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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슬라비카총서 01

러시아 문화사 강의: 키예프 루시부터 포스트소비에트까지

대등서명
Cambridge companion to modern Russian culture
발행사항
서울 : 그린비출판사, 2011
형태사항
621 p. : 삽화 ; 23 cm
총서사항
슬라비카총서
ISBN
9788976825179
청구기호
929 르73ㄹ
일반주기
원저자명: Nicholas Rzhevsky
서지주기
연표와 색인수록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4024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4024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러시아 연구의 최고 권위자들이 쓴 문화사 입문서
러시아적 삶과 러시아 예술의 근원과 역사를 밝힌다!!


소비에트연방이 무너지고 이념적 색채로부터 다소 자유로워진 러시아를 둘러싼 가장 강력한 이미지는 ‘문화 강국’이 아닐까.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 일리야 레핀의 역사화(歷史畵)나 에이젠슈테인의 혁명적인 영화들……. 각 분야에서 수많은 거장들이 러시아의 예술을 이끌어 왔고 세계문화 속에서 그 위상을 정립해 왔다. 하지만 기법이나 성향을 떠나, 척박하고 비루한 현실 속에서도 고집스러울 정도의 집념을 통해 삶의 본질에 천착해 온 러시아 문화의 독특한 ‘정체성’은 좀처럼 파악되거나 강조되지 못해 왔다. 우리에게 러시아 문화는 작가와 작품으로만 존재했을 뿐, 그 독특함을 가능하게 했던 ‘삶의 양식’으로는 독해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 『러시아 문화사 강의: 키예프 루시부터 포스트소비에트까지』는 이러한 단편적 이해를 넘어 총체적 시각으로 러시아 문화를 읽어 내고자 한다. 그것은 한 문화의 근저에 흐르고 있는 어떠한 ‘공통성’에 대한 탐구이며, 이를 통해 그 문화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해 가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 책은 러시아의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영화 등 각 장르의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러시아 예술의 지도’를 그려 보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2부), 이러한 역사를 추동해 온 내적 구조들(언어, 종교, 지리적 특성, 이데올로기 등)에 주목함으로써 러시아 문화사의 의미론적 체계를 통찰하고자 한다(1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러시아적 삶’과 ‘러시아 예술’에 관한 풍부한 지식들을 접하는 한편으로, 문화와 문화사를 바라보는 태도와 방법론에 대해서도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린비 ‘슬라비카 총서’의 스타트를 끊는 책으로서 또 하나의 의미를 갖는다. 차르 전제정, 혁명의 성지, 문화예술의 보고, 몰락한 거인과 같은 다양한 이미지의 스펙트럼 속에 왜곡되거나 신화 속에 가려져 왔던 러시아의 삶과 문화를 본격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한 이 시리즈는 대중적 교양과 학문적 깊이의 ‘사이’를 이음으로써 국내 독자들의 러시아 이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자 한다. 이 책 『러시아 문화사 강의』는 그 첫 권으로서 시리즈 전체의 입문 안내서 역할을 할 책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의 입문서 시리즈 중 한 권으로서 각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들이 집필한 수준 높은 글들은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며, 권말에 실린 연표와 작품 목록은 책의 활용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러시아 문화, 그 기원과 찬란한 역사를 찾아서

중요 인물이나 작품의 나열 혹은 예술 사조들의 분류만으로는 문화사의 진정한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 문화란 일종의 ‘집단무의식’이며, 이는 해당 문화권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이 책의 1부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언어와 종교를 통해 러시아 문화의 기원적 성격을 살펴보고, 러시아가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자리 매김해 왔는지를 알아봄으로써 예술 장르들의 역사를 하나로 꿰어 낼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이 틀을 토대로 러시아 예술의 빛나는 성취들을 정리해 낸다.

타협할 수 없는 종교적 열정
프랑스의 문필가 앙드레 말로가 비잔틴 예술의 특징을 “절대성에 대한 매혹”으로 묘사한 것은 러시아인들의 심성 구조에 자리 잡은 ‘종교적 열정에의 헌신’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10세기 말 블라디미르 1세가 통합의 수단으로 비잔틴 정교를 국교로 채택한 이래, 러시아에서 정교는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밟으며 러시아인들의 삶을 근원적으로 규정해 온, 러시아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예컨대 교회뿐 아니라 농민들의 집집마다 걸려 있던 성상(聖像, icon)은 “성스러움의 재현물이 아닌 성스러움 그 자체”로서, 즉 매체가 아닌 실체로서 신성시되어 왔으며(그렇기에 카지미르 말레비치가 자신의 전시회장에서 성상을 두어야 할 자리에 검은 사각형을 놓았던 것이 그토록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것이다), 러시아 역사에서 추앙받는 정치적 인물과 시인들이 하나같이 ‘수난자’의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은 종교적 의식이 러시아인들에게 심어 놓은 높은 윤리적 기준과 미의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도스토예프스키의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라는 메시지는 이러한 미의식의 정점이 아닐까!).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적당한 타협과 중간지대를 좀처럼 용납하지 않는 러시아적 기질을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국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하나의 요인으로 보는 설명도 낯선 것이 아니게 된다.

동 vs 서: 러시아의 서구관
한편 종교적 색채가 짙은 ‘고전적’ 모스크바와 서구화 개혁의 일환으로 건설된 ‘유럽적’ 계획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사이의 긴장과 경쟁 관계는 러시아의 서구 지향성이라는 주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표트르 대제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은 ‘후진 러시아’의 나아갈 길을 둘러싼 서구주의자들과 슬라브주의자들의 논쟁의 전조와도 같은 사건이었으며, 이러한 흐름은 모스크바를 선호했던 톨스토이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선호했던 도스토예프스키, 혹은 교회음악과 성악에 강세를 보였던 모스크바와 ‘강력한 한줌’이라는 그룹으로 불리게 될 다섯 명의 위대한 작곡가를 낳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의 형태로 변주되어 반복된다. 이처럼 러시아의 예술가와 지성인들은 ‘서구적인 것’과 ‘러시아적인 것’의 끊임없는 길항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왔으며, 이는 러시아의 문화적 뼈대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러시아 연구의 최고 권위자들이 쓴 문화사 입문서
러시아적 삶과 러시아 예술의 근원과 역사를 밝힌다!!


소비에트연방이 무너지고 이념적 색채로부터 다소 자유로워진 러시아를 둘러싼 가장 강력한 이미지는 ‘문화 강국’이 아닐까.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 일리야 레핀의 역사화(歷史畵)나 에이젠슈테인의 혁명적인 영화들……. 각 분야에서 수많은 거장들이 러시아의 예술을 이끌어 왔고 세계문화 속에서 그 위상을 정립해 왔다. 하지만 기법이나 성향을 떠나, 척박하고 비루한 현실 속에서도 고집스러울 정도의 집념을 통해 삶의 본질에 천착해 온 러시아 문화의 독특한 ‘정체성’은 좀처럼 파악되거나 강조되지 못해 왔다. 우리에게 러시아 문화는 작가와 작품으로만 존재했을 뿐, 그 독특함을 가능하게 했던 ‘삶의 양식’으로는 독해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 『러시아 문화사 강의: 키예프 루시부터 포스트소비에트까지』는 이러한 단편적 이해를 넘어 총체적 시각으로 러시아 문화를 읽어 내고자 한다. 그것은 한 문화의 근저에 흐르고 있는 어떠한 ‘공통성’에 대한 탐구이며, 이를 통해 그 문화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해 가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 책은 러시아의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영화 등 각 장르의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러시아 예술의 지도’를 그려 보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2부), 이러한 역사를 추동해 온 내적 구조들(언어, 종교, 지리적 특성, 이데올로기 등)에 주목함으로써 러시아 문화사의 의미론적 체계를 통찰하고자 한다(1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러시아적 삶’과 ‘러시아 예술’에 관한 풍부한 지식들을 접하는 한편으로, 문화와 문화사를 바라보는 태도와 방법론에 대해서도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린비 ‘슬라비카 총서’의 스타트를 끊는 책으로서 또 하나의 의미를 갖는다. 차르 전제정, 혁명의 성지, 문화예술의 보고, 몰락한 거인과 같은 다양한 이미지의 스펙트럼 속에 왜곡되거나 신화 속에 가려져 왔던 러시아의 삶과 문화를 본격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한 이 시리즈는 대중적 교양과 학문적 깊이의 ‘사이’를 이음으로써 국내 독자들의 러시아 이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자 한다. 이 책 『러시아 문화사 강의』는 그 첫 권으로서 시리즈 전체의 입문 안내서 역할을 할 책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의 입문서 시리즈 중 한 권으로서 각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들이 집필한 수준 높은 글들은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며, 권말에 실린 연표와 작품 목록은 책의 활용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러시아 문화, 그 기원과 찬란한 역사를 찾아서

중요 인물이나 작품의 나열 혹은 예술 사조들의 분류만으로는 문화사의 진정한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 문화란 일종의 ‘집단무의식’이며, 이는 해당 문화권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이 책의 1부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언어와 종교를 통해 러시아 문화의 기원적 성격을 살펴보고, 러시아가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자리 매김해 왔는지를 알아봄으로써 예술 장르들의 역사를 하나로 꿰어 낼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이 틀을 토대로 러시아 예술의 빛나는 성취들을 정리해 낸다.

▶ 타협할 수 없는 종교적 열정
프랑스의 문필가 앙드레 말로가 비잔틴 예술의 특징을 “절대성에 대한 매혹”으로 묘사한 것은 러시아인들의 심성 구조에 자리 잡은 ‘종교적 열정에의 헌신’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10세기 말 블라디미르 1세가 통합의 수단으로 비잔틴 정교를 국교로 채택한 이래, 러시아에서 정교는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밟으며 러시아인들의 삶을 근원적으로 규정해 온, 러시아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예컨대 교회뿐 아니라 농민들의 집집마다 걸려 있던 성상(聖像, icon)은 “성스러움의 재현물이 아닌 성스러움 그 자체”로서, 즉 매체가 아닌 실체로서 신성시되어 왔으며(그렇기에 카지미르 말레비치가 자신의 전시회장에서 성상을 두어야 할 자리에 검은 사각형을 놓았던 것이 그토록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것이다), 러시아 역사에서 추앙받는 정치적 인물과 시인들이 하나같이 ‘수난자’의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은 종교적 의식이 러시아인들에게 심어 놓은 높은 윤리적 기준과 미의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도스토예프스키의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라는 메시지는 이러한 미의식의 정점이 아닐까!).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적당한 타협과 중간지대를 좀처럼 용납하지 않는 러시아적 기질을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국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하나의 요인으로 보는 설명도 낯선 것이 아니게 된다.

▶ 동 vs 서: 러시아의 서구관
한편 종교적 색채가 짙은 ‘고전적’ 모스크바와 서구화 개혁의 일환으로 건설된 ‘유럽적’ 계획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사이의 긴장과 경쟁 관계는 러시아의 서구 지향성이라는 주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표트르 대제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은 ‘후진 러시아’의 나아갈 길을 둘러싼 서구주의자들과 슬라브주의자들의 논쟁의 전조와도 같은 사건이었으며, 이러한 흐름은 모스크바를 선호했던 톨스토이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선호했던 도스토예프스키, 혹은 교회음악과 성악에 강세를 보였던 모스크바와 ‘강력한 한줌’이라는 그룹으로 불리게 될 다섯 명의 위대한 작곡가를 낳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의 형태로 변주되어 반복된다. 이처럼 러시아의 예술가와 지성인들은 ‘서구적인 것’과 ‘러시아적인 것’의 끊임없는 길항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왔으며, 이는 러시아의 문화적 뼈대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 잠들지 않는 예술혼
러시아에서 문학은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러시아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꼽히는 푸슈킨을 필두로 하여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등의 거장들로부터 나보코프와 솔제니친 등 소비에트 시기의 망명 문학으로까지 이어지는 유구한 흐름과 이들의 걸작들은 러시아인들에게 옳은 것과 그른 것의 감각을 심어 주고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 주는 ‘스승’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망명 철학자 미하일 리클린의 말처럼 러시아에서 문학은 다소 빈약했던 철학의 기능을 대신 수행해 왔고, 공동체와 민중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해 달라는 문학 외적인 요구를 요청받아 왔던 것이다(미하일 리클린, 『해체와 파괴』, 262쪽). 영성(靈性), 극단주의, 세속적 성자로서의 작가, 사회적 양심으로서의 문학 등의 특징들은 이러한 러시아 문학이 가진 신성한 위상과 이에 대한 기대치를 확인시켜 준다(264쪽).
미술·음악·연극·영화를 다룬 장들에서 우리는 수많은 친숙한 이름을 만나게 된다. 미술의 칸딘스키·말레비치·레핀·샤갈, 음악의 차이코프스키·스트라빈스키·라흐마니노프·쇼스타코비치, 연극의 미하일 체호프·메이에르홀드·스타니슬라프스키, 영화의 에이젠슈테인·푸도프킨·베르토프 등은 러시아 예술이 성취한 최고 수준의 기예들인 동시에, 세계 문화사를 빛낸 찬란한 유산들이다. 이 책은 이들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과 상호 영향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독자들의 관념 속에 흩어져 있던 러시아 문화의 퍼즐조각들을 하나로 모으는 데 도움을 준다.

시련과 극복, 그리고 미래

▶ 사회주의 리얼리즘, 강요된 유토피아

각 분야의 예술사에서 공통적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면 소비에트연방 시기 스탈린이 공표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일 것이다. 모든 예술이 사회주의의 목적성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이 원칙은 근대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이념적이고 의도적인 개조라는 차원에서 전례 없는 것이었으며, 예술가들의 자의식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러시아 예술에 닥친 가장 큰 시련이었다. 수많은 작가들이 추방되거나 망명의 길을 떠났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민중성 원칙은 민중문화의 자유로움을 배양하기보다는 예술가들의 창조적 정신을 말살시키고 기술적 수준을 하락시켰다. 하지만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작동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강력한 자장 속에서, 그처럼 ‘강요된 유토피아’의 허구성에 반기를 들고 예술의 전진을 꿈꾸었던 이들이 있었다. 상처와도 같은 ‘타협’을 강요받으면서도 러시아를 떠나지 않고 위대한 성취를 이루어 낸 파스테르나크, 아흐마토바, 불가코프, 쇼스타코비치, 바흐친과 같은 대항문화적 인물들. 그들은 결코 현실에 복속되지 않는 러시아 문화의 저력을 보여 준 표본이었던 것이다.

▶ 문화의 가능성을 복원하라!
‘문화의 세기’라는 오늘날 수많은 문화가 국경을 가로질러 흘러넘치고 있지만, 도덕성의 붕괴, 물질주의의 만연, 약자에 대한 적개심과 공격성 등은 더 이상 방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말았다. 그리고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손을 쓸 수 없다는 회의주의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러시아 문화’를 이야기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일본의 저널리스트 요네하라 마리의 표현을 빌리면, “러시아인은 우아한 미의식을 마음속에 품으면서도 부조리한 현실을 감수해야 하는 거대한 낙차를 온몸에 지니고 살아왔다”(『러시아 통신』, 107쪽). 그리고 이 낙차를 메워 왔던 것은 현실에의 좌절감과 패배감이라기보다는 책임의 윤리, 자기반성적 고찰, 낙관주의의 제스처가 아니었을까. 구성원들의 삶을 격려하면서도 세계인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어 온 러시아 문화의 힘 역시 바로 그 지점에 있을 것이다. 즉, 러시아 문화는 “얄팍한 유흥성과 무분별한 이미지의 범람이 하나의 문화적 규범이 된 시대에 역설적으로 문화의 구성적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결코 폄하할 수 없는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37쪽).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러시아 문화를, 나아가 ‘슬라비카 총서’를 통해 읽을 수 있고, 읽어 내야 하는 교훈일 것이다.
목차
옮긴이 서문 1장 러시아 문화사 입문ㆍ니콜라스 르제프스키 1부ㆍ문화적 정체성 기원 2장_ 언어ㆍ딘 워스 3장_ 종교: 러시아 정교ㆍ드리트리 리하초프 경계 4장_ 아시아ㆍ마크 바신 5장_ 서구ㆍ피에르 하트 6장_ 이데올로기 구조ㆍ애버트 글리슨 7장_ 민중문화ㆍ카트리오나 켈리 2부ㆍ문학과 예술 8장_ 문학ㆍ데이비드 베데아 9장_ 미술ㆍ존 볼트 10장_ 음악ㆍ할로 로빈슨 11장_ 연극ㆍ로렌스 세넬릭 12장_ 영화ㆍ니키타 래리 더 읽을거리 영화 연표 러시아 문화사 연표 인명 찾아보기 작품 찾아보기 항목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