한 권으로 정리하는 작업이기도 하며, 덕분에 통상적인 한국사 서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러 강점들을 지니게 되었다.
- 첫째는 세계사와 중국사의 흐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사를 전체 동아시아 역사 가운데에 적절히 위치 짓는다는 점. 그 결과 한중관계사와 한일관계사를 포괄하는 한국사 서술이 가능해졌다.
- 둘째는 역사적 사실이 바탕하고 있는 물적 근거와 변동에 주목하여 관념적인 정신주의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 덕분에 예컨대 만주와 한반도의 고대국가 형성에 관해 서술할 때에도 동아시아 금속문명의 전개 과정과 농업문명의 정착이라는 거시적인 맥락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셋째는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당면한 문제를 교직해내는 시사적인 문제의식으로 현재적인 역사 서술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 더불어 무게감 있는 사론을 펼치는 때마저 명료하고 속도감 있는 시사칼럼처럼 읽히는 것도 특징이다.
- 넷째는 개개의 역사적 사실에 구애받기보다는 관점의 넓이와 깊이를 중시하는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 교과서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가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안팎을 아우르면 다르게 보인다
역사 초기 한반도의 모습
『밖에서 본 한국사』는 청동기시대 만주와 한반도를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다양한 계통의 종족들이 뒤섞여 산 모습으로 그린다.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던 가야와 왜 또한 일종의 복합체적인 양상으로 이해된다. 고정된 민족성을 강조하기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농업문명에 기반한 사회 문화를 공유하던 집단들이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문명과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독립성을 지켜나가는 과정 속에서 민족을 바라보는 것이다.
반도국가로서의 정체성
따라서 우리가 한민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고유한 정체성이 확보된 것은 신라 통일로 반도국가의 틀이 형성된 이후로 보아야 한다. 만주와 한반도에 걸친 복합적인 대륙국가였던 고구려의 유산은 고구려 멸망 후 중국과 발해, 신라로 나누어 흡수되었으며, 한민족이 그 가장 뚜렷한 계승자로 남은 것은 천리장성과 서희의 담판으로 상징되는 고려 북방정책의 성과였다.
화이부동의 전통
만주와 한반도의 많은 종족집단들은 때로는 중국에 정복되거나, 때로는 중국을 정복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중화문명에 흡수되는 길을 걸었다. 그와 달리 한민족이 오랫동안 고유한 정체성을 지켜온 까닭은 군사력보다는 문화력을 바탕으로 중국문명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 ‘화이부동’의 길에 있었다.
한글 창제 역시 화이부동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훈민정음>은 독자적인 문자체계로서의 의미보다는 <동국정운>과 짝을 이루어 조선의 말과 중국의 글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 문화적 보편성과 개별성을 조화시키는 노선이라 할 수 있는 것.
성장의 한계와 근교원공의 시대
나아가 현대 세계를 조망할 때도 저자는 문명의 판도와 생산력이라는 거시적인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냉전 이후 지역 블록의 강화를 전망하고 동아시아 연대를 강조하는 주장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저자는 이를 전국시대 진나라의 근교원공책에 빗대어 자원의 한계에 따른 성장의 둔화라는 조건과 연관시킨다. 요컨대 무한경쟁 질서는 생산력의 팽창이라는 조건하에서만 가능한 것이며, 앞으로의 세계가 당면할 긴축의 시대에는 그와는 다른 질서가 필요해지리라는 전망이다.
목차
1
한민족의 공간
만주와 반도 사이에 울타리가 없던 시절
한반도 청동기시대의 유혹
문명의 블랙홀, 중국의 출현
화이부동의 전통
2
고조선에 드리워진 신화의 그림자
한 무제의 예방전쟁
낙랑군, 중국문명의 송유관
농업문명의 새 터전 삼한 지역
해협을 건너 맺어진 가야- 왜 복합체
반도 안에 중심을 둔 대륙국가 고구려
3
신라 통일, 반도국가의 탄생
고구려 유산, 반도국가의 성장
천리장성, 반도국가의 완성
무신정권에 대한 오해
국가불교에서 불교국가로
4
몽골지배의 두 얼굴
역사에게 외면당한 영웅 공민왕
새 술은 새 부대에 조선의 건국
욕이 될 수 없는 말, '사대'
새 왕조의 밑거름이 된 용의 눈물
과거제 위에 세워진 유교국가
5
북로남왜의 등장
광해군, 임금에게는 무능도 죄
명청교체, 사대도 손발이 맞아야
환국도 당쟁, 탕평도 당쟁
현실 변화를 수용하려는 학풍, 실학
6
역사의 부채가 되어버린 서학
조선은 어떻게 기울어져갔는가
쇄국과 개항의 이분법
국권인가 왕권인가
독립운동의 여러가지 얼굴들
7
냉전과 열전 사이
주어진 광복
밥과 주체성
폭력국가의 청산
새로운 세계
결어 - 다시 동아시아로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