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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아케이드 프로젝트 002

허기사회: 한국인은 지금 어떤 마음이 고픈가

개인저자
주창윤 지음
발행사항
파주 :,글항아리,,2013
형태사항
110 p. ; 22 cm
ISBN
9788967350512
청구기호
331.1 주811ㅎ
서지주기
참고문헌: p. 107-110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4760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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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번호
    00014760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열심히 노력해도 살아가기 힘든 무기력증의 시대
한국인은 지금 ‘정서적 허기’에 빠져 있다

퇴행적 위로, 나르시시즘의 과잉, 속물성에 대한 분노, 관계 맺기의 집착…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문화현상 속에서 산과 염기로 가득찬
마음들을 돌아보다

책 소개


학계에 발표되는 양질의 논문 한 편을 대중을 위한 단행본 한 권으로 연결시킨 학술 무브먼트 ‘아케이드 프로젝트’ 시리즈 제2권. 이 책은 ‘정서적 허기’라는 개념 속에서 위로, 나르시시즘, 속물성, 진정성, 소진 등 우리 시대의 마음을 설명하는 주요 현상과 의미들을 되짚어본다. 문화연구를 전공한 저자는 한국 사회가 마치 식탁에서 밥을 먹은 뒤, 빈 밥그릇을 보면서 허기를 느끼는 ‘빈 밥그릇의 허기’가 강하게 작동하는 사회라고 주장하면서, 욕구의 배고픔이 아닌 갈증의 배고픔에 빠진 마음들이 각종 문화현상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한다.

▲ 개관_좌절한 시대의 정서적 허기

“정서는 문화의 패턴을 파악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어느 사회에서나 다양한 문화의 패턴이 존재한다. 그것은 정형화된 특징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징 아래에 깔려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정서적 허기’다. ‘허기’는 말 그대로 하면 배고픔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정서적 허기란 배고픔을 의미하지 않는다. 육체적 배고픔은 욕구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거나 허기진 위장을 채우면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욕구의 배고픔이 아니라 갈증의 배고픔에 빠져 있다.”(9~10쪽)

학계에 발표되는 양질의 논문 한 편을 대중을 위한 단행본으로 연결시키는 기획인 ‘아케이드 프로젝트.’ 공자와 황제라는 코드를 통해 중국의 문화 굴기를 읽으며 중국 사회의 마음을 해부했던 1편 『한손엔 공자 한손엔 황제』에 이어, 2편은 사회과학이 한국인의 마음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를 다루고 있다. 2012년 「좌절한 시대의 정서적 허기: 윌리엄스 정서의 구조 비판적 개념의 적용」이라는 소논문을 한 학술지에 발표했던 저자는 특히 정서가 ‘문화의 패턴’을 파악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말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징 아래에 ‘정서적 허기’가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에게는 몸속 위장이 아닌 정서와 관련된 ‘유령 위장’이 따로 있다”고 말한 정신의학자 로저 굴드는 무기력증에 빠진 탐식 환자들의 ‘정서적 식욕’이라는 문제를 집중 연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폭식이나 탐식은 먹는 문제가 아니라 특정 개인이 처해 있는 마음의 문제인 것인데, 저자는 이 지점을 주목하면서 우리 사회가 식탁에서 밥을 먹었지만 빈 밥그릇을 보면서 허기를 느끼는, 이른바 ‘빈 밥그릇의 허기’가 강하게 작동하는 사회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정서적 허기는 왜 발생하는 것이며 어떤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것일까.

▲ 전제1_경제적 결핍이 관계적(문화적) 결핍을 초래하다

정서적 허기는 경제적 결핍과 관계적(문화적) 결핍으로부터 나온다. 경제적 결핍은 문자 그대로 경제적 관계로부터 야기되는 허기인데, 이것은 관계적 결핍을 불러일으키는 토대다. 『허기사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결핍이 초래하는 관계적 결핍의 현상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관계적 결핍은 정서적 차원에서 개인이나 대중이 사회적 상황에서 맺는 ‘상상적 관계’로부터 나온다. 상상적 관계란 허구적이거나 환상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자아와 타자(여기선 문화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타자들, 제도, 세대 등을 지칭한다) 사이의 관계와 관련된 정서들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1997년 IMF 사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나타난 경제적 ‘장기침체’ 상태에서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낙관의 세계관이 비관적 세계관으로 대체되고 사회적 균열의 급속한 증대를 통해 대중이 느끼는 허기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 압축성장의 시대에는 전체의 파이가 커지면 모두에게 돌아가는 몫도 늘어난다는 발전주의의 환상, 공동체적 연대감, 새로운 것에 대한 경이감 같은 것들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장기침체 국면에서는 그런 환상과 기대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88쪽 참조).

▲ 전제2_허기사회를 사는 한국인의 마음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

저자는 본 책을 통해 “우리 시대의 문화는 퇴행, 나르시시즘, 분노의 색채를 띠고 있다”(15쪽)면서 이것들을 허기사회의 징후이자 관계적 결핍의 결과로 바라본다.

“관계적 결핍은 자아와 사회의 긴장 관계가 무너지면서 자아와 사회가 분리되어 자아로 회귀하는 것이다. 자신을 향한 과거로의 회귀는 퇴행이며, 이상적 자아에 대한 과잉 동일시는 나르시시즘이고 진정성의 상실은 분노로 표출된다. 이것들은 IMF 이후 진정성의 토대가 무너지고 신자유주의가 확장되면서 부상했다. 생존이 화두가 되는 사냥꾼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 사회는 소진 상태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도 살아가기 힘들다는 무기력증은 허기를 촉발시킨다. 우리는 지금 허기사회에서 살고 있다.”(14쪽)

각 장 소개

이런 전제 속에서 ‘빈 밥그릇의 허기’인 한국인의 마음 상태는 ‘퇴행적 위로’ ‘나르시시즘의 과잉’ ‘속물성에 대한 분노’로 이뤄져 있다. 저자가 책에서 해부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퇴행적 위로
힐링이라는 문화코드가 유행하면서 소위 정서의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서의 상품화가 강화될수록 정치적·경제적 세력으로서의 시민 주체성은 점점 약해져간다. 자아에 대한 내적 성찰만이 강조되고 사회적 인과관계를 규명하려는 노력 없이 ‘정서적 결정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버리는 분위기가 조장된다. 개인의 정서가 우열의 차원에서 다뤄지고 열등한 정서는 순화되어야 하는 문제적인 것이 된다. 이는 역사의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자아를 자신과 사회의 관계가 아니라, 사회와 역사가 탈각된 상황에서 자신의 안으로부터 찾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곧 세대적 특성으로도 나타난다. 아울러 이러한 위로의 시간은 디지털 문화가 만들어내는 ‘참지 못하는 환경’ ‘초미세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감성’에 기대어 소위 ‘쿼터리즘의 문화’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현실과의 적극적 접촉보다는 ‘한입의 달콤함’을 지속시키고 그것에 자연스레 버텨보려는 ‘스낵컬처’가 인기를 끈다.

· 나르시시즘의 과잉
상대를 배제하며 모방하는 ‘과잉사회’는 허기사회의 또 다른 형태다. 상대를 배제하거나 모방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마음 상태가 지배하는 가운데, 특히 한국 사회는 ‘사이버 희생양 메커니즘’ 안에서 누구나 제사장이 될 수 있으며, 대중은 자신이 제사장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자연스레 제사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상황에 빠져 있다. 사이버 희생양 메커니즘을 통해 사람들은 무고한 존재에 대해 연민을 느끼면서도 나 스스로는 그런 희생의 원인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안도감을 느낀다. 아울러 리얼리티의 집착과 경쟁의 사회문화적 구도를 조장하는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면서, 대중은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 아래, 자신의 목소리조차 마녀에게 넘기고 결국은 거품이 되는 인어공주라는 사실을 망각하며, 언젠가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는 ‘인어공주 콤플렉스’에 둘러싸인다.

· 속물성에 대한 분노
‘~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라는 풍자가 유행했던 우리 사회에서, 결국 대중은 속물적 지배를 선택했던 스스로를 후회하며 이를 풍자라는 코드를 통해 권력의 속물성에 대한 분노로 표출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분노는 개인의 심리적 반응이 아니라 마음들이 모여 형성하는 집단적 반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중문화는 두 방향으로 정의의 기억을 소환한다. 하나는 현재 진행중인 불의(폭력)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정의와 진정성을 묻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모호하게 종결된 폭력의 역사를 다시 기억으로 환기시키면서 정의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과거의 현재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허기사회에서 대중은 “불편한 폭력의 기억을 통해서 정의를 반성적으로 돌아보기보다 현재의 불의를 잊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67쪽)

▲ 상황_배제와 과잉

『허기사회』는 퇴행적 위로, 나르시시즘의 과잉, 속물성에 대한 분노 등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마음의 사회문화적 풍경과 그 연대기를 먼저 보여준 뒤, 그것에 깔려 있는 핵심 구도를 재정리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정서적 허기를 초래하는 이론적 구도와 맥락이 무엇인가 알고 싶다면 제4장 ‘허기의 상황들’부터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저자는 허기사회의 메커니즘에는 배제와 과잉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국 사회에서 허기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배제의 논리는 신자유주의의 확대와 연관성이 깊다. 양극화, 비정규직, 청년실업 등으로 대변되는 경제적 결핍 현상은 대중의 심리적 억압은 커져간다. 그러면서 “계층, 분야, 지역, 냉전의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경계와 폐쇄성, 기계적 효율성만을 내세우는 성장주의”(77쪽)가 여전히 강하게 대중을 옥죄면서 승자독식의 게임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배제가 경제적 속성에 기인한다면, 과잉은 문화적·기술적 환경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한국 사회는 데이비도가 일찍이 ‘과잉연결의 시대’라고 말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틈새시간, 잃어버린 시간, 빈 시간은 없고 사람들은 SNS를 통해 관계 맺기에 집착한다. “과잉연결이 만들어내는 것은 문화의 과잉이고 주체성의 과잉이다.”(82쪽) 과잉연결의 사회는 복잡성과 비만 상태를 주도하면서 많은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술자와 관련 산업계는 상호작용성의 확대가 마냥 좋다는 메시지만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작용성의 확대는 상호의존성의 증가라는 그늘과 함께하고 있다.
무엇보다 ‘과잉사회’는 데이비도가 말한 ‘포지티브 피드백’의 원리를 신봉한다. 보일러 온도조절기를 예로 들자면, ‘지금 더우니까 온도를 높이라’고 명령하고, ‘지금 추우니까 더 온도는 낮추라’고 명령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포지티브 피드백의 원리가 지금 긍정의 과잉과 부정의 과잉이라는 한국인의 마음 상태를 관통하고 있다.

▲ 통찰_‘피로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데이비도가 ‘포지티브 피드백’ 원리를 통해 공학적인 입장에서 사회 시스템의 과잉을 지적하고 있다면, 한병철은 철학자로서 병리학적 관점에서 과잉을 논하고 있다. 저자는한병철이 이 관점에서 규율사회(근대사회)와 성과사회(탈근대사회)의 전이를 흥미롭게 논의하고 있다며 인정하면서도, 『피로사회』가 긍정성의 과잉에 따른 소진과 피로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탐욕과 생존을 양극화하는 물질적 관계와 정서의 양가성을 논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한국 사회는 규율사회와 성과사회의 중간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여전히 규율사회가 갖는 배제와 금지가 지배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규율 속의 성과’ ‘성과 속의 규율’ 그 사이에 위치한다”(86쪽)고 분석하면서 『피로사회』가 내세운 성과사회라는 틀 속에서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바라보는 것이 적실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표한다.

▲ 대안_ 허기사회를 넘어설 새로운 마음사전의 구상

저자는 허기사회를 넘어설 대안으로 게릴라 되기와 눈부처 주체 되기를 제시한다. 2010년 『대한민국 문화코드』를 통해 ‘실천적 주체로서 대중의 부상’을 다뤘던 저자는 “단일한 이념이나 문화 형식을 고집하지 않는” 개인적 자유주의자이자 다양한 하위 공동체를 구성하는 문화적 주체자로서의 개인에 주목한다. 이 개인은 권력과 제도 속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며 저항하고 제도화된 틀 속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세상을 현실의 공간으로 보면서도 한편으론 놀이판으로 이해한다. 무엇보다 게릴라 되기는 권력의 허위를 무너뜨리는 게릴라 담론의 생산활동에 가깝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2011년에 주목할 사건이었던 ‘희망버스’를 통해 ‘눈부처 주체’라는 대안적 개념에 주목한다. 눈부처 주체는 상대방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면, 그 속에 비춰진 내 형상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나의 진정한 실체를 상대방을 통해서 찾는 인식을 넘어 실천적 행위까지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저자는 이를 우리 시대의 필요한 미덕이자 공동성이라고 제시한다.
『허기사회』는 이처럼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허기의 상황들’을 이론적으로 재조명하고 그것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현상을 재구성, 재분석함으로써 우리 시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뒤적여볼 수 있는 새로운 마음 사전의 역할을 시도해보고자 했다.

◎ 아케이드 프로젝트Arcade Project를 시작하며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한 편의 논문을 단행본 교양서로 펴내는 ‘원 페이퍼 원 북one paper one book’ 시리즈다. 대개 논문 한 편은 그 분량이나 주제의 측면에서 책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잘된 논문의 깊이 있고 첨예한 문제의식을 경량화한 그릇에 담아 시대를 해석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대학에 논문 중심의 업적평가제도가 자리잡으면서, 매년 수천 편의 논문이 다양한 지면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많은 연구자가 매년 한 편 이상의 논문을 써내며 엄청난 논문이 엄청난 속도로 쌓여가고 있지만, 정작 논문 생산에 쏟아붓는 에너지의 극히 일부조차 그것이 읽히고 담론화되는 것에는 쓰이지 않는 실정이다. 오늘날 한 편의 논문은 학술대회에서의 발표와 토론, 학술지 심사위원과의 토론과 수정 등 생산 프로세스에서 주고받는 의견 교환을 제외하면 대중에게 거의 노출되지 않고, 한 사회의 지식담론에 기여하는 통로가 철저히 차단되어 있다.
국가 주도의 학술지원 시스템이 문제라는 얘기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작 해결책은 쉽사리 찾아지지 않는다. 논문에 대한 질적 평가제도 구축, 논문을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투여되어야 한다는 등의 주문과 모색은 시간이 지나도 쉽사리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좋은 논문을 ‘쓴다’에만 시선을 기울인 것이지 그것이 읽히는 것과 공론화되는 문제는 전혀 논의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문학 출판사들은 갈수록 어려운 글을 기피하는 대중과, 양질의 인문서를 집필할 시간이 없는 저자들 사이에서 엉거주춤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한 사람의 저자가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고 흥미롭게 파헤치는 책은 내기 힘들어지고, 여러 사람이 쓴 여러 관점의 글을 단순하게 묶어서 낼 수밖에 없는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학술 출판에 대한 대중의 외면과 출판인들 스스로의 자괴감은 깊어지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인문학 출판사들은 국내 저자들의 저서를 통해 존립할 수 있는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는 번역서에 대한 심화된 의존과 몇몇 유명 저자에 대한 쏠림 현상을 빚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미 있는 문제의식을 가진 잠재적 저자군은 논문 쓰기에 지쳐가고, 몇몇 유명 저자의 인기몰이를 지켜보면서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 인문학 출판사들 또한 저자 확보에 대한 과도한 경쟁과 대중의 유행에 맞게 인문학에 알록달록 옷을 갈아입히면서 스스로 문사철의 결기를 흩어놓는 일에 빠져든다.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이런 시스템적 불협화음에서 작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인문학 부활을 시도하는 하나의 작은 노력이다. 학계의 주목할 만한 논문 한 편을 책 한 권에 담아 맛있게 내놓음으로써 학계와 독자 사이에 새로운 가교 역할을 해보고자 한다. 기존의 무겁고 어렵고 딱딱한 학술서 이미지를 탈피하고 가볍지만 날렵한 문제의식으로 유기적인 지식담론을 창출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논문 쓰기와 책 저술이 별개의 행위가 아니라는 인식을 널리 공유하고자 한다. 앞으로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고비용 저효율의 지식생산 시스템에 작은 작은 스파크로 작용해 우리 사회 다양한 영역의 다양한 문제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인문학의 동시대적 고민을 보다 집중력 있게 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항아리 편집부)

목차
프롤로그 ‘빈 밥그릇’의 허기 정서적 허기 | 관계적 결핍 1장 퇴행적 위로 위장된 치유 | 자아-퇴행 | 스낵 컬처 2장 나르시시즘의 과잉 사이버 희생양 메커니즘 | 인어공주 콤플렉스 3장 속물성에 대한 분노 추의 세계 | 정의의 기억 4장 허기의 상황들 배제 | 과잉 에필로그 허기사회를 넘어 게릴라 되기 | 눈부처 주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