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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시도와 물음, 그것이 나의 모든 행로였다
니체 스스로 자신의 철학에 입문하려는 초심자에게 가장 먼저 읽으라 권한 책 《선악의 저편》
우리는 지금 그 입구에 서 있다!
이 책은 미래 철학, 즉 도래하는 것의 징후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나는 나를 어디까지 기다려보았는가.
나는 나를 어디까지 시도해보았는가.
나를 극복한 곳이 나를 드러내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의 특이성, 나의 독특성이 드러난다.
그때만이 우리는 “나의 판단은 나의 판단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니체가 말하는 삶의 법칙으로서 ‘자기극복’이다.
1. 고병권과 함께 니체의 《선악의 저편》을 읽다
“더 강하게, 더 악하게, 더 깊게, 하지만 더 아름답게!”
어느 날 문득, 마음속에 ‘니체’라는 이름이 떠오를 때 질문 하나가 뒤이어 온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지?’ 니체는 뭇사람의 마음을 헤아린 듯 이야기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내적 토대를 갖추지 못한 이라면 읽기 어려운 책이므로, “가장 광범위하고 중요한 저작인 《선악의 저편》과 《도덕의 계보》에서부터 시작하라”고.
《다이너마이트 니체》는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게 ‘니체로 가는 길’을 보여준 철학자 고병권이 《선악의 저편》을 강독한 책이다. 철학자 고병권에게 《선악의 저편》은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종합무술훈련장, 곧 ‘도장道場’ 같은 곳이었다. 2014년 저술한 《언더그라운드 니체》가 원숙한 사상가, 근거들의 근거 없음을 드러내는 ‘탐구자’를 다룬 책이라면, 《다이너마이트 니체》는 시도와 물음, 준비와 단련을 통해 메시아를 기다리는 ‘선지자’의 모티브를 띤 책이다. ‘언니’(언더그라운드 니체)가 급진적이면서도 알려지지 않은 진짜 니체의 면모를 부각하고, 심연으로 내려가는 운동이었다면, ‘다니’(다이너마이트 니체)는 ‘가장 높은 곳에 마련된 식탁’에 다다르기 위해 위로 올라가고, 온갖 훈련을 통해 마치 “살갗이 햇볕에 그을리듯” 점점 고양되는 정서를 담고 있다.
2. 고병권과 니체, 그리고 철학
《선악의 저편》 ‘강독’이라 이름 붙이긴 하였으나 단순히 니체의 말을 뜻풀이한 책이 아니다. 《선악의 저편》의 내용을 충실히 따라감은 물론이지만, 니체가 보여준 비평을 통해 깨달은 고병권 역시 보게 된다.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면 이 책은 ‘고병권과 철학’이 드러나는 장소이다. 그는 니체의 텍스트를 ‘해석’해나가면서 품고 있던 사유의 씨앗들을 내비친다. 민주주의란 철학이란 국가란 공동체란 무엇인가, 철학자란 누구인가, 퍼스펙티브들에 대한 퍼스펙티브, 근거들의 근거 없음, 새로운 군주론, 전태일…. 그의 모든 이야기 속에는 철학이란, 공부란 어떻게든 잘 사는 법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내 삶을 가꾸고 변형해가는 행함의 문제라는 것이 내포돼 있다. 인식과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니라 사건 속에서 배우기를, 또 배움이 사건이기를 그는 바란다.
3. 나는 인간이 아니다. 나는 다이너마이트다
근거를 철저하게 비판하고, 도래할 것을 암시하기
니체는 《선악의 저편》 부제를 ‘미래 철학의 서곡’으로 삼고, “본질적으로 현대성에 대한 비평(비판)”이라 정의했다. 즉 새로운, 도래할 철학자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이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것, 우리 시대, 우리 주변을 예리하게 파악하”며, “당대 철학, 종교, 학문, 예술, 정치를 강하게 비판”한다. 노골적인 냉혹함과 무자비함으로 무장하고서 마치 독자에게 문장을 ‘체험’할 것이 아니라면, 도망치라고 하는 듯하다. 단단히 각오가 되지 않은 자, 여기서 돌아가라!
니체의 비평이란 사유의 뿌리, 그 근거까지 내려가 근거 없음을 드러내는 일이므로, 당대에 커다란 정신적 긴장을 만들어낸다(그에 비해 현대인은 긴장을 품지 못하고 쉽게 방출하고 해소하려고만 한다). 니체는 이를 ‘활시위’에 비유했으며,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다이너마이트’라 부른다. 다이너마이트의 핵심은 폭발이 아니라 응축에 있다. 엄청난 긴장과 폭발력을 한없이 쌓아가는 것, 당대 활시위를 그 뿌리까지 당기는 것, 우리 시대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 시대로부터 가장 먼 곳을 겨냥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변형시킬 때까지.
4. 진리가 여성이라면, 플라톤은 매력적일까
모든 철학은 철학자의 자기고백이다
니체는 ‘진리’가 무엇인가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는 진리에 다가가는 철학자들의 ‘독단적’ 태도를 비판한다. 여기서 니체 철학의 방법론이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진리가 아니라 진리에 다가가는 태도, 곧 사랑이다. 객관적 정신으로 낱낱이 파헤치려 하거나 진지함과 무례함으로 집요하게 파고들거나 진리를 소유하려는 태도….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섬세함을 잃어버린 자의 자세를 비판한다.
두 번째로 그가 강조하는 것은 ‘퍼스펙티브’다. 플라톤은 진리를 위해 단 하나의 올바른 눈만을 허용했다. 그러나 니체는 그런 보편적이고 초월적인 눈은 없다고 생각한다. 유일한 퍼스펙티브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병들고 지친, 나약함의 징후다. 모든 생명은 고유의 퍼스펙티브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한 철학자가 자기 진리를 유일하다고 말할 때조차 그는 자기의 퍼스펙티브로 대상을 포착한 것이다. 그러므로 관건은 얼마나 무수한 퍼스펙티브를 가질 수 있느냐이다. 니체는 현대를 비평하기 위해 고대적 퍼스펙티브를 끌어오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오류도 활용하며, 건강할 때에는 건강한 자의 퍼스펙티브를, 아플 때에는 아플 때에만 얻을 수 있는 자기의 다양한 퍼스펙티브를 자랑스러워했다. 고병권은 니체 철학을 통해 ‘퍼스펙티브에 대한 퍼스펙티브’의 차원을 논한다. 누군가 어떤 진리를 가치 있다고 평가할 때, 그 가치평가에 대한 가치평가를 해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이것은 우리의 관습, 전통, 법 등을 뛰어넘는 일이므로 물론 위험하다. 하지만 이 일을 감행하는 철학은 그것만으로도 미-추, 선-악, 진리-오류의 저편에 서게 된다.
세 번째로 니체는 철학과 도덕에는 그것을 이끄는 충동들이 자리한다고 밝힌다. 여기서 우리는 철학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을 넘어, 그 철학을 꺼내 든 철학자의 충동과 의지를 읽어내야 한다. 나아가 그 철학과 도덕을 절대적이고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 아니라 ‘기호’로 간주하고 그것이 ‘무엇을 산출해내느냐’, 곧 누군가를 온순한 양으로 만들었느냐, 아니면 맹수로 만들었느냐를 살펴야 한다. 병적이고 나약하게 만들었느냐 대 건강하고 강하게 만들었느냐, 즉 어떤 인간형을 육성하느냐를 비평해야 한다.
5. 근대를 지배하는 기본 정서는 공포와 불안이다
노예의 도덕 vs. 귀족의 도덕
현대는 무리동물과 노예, 그리고 평범성을 기르는 사회다. 니체는 현대에서 선하다고 일컬어지는 ‘도덕’의 모체는 사실상 ‘이웃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했음을 밝히고, 정상인을 연구하면 한 편의 연극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인간을 떼 가축, 가축화된 동물로 기르는 현대성에 맞서 니체가 말하는, 우리가 육성해야 할 ‘강자’, ‘귀족’, ‘고귀한 자’, ‘미래의 철학자’는 누구인가? 고귀한 자들이 나쁘다고 말하는 유형은 무리동물이 말하는 악과 다르다. 고귀한 자에게 ‘나쁘다’는 평민적인 것, 소박한 것이며, 자기 취향이 없는 말(지식) 등을 내뱉고 잡다하게 쌓아두는 교양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노예는 자신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부정하면서 선과 악, 도덕을 정립한다. 또한 타인의 평가에 몸을 내맡기고 동정을 구하고 연민에 감사하며 수치스러움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진통제, 마취제가 필요할 뿐이다.
귀족적 강자는 다르다. 그는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는 입법자, 명령하는 자이다. 강자는 서로를 믿고 자기 역량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더 강하고 깊어지기 위해 폭발력을 응축하듯 혹독하게 훈련한다. 우리는 이 자유정신의 소유자,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주권자, 책임질 수 있는 자들이 본능처럼 획득되고 유전되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인간을 양육해야 한다. 하지만 주의하자! 강자가 오만하다는 것은 착각이다. 그들은 높은 것을 보면 경외심을 갖고 그렇게 되려 하며 자신과 동등한 자들, 나만큼 독특한 자와의 우정을 쌓는다. 이것이 ‘귀족들의 천체역학’이다.
6. 사건으로서 책, ‘다이너마이트 니체’
이 책의 디자인에 관하여
이 책의 표지에는 제목이 없다. 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꺼내는 모험을 한 것이다. 텍스트를 담는 그릇으로서 책은 물론이고, 한 발 더 나아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자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사건으로서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천년의상상은 그동안 책날개를 접어 책갈피로 삼거나(2015년 5월 이후 발간하는 책에 적용하고 있다), 표지에 형광물질을 입혀 야광으로 빛나게 하거나(《열정에 기름붓기》), 책 본문 각 페이지의 일러스트를 이으면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되도록 하거나(《진중권의 생각의 지도》), 표지에 구멍을 내 액자 형식을 취하고 네 가지 판본으로 만들거나(《마음의 서재》), 하나의 표지를 세 가지 색으로 변주하는(《언더그라운드 니체》) 등 여러 실험을 계속해왔다.
목차
지은이의 말
서장 비평 혹은 기다림에 대하여
01 미래 철학의 서곡
02 플라톤주의에 대한 투쟁 ― 진리가 여성이라면
03 현대성에 대한 비평 ― 가능한 시대에 밀착해서, 가능한 시대로부터 멀리
제1장 개구리의 퍼스펙티브
01 인식 배후의 충동 ― 앎의 의지
02 철학자들의 편견
03 퍼스펙티브적인 것 ― 이것은 해석이지, 텍스트가 아니다
04 ‘어쩌면’ ― 도래하는 철학자의 부사
제2장 빛의 외투를 걸친 은둔자
01 철학자에게 건네는 충고
02 스타일, 템포, 뉘앙스
03 철학자의 권리와 양심
04 힘에의 의지
05 도래할 소수를 위하여
제3장 악순환인 신
01 십자가에 매달린 신
02 기독교라는 독특한 정신 유형
03 오늘날 종교적 인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04 종교의 고귀한 용법 ― 도래하는 철학자의 경우
05 영원히 돌아오고 영원히 태어나다
제4장 간주곡 ― 이행을 준비하며 잠시 머물기
01 간주곡으로 울려 퍼지는 경구들
02 변주곡 ― Tribute to Nietzsche
제5장 인간 양육술
01 도덕을 읽는다는 것 ― 도덕 감각과 도덕학
02 자연의 도덕적 명령 ― “복종하라, 그렇지 않으면 파멸할 것이다.”
03 우리는 거짓말에 익숙하다
04 두려움으로서 도덕
05 새로운 군주론 ― 훈련과 육성의 시도
제6장 철학자라고 하는 것
01 철학의 비참 ― 잔재로서 철학
02 매력 없는 학자들
03 회의주의자와 비판가
04 미래의 철학자 ― 가치의 창조자
제7장 위계질서
01 덕에 있어 ‘우리’의 진보
02 역사라는 이름의 의상보관실
03 ‘우리’의 ‘덕’은 다르다
04 저 영원하고 무서운 근본텍스트
05 여성 ― 아, 이 위험하고 아름다운…
제8장 우리 ‘선한 유럽인들’
01 생성 중인 유럽인
02 독일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03 유럽 민족들의 미덕 혹은 악덕
04 미래의 유럽인들 ― 광기 어린 민족주의를 넘어서
제9장 가장 높은 곳에 마련된 식탁
01 거리의 파토스
02 귀족의 도덕과 노예의 도덕
03 위계에 대한 본능
04 심리학자의 우울 ― 고귀한 것의 몰락
05 고귀한 자여, 그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06 철학하는 신 ―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후곡 ― 높은 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