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통합
- 개인저자
- 김학노 지음
- 발행사항
- 서울 : 사회평론아카데미, 2018
- 형태사항
- 490 p. ; 23 cm
- ISBN
- 9791188108626
- 청구기호
- 340.911 김91나
- 서지주기
- 참고문헌(p. 455-477)과 색인수록
소장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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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한마디로 격변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냉온탕을 오가는 남북미 관계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한반도 평화와 통합의 길목에는 이번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재검토 사태와 같이 무수히 많은 혼란과 난관들이 가로놓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마음 졸이며 일희일비해야 할까. 남북 통합의 원칙과 방향, 나아갈 비전이 있다면 좀더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신간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통합』이 남북 평화통합의 길에 작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목적은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북한이 함께 준수할 원칙과 방향을 수립하고 이론적 개념에 기반한 비전을 모색하는 데 있다.
원칙과 미래상의 부재, 규범과 비전의 결여로 남북한 관계는 적대와 교류협력 사이를 오가고, 우리 사회 내 남남갈등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남북한의 관계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양상이 되풀이되어온 저간의 역사는 남북한 정권의 정책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상대방에 대한 자세에서 일관된 철학적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
이 책에서 저자는 ‘서로주체적 통합’을 남북관계의 개선과 통일 추진 과정의 기본 원칙이자 방향으로 정립한다. ‘서로주체’는 ‘홀로주체’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너와 나의 만남의 방식이나 자세를 지칭한다. 서로주체적 만남은 너와 내가 서로의 주체성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동등한 주체로 만난다.
서로주체적 통합의 원칙을 정립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나와 다른, 너무나 다른 상대방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며, 그것이 어디까지 가능한가? 상대방이 나를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데 왜 내가 상대방을 주체로 인정해야 하는가? 상대방이 나의 존속을 위협할 경우 어떻게 서로주체적 관계를 수립할 수 있는가? 이러한 인식을 상대방도 동일하게 갖는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또, 상대방의 주체성에 대한 인정이 주민 개개인의 주체성을 억압하고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주권을 가진 상대방의 내부 문제에 대해서 묵인해야 하는가, 아니면 주민들의 존엄을 위해서 개입해야 하는가?
이와 같은 질문들에 대해서 이 책이 모두 답할 수는 없다. 다만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서로주체적 통합이라는 기본 원칙을 남과 북의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름의 개념과 유형들을 개발해서 남북한 관계의 개선을 위한 방향을 정립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이 책은 2장의 이론적 분석도구를 제외하면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2장에서는 ‘분리-통합’과 ‘홀로주체-서로주체’의 개념을 소개하고 홀로주체적 분리와 통합, 서로주체적 분리와 통합의 네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너와 내가 만나서 형성하는 우리의 외연이 확대되는 것이 통합, 축소되는 것이 분리다. 우리의 외연이 일정한 경우, 너와 나의 만남으로 형성되는 우리가 깊을수록 통합, 얕을수록 분리다. 분단-통일 대신에 분리-통합의 개념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분단-통일이 분단국이라는 특수사례에 국한된 개념인 데 반해 분리-통합은 분단국의 특수사례를 포함하여 매우 일반론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홀로주체적 자세는 상대방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에, 서로주체적 자세는 서로 상대의 주체성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동등한 주체로 만난다.
저자는 홀로주체적 분리와 통합, 서로주체적 분리와 통합의 네 유형을 바탕으로 우리가 갈 길을 세 단계로 생각해보았다.
첫째,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다. 3?4장에서는 ‘서로주체적 통합’을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원칙과 방향으로 수립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3장에서 네 유형의 장단점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서로주체적 통합의 필요성을 입론했다. 먼저 홀로주체적 분리와 홀로주체적 통합의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남과 북이 서로주체적 관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홀로주체적 분리나 통합은 불안정성, 고비용, 국제적 갈등 연루 가능성과 낮은 실현가능성 등 많은 문제가 있다. 특히 홀로주체적 분리는 심각한 ‘분단고통’을 낳고 홀로주체적 통합은 더 심각한 ‘통일고통’을 야기할 수 있다. 우리가 오늘날 겪고 있는 분단고통은 남과 북의 분리 자체보다는 남북 분리의 홀로주체적 성격에서 비롯한다. 홀로주체적 통합은 분단고통 대신 통일고통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저자는 서로주체적 분리보다 서로주체적 통합을 지향해야 할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보다 굳건하고 안정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서로주체적 분리 상태에서 남과 북 사이에 평화를 구축할 수 있겠지만 이는 남북관계라는 평면적 층위에서만 일어난다. 반면에 서로주체적 통합은 남북관계라는 평면적 층위 위에 통합한국이라는 공동주체의 층위를 더하여 중층적으로 평화를 구축한다. 서로주체적 통합에 의해 구축되는 공동주체 속에서 남과 북의 개별주체들 사이에 서로주체적 관계가 유지되고 강화되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중층적 평화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온전한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주체 상실과 주체 분립으로 점철된 우리의 역사 속에서 남과 북의 통합은 잃어버린 주체를 회복하고 분열된 주체를 정상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공동주체를 형성하는 작업이다.
저자는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관계 수립과 통합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서로주체적 관계 수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북한과 통합을 추구해야 하는가’보다 ‘북한에 대해 서로주체적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가’가 더 논쟁적이고 핵심적인 질문이다. 4장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규범적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북한에 대한 홀로주체적 담론의 당위론적 근거를 비판하고 서로주체적 자세의 당위성을 입론했다. 저자는 국제사회에서 제기된 북한에 대한 홀로주체적 자세의 대표적 담론으로 인도주의적 개입론과 선제타격론을 검토했다. 이들은 모두 궁극적으로 ‘정당한 전쟁론’에서 당위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두 차원에서 비판을 제기했다. 일반론적 차원에서, 왈쩌나 롤스 등의 정전론(正戰論)은 강대국과 자유주의의 편향성이 대단히 강하다. 북한이라는 특수 사례에 대해 적용하는 차원에서도, 선제타격론과 인도주의적 개입론 모두 정전론에 의해서 뒷받침되지 못한다. 이 같은 논의를 통해 저자는 북한에 대한 홀로주체적 자세와 담론들의 근본적인 당위론적 근거가 대단히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해 서로주체적 자세를 견지해야 할 당위론적 근거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십자가의 스캔들’이 십자가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볼프의 생각에서 ‘서로주체적 자세의 딜레마’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았다. 마찬가지로 서로주체적 자세의 딜레마도 우리가 서로주체적 자세를 포기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그 속에서 희망과 약속을 발견할 이유다.
이를 바탕으로 입론한 대북 서로주체적 자세의 당위론의 핵심은 ‘정의보다 화해가 우선’하며 ‘도덕보다 관계가 우선’한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도덕적 잣대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홀로주체적 관계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도덕적 잣대의 ‘편파성’과 행위의 ‘환원 불가능성’ 때문이다. 화해와 용서가 이러한 편파성과 환원 불가능성의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그렇다고 정의와 도덕을 무시하고 비도덕적인 불의의 화해와 용서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서로주체적 관계를 유지하는 큰 틀 속에서 도덕적 정의를 실현해가자는 말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남과 북 어느 한쪽의 입장에서 볼 때는 완전하지 않은, 즉 ‘최종적이지 않은 화해’의 실현을 현실적인 목표로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어디쯤 와 있는가? 우리가 지나온 궤적이다. 5?6장에서는 우리의 지나온 길을 검토하고 분석한다. 서로주체적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규범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면, 과연 남북한은 어디쯤 와 있는지 정책과 담론의 두 측면에서 돌이켜본다.
5장에서는 정부 정책 차원에서 우리의 지나온 길을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관계의 발전 정도를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까지) 네 시기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1) 해방 이후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홀로주체적 관계가 강화되었지만, (2) 박정희 대통령의 1970년 평화통일구상 선언을 분기점으로 서서히 서로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는 서로주체적 관계가 태동하였다. 이후 (3) 노태우 정부부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서로주체적 관계가 발전하고 심화되었다. (4)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남북한의 서로주체적 관계에 퇴보가 있었지만, 과거 1970년 이전의 홀로주체적 상태로까지 후퇴하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 이후 다시 서로주체적 관계가 회복될 것을 기대한다.
6장에서는 민간 부문의 통일담론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자세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핀다. 저자는 남한사회의 통일담론이 햇볕정책을 전후하여 크게 분리-통합의 대립 축에서 홀로주체-서로주체의 대립 축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남갈등이 심화되었는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남갈등의 핵심 대립 지점은 북한과 통합을 추구하느냐 분리를 추구하느냐가 아니다. 북한이 적이냐 동포냐, 친북이냐 반북이냐, 햇볕정책 지지냐 반대냐, 민족공조냐 한미공조냐 등도 아니다. 기존의 연구와 달리 저자는 햇볕정책 이후 통일담론의 기본 대립 전선은 대북관(친북-반북)이나 대북정책(포용-적대) 또는 좌우이념(진보-보수)이 아니라 대북자세(홀로주체-서로주체)에 있다고 주장한다.
셋째, 어떻게 갈 것인가? 나아갈 길에 대한 구체적인 모색이다. 7?9장에서는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통합을 위해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남북관계, 국제정치, 국내정치의 세 차원에서 구상해보았다. 남북관계의 차원(7장)에서는 ‘정치와 경제의 병행전략’에서 더 나아가 ‘정치통합과 경제통합의 병행전략’을 취할 것을 제안한 다음, 서로주체적 통합의 모습을 체제통합과 사회통합의 두 차원으로 나누어서 그렸다. 체제통합은 다시 남북 사이의 수평적 차원과 남과 북 및 통합한국 사이의 입체적 차원으로 구별했다.
남과 북의 수평적 차원에서 서로주체적 통합은 동체(同體), 동등(同等), 동존(同存)의 원칙을 구현해야 한다. 즉 (1)남과 북이 서로 상대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통합의 기본 단위이자 자신과 동일한 주체로 받아들이고(동체의 원칙), (2)홀로주체적 방식을 지양하고 대화를 통해 동등하게 합의를 모색하는 과정을 제도화하고(동등의 원칙), (3)궁극적으로 남과 북의 관계를 적대적 대치에서 평화적 공존으로 바꾸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나가도록 한다(동존의 원칙). 이 원칙들을 구현하기 위해 (1)남과 북의 관계정상화(남북기본합의서를 남북기본조약으로 대체), (2)남과 북 사이의 정부 간 대화기구의 제도화(부문별 및 총체적 정부 간 협의기구), (3)남과 북의 평화공존체제 구축(남북평화협정 체결) 등을 제안했다.
입체적 차원에서는 소아(개별주체=남과 북)와 대아(공동주체=통합한국)가 함께 주체적으로 공존하는 ‘복합통합체제’의 구축을 제안했다. 남과 북이 공존하면서 그 위에 새로운 공동의 초국가적 기구와 공간을 마련하는 구상이다. 남과 북이 ‘둘(남과 북)이면서 하나(통합한국)’이며 ‘개별성(복수성=남과 북)과 공동성(단일성=통합한국)’을 동시에 갖고 있는 방식이다. 남과 북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중립화나 혼합체제도 아니다. 혼합체제가 남과 북이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는 것이라면, 복합통합체제는 남과 북이 각자 자기 자리에 있고 공동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남과 북이 개별성을 유지하면서 공동주체를 복층으로 구축해나가는 복합체제다. 이 책에서는 체제통합의 가장 중심이 되는 정치와 경제 체제의 서로주체적 통합의 밑그림을 복합국가체제와 복합경제체제로 그려보았다.
국제정치 차원(8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를 개관하고, 복합통합외교의 모습을 그려본 다음, 북미관계 개선 문제를 검토했다.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통합을 위해 국제정치 차원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이 바로 북미관계 개선이다. 복합통합외교에도 북한이 한 축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북미관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유의할 점은 북미관계의 문제를 북한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 것이다. 서로주체적 시각에서 남북한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북한의 변화를 미리 전제하지 않듯이, 북미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도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 북미관계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북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다르다. 후자가 상대방에서 문제점을 찾는 홀로주체적 자세인 반면, 전자는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 속에서 문제점을 찾는 서로주체적 자세다. 북핵문제도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의 문제설정 속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선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하여 기존의 대화채널과 합의사항을 복원하고,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를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차원의 공동문제와 연계하여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시아 비핵무기 지대화와 동북아시아 차원의 안보 및 평화 체제 구상과 한반도 비핵화를 연계시키는 방안이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북미관계의 개선에서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야말로 남한이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아서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핵심이다.
끝으로, 국내정치 차원(9장)에서는 남한 내부에서 서로주체적 통합 방안과 원칙이 지적·도덕적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보았다. 남북한의 서로주체적 통합의 원칙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국내정치 차원이다. 남북관계 차원에서 나왔던 많은 질문들이 국내정치 차원에서 다시 제기될 수 있다. 남북한의 관계 개선과 통일을 위한 원칙으로 서로주체적 통합을 추구할 때 국내에서 이에 대한 합의 기반이 취약하면 그 원칙을 지탱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남한과 북한 사회 내부에서 남북의 서로주체적 통합 원칙에 대한 지지 기반을 넓히고 굳건하게 할 필요가 있다. 서로주체적 통합의 원칙은 홀로주체적인 상대방(북한)도 설득해야 하지만 남한 사회 내의 홀로주체적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설득해야 하는 이중의 난제를 가지고 있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이 책은 기존의 담론들과 달리 우리가 통일을 왜 추구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떤 유형과 방식의 통일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본적인 원칙을 수립하고 그것을 우리가 지향할 방향으로 제시한다. 이로써 통일 문제에 대한 학문적·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질 것을 기대한다.
또한 이 책은 ‘분단-통일’의 특수론적 시각 대신 ‘분리-통합’의 일반론적 시각에서 남북한 관계와 통일 문제에 접근한다. 우리는 통일 문제를 분단국에 국한된 문제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가 사용해온 분단-통일 개념 자체가 분단국이라는 특수 사례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이 책에서 사용하는 분리-통합 개념은 기존의 분단-통일 개념의 특수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서 보다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보게 해준다.
다음으로, 남북한 관계의 개선에 기여하고자 한다. 남북한이 홀로주체적 자세로 만나는 한 적대적 대립과 일방적 흡수통일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통일이 안 되어도 문제고 통일이 되어도 문제다. 남북한이 서로주체적으로 만날 때 비로소 평화와 우애를 나눌 수 있다. 이 연구는 서로주체적 관계 중에서도 분리가 아닌 통합을 구현할 비전을 제시한다. 이로써 평화공존의 기본 토대를 굳건히 하는 동시에 남북한의 새로운 공동주체를 수립하는 데 이바지하려 한다. 아울러 북한의 체제붕괴와 같은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도 일관된 원칙에 입각한 자세를 유지하고 대처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남남갈등의 완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기존의 연구는 남남갈등의 주요 원인을 좌파와 우파의 대립, 진보와 보수의 대립, 햇볕정책(대북포용정책) 대 반(反)햇볕정책(대북강경정책)의 대립 등에서 찾는다. 이 책은 이와 달리 홀로주체적 자세와 서로주체적 자세의 대립이야말로 남북한의 갈등뿐만 아니라 남남갈등의 주요 요인이라고 본다. 우리가 서로주체적 통합의 원칙을 견지할 경우 홀로주체적인 북한으로 하여금 어떻게 서로주체적 관계에 합의하도록 할 것인가에 관해 고민해야 하듯이, 홀로주체적 대북 자세를 갖고 있는 우리 사회 내의 주류세력으로 하여금 어떻게 서로주체적 자세를 갖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 연구는 이런 문제들에 천착함으로써 남남갈등의 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목차
책을 내며
제1장 문제 제기
I. 목적
II. 의도
III. 구성
제2장 분석틀
I. 개념 및 유형
II. 기존 연구와의 비교
제3장 원칙과 방향(1): 서로주체적 통합의 필요성
I. 여는 말
II. 왜 서로주체적이어야 하는가?
1. 홀로주체적 분리의 문제점
2. 홀로주체적 통합의 문제점
III. 왜 통합을 지향해야 하는가?
1. 서로주체적 분리의 한계
2. 중층적 평화의 구축
3. 온전한 주체성의 회복
제4장 원칙과 방향(2): 서로주체적 통합의 당위성
I. 여는 말
II. 악에 대한 정당한 전쟁?
1. 대북 선제공격론 및 인도주의적 개입론
2. 정당한 전쟁 이론
3. 비판
III. 왜 악을 사랑해야 하는가?
1. 서로주체적 자세의 딜레마 vs. 홀로주체적 관계의 악순환
2. 정의보다 화해가 우선한다
3. 최종적이지 않은 화해와 정의
제5장 지나온 길(1): 남북관계의 변천?정책
I. 여는 말
II. 기존 연구 검토
III. 홀로주체적 관계의 형성과 강화: 분단~1960년대
IV. 서로주체적 관계의 태동: 1970년대~1980년대 중반
V. 서로주체적 관계의 발전: 1980년대 후반~ 2000년대 중반
VI. 서로주체적 관계의 후퇴: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중반
제6장 지나온 길(2): 대북자세의 변천?담론
I. 여는 말
II. 기존 연구 검토
III. 햇볕정책 이전: 분리 대 통합
1. 분리주의 대 통합주의: 남북연석회의
2. 홀로주체적 분리 대 서로주체적 통합: 2공화국
3. 서로주체적 분리 대 홀로주체적 통합: 1980년대
IV. 햇볕정책 이후: 홀로주체 대 서로주체
1. 북한론 대 남북관계론
2. 바른 통일론 대 합의통일론
3. 분리와 통합의 분화
4. 상호 비판
5. 헤게모니 지형
제7장 나아갈 길(1): 남북관계 차원
I. 여는 말
II. 남과 북의 통합 접근
III. 서로주체적 체제통합
1. 수평적 서로주체성
2. 입체적 서로주체성
IV. 서로주체적 사회통합
1. 중층적 시민 정체성
2. 화해의 정치
제8장 나아갈 길(2): 국제정치 차원
I. 여는 말
II. 미중관계와 한반도 문제
1. 미중관계
2. 미국과 중국의 대 한반도 입장
III. 복합통합외교 구상
1. 강대국 국제정치와 복합통합외교
2. 중립화 통일방안과의 비교
IV. 북한 끌어들이기
1. 북미관계의 ‘이상한 공식’
2. 북핵문제
3. 북미관계 개선을 향하여
제9장 나아갈 길(3): 국내정치 차원
I. 여는 말
II. 정치사회 차원의 서로주체성
1. 남한 국내 정치의 중요성
2. 정치사회의 서로주체적 관계 확립
III. 시민사회 차원의 서로주체성
1. 시민사회 세력관계의 중요성
2. 시민사회의 서로주체적 관계 확립
제10장 종합
I. 요약
II. 우리가 ‘하지 않은’ 일들과 ‘해야 할’ 일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