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카이로스총서 25
리듬분석: 공간, 시간, 그리고 도시의 일상생활
- 대등서명
- Eléments de rythmanalyse
- 발행사항
- 서울 :,갈무리,,2013
- 형태사항
- 276 p. : 삽화, 초상 ; 20 cm
- 총서사항
- 카이로스총서
- ISBN
- 9788961950664 9788986114638(세트)
- 청구기호
- 166.8 르843ㄹ
- 서지주기
- 권말부록: 리듬분석 프로젝트 ; 지중해 도시들에 대한 리듬분석 시도
- 키워드
- 프랑스철학, ELEMENTS, RYTHMANALYSE, 리듬분석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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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9383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9383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형성 중인 새로운 과학으로서 리듬분석
르페브르는 이 책의 목표가 “리듬들을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과학, 실천적 방안을 포함한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정초하는 것”이라고 「서론」에서 밝힌다. 리듬분석이라는 말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가스통 바슐라르에게서 가져오는데, 바슐라르는 포르투갈의 작가 두스 산투스에게서 이 말을 빌려 썼다고 한다. 이 새로운 과학은 신학과 자연철학, 철학과 근대 과학의 분리가 조각낸 지식을 새롭게 융합하고자 하는 학제적 성격을 띤다. “물리학, 생리학, 사회과학의 접점에, 일상의 한복판에” 리듬분석이 위치한다.
리듬분석은 데카르트적 전통의 서양 철학에서 ‘생각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그간 골칫거리로 치부되었던 ‘감각적인 것’을 우월한 지위에 재등극시킨다. 리듬분석은 부동인 것처럼 보이는 사물조차 각자의 리듬을 품고 있음을 드러낸다. 어둠이 내린 정원의 표면을 주의 깊게 청취하면 식물들, 바람, 사물들이 연주하는 교향악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리듬분석가의 역할은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수많은 리듬의 다발 속에서 특정한 리듬들을 포착하고 변형시키는 것이다. 리듬들을 포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힘을 운동 속에 투입한다는 점에서 리듬분석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예술가, 시인에 가깝다. 체험과 인식의 일치를 위해 평생 동안 노력했던 르페브르는, 사유란 사용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복은 차이를 생산한다
“반복은 차이를 생산한다.”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을 연상시키는 이 구절은 『리듬분석』의 전제 중 하나이다. 르페브르에게 리듬은 시간, 특히 반복에 대한 이해와 분리할 수 없는 무엇이다. 우리의 일상은 각종 반복들로 채워져 있다. 반복은 동일한 것의 무한복제가 아니라고 르페브르는 말한다. 일상생활, 의례, 축제, 규칙, 법 등 모든 반복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이 틈입하는데, 그것이 차이이다. 리듬분석가의 과제는 리듬이라는 개념 속에 이미 내포된 차이와 반복의 창조적 관계를 포착하고 그것이 더 많은 새로움으로 나아가도록 변형시키는 것이다.
주되게는 두 종류의 반복의 상호간섭이 일상을 구성한다. 선형적 반복은 자본과 국가가 주도하는 노동의 조직화에 종속된 반복, 예컨대 취침, 기상, 출근, 퇴근 등이다. 선형적 반복은 시계의 시간, 양화된 시간에 맞춰져 있다. 이보다 근본적인 것은 낮과 밤, 달과 계절들 같은 순환적 반복이다. 순환적 반복은 우리의 일상을 흐르는 우주적 리듬/생명의 리듬/생체적 리듬이다. 선형적 반복/순환적 반복의 이중 척도가 현대의 일상생활에 시간을 부여하는 근거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시간의 사용을 둘러싼 격렬하면서도 비가시적인 자본주의의 전투가 벌어진다.
시간과 공간을 ‘다르게’ 그리고 ‘함께’ 사고하는 것
르페브르가 평생 몰두했던 과제 중 하나는 시간과 공간을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것이었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그의 책 『공간의 생산』(에코리브르, 2011)도 시간론으로 경도된 맑스주의를 공간론을 통해 새롭게 하려는 시도였다. 이 책 『리듬분석』 또한 시간-공간의 변증법적 이해를 위한 여정의 일환이다. 르페브르는 리듬 개념이 그러한 이해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에 대한 르페브르의 관심은 니체와 마찬가지로 음악으로부터 비롯된다. 그 자신 역시 상당한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갖춘 음악가였고 베토벤과 슈만을 사랑했으며, 쇤베르크 등 아방가르드 음악가들에게도 관심이 있었다. 르페브르는 “음악의 일반이론이 존재하는가? 리듬은 연구되었는가?”라고 질문한 뒤, 음악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이해방식을 제안한다.
그는 “멜로디-하모니-리듬”의 3항으로 음악을 이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중에서 리듬이 가장 중요한 항이라고 보았다. 멜로디, 하모니, 리듬 모두 시간과 관련이 있다. 멜로디는 “음들이 시간적 연쇄 속에 차례로 배열된 것”이고, 하모니는 “동시에 울리는 음들”이며, 리듬은 “음들의 위치와 상대적 길이”이다. 음악은 계산과 측정으로 환원되는 수학적 모델에 대한 대안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양화된 시간 개념을 거부하고 ‘측정불가능한 것’, ‘체험된 것’으로 시간을 이해하려는 르페브르의 분석에 있어 핵심적이다.
교향곡을 감상하듯, 집, 길, 도시를 듣는 것이 가능하다
“리듬분석은 ‘도시의 불가사의’를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도시는 국가와 자본의 선형적 리듬이 결집된 장소이기 때문에 르페브르에게 도시는 일상적 혁명의 장소였다.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구획 짓고, 일상과 몸을 소외시키는 자본주의와는 다른 무언가를 향해가기 위해서 리듬분석가는 도시에 개입해야 한다.
3장 「창문에서 바라본 광경」과 부록에 실린 「지중해 도시들에 대한 리듬분석 시도」에서 도시의 교향곡을 듣고 분석하는 리듬분석가 르페브르의 구체적인 작업들을 확인할 수 있다. 르페브르는 파리의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건축물, 도로, 차량, 군중들의 리듬들을 읽는다. 리듬을 읽는다는 것은 보이는 것의 표면(현재)을 넘어 존재의 심연(현전)으로 시선을 가져가는 것이다. 예컨대 파리의 광장에 대한 청취를 통해 초현대성과 전통에 대한 의고주의를 동시에 지배전략으로 취하는 국가권력의 리듬과, 그 이면에 흐르는 자본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몇 십 미터 거리를 두고 대한문과 현대적인 서울시청 건물이 공존하는 서울의 중심부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관광객들은 도시에서 어떠한 리듬을 만들어 내는 존재인가? 화려한 신축 건축물들의 스펙타클 이면에 어떤 자본의 흐름이 작동하고 있는가? 이처럼 르페브르의 사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에 대한 무수히 많은 질문과 분석을 자극한다.
형성 중인 새로운 과학으로서 리듬분석
르페브르는 이 책의 목표가 “리듬들을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과학, 실천적 방안을 포함한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정초하는 것”이라고 「서론」에서 밝힌다. 리듬분석이라는 말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가스통 바슐라르에게서 가져오는데, 바슐라르는 포르투갈의 작가 두스 산투스에게서 이 말을 빌려 썼다고 한다. 이 새로운 과학은 신학과 자연철학, 철학과 근대 과학의 분리가 조각낸 지식을 새롭게 융합하고자 하는 학제적 성격을 띤다. “물리학, 생리학, 사회과학의 접점에, 일상의 한복판에” 리듬분석이 위치한다.
리듬분석은 데카르트적 전통의 서양 철학에서 ‘생각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그간 골칫거리로 치부되었던 ‘감각적인 것’을 우월한 지위에 재등극시킨다. 리듬분석은 부동인 것처럼 보이는 사물조차 각자의 리듬을 품고 있음을 드러낸다. 어둠이 내린 정원의 표면을 주의 깊게 청취하면 식물들, 바람, 사물들이 연주하는 교향악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리듬분석가의 역할은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수많은 리듬의 다발 속에서 특정한 리듬들을 포착하고 변형시키는 것이다. 리듬들을 포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힘을 운동 속에 투입한다는 점에서 리듬분석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예술가, 시인에 가깝다. 체험과 인식의 일치를 위해 평생 동안 노력했던 르페브르는, 사유란 사용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복은 차이를 생산한다
“반복은 차이를 생산한다.”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을 연상시키는 이 구절은 『리듬분석』의 전제 중 하나이다. 르페브르에게 리듬은 시간, 특히 반복에 대한 이해와 분리할 수 없는 무엇이다. 우리의 일상은 각종 반복들로 채워져 있다. 반복은 동일한 것의 무한복제가 아니라고 르페브르는 말한다. 일상생활, 의례, 축제, 규칙, 법 등 모든 반복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이 틈입하는데, 그것이 차이이다. 리듬분석가의 과제는 리듬이라는 개념 속에 이미 내포된 차이와 반복의 창조적 관계를 포착하고 그것이 더 많은 새로움으로 나아가도록 변형시키는 것이다.
주되게는 두 종류의 반복의 상호간섭이 일상을 구성한다. 선형적 반복은 자본과 국가가 주도하는 노동의 조직화에 종속된 반복, 예컨대 취침, 기상, 출근, 퇴근 등이다. 선형적 반복은 시계의 시간, 양화된 시간에 맞춰져 있다. 이보다 근본적인 것은 낮과 밤, 달과 계절들 같은 순환적 반복이다. 순환적 반복은 우리의 일상을 흐르는 우주적 리듬/생명의 리듬/생체적 리듬이다. 선형적 반복/순환적 반복의 이중 척도가 현대의 일상생활에 시간을 부여하는 근거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시간의 사용을 둘러싼 격렬하면서도 비가시적인 자본주의의 전투가 벌어진다.
시간과 공간을 ‘다르게’ 그리고 ‘함께’ 사고하는 것
르페브르가 평생 몰두했던 과제 중 하나는 시간과 공간을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것이었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그의 책 『공간의 생산』(에코리브르, 2011)도 시간론으로 경도된 맑스주의를 공간론을 통해 새롭게 하려는 시도였다. 이 책 『리듬분석』 또한 시간-공간의 변증법적 이해를 위한 여정의 일환이다. 르페브르는 리듬 개념이 그러한 이해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에 대한 르페브르의 관심은 니체와 마찬가지로 음악으로부터 비롯된다. 그 자신 역시 상당한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갖춘 음악가였고 베토벤과 슈만을 사랑했으며, 쇤베르크 등 아방가르드 음악가들에게도 관심이 있었다. 르페브르는 “음악의 일반이론이 존재하는가? 리듬은 연구되었는가?”라고 질문한 뒤, 음악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이해방식을 제안한다.
그는 “멜로디-하모니-리듬”의 3항으로 음악을 이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중에서 리듬이 가장 중요한 항이라고 보았다. 멜로디, 하모니, 리듬 모두 시간과 관련이 있다. 멜로디는 “음들이 시간적 연쇄 속에 차례로 배열된 것”이고, 하모니는 “동시에 울리는 음들”이며, 리듬은 “음들의 위치와 상대적 길이”이다. 음악은 계산과 측정으로 환원되는 수학적 모델에 대한 대안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양화된 시간 개념을 거부하고 ‘측정불가능한 것’, ‘체험된 것’으로 시간을 이해하려는 르페브르의 분석에 있어 핵심적이다.
교향곡을 감상하듯, 집, 길, 도시를 듣는 것이 가능하다
“리듬분석은 ‘도시의 불가사의’를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도시는 국가와 자본의 선형적 리듬이 결집된 장소이기 때문에 르페브르에게 도시는 일상적 혁명의 장소였다.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구획 짓고, 일상과 몸을 소외시키는 자본주의와는 다른 무언가를 향해가기 위해서 리듬분석가는 도시에 개입해야 한다.
3장 「창문에서 바라본 광경」과 부록에 실린 「지중해 도시들에 대한 리듬분석 시도」에서 도시의 교향곡을 듣고 분석하는 리듬분석가 르페브르의 구체적인 작업들을 확인할 수 있다. 르페브르는 파리의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건축물, 도로, 차량, 군중들의 리듬들을 읽는다. 리듬을 읽는다는 것은 보이는 것의 표면(현재)을 넘어 존재의 심연(현전)으로 시선을 가져가는 것이다. 예컨대 파리의 광장에 대한 청취를 통해 초현대성과 전통에 대한 의고주의를 동시에 지배전략으로 취하는 국가권력의 리듬과, 그 이면에 흐르는 자본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몇 십 미터 거리를 두고 대한문과 현대적인 서울시청 건물이 공존하는 서울의 중심부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관광객들은 도시에서 어떠한 리듬을 만들어 내는 존재인가? 화려한 신축 건축물들의 스펙타클 이면에 어떤 자본의 흐름이 작동하고 있는가? 이처럼 르페브르의 사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에 대한 무수히 많은 질문과 분석을 자극한다.
르페브르는 이 책의 목표가 “리듬들을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과학, 실천적 방안을 포함한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정초하는 것”이라고 「서론」에서 밝힌다. 리듬분석이라는 말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가스통 바슐라르에게서 가져오는데, 바슐라르는 포르투갈의 작가 두스 산투스에게서 이 말을 빌려 썼다고 한다. 이 새로운 과학은 신학과 자연철학, 철학과 근대 과학의 분리가 조각낸 지식을 새롭게 융합하고자 하는 학제적 성격을 띤다. “물리학, 생리학, 사회과학의 접점에, 일상의 한복판에” 리듬분석이 위치한다.
리듬분석은 데카르트적 전통의 서양 철학에서 ‘생각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그간 골칫거리로 치부되었던 ‘감각적인 것’을 우월한 지위에 재등극시킨다. 리듬분석은 부동인 것처럼 보이는 사물조차 각자의 리듬을 품고 있음을 드러낸다. 어둠이 내린 정원의 표면을 주의 깊게 청취하면 식물들, 바람, 사물들이 연주하는 교향악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리듬분석가의 역할은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수많은 리듬의 다발 속에서 특정한 리듬들을 포착하고 변형시키는 것이다. 리듬들을 포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힘을 운동 속에 투입한다는 점에서 리듬분석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예술가, 시인에 가깝다. 체험과 인식의 일치를 위해 평생 동안 노력했던 르페브르는, 사유란 사용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복은 차이를 생산한다
“반복은 차이를 생산한다.”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을 연상시키는 이 구절은 『리듬분석』의 전제 중 하나이다. 르페브르에게 리듬은 시간, 특히 반복에 대한 이해와 분리할 수 없는 무엇이다. 우리의 일상은 각종 반복들로 채워져 있다. 반복은 동일한 것의 무한복제가 아니라고 르페브르는 말한다. 일상생활, 의례, 축제, 규칙, 법 등 모든 반복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이 틈입하는데, 그것이 차이이다. 리듬분석가의 과제는 리듬이라는 개념 속에 이미 내포된 차이와 반복의 창조적 관계를 포착하고 그것이 더 많은 새로움으로 나아가도록 변형시키는 것이다.
주되게는 두 종류의 반복의 상호간섭이 일상을 구성한다. 선형적 반복은 자본과 국가가 주도하는 노동의 조직화에 종속된 반복, 예컨대 취침, 기상, 출근, 퇴근 등이다. 선형적 반복은 시계의 시간, 양화된 시간에 맞춰져 있다. 이보다 근본적인 것은 낮과 밤, 달과 계절들 같은 순환적 반복이다. 순환적 반복은 우리의 일상을 흐르는 우주적 리듬/생명의 리듬/생체적 리듬이다. 선형적 반복/순환적 반복의 이중 척도가 현대의 일상생활에 시간을 부여하는 근거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시간의 사용을 둘러싼 격렬하면서도 비가시적인 자본주의의 전투가 벌어진다.
시간과 공간을 ‘다르게’ 그리고 ‘함께’ 사고하는 것
르페브르가 평생 몰두했던 과제 중 하나는 시간과 공간을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것이었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그의 책 『공간의 생산』(에코리브르, 2011)도 시간론으로 경도된 맑스주의를 공간론을 통해 새롭게 하려는 시도였다. 이 책 『리듬분석』 또한 시간-공간의 변증법적 이해를 위한 여정의 일환이다. 르페브르는 리듬 개념이 그러한 이해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에 대한 르페브르의 관심은 니체와 마찬가지로 음악으로부터 비롯된다. 그 자신 역시 상당한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갖춘 음악가였고 베토벤과 슈만을 사랑했으며, 쇤베르크 등 아방가르드 음악가들에게도 관심이 있었다. 르페브르는 “음악의 일반이론이 존재하는가? 리듬은 연구되었는가?”라고 질문한 뒤, 음악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이해방식을 제안한다.
그는 “멜로디-하모니-리듬”의 3항으로 음악을 이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중에서 리듬이 가장 중요한 항이라고 보았다. 멜로디, 하모니, 리듬 모두 시간과 관련이 있다. 멜로디는 “음들이 시간적 연쇄 속에 차례로 배열된 것”이고, 하모니는 “동시에 울리는 음들”이며, 리듬은 “음들의 위치와 상대적 길이”이다. 음악은 계산과 측정으로 환원되는 수학적 모델에 대한 대안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양화된 시간 개념을 거부하고 ‘측정불가능한 것’, ‘체험된 것’으로 시간을 이해하려는 르페브르의 분석에 있어 핵심적이다.
교향곡을 감상하듯, 집, 길, 도시를 듣는 것이 가능하다
“리듬분석은 ‘도시의 불가사의’를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도시는 국가와 자본의 선형적 리듬이 결집된 장소이기 때문에 르페브르에게 도시는 일상적 혁명의 장소였다.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구획 짓고, 일상과 몸을 소외시키는 자본주의와는 다른 무언가를 향해가기 위해서 리듬분석가는 도시에 개입해야 한다.
3장 「창문에서 바라본 광경」과 부록에 실린 「지중해 도시들에 대한 리듬분석 시도」에서 도시의 교향곡을 듣고 분석하는 리듬분석가 르페브르의 구체적인 작업들을 확인할 수 있다. 르페브르는 파리의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건축물, 도로, 차량, 군중들의 리듬들을 읽는다. 리듬을 읽는다는 것은 보이는 것의 표면(현재)을 넘어 존재의 심연(현전)으로 시선을 가져가는 것이다. 예컨대 파리의 광장에 대한 청취를 통해 초현대성과 전통에 대한 의고주의를 동시에 지배전략으로 취하는 국가권력의 리듬과, 그 이면에 흐르는 자본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몇 십 미터 거리를 두고 대한문과 현대적인 서울시청 건물이 공존하는 서울의 중심부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관광객들은 도시에서 어떠한 리듬을 만들어 내는 존재인가? 화려한 신축 건축물들의 스펙타클 이면에 어떤 자본의 흐름이 작동하고 있는가? 이처럼 르페브르의 사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에 대한 무수히 많은 질문과 분석을 자극한다.
형성 중인 새로운 과학으로서 리듬분석
르페브르는 이 책의 목표가 “리듬들을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과학, 실천적 방안을 포함한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정초하는 것”이라고 「서론」에서 밝힌다. 리듬분석이라는 말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가스통 바슐라르에게서 가져오는데, 바슐라르는 포르투갈의 작가 두스 산투스에게서 이 말을 빌려 썼다고 한다. 이 새로운 과학은 신학과 자연철학, 철학과 근대 과학의 분리가 조각낸 지식을 새롭게 융합하고자 하는 학제적 성격을 띤다. “물리학, 생리학, 사회과학의 접점에, 일상의 한복판에” 리듬분석이 위치한다.
리듬분석은 데카르트적 전통의 서양 철학에서 ‘생각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그간 골칫거리로 치부되었던 ‘감각적인 것’을 우월한 지위에 재등극시킨다. 리듬분석은 부동인 것처럼 보이는 사물조차 각자의 리듬을 품고 있음을 드러낸다. 어둠이 내린 정원의 표면을 주의 깊게 청취하면 식물들, 바람, 사물들이 연주하는 교향악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리듬분석가의 역할은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수많은 리듬의 다발 속에서 특정한 리듬들을 포착하고 변형시키는 것이다. 리듬들을 포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힘을 운동 속에 투입한다는 점에서 리듬분석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예술가, 시인에 가깝다. 체험과 인식의 일치를 위해 평생 동안 노력했던 르페브르는, 사유란 사용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복은 차이를 생산한다
“반복은 차이를 생산한다.”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을 연상시키는 이 구절은 『리듬분석』의 전제 중 하나이다. 르페브르에게 리듬은 시간, 특히 반복에 대한 이해와 분리할 수 없는 무엇이다. 우리의 일상은 각종 반복들로 채워져 있다. 반복은 동일한 것의 무한복제가 아니라고 르페브르는 말한다. 일상생활, 의례, 축제, 규칙, 법 등 모든 반복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이 틈입하는데, 그것이 차이이다. 리듬분석가의 과제는 리듬이라는 개념 속에 이미 내포된 차이와 반복의 창조적 관계를 포착하고 그것이 더 많은 새로움으로 나아가도록 변형시키는 것이다.
주되게는 두 종류의 반복의 상호간섭이 일상을 구성한다. 선형적 반복은 자본과 국가가 주도하는 노동의 조직화에 종속된 반복, 예컨대 취침, 기상, 출근, 퇴근 등이다. 선형적 반복은 시계의 시간, 양화된 시간에 맞춰져 있다. 이보다 근본적인 것은 낮과 밤, 달과 계절들 같은 순환적 반복이다. 순환적 반복은 우리의 일상을 흐르는 우주적 리듬/생명의 리듬/생체적 리듬이다. 선형적 반복/순환적 반복의 이중 척도가 현대의 일상생활에 시간을 부여하는 근거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시간의 사용을 둘러싼 격렬하면서도 비가시적인 자본주의의 전투가 벌어진다.
시간과 공간을 ‘다르게’ 그리고 ‘함께’ 사고하는 것
르페브르가 평생 몰두했던 과제 중 하나는 시간과 공간을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것이었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그의 책 『공간의 생산』(에코리브르, 2011)도 시간론으로 경도된 맑스주의를 공간론을 통해 새롭게 하려는 시도였다. 이 책 『리듬분석』 또한 시간-공간의 변증법적 이해를 위한 여정의 일환이다. 르페브르는 리듬 개념이 그러한 이해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에 대한 르페브르의 관심은 니체와 마찬가지로 음악으로부터 비롯된다. 그 자신 역시 상당한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갖춘 음악가였고 베토벤과 슈만을 사랑했으며, 쇤베르크 등 아방가르드 음악가들에게도 관심이 있었다. 르페브르는 “음악의 일반이론이 존재하는가? 리듬은 연구되었는가?”라고 질문한 뒤, 음악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이해방식을 제안한다.
그는 “멜로디-하모니-리듬”의 3항으로 음악을 이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중에서 리듬이 가장 중요한 항이라고 보았다. 멜로디, 하모니, 리듬 모두 시간과 관련이 있다. 멜로디는 “음들이 시간적 연쇄 속에 차례로 배열된 것”이고, 하모니는 “동시에 울리는 음들”이며, 리듬은 “음들의 위치와 상대적 길이”이다. 음악은 계산과 측정으로 환원되는 수학적 모델에 대한 대안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양화된 시간 개념을 거부하고 ‘측정불가능한 것’, ‘체험된 것’으로 시간을 이해하려는 르페브르의 분석에 있어 핵심적이다.
교향곡을 감상하듯, 집, 길, 도시를 듣는 것이 가능하다
“리듬분석은 ‘도시의 불가사의’를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도시는 국가와 자본의 선형적 리듬이 결집된 장소이기 때문에 르페브르에게 도시는 일상적 혁명의 장소였다.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구획 짓고, 일상과 몸을 소외시키는 자본주의와는 다른 무언가를 향해가기 위해서 리듬분석가는 도시에 개입해야 한다.
3장 「창문에서 바라본 광경」과 부록에 실린 「지중해 도시들에 대한 리듬분석 시도」에서 도시의 교향곡을 듣고 분석하는 리듬분석가 르페브르의 구체적인 작업들을 확인할 수 있다. 르페브르는 파리의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건축물, 도로, 차량, 군중들의 리듬들을 읽는다. 리듬을 읽는다는 것은 보이는 것의 표면(현재)을 넘어 존재의 심연(현전)으로 시선을 가져가는 것이다. 예컨대 파리의 광장에 대한 청취를 통해 초현대성과 전통에 대한 의고주의를 동시에 지배전략으로 취하는 국가권력의 리듬과, 그 이면에 흐르는 자본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몇 십 미터 거리를 두고 대한문과 현대적인 서울시청 건물이 공존하는 서울의 중심부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관광객들은 도시에서 어떠한 리듬을 만들어 내는 존재인가? 화려한 신축 건축물들의 스펙타클 이면에 어떤 자본의 흐름이 작동하고 있는가? 이처럼 르페브르의 사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에 대한 무수히 많은 질문과 분석을 자극한다.
목차
해제:앙리 르페브르의 『리듬분석』 조명래 7
불어판 서문:앙리스크 르네 루로 21
영어판 해제:리듬분석 서설 스튜어트 엘든 32
서론 55
1장 사물 비판 57
2장 리듬분석가 87
3장 창문에서 바라본 광경 105
4장 조련 129
5장 미디어적 나날 145
6장 시간의 조작 157
7장 음악과 리듬들 169
결론(요약) 193
부록 199
리듬분석 프로젝트 200
지중해 도시들에 대한 리듬분석 시도 223
옮긴이 후기 253
앙리 르페브르의 삶과 철학 257
앙리 르페브르 저작 목록 262
인명 찾아보기 270
용어 찾아보기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