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잉고 슐체 소설집
핸드폰: 옛날 방식으로 쓴 열세 편의 이야기
- 대등서명
- Handy
- 개인저자
- 잉고 슐체 지음 ; 노선정 옮김
- 발행사항
- 서울: 문학과지성사, 2011
- 형태사항
- 368p. ; 22cm
- 총서사항
- 잉고 슐체 소설집
- ISBN
- 9788932022062
- 청구기호
- 853 잉15ㅎ
- 일반주기
- 원저자명: Ingo Schulze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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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5054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5054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이 시대의 진정한 이야기꾼' 잉고 슐체,
'핸드폰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에 대한 예리한 탐색!
내 동료들은 전부 핸드폰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일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_「핸드폰」
귄터 그라스로부터 “이 시대의 진정한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독일 통일 이후 동독 3세대 작가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잉고 슐체의 단편 소설집 『핸드폰?옛날 방식으로 쓴 열세 편의 이야기』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잉고 슐체는 이미 장편 『새로운 인생』 『심플 스토리』에서 독일 재통일 이후의 사회 변화와 개인의 혼란을 탁월하게 서술해 한국에서 당대 독일문학의 위상을 보여준 작가로, 오는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되는 2011세계국제문학포럼에 참가차 내한하기도 한다. 함축적인 대화 사이에 인생에 대한 통찰과 시적인 감성을 심어놓는 잉고 슐체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단편 13편이 담긴 『핸드폰』이 출간됨으로써 한국 독자는 그의 문학세계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
『핸드폰』의 인물들은 모두 이별과 출발 사이에서 움직인다. 통신 및 기술의 발달, 독일 통일 등, 세상은 빠르게 변해간다. 빠른 변화는 무언가와의 이별인 동시에 또 다른 무언가와의 만남, 출발을 의미한다. 변화는 새로움에 대한 설렘을 주기도 하지만 낯섦과 그로 인한 두려움을 주기도 하다. 잉고 슐체의 인물들은 이러한 변화 속의 이질적 세상과 마주한다.
작가에 따르면 『핸드폰』에 담긴 열세 편 이야기는 바로 이 ‘핸드폰 시대’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잉고 슐체는 한 인터뷰에서 ‘핸드폰’이라는 제목과 ‘옛날 방식으로 쓴 열세 편의 이야기’라는 부제목에 관해 직접 진술한 바 있다. ‘옛날 방식으로 쓰다’라는 말은, 작가 자신이 핸드폰 시대 이전 옛 사람의 입장으로, 구 동독인의 자격으로 이 새로운 변화를 거부감과 두려움으로 마주대하고 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분단과 통일이라는 유사한 역사적 상황뿐만 아니라 함께 ‘핸드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 잉고 슐체와 한국 독자는 깊은 공감을 나눌 가능성이 많다. 이 소설집의 표제작 「핸드폰」은 5월 24일 독일문화원 괴테 인스티투트가 개최하는 낭독회에서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사회를 바라보고 인간을 그리는 예리한 눈,
작가!
「비문학 또는 일요일 저녁의 현현」「에스토니아, 시골에서」혹은 「또 한 편의 야기」 등, 여러 편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혹은 화자는 작가다. 슐체는 대개 일상 속에서 소설의 소재를 고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개인적인 정보를 엿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도, 작가와 문학은 결코 그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실이나 그가 속한 시대와 떨어질 수 없다. 잉고 슐체의 단편들 역시 그가 살고 있는 시대, 즉 ‘핸드폰 시대’ ‘인터넷 시대’, 혹은 ‘세계화 시대’로 불리는 199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시대를 다룬다.
그러나 잉고 슐체는 자신이 보는 시대와 세상의 전모 혹은 그 전모를 대표하는 사건을 기승전결의 줄거리로 엮거나 완전한 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꾸미지 않았다. 그는 매우 짧으면서도 사소하게 보이는 일상의 한 장면을 그리는 가운데, 혹은 한 편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가운데 인물들의 짧은 대화 속에 슬쩍슬쩍 단서를 흘려놓기만 할 뿐이다. 그런데도 글의 행간에서 사금파리같이 빛나는 그 단서를 읽어낼 수 있는 독자는 작가와 같은 동시대인으로서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된다. 그 공감은 순간적이고 개인적인 감동으로 머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시대를 다시 한 번 의식적으로 돌아보고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의 이야기는 바쁜 생활 속에서 잊어버리고자, 흘려 넘기고자 노력해도 엄연히 우리 주위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잔인한 현실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핸드폰이나 인터넷으로, 또는 전 시대에 비해 훨씬 빠르고 저렴한 여행의 기회로 좁아진 세상에서 우리는 각자의 생존적 · 실존적 걱정 말고도, 전 세계의 기아 문제, 어린이 학대 문제, 글로벌 경제체제하의 실업 문제, 부의 분배 문제, 환경 문제, 자연재난 및 기후변화 문제와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보다 훨씬 좁은 행동반경에서 살았던 이전 세기에 비하면 오늘날 우리는 참으로 너무나 버거운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사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 무거운 짐들을 잊어버리고 개인적인 사생활에만 마음을 쏟고 싶은지도 모른다. 작가는 바로 그 핸드폰 시대에 드러나는 인간들의 두려움이나 의구심 혹은 거부감을 그린다.
“이제 당신은 핸드폰으로 코소보에서 오는 전화를 받게 될 거고, 아니면 체코에서, 아니면 홍수가 난 지역에서도 아무나 당신한테 전화를 하겠지. 그도 아니면 에베레스트 산꼭대기에서 얼어 죽어가는 사람도 당신한테 전화를 걸 거고. 당신은 그와 최후의 순간까지도 얘길 나눠야 한다고. 목숨이 완전히 끊어지는 순간까지!” _「핸드폰」 26~27쪽
독일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핸드폰 시대’는 재통일 이후 구 동독과 구 서독 지역의 불균형한 경제발전과 극대 자본주의가 낳은 새로운 갈등과 분열의 시대이기도 하다. 「베를린 볼레로」의 로베르트는 구 동독 시절 손수 정성스럽게 가꾸며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에서 계속 살기를 바란다. 그는 재통일 후 구 서독에 살던 집주인이 나타나 이사를 나가는 조건으로 제시한 큰 액수의 돈도 거부하고, 집주인이 보낸 인부들이 96주간 먼지와 소음을 일으키며 집 공사를 하는데도 결코 이사를 나갈 생각이 없는 고집스런 ‘바보 얼간이’로 남는다. 오랫동안 살던 ‘내 집’에 대한 귀속감이라든가 고향의 의미 같은 것은 사라지고, 집이 금전적 가치로만 환산되는 것은 독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은 이제 ‘핸드폰 시대’ 이전까지 누렸던 성장이나 발전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가장 최근의 이야기를 다루는데도 마치 현대 이전의 시대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그가 쓰는 이야기 속에서 거대하고 광범위한 경제구조 때문에 특정한 사회적 균형이 깨지는 시대, 마치 봉건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시대가 드러나더라는 말이다. 작가는, 인터넷과 핸드폰이라는 첨단 매체의 발달과 함께 빠른 변화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거나 혹은 의식적으로 모른 체하고 있을지라도 분명히 존재하는 시대적 간극과 그로 인한 부조리를 보여준다. 슐체는 “권력을 가진 사람은 말의 의미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항할 수 있는 우리 이야기꾼들은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168쪽) 불의와 부조리가 무성한 사회를 예리한 눈으로 그리는 작가와 그 작가의 글을 읽는 독자가 없다면 그만큼 사회는 더욱더 부조리한 방향으로 고정되고 메마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꾼이어야 한다
1999년, 밀레니엄이 저무는 섣달그믐 저녁 베를린. 프랑크 라이헤르트는 새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송년 파티에서 첫사랑 율리아를 만난다. 1989년 가을에 헤어진 이후 그는 마치 이방인처럼 인생을 살아왔다. 자신의 사업이 번성하고 성공해도 그는 시큰둥하다. 그 무엇도 그를 감동시킬 수는 없으며 모든 것은 율리아의 그림자와 다른 삶으로의 가능성 안에 잠겨 있다. 그렇게 해서 구 밀레니엄의 마지막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됨을 의미한다.(「섣달그믐의 혼란」)
잉고 슐체의 작품이 가지는 힘이 시대적 고찰과 반성에 있다고 해도, 그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읽는 재미다. 독일 문학에 대한 편견을 벗어버리게 하는 경쾌함이다.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듯 독자에게 말을 거는 편안한 화법이다. 슐체는 이러한 화법으로 자신의 이야기에 모두가 느끼지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찰나의 감정을 투영하여 독자에게 공감을 선사한다.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사고투성이인가? 불운으로 가득 찬 여행만으로도 충분한데, 함께 간 연인은 가이드에게 빠져들고 ‘나’는 좌절과 질투에 휩싸인다.(「카이로에서 생긴 일」) 내 앞의 것을 보지 못하고 갖지 못한 것만을 돌아보는 공허한 나날이지만 그래도 우리의 삶은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섣달그믐의 혼란」) 친구들과 떠난 여행에서 사기를 당하고 벌어진 싸움에서 주인노인을 무참히 폭행했지만, 즐거운 휴가여행을 망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무탈하고 안일한 일상을 가장하는 가운데 심적 방해를 받지 않고자 모두가 입을 다물기도 한다. (「밀바, 그녀가 아직 젊었을 때」)
이웃집 아이가 큰 사고를 당하자 이웃으로서 걱정하고 적당한 친절을 보이지만 누군가는 옆집 가족의 비극이 나를 비껴갔음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캘커타」) 첫눈에 반해 자신의 인생을 걸기로 한 사랑의 진짜 정체에 망연자실하기도 하고(「믿음, 사랑, 소망 23번」), 에스토니아 사람 한 명과 독일의 작가 한 명, 그리고 그의 애인이 짐칸에 곰 한 마리를 태우고 숲을 통과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에스토니아, 시골에서」)
희비극적 상황을 감지하는 데 탁월한 잉고 슐체는 『핸드폰』의 열세 개의 이야기에서 사랑의 본질, 이별을 받아들이는 자긍심, 혹은 선물과도 같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작가의 경험이 묻어나와 색다른 배경 속의 색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잉고 슐체는 이 개체적 상황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의 감정을 포착해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핸드폰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에 대한 예리한 탐색!
내 동료들은 전부 핸드폰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일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_「핸드폰」
귄터 그라스로부터 “이 시대의 진정한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독일 통일 이후 동독 3세대 작가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잉고 슐체의 단편 소설집 『핸드폰?옛날 방식으로 쓴 열세 편의 이야기』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잉고 슐체는 이미 장편 『새로운 인생』 『심플 스토리』에서 독일 재통일 이후의 사회 변화와 개인의 혼란을 탁월하게 서술해 한국에서 당대 독일문학의 위상을 보여준 작가로, 오는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되는 2011세계국제문학포럼에 참가차 내한하기도 한다. 함축적인 대화 사이에 인생에 대한 통찰과 시적인 감성을 심어놓는 잉고 슐체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단편 13편이 담긴 『핸드폰』이 출간됨으로써 한국 독자는 그의 문학세계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
『핸드폰』의 인물들은 모두 이별과 출발 사이에서 움직인다. 통신 및 기술의 발달, 독일 통일 등, 세상은 빠르게 변해간다. 빠른 변화는 무언가와의 이별인 동시에 또 다른 무언가와의 만남, 출발을 의미한다. 변화는 새로움에 대한 설렘을 주기도 하지만 낯섦과 그로 인한 두려움을 주기도 하다. 잉고 슐체의 인물들은 이러한 변화 속의 이질적 세상과 마주한다.
작가에 따르면 『핸드폰』에 담긴 열세 편 이야기는 바로 이 ‘핸드폰 시대’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잉고 슐체는 한 인터뷰에서 ‘핸드폰’이라는 제목과 ‘옛날 방식으로 쓴 열세 편의 이야기’라는 부제목에 관해 직접 진술한 바 있다. ‘옛날 방식으로 쓰다’라는 말은, 작가 자신이 핸드폰 시대 이전 옛 사람의 입장으로, 구 동독인의 자격으로 이 새로운 변화를 거부감과 두려움으로 마주대하고 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분단과 통일이라는 유사한 역사적 상황뿐만 아니라 함께 ‘핸드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 잉고 슐체와 한국 독자는 깊은 공감을 나눌 가능성이 많다. 이 소설집의 표제작 「핸드폰」은 5월 24일 독일문화원 괴테 인스티투트가 개최하는 낭독회에서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사회를 바라보고 인간을 그리는 예리한 눈,
작가!
「비문학 또는 일요일 저녁의 현현」「에스토니아, 시골에서」혹은 「또 한 편의 야기」 등, 여러 편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혹은 화자는 작가다. 슐체는 대개 일상 속에서 소설의 소재를 고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개인적인 정보를 엿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도, 작가와 문학은 결코 그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실이나 그가 속한 시대와 떨어질 수 없다. 잉고 슐체의 단편들 역시 그가 살고 있는 시대, 즉 ‘핸드폰 시대’ ‘인터넷 시대’, 혹은 ‘세계화 시대’로 불리는 199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시대를 다룬다.
그러나 잉고 슐체는 자신이 보는 시대와 세상의 전모 혹은 그 전모를 대표하는 사건을 기승전결의 줄거리로 엮거나 완전한 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꾸미지 않았다. 그는 매우 짧으면서도 사소하게 보이는 일상의 한 장면을 그리는 가운데, 혹은 한 편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가운데 인물들의 짧은 대화 속에 슬쩍슬쩍 단서를 흘려놓기만 할 뿐이다. 그런데도 글의 행간에서 사금파리같이 빛나는 그 단서를 읽어낼 수 있는 독자는 작가와 같은 동시대인으로서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된다. 그 공감은 순간적이고 개인적인 감동으로 머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시대를 다시 한 번 의식적으로 돌아보고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의 이야기는 바쁜 생활 속에서 잊어버리고자, 흘려 넘기고자 노력해도 엄연히 우리 주위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잔인한 현실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핸드폰이나 인터넷으로, 또는 전 시대에 비해 훨씬 빠르고 저렴한 여행의 기회로 좁아진 세상에서 우리는 각자의 생존적 · 실존적 걱정 말고도, 전 세계의 기아 문제, 어린이 학대 문제, 글로벌 경제체제하의 실업 문제, 부의 분배 문제, 환경 문제, 자연재난 및 기후변화 문제와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보다 훨씬 좁은 행동반경에서 살았던 이전 세기에 비하면 오늘날 우리는 참으로 너무나 버거운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사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 무거운 짐들을 잊어버리고 개인적인 사생활에만 마음을 쏟고 싶은지도 모른다. 작가는 바로 그 핸드폰 시대에 드러나는 인간들의 두려움이나 의구심 혹은 거부감을 그린다.
“이제 당신은 핸드폰으로 코소보에서 오는 전화를 받게 될 거고, 아니면 체코에서, 아니면 홍수가 난 지역에서도 아무나 당신한테 전화를 하겠지. 그도 아니면 에베레스트 산꼭대기에서 얼어 죽어가는 사람도 당신한테 전화를 걸 거고. 당신은 그와 최후의 순간까지도 얘길 나눠야 한다고. 목숨이 완전히 끊어지는 순간까지!” _「핸드폰」 26~27쪽
독일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핸드폰 시대’는 재통일 이후 구 동독과 구 서독 지역의 불균형한 경제발전과 극대 자본주의가 낳은 새로운 갈등과 분열의 시대이기도 하다. 「베를린 볼레로」의 로베르트는 구 동독 시절 손수 정성스럽게 가꾸며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에서 계속 살기를 바란다. 그는 재통일 후 구 서독에 살던 집주인이 나타나 이사를 나가는 조건으로 제시한 큰 액수의 돈도 거부하고, 집주인이 보낸 인부들이 96주간 먼지와 소음을 일으키며 집 공사를 하는데도 결코 이사를 나갈 생각이 없는 고집스런 ‘바보 얼간이’로 남는다. 오랫동안 살던 ‘내 집’에 대한 귀속감이라든가 고향의 의미 같은 것은 사라지고, 집이 금전적 가치로만 환산되는 것은 독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은 이제 ‘핸드폰 시대’ 이전까지 누렸던 성장이나 발전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가장 최근의 이야기를 다루는데도 마치 현대 이전의 시대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그가 쓰는 이야기 속에서 거대하고 광범위한 경제구조 때문에 특정한 사회적 균형이 깨지는 시대, 마치 봉건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시대가 드러나더라는 말이다. 작가는, 인터넷과 핸드폰이라는 첨단 매체의 발달과 함께 빠른 변화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거나 혹은 의식적으로 모른 체하고 있을지라도 분명히 존재하는 시대적 간극과 그로 인한 부조리를 보여준다. 슐체는 “권력을 가진 사람은 말의 의미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항할 수 있는 우리 이야기꾼들은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168쪽) 불의와 부조리가 무성한 사회를 예리한 눈으로 그리는 작가와 그 작가의 글을 읽는 독자가 없다면 그만큼 사회는 더욱더 부조리한 방향으로 고정되고 메마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꾼이어야 한다
1999년, 밀레니엄이 저무는 섣달그믐 저녁 베를린. 프랑크 라이헤르트는 새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송년 파티에서 첫사랑 율리아를 만난다. 1989년 가을에 헤어진 이후 그는 마치 이방인처럼 인생을 살아왔다. 자신의 사업이 번성하고 성공해도 그는 시큰둥하다. 그 무엇도 그를 감동시킬 수는 없으며 모든 것은 율리아의 그림자와 다른 삶으로의 가능성 안에 잠겨 있다. 그렇게 해서 구 밀레니엄의 마지막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됨을 의미한다.(「섣달그믐의 혼란」)
잉고 슐체의 작품이 가지는 힘이 시대적 고찰과 반성에 있다고 해도, 그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읽는 재미다. 독일 문학에 대한 편견을 벗어버리게 하는 경쾌함이다.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듯 독자에게 말을 거는 편안한 화법이다. 슐체는 이러한 화법으로 자신의 이야기에 모두가 느끼지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찰나의 감정을 투영하여 독자에게 공감을 선사한다.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사고투성이인가? 불운으로 가득 찬 여행만으로도 충분한데, 함께 간 연인은 가이드에게 빠져들고 ‘나’는 좌절과 질투에 휩싸인다.(「카이로에서 생긴 일」) 내 앞의 것을 보지 못하고 갖지 못한 것만을 돌아보는 공허한 나날이지만 그래도 우리의 삶은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섣달그믐의 혼란」) 친구들과 떠난 여행에서 사기를 당하고 벌어진 싸움에서 주인노인을 무참히 폭행했지만, 즐거운 휴가여행을 망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무탈하고 안일한 일상을 가장하는 가운데 심적 방해를 받지 않고자 모두가 입을 다물기도 한다. (「밀바, 그녀가 아직 젊었을 때」)
이웃집 아이가 큰 사고를 당하자 이웃으로서 걱정하고 적당한 친절을 보이지만 누군가는 옆집 가족의 비극이 나를 비껴갔음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캘커타」) 첫눈에 반해 자신의 인생을 걸기로 한 사랑의 진짜 정체에 망연자실하기도 하고(「믿음, 사랑, 소망 23번」), 에스토니아 사람 한 명과 독일의 작가 한 명, 그리고 그의 애인이 짐칸에 곰 한 마리를 태우고 숲을 통과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에스토니아, 시골에서」)
희비극적 상황을 감지하는 데 탁월한 잉고 슐체는 『핸드폰』의 열세 개의 이야기에서 사랑의 본질, 이별을 받아들이는 자긍심, 혹은 선물과도 같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작가의 경험이 묻어나와 색다른 배경 속의 색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잉고 슐체는 이 개체적 상황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의 감정을 포착해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목차
1
핸드폰
베를린 볼레로
밀바, 그녀가 아직 젊었을 때
캘커타
2
미스터 나이터코른과 운명
작가와 형이상학
믿음, 사랑, 소망 23번
에스토니아, 시골에서
카이로에서 생긴 일
비문학 또는 일요일 저녁의 현현
3
섣달그믐의 혼란
그날 밤, 보리스의 집에서
또 한 편의 이야기
옮긴이의 말
수록 작품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