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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민족의 길을 찾는 11명의 인물보고서
한국 언론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청암 송건호. 오늘날 그는 참된 언론인의 표상이자 자유언론의 상징이다. 정권의 언론탄압에 항의하며 동아일보 편집국장 직을 자진 사임한 이래, 송건호는 ‘민주언론.민족언론 .독립언론’의 사상과 실천을 지속적으로 주도했다. 86년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된 월간지 『말』,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한겨레』등을 창간한 업적만으로도 그의 이름은 한국 언론사에 길이 빛날 것이다.
『역사에 민족의 길을 묻다』는 송건호전집(전20권)의 제11권 『한국현대인물사』를 새롭게 편집한 것으로, 한국의 근현대 인물 11명의 삶을 통해 이른바 ‘역사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구.여운형.김창숙.안재홍.이동녕.안창호.이승만.김교신.한용운.신채호.함석헌 등이 검토의 대상이 된다. 송건호는 ‘민족’의 관점에서 이들 삶의 세부를 꼼꼼하게 평가하며, ‘현실의 길’과 ‘역사의 길’의 구체적 모습을 포착하려 한다. 누가 역사의 길을 걸었는지, 생애 끝까지 일관되게 그랬는지, 현실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면 그것은 언제부터인지, 역사의 길을 걷게 하는 동력은 무엇이며 현실의 길로 가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각각의 길에서 삶의 영광과 고난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이 묻고 답해진다.
“글을 쓸 때마다 항상 30년, 40년 후에 과연 이 글이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라는 생각과 먼 훗날 욕을 먹지 않는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다짐하곤 한다”던 송건호. 그는 역사의 길을 치열하게 의식했다. 민족과 자식들에게 치욕을 남길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1984년 『한국현대인물사론』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이 책이, 25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성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남산의 오래된 도서관에서 무수한 자료더미를 뒤지며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관점을 홀로 절차탁마해간 송건호.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우리가 견지해야 할 ‘역사의 길’이 무엇인지를 좀더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또 선인들이 겪었던 고난에서 오늘의 고난을 이겨낼 힘을 얻게 되는 숭고한 체험도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역사의 길은‘민족'에 기여하는 삶이다
송건호가 고통을 인내하면서까지 삶의 지표로 삼았던 역사의 길이란, “인간 및 사회의 발전에 무엇인가 기여하는 삶”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민족’에 기여하는 삶이다. 송건호는 『역사에 민족의 길을 묻다』에서 ‘민족’을 인물에 대한 주요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다.
진정한 의미의 발전은 ‘민족’에 의해 비로소 근거가 잡힌다. 한 민족이 평화와 번영과 정의를 누리려면 민주주의를 확립해야 하고 자유를 위해 싸울 줄 아는 용기와 양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의 경우, 한 인물에 대한 평가의 기준 내지 근거는 ‘민주주의’뿐 아니라 ‘민족’이 되어야 한다. (6쪽)
이에 따라 송건호는 민족과 반민족을 가르는 두 개의 굵직한 질문, 즉 ‘얼마나 치열하게 항일투쟁을 했는가’와 ‘남북 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11명의 행적에 들이댄다. 이는 역사의 길이 곧 민족을 위해 사는 삶이라고 믿는 송건호에게는 핵심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김구의 길과 이승만의 길과 안재홍의 길이 서로 다른 것으로 분류되고 평가된다.
김구는 가장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항일투쟁 경력만 놓고 보면 김구 말고도 단호한 민족사상가들이 기라성같이 빛나고 있다. 예컨대 송건호는 “비극적인 그러나 자랑스러운 생을 마친 항일애국지사의 가장 대표적 인물은 국외에서 단재 신채호를, 국내에선 만해 한용운”(331쪽)을 꼽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들은 광복이 되기 전에 스러져버렸다. 김구는 해방 이후에도 계속해서 빛을 뿜었다. 남북협상을 결행하는 등 필사적으로 분단을 막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37쪽)라며 민족의 제단에 영광스런 이름을 올린다. 송건호는 이 점을 높이 평가해 “분단시대인 지금 백범을 가진 것이 민족을 위해 무한한 자랑”(392쪽)이라고 칭송한다.
반면 이승만은 책 곳곳에서 반민족적 행태로 성토의 대상이 된다. 독립운동을 빙자해 교포들의 돈을 낭비하는가 하면(243쪽), 임시정부에 불화와 분열을 일으켰고(223쪽), 해방정국의 좌우대립을 날카롭게 조장했으며(55쪽), 반대자 암살을 서슴지 않았다(140쪽). 특히 별도의 「이승만」편에서는 민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남북분단 과정에 이승만이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상술하고 있다. 송건호는 이승만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개탄한다.
그가 범한 많은 과오 중에서도 민족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외세의 국가이익 추구에 편승하여 이 나라를 분단하는 데 앞장섰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족을 배신한 친일역적들을 싸고돌아 민족정기를 흐려놓은 점과 12년의 통치기간에 이 나라를 자주 아닌 열강 예속으로 전락시켰다는 사실을 들어야 할 것이다. (295~6쪽)
한편 안재홍의 길은 좀더 세심한 판단을 요구한다. 그는 일제라는 명확한 반민족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투쟁하여 김구와 같은 길을 걸었다. 일제 치하에서 9번에 걸쳐 7년 3개월의 옥고를 치르는 것(155쪽)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안재홍의 해방 이후 행적에 대해서는 판단이 매우 애매하다. 그는 철저한 민족주의자를 자처하면서도 3.1정신을 계승한 임정을 무시하고 미군정의 민정장관에 취임했다(175쪽). 또 엄항섭.김석황 등 반탁운동의 옛 동지들을 구속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백범과 결별하면서까지 단독정부를 승인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승만과 결과적으로 길을 같이 했다(176쪽). 그러나 이는 안재홍의 독특한 사상인 신민족주의의 지나친 역동성에서 비롯된 오류로서, 기본 동기에 있어서는 이승만의 길과 완전히 상이하다. 때문에 송건호는 "민세의 비운은 결코 민세 개인만의 비운이 아니라 민족의 비운이었으며 그가 이를 대신 떠맡은 것"이라며 그를 시대적 희생자로서 연민한다.
고통을 무릅쓰고 역사의 길을 걷다
송건호의 담백하고 절제된 문체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그려진 역사의 길을 걸어간 위인들이 격은 수난의 생애를 읽어나가다 보면 감정이 북받치지 않을 수 없다.
숭고함의 백미로는 「김창숙」편을 꼽을 수 있다. 심산 김창숙은 유림으로서는 드물게 독립운동에 헌신한 인물이다. 사실 헌신(獻身)이라기보다 헌족(獻族)이라는 표현이 더 알맞을는지 모른다. 심산 자신이 일제의 고문으로 다리를 못 쓰게 되었을 뿐더러, 온 가족이 동원돼 민족의 비극을 온몸으로 껴안았기 때문이다. 그의 큰아들은 심산의 독립운동으로 인해 모진 고문을 받다가 숨졌다. 또 “네가 지금 천하일을 경영하면서 어찌 가정을 잊지 못하느냐”(127쪽)라며 심산을 독립운동으로 몰던 어머니는 끝내 아들과 임종을 하지 못했다. 오빠의 옥바라지를 하던 누이동생을 향한 심산의 애끓는 만장(輓章)은 송건호의 말마따나 “사람의 가슴을 감통케 하는 천하의 명문”(145쪽)이다.
송건호가 이 책에서 수차례 상기시키듯이 역사의 길은 울퉁불퉁한 자갈길과 같다. 형극의 길이자 수난의 길이며, 사회의 온갖 세속적 가치로부터 소외되는 외로운 길이다. 옳지만 힘든 길과 그르지만 편한 길 사이에서 전자를 선택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가 독재정권이 지배하는 고난의 세월을 올곧게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다시 ‘독재’라는 단어가 떠돌고 민주주의의 위기가 거론되는 2009년의 한국에 절실한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송건호는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신의 삶의 길을 밝히는 한편, 정신의 사표로서 그들을 부단히 본받고자 했다. 독자들이 『역사에 민족의 길을 묻다』에서 그와 함께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 언론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청암 송건호. 오늘날 그는 참된 언론인의 표상이자 자유언론의 상징이다. 정권의 언론탄압에 항의하며 동아일보 편집국장 직을 자진 사임한 이래, 송건호는 ‘민주언론.민족언론 .독립언론’의 사상과 실천을 지속적으로 주도했다. 86년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된 월간지 『말』,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한겨레』등을 창간한 업적만으로도 그의 이름은 한국 언론사에 길이 빛날 것이다.
『역사에 민족의 길을 묻다』는 송건호전집(전20권)의 제11권 『한국현대인물사』를 새롭게 편집한 것으로, 한국의 근현대 인물 11명의 삶을 통해 이른바 ‘역사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구.여운형.김창숙.안재홍.이동녕.안창호.이승만.김교신.한용운.신채호.함석헌 등이 검토의 대상이 된다. 송건호는 ‘민족’의 관점에서 이들 삶의 세부를 꼼꼼하게 평가하며, ‘현실의 길’과 ‘역사의 길’의 구체적 모습을 포착하려 한다. 누가 역사의 길을 걸었는지, 생애 끝까지 일관되게 그랬는지, 현실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면 그것은 언제부터인지, 역사의 길을 걷게 하는 동력은 무엇이며 현실의 길로 가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각각의 길에서 삶의 영광과 고난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이 묻고 답해진다.
“글을 쓸 때마다 항상 30년, 40년 후에 과연 이 글이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라는 생각과 먼 훗날 욕을 먹지 않는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다짐하곤 한다”던 송건호. 그는 역사의 길을 치열하게 의식했다. 민족과 자식들에게 치욕을 남길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1984년 『한국현대인물사론』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이 책이, 25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성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남산의 오래된 도서관에서 무수한 자료더미를 뒤지며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관점을 홀로 절차탁마해간 송건호.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우리가 견지해야 할 ‘역사의 길’이 무엇인지를 좀더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또 선인들이 겪었던 고난에서 오늘의 고난을 이겨낼 힘을 얻게 되는 숭고한 체험도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역사의 길은‘민족'에 기여하는 삶이다
송건호가 고통을 인내하면서까지 삶의 지표로 삼았던 역사의 길이란, “인간 및 사회의 발전에 무엇인가 기여하는 삶”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민족’에 기여하는 삶이다. 송건호는 『역사에 민족의 길을 묻다』에서 ‘민족’을 인물에 대한 주요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다.
진정한 의미의 발전은 ‘민족’에 의해 비로소 근거가 잡힌다. 한 민족이 평화와 번영과 정의를 누리려면 민주주의를 확립해야 하고 자유를 위해 싸울 줄 아는 용기와 양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의 경우, 한 인물에 대한 평가의 기준 내지 근거는 ‘민주주의’뿐 아니라 ‘민족’이 되어야 한다. (6쪽)
이에 따라 송건호는 민족과 반민족을 가르는 두 개의 굵직한 질문, 즉 ‘얼마나 치열하게 항일투쟁을 했는가’와 ‘남북 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11명의 행적에 들이댄다. 이는 역사의 길이 곧 민족을 위해 사는 삶이라고 믿는 송건호에게는 핵심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김구의 길과 이승만의 길과 안재홍의 길이 서로 다른 것으로 분류되고 평가된다.
김구는 가장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항일투쟁 경력만 놓고 보면 김구 말고도 단호한 민족사상가들이 기라성같이 빛나고 있다. 예컨대 송건호는 “비극적인 그러나 자랑스러운 생을 마친 항일애국지사의 가장 대표적 인물은 국외에서 단재 신채호를, 국내에선 만해 한용운”(331쪽)을 꼽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들은 광복이 되기 전에 스러져버렸다. 김구는 해방 이후에도 계속해서 빛을 뿜었다. 남북협상을 결행하는 등 필사적으로 분단을 막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37쪽)라며 민족의 제단에 영광스런 이름을 올린다. 송건호는 이 점을 높이 평가해 “분단시대인 지금 백범을 가진 것이 민족을 위해 무한한 자랑”(392쪽)이라고 칭송한다.
반면 이승만은 책 곳곳에서 반민족적 행태로 성토의 대상이 된다. 독립운동을 빙자해 교포들의 돈을 낭비하는가 하면(243쪽), 임시정부에 불화와 분열을 일으켰고(223쪽), 해방정국의 좌우대립을 날카롭게 조장했으며(55쪽), 반대자 암살을 서슴지 않았다(140쪽). 특히 별도의 「이승만」편에서는 민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남북분단 과정에 이승만이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상술하고 있다. 송건호는 이승만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개탄한다.
그가 범한 많은 과오 중에서도 민족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외세의 국가이익 추구에 편승하여 이 나라를 분단하는 데 앞장섰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족을 배신한 친일역적들을 싸고돌아 민족정기를 흐려놓은 점과 12년의 통치기간에 이 나라를 자주 아닌 열강 예속으로 전락시켰다는 사실을 들어야 할 것이다. (295~6쪽)
한편 안재홍의 길은 좀더 세심한 판단을 요구한다. 그는 일제라는 명확한 반민족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투쟁하여 김구와 같은 길을 걸었다. 일제 치하에서 9번에 걸쳐 7년 3개월의 옥고를 치르는 것(155쪽)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안재홍의 해방 이후 행적에 대해서는 판단이 매우 애매하다. 그는 철저한 민족주의자를 자처하면서도 3.1정신을 계승한 임정을 무시하고 미군정의 민정장관에 취임했다(175쪽). 또 엄항섭.김석황 등 반탁운동의 옛 동지들을 구속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백범과 결별하면서까지 단독정부를 승인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승만과 결과적으로 길을 같이 했다(176쪽). 그러나 이는 안재홍의 독특한 사상인 신민족주의의 지나친 역동성에서 비롯된 오류로서, 기본 동기에 있어서는 이승만의 길과 완전히 상이하다. 때문에 송건호는 "민세의 비운은 결코 민세 개인만의 비운이 아니라 민족의 비운이었으며 그가 이를 대신 떠맡은 것"이라며 그를 시대적 희생자로서 연민한다.
고통을 무릅쓰고 역사의 길을 걷다
송건호의 담백하고 절제된 문체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그려진 역사의 길을 걸어간 위인들이 격은 수난의 생애를 읽어나가다 보면 감정이 북받치지 않을 수 없다.
숭고함의 백미로는 「김창숙」편을 꼽을 수 있다. 심산 김창숙은 유림으로서는 드물게 독립운동에 헌신한 인물이다. 사실 헌신(獻身)이라기보다 헌족(獻族)이라는 표현이 더 알맞을는지 모른다. 심산 자신이 일제의 고문으로 다리를 못 쓰게 되었을 뿐더러, 온 가족이 동원돼 민족의 비극을 온몸으로 껴안았기 때문이다. 그의 큰아들은 심산의 독립운동으로 인해 모진 고문을 받다가 숨졌다. 또 “네가 지금 천하일을 경영하면서 어찌 가정을 잊지 못하느냐”(127쪽)라며 심산을 독립운동으로 몰던 어머니는 끝내 아들과 임종을 하지 못했다. 오빠의 옥바라지를 하던 누이동생을 향한 심산의 애끓는 만장(輓章)은 송건호의 말마따나 “사람의 가슴을 감통케 하는 천하의 명문”(145쪽)이다.
송건호가 이 책에서 수차례 상기시키듯이 역사의 길은 울퉁불퉁한 자갈길과 같다. 형극의 길이자 수난의 길이며, 사회의 온갖 세속적 가치로부터 소외되는 외로운 길이다. 옳지만 힘든 길과 그르지만 편한 길 사이에서 전자를 선택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가 독재정권이 지배하는 고난의 세월을 올곧게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다시 ‘독재’라는 단어가 떠돌고 민주주의의 위기가 거론되는 2009년의 한국에 절실한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송건호는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신의 삶의 길을 밝히는 한편, 정신의 사표로서 그들을 부단히 본받고자 했다. 독자들이 『역사에 민족의 길을 묻다』에서 그와 함께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목차
머리말
김구 : 자주독립의 길 통일정부의 이상
여운형 : 오해로 얼룩진 미완의 정치 여정
김창숙 : 민족을 향한 한 유림의 지조론
안재홍 : 좌우를 아우르고자 했던 신민족주의자
이동녕 : 기울어가는 임시정부의 마지막 등대
안창호: 교육적 민족운동의 선구자
이승만 : 분단체제를 부른 영욕의 지도자
김교신 : 민족 기독교의 참 신앙정신
한용운 : 민족을 위한 불교혁신의 생애
신채호 : 천고의 기개로 세운 민족사학
함석헌 : 잠든 혼을 일깨우는 씨알의 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