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궁리미국총서 04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
- 개인저자
- 하워드 진 도날도 마세도 지음 김종승 옮김
- 발행사항
- 서울 : 궁리, 2008
- 형태사항
- 297 p.; 23 cm
- 총서사항
- 궁리미국총서
- ISBN
- 9788958201380
- 청구기호
- 370.942 진91ㅎ
- 서지주기
- 색인 수록
- 주제
- 교육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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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0950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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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10950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교육에 대한 제 소견을 한국의 독자들께 전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한국과 미국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믿습니다.
교육을 포함한 문화가 힘 있는 집단들에 의해 통제받고 있습니다.
양국 모두에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저항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류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사상을 제시해줄,
교육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교육관료주의를 피해 대중들에게, 특히 미래의 주역인 젊은이들에게
독립적인 사상과 인습에서 탈피한 정보를 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현존하는 모든 정치, 경제, 문화 체제를
근본적으로 반추할 수 있게 해줄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많은 이들에게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이 가능한
새로운 평등사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하워드 진
9·11 이후 미국의 부시 정권이 대규모 이라크 침공을 감행할 당시 초정밀 폭격을 자신하던 미군의 최첨단 유도미사일은 목표물과 함께 주변의 많은 민간인들까지 살상했다.
이를 두고 미국 정부는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라는 완곡한 표현, 즉 ‘부수적 피해’라는 언어 조작을 통해 어쩔 수 없는 기술적 문제로 환기시켜버렸다. 그와 함께 수많은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대중들의 머릿속에서 세척되었다.
세계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나라 미국, 그들은 그들의 자녀들에게 이 일을 두고 ‘살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세계 경찰국가로서 가슴 아픈 숭고한 선택이라 포장한다. 그렇게 그들은 민주주의를 가르친다. 그들만의 민주주의를.
미국의 양심 하워드 진, 오늘의 교육을 말하다
“언제까지 생존을 위한 교육만 할 것인가?
이제는 공존을 위한 진정한 민주 교육이 필요하다!”
하워드 진은 노암 촘스키와 함께 세계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진보적 지식인이자 실천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역사학자이며 극작가이고 사회운동가이자 대학교수인 그는 언제나 가장 치열한 사회운동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저명한 역사학자인 그는 진실이 기록되어 역사가 되고, 이를 학생들이 경청하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 왜곡되는 모든 것들에 저항했고, 그 대상은 권력을 가진 집단 또는 개인이 되었다.
촘스키와 함께 반전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던 그는 “역사는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일관된 자세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펼쳐 40여 권의 저서를 쓰거나 엮어내면서 저술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했다. <미국민중사>, <권력을 이긴 사람들>, <불복종의 이유>,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전쟁에 반대한다>, <오만한 제국> 등 당시대의 첨예한 갈등의 중심에서 날조된 진실을 바로잡는 명저들을 남겼다.
현재 보스턴 대학 정치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생애 처음으로 교육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책을 남기게 되었다. 역사학자이자 실천적 지식인인 그가 말하는 교육은 진실을 가르치는 교육, 올바른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육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교육의 목표를 인생의 황혼기에 주제로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현실이 아직도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를 통해 오늘의 교육이 얼마나 날조된 진실과 정보 위에 사상누각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통렬히 비판하며, 사회 구성원들이 참다운 행복을 누리기 위해 시급하게 알고 깨우쳐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시대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이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통해 기득권이 세운 정부가 그들을 위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교육을 자행하고 있는지를 낱낱이 폭로하고 있다.
이 책에는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이 함께하였다. 바로 이 책의 공동저자인 도날도 마세도(Donaldo Macedo)이다. 보스턴 대학의 저명한 영문학, 인문학 및 교육학 교수이자 교육비평가인 그는 노암 촘스키와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을 공저로 펴내는 등 20세기 대표적 교육사상가인 파울루 프레이리를 비롯해 여러 석학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마세도 교수는 이 책의 서문을 통해 미국이 당면한 교육의 위기를 설파하고, 하워드 진과의 대담을 통해 학교가 자행하는 ‘대량기만(Mass Deception, 이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의 명분 중 하나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를 빗댄 표현이다) 조작’을 심층적으로 논한다.
그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학교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가에 대해 서로 묻고 답하는 것으로 시작해, 계급과 인종, 지배와 피지배, 진실과 왜곡, 날조된 역사, 그리고 특히 이를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해 언급한다.
학교는 독립선언문을 가르치고,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다고 교육하며, 평등과 모두를 위한 정의가 실재한다고 말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는 모두 이상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젊은 사람들에게, 심지어는 성인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나이 든 사람들에게조차 이런 이상이 날마다 어떻게 침해당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한편에서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이상을 가르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 현실을 들여다보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 어떤 모순이 존재하는지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도구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학교가 학생들에게 현실의 정확한 모습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현실에 대해 정확히 가르쳤다면, 이상과 사회 구성원들이 처한 상황 사이에 너무나도 큰 괴리를 학생들은 분명히 인식했을 것입니다. - 하워드 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가 9·11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또 전 세계 정보기관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는데도 아직까지 이라크가 9·11과 모종의 연관이 있다고 믿는 대학생들이 60퍼센트가 넘는다는 사실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정치선전국가의 위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선동기제를 견제할 비판적 사고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말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가 열망하는 민주주의 이념에 비춰볼 때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교조주의 체제의 진군 명령에 기꺼이 복종하는 자동인형이 되었을 정도로 길들여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도날도 마세도
이들이 말하는 전반적인 미국 교육 시스템의 위기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급속한 개발정책과 오랜 독재정권을 겪어온, 더구나 아직도 온전한 민주주의가 요원한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교육은 ‘입시’라는 문제를 넘어 그 기저인 사상과 이념까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가슴 절절한 호통으로 우리에게 메아리쳐 돌아온다.
우리가 따라가고자 하는 교육 선진국 미국의 허상을 낱낱이 대하는 순간, 한국 역시 교육이 당면한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는 사실에 아연해질 수 있다.
우리의 교육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개선’이 아닌 ‘정상화’
“교육을 리콜하라!”
이 책에는 두 교수의 대담 외에도 하워드 진의 언론과의 인터뷰, 대학 강연, 논문, 저서에서 인용하거나 수정·보완해 엮은 글들이 실려 있다. 이는 오늘의 교육을 돌아보는 그의 생각들 중 정수만을 모은 것으로, 교육 현장과 사회운동의 최전선에서 오랜 세월을 지낸 노교수가 말하는 진언이다.
하워드 진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 교육 체제는 승리자, 즉 가해자의 입장에서 기술한 영웅주의적 역사관으로 교육을 자행해왔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멕시코 전쟁, 남북 전쟁,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등 수많은 전쟁에서 비민주적이고 비양심적인 정책과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또한 자국 내에서 벌어진 노예제, 인권운동, 인종차별과 같은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에서 정부와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들과 담합하여 체제 순응적인 국민을 만들고,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이렇듯 하워드 진은 미국의 교육 체제가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저버린 채 오히려 체제 유지를 위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들을 억압해왔다고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교육 체제는 학생들에게 이상과 대안을 꿈꿀 것을 권하는 대신 ‘사회 내 모순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그리고 그것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으로 여기도록’ 가르친다. 사회 내 부조리와 모순에 분노하고 저항할 수단과 방법을 전수하는 대신 변화의 원동력인 창의적 사고와 ‘마음 깊이 진정으로 느끼는 본질적인 앎’에 도달하는 길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오늘날의 한국의 현실에도 적확하다. 최근의 촛불시위에서 ‘배후세력’으로 떠오른 우리 학생들을 대하던 공교육 당국과 교원들의 태도는 그야말로 우왕좌왕이었다. 입시가 아닌 문제, 즉 민주주의와 그에 따른 행동을 지도할 수 있는 스스로의 기준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과 일선 교사들은 그들을 독려하지도 제지하지도 못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하나의 입장조차 내세우지 못하는 우리 교육자와 당국을 바라보던 학생들이 짓던 표정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의 교육이 처한 실상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기 위해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역사이다. 하워드 진은 역사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이 책을 통해 올바른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며, 나아가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하다면 틀을 깰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분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모른다면, 여러분은 마치 어제 갓 태어난 것과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제 갓 태어났다면, 정부의 어느 관료가 무슨 얘기를 하든 믿을 것이며 그 말을 검증할 수단도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제 갓 태어났다면, 확성기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우리는 이라크를 폭격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대통령에게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어느 정도 역사를 알고 있다면, “잠깐만요. 이 문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죠”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 밖의 역대 대통령 중에도 “여기를 폭격합시다, 저기를 폭격합시다, 저기로 갑시다, 여기를 쳐들어갑시다”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권고는 나중에 십중팔구 엄청난 거짓말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비록 역사가 어떤 특수한 상황에 담겨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여러분에게 경계하고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 본문 <왜 역사를 공부해야만 하는가> 중에서(p.101~102)
우리 모두가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법에 대해 경외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법이 정한 대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발상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발상은 한 개인으로서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할 권리를 박탈하여, 자기들끼리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결정해온 소수의 법률 제정자 집단한테 모든 권한을 이양하기 때문입니다.
- 본문 <민주주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길> 중에서(p.185)
이어서 하워드 진이 말하는 강도 높은 미정부와 교육 당국에 대한 비판은 고스란히 오늘의 한국을 향한 충고로 들린다. 그는 책의 끝부분에 ‘교사는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들려주며 글을 마친다.
교사들은 종종 자신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은 주관적인 문제이며, 그런 문제는 학생과 교사들의 의견이 일치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불일치의 영역이 가장 중요합니다. 옳고 그름과 정의의 문제는 언제나 제기되어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학생들은 “이것이 옳은가요, 이것이 그른가요?” 하는 질문을 받으면 관심을 갖게 되고, 나아가 세상에 단순하고 절대적이며 합의를 이룬 보편적 답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논쟁을 벌이게 됩니다. 그것은 맞거나 틀리거나 하는 선택형 문제를 푸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 같은 교육은 학생들이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입니다. …… 교사들은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포용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포용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학생들을 인간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사는 교실 내에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줄 책임이 있습니다.
- 본문 <교사는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가> 중에서
지난 시절 못 배우면 행세 못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광풍으로까지 진화한 교육열풍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대가를 요구해왔다. 입시지옥과 공교육의 실패, 사교육열풍과 그 폐해, 지연과 호흡을 맞추는 학연, 부동산 시세의 주요 변수로 자리한 학군 등이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이 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사회문제의 주요한 축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그 가르치고 배우는 일 자체가 사회 양극화의 촉매라는 오명까지 얻고 있다.
물론 정부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이 손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한 해가 멀다 하고 입시제도를 수도 없이 ‘개선’해봤지만 결국 ‘정상화’는 더 먼 이상이 되고 있다. 이제는 소모적이고 일시적인 ‘수리’가 아닌 교육의 전면적인 ‘리콜’이 필요한 때가 아닌지 물을 수밖에 없다.
하워드 진은 우리가 고민해온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이 교육 체제의 바깥, 오히려 교육을 벗어난 곳에 있다고 이 책에서 주장한다. 사회 구성원이 올바른 시민이 되려는 치열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회가 참다운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만큼 교육문제의 해결도 그만큼 멀어진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앎은 역사를 제대로 아는 데서 시작되며, 그 과정에서 왜곡된 진실이 수정되고, 그로 인해 투명해진 사회 구성원의 안목은 비열한 권력이 숨을 곳을 남기지 않게 될 것이다.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해석한 주관적인 과거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도 통제한다. 그리고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 조지 오웰
저는 한국과 미국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믿습니다.
교육을 포함한 문화가 힘 있는 집단들에 의해 통제받고 있습니다.
양국 모두에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저항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류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사상을 제시해줄,
교육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교육관료주의를 피해 대중들에게, 특히 미래의 주역인 젊은이들에게
독립적인 사상과 인습에서 탈피한 정보를 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현존하는 모든 정치, 경제, 문화 체제를
근본적으로 반추할 수 있게 해줄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많은 이들에게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이 가능한
새로운 평등사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하워드 진
9·11 이후 미국의 부시 정권이 대규모 이라크 침공을 감행할 당시 초정밀 폭격을 자신하던 미군의 최첨단 유도미사일은 목표물과 함께 주변의 많은 민간인들까지 살상했다.
이를 두고 미국 정부는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라는 완곡한 표현, 즉 ‘부수적 피해’라는 언어 조작을 통해 어쩔 수 없는 기술적 문제로 환기시켜버렸다. 그와 함께 수많은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대중들의 머릿속에서 세척되었다.
세계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나라 미국, 그들은 그들의 자녀들에게 이 일을 두고 ‘살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세계 경찰국가로서 가슴 아픈 숭고한 선택이라 포장한다. 그렇게 그들은 민주주의를 가르친다. 그들만의 민주주의를.
미국의 양심 하워드 진, 오늘의 교육을 말하다
“언제까지 생존을 위한 교육만 할 것인가?
이제는 공존을 위한 진정한 민주 교육이 필요하다!”
하워드 진은 노암 촘스키와 함께 세계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진보적 지식인이자 실천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역사학자이며 극작가이고 사회운동가이자 대학교수인 그는 언제나 가장 치열한 사회운동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저명한 역사학자인 그는 진실이 기록되어 역사가 되고, 이를 학생들이 경청하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 왜곡되는 모든 것들에 저항했고, 그 대상은 권력을 가진 집단 또는 개인이 되었다.
촘스키와 함께 반전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던 그는 “역사는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일관된 자세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펼쳐 40여 권의 저서를 쓰거나 엮어내면서 저술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했다. <미국민중사>, <권력을 이긴 사람들>, <불복종의 이유>,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전쟁에 반대한다>, <오만한 제국> 등 당시대의 첨예한 갈등의 중심에서 날조된 진실을 바로잡는 명저들을 남겼다.
현재 보스턴 대학 정치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생애 처음으로 교육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책을 남기게 되었다. 역사학자이자 실천적 지식인인 그가 말하는 교육은 진실을 가르치는 교육, 올바른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육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교육의 목표를 인생의 황혼기에 주제로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현실이 아직도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를 통해 오늘의 교육이 얼마나 날조된 진실과 정보 위에 사상누각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통렬히 비판하며, 사회 구성원들이 참다운 행복을 누리기 위해 시급하게 알고 깨우쳐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시대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이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통해 기득권이 세운 정부가 그들을 위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교육을 자행하고 있는지를 낱낱이 폭로하고 있다.
이 책에는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이 함께하였다. 바로 이 책의 공동저자인 도날도 마세도(Donaldo Macedo)이다. 보스턴 대학의 저명한 영문학, 인문학 및 교육학 교수이자 교육비평가인 그는 노암 촘스키와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을 공저로 펴내는 등 20세기 대표적 교육사상가인 파울루 프레이리를 비롯해 여러 석학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마세도 교수는 이 책의 서문을 통해 미국이 당면한 교육의 위기를 설파하고, 하워드 진과의 대담을 통해 학교가 자행하는 ‘대량기만(Mass Deception, 이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의 명분 중 하나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를 빗댄 표현이다) 조작’을 심층적으로 논한다.
그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학교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가에 대해 서로 묻고 답하는 것으로 시작해, 계급과 인종, 지배와 피지배, 진실과 왜곡, 날조된 역사, 그리고 특히 이를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해 언급한다.
학교는 독립선언문을 가르치고,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다고 교육하며, 평등과 모두를 위한 정의가 실재한다고 말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는 모두 이상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젊은 사람들에게, 심지어는 성인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나이 든 사람들에게조차 이런 이상이 날마다 어떻게 침해당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한편에서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이상을 가르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 현실을 들여다보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 어떤 모순이 존재하는지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도구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학교가 학생들에게 현실의 정확한 모습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현실에 대해 정확히 가르쳤다면, 이상과 사회 구성원들이 처한 상황 사이에 너무나도 큰 괴리를 학생들은 분명히 인식했을 것입니다. - 하워드 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가 9·11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또 전 세계 정보기관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는데도 아직까지 이라크가 9·11과 모종의 연관이 있다고 믿는 대학생들이 60퍼센트가 넘는다는 사실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정치선전국가의 위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선동기제를 견제할 비판적 사고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말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가 열망하는 민주주의 이념에 비춰볼 때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교조주의 체제의 진군 명령에 기꺼이 복종하는 자동인형이 되었을 정도로 길들여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도날도 마세도
이들이 말하는 전반적인 미국 교육 시스템의 위기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급속한 개발정책과 오랜 독재정권을 겪어온, 더구나 아직도 온전한 민주주의가 요원한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교육은 ‘입시’라는 문제를 넘어 그 기저인 사상과 이념까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가슴 절절한 호통으로 우리에게 메아리쳐 돌아온다.
우리가 따라가고자 하는 교육 선진국 미국의 허상을 낱낱이 대하는 순간, 한국 역시 교육이 당면한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는 사실에 아연해질 수 있다.
우리의 교육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개선’이 아닌 ‘정상화’
“교육을 리콜하라!”
이 책에는 두 교수의 대담 외에도 하워드 진의 언론과의 인터뷰, 대학 강연, 논문, 저서에서 인용하거나 수정·보완해 엮은 글들이 실려 있다. 이는 오늘의 교육을 돌아보는 그의 생각들 중 정수만을 모은 것으로, 교육 현장과 사회운동의 최전선에서 오랜 세월을 지낸 노교수가 말하는 진언이다.
하워드 진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 교육 체제는 승리자, 즉 가해자의 입장에서 기술한 영웅주의적 역사관으로 교육을 자행해왔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멕시코 전쟁, 남북 전쟁,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등 수많은 전쟁에서 비민주적이고 비양심적인 정책과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또한 자국 내에서 벌어진 노예제, 인권운동, 인종차별과 같은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에서 정부와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들과 담합하여 체제 순응적인 국민을 만들고,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이렇듯 하워드 진은 미국의 교육 체제가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저버린 채 오히려 체제 유지를 위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들을 억압해왔다고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교육 체제는 학생들에게 이상과 대안을 꿈꿀 것을 권하는 대신 ‘사회 내 모순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그리고 그것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으로 여기도록’ 가르친다. 사회 내 부조리와 모순에 분노하고 저항할 수단과 방법을 전수하는 대신 변화의 원동력인 창의적 사고와 ‘마음 깊이 진정으로 느끼는 본질적인 앎’에 도달하는 길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오늘날의 한국의 현실에도 적확하다. 최근의 촛불시위에서 ‘배후세력’으로 떠오른 우리 학생들을 대하던 공교육 당국과 교원들의 태도는 그야말로 우왕좌왕이었다. 입시가 아닌 문제, 즉 민주주의와 그에 따른 행동을 지도할 수 있는 스스로의 기준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과 일선 교사들은 그들을 독려하지도 제지하지도 못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하나의 입장조차 내세우지 못하는 우리 교육자와 당국을 바라보던 학생들이 짓던 표정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의 교육이 처한 실상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기 위해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역사이다. 하워드 진은 역사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이 책을 통해 올바른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며, 나아가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하다면 틀을 깰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분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모른다면, 여러분은 마치 어제 갓 태어난 것과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제 갓 태어났다면, 정부의 어느 관료가 무슨 얘기를 하든 믿을 것이며 그 말을 검증할 수단도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제 갓 태어났다면, 확성기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우리는 이라크를 폭격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대통령에게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어느 정도 역사를 알고 있다면, “잠깐만요. 이 문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죠”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 밖의 역대 대통령 중에도 “여기를 폭격합시다, 저기를 폭격합시다, 저기로 갑시다, 여기를 쳐들어갑시다”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권고는 나중에 십중팔구 엄청난 거짓말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비록 역사가 어떤 특수한 상황에 담겨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여러분에게 경계하고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 본문 <왜 역사를 공부해야만 하는가> 중에서(p.101~102)
우리 모두가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법에 대해 경외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법이 정한 대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발상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발상은 한 개인으로서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할 권리를 박탈하여, 자기들끼리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결정해온 소수의 법률 제정자 집단한테 모든 권한을 이양하기 때문입니다.
- 본문 <민주주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길> 중에서(p.185)
이어서 하워드 진이 말하는 강도 높은 미정부와 교육 당국에 대한 비판은 고스란히 오늘의 한국을 향한 충고로 들린다. 그는 책의 끝부분에 ‘교사는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들려주며 글을 마친다.
교사들은 종종 자신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은 주관적인 문제이며, 그런 문제는 학생과 교사들의 의견이 일치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불일치의 영역이 가장 중요합니다. 옳고 그름과 정의의 문제는 언제나 제기되어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학생들은 “이것이 옳은가요, 이것이 그른가요?” 하는 질문을 받으면 관심을 갖게 되고, 나아가 세상에 단순하고 절대적이며 합의를 이룬 보편적 답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논쟁을 벌이게 됩니다. 그것은 맞거나 틀리거나 하는 선택형 문제를 푸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 같은 교육은 학생들이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입니다. …… 교사들은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포용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포용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학생들을 인간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사는 교실 내에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줄 책임이 있습니다.
- 본문 <교사는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가> 중에서
지난 시절 못 배우면 행세 못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광풍으로까지 진화한 교육열풍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대가를 요구해왔다. 입시지옥과 공교육의 실패, 사교육열풍과 그 폐해, 지연과 호흡을 맞추는 학연, 부동산 시세의 주요 변수로 자리한 학군 등이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이 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사회문제의 주요한 축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그 가르치고 배우는 일 자체가 사회 양극화의 촉매라는 오명까지 얻고 있다.
물론 정부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이 손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한 해가 멀다 하고 입시제도를 수도 없이 ‘개선’해봤지만 결국 ‘정상화’는 더 먼 이상이 되고 있다. 이제는 소모적이고 일시적인 ‘수리’가 아닌 교육의 전면적인 ‘리콜’이 필요한 때가 아닌지 물을 수밖에 없다.
하워드 진은 우리가 고민해온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이 교육 체제의 바깥, 오히려 교육을 벗어난 곳에 있다고 이 책에서 주장한다. 사회 구성원이 올바른 시민이 되려는 치열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회가 참다운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만큼 교육문제의 해결도 그만큼 멀어진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앎은 역사를 제대로 아는 데서 시작되며, 그 과정에서 왜곡된 진실이 수정되고, 그로 인해 투명해진 사회 구성원의 안목은 비열한 권력이 숨을 곳을 남기지 않게 될 것이다.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해석한 주관적인 과거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도 통제한다. 그리고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 조지 오웰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 5
들어가며 : 거짓을 만들어내는 미국 … 9
학교와 대량기만(Mass Deception) 조작 …………………………… 41
왜 역사를 공부해야만 하는가 ………………………………………… 97
고등교육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 125
콜럼버스와 서구 문명 ………………………………………………… 139
민주주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길 …………………………… 173
좌파가 된다는 것 : 계급의식을 가지고 자라나기 ………………… 193
부시의 대테러 전쟁의 진실 ………………………………………… 221
흩어진 좌파 …………………………………………………………… 231
계급이 실종된 선거 …………………………………………………… 237
연방협박국 FBI(Federal Bureau of Intimidation) ………………… 247
교사는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가 …………………………… 265
주 … 285
찾아보기 … 287
옮긴이의 말 … 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