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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하는 개발 지침서

대등서명
Development as a human right
발행사항
서울 : 후마니타스, 2010
형태사항
516p. ; 23cm
ISBN
9788964371091
청구기호
342.1 안228ㅇ
일반주기
색인수록 원저자명: Bard-Anders Andreassen, Stephen P. Marks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2314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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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번호
    00012314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인권 or 개발? 인권 and 개발!
인권을 실현하는 정의로운 개발을 위한 이론과 실천 전략서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 부자가 아닌 가난한 자, 성장이 아닌 빈곤을 생각하는 개발


1. 이 책에 주목하는 이유


인권과 개발. 선진국의 개발원조와 지배 엘리트들의 개발 정책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빈곤에 허덕이는 개도국 국민들의 인권을 생각해 볼 때 이 두 개념은 극도로 배타적 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이러한 기존의 인권과 개발 담론 및 관행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 그리고 국제기구가 인권에 입각한 개발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경제적·법적 전략을 논의하고 있는 책이다.
특히 실제 국제기구에서 개도국의 개발 업무에 관여했던 다양한 분야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모여, 공통의 결론에 도달하기보다는 다양한 각도에서 첨예한 이론적·실천적 논쟁 지점들을 짚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우며, 최신의 이론적 논의와 실천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후생경제학의 대가 아마티아 센과 영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데이비드 비담에서부터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도의 개발 정책과 국제통화기금에 관여해 온 아준 센굽타, 캄보디아·케냐의 헌법 제정에 관여했던 헌법학자 야시 가이에 이르기까지 학문적 연구에서뿐만 아니라 실천적으로도 왕성히 활동해 온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이 제시하는 개발 이론과 전략을 통해 두 개념의 화해가 이론적·실천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주목해 보자.

2. 국가와 국제사회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
: 인권 없이는 개발도 없고, 개발 없이는 인권도 없다


단순한 경제성장은 극소수의 부를 증가시킬 뿐이며,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의 인권과 자유를 제약한다. 또 반대로 경제적 문제를 도외시한 인권 주장은 도덕적 선언에 그칠 뿐 그것을 실제로 실현하기 힘들다. 따라서 양자는 함께 논의되고 실현되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냉전기부터 개발과 인권은 정치적 이유로 서로 분리되어 취급되어 왔다. 개발 논리는 빈곤의 문제를 비정치화하면서 경제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어 발전해 왔으며, 인권은 정치적 권리에 치중하면서 국제사회의 보편 기준으로 발전했다. 결국 개발론은 빈부 격차 심화, 환경 파괴, 끊임없는 전쟁과 분쟁 앞에서 그 정책적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며, 인권 진영 역시 빈곤과 전쟁 등 사회경제적 문제로 인해 정치적 자유권마저 위협받는 현실에 맞닥뜨린다.
이 책의 저자들은 단순한 경제적 소득의 증대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이 인권을 주장할 수 있는 능력과 모든 사람이 사회권과 정치적·경제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것을 보장하는 사회의 역량을 키우는 것을 진정한 ‘개발’로 보는 새로운 개발권 개념을 제시한다. 경제적 기회와 공정한 자원 분배를 지향하는 것만이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강화한다는 언명은 나라 전체가 개발 열병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울림 또한 크다.

3. 원조는 아름다운 자선 행위가 아니라 책임과 의무
: “우리는 그 원인이 우리 자신과 완전히 무관한 외부의 빈곤을 바라만 보고 있는 방관자가 아니다.”


2010년 새해, 아이티 대지진으로 무려 21만 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이 처참한 비극 속에서 부자 나라 기부 천사들의 선행은 더욱 빛을 발했고, 무정부 상태에 빠진 아이티 주민들의 구호품 쟁탈전은 틀에 박힌 개도국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덧씌웠다. 하지만 21만이라는 엄청난 숫자와 미국의 재빠른 원조 움직임 이면에는 미국의 식민지 경영과 군부 쿠데타 세력 지원이라는 과거가 숨겨져 있다.
이 책은 이런 개도국의 비극과 선진국의 원조를 이해하는 또다른 틀을 제시한다.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개발원조 및 협력이라는 행위는 사실 개발국이 개도국에 상당한 손해를 끼치는 국제 정책을 추구하거나 지원해 왔다는 점을 은폐해 버린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은 과거 제3세계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당근과 채찍 정책을 썼는데, 이 중 채찍은 개도국 권위주의 정권에 제공되었고, 당근에 해당하는 경제원조는 결과적으로 많지도 않았고 그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저자들은 원조를 자선이 아니라 선진국의 의무와 책임으로, 개도국 국민을 수혜자가 아니라 정당한 권리 소유자로 볼 것을 제안한다. 선진국이 개도국 국민의 개발권을 침해 혹은 위반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원조 논의는, 피해를 야기하지 말아야 할 일차적 의무의 실패에 집중한다. 또 동시에 이는 자선이 아닌 권리로서 정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개도국 국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가 필요한 곳에 국제적 원조를 요청할 수 있는 도덕적 토대를 제공한다.

4. 개발-인권침해-빈곤의 사슬을 유지하는 전 지구적 구조
: ‘국가-초국적 기업-국제기구’의 책임


한편으로 저자들은 전지구적 경제 구조라는 정치경제적 차원에 대한 지적도 놓치지 않는다. 국제경제체제로 인한 개도국의 피해를 종식시키지 못한 서구 국가의 실패를 지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차원에서 이런 구조를 유지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해 온 ‘국가-초국적기업-국제기구’의 책임과 의무를 묻는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행동하는 국가들은 행동과 계획을 억제하지 못함으로써 개도국의 발전을 방해하고 세계적 빈곤을 더욱 심화시킨 데 대한 책임이 있다.
저자들은 좀 더 실증적으로 북반구 국가들이 남반구 생산자들에게 미친 손실을 증명한다.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과 보호주의 정책으로 남반구 생산자들에게 미친 손실이 그들의 개발원조금을 합친 것보다 몇 배나 많다는 통계(더구나 이 통계에는 개도국에서 개발국으로 이전된 경제적 가치는 포함되지도 않았다)나 전 세계 인구의 46퍼센트가 하루 2달러 미만의 빈곤선 아래 살고 있고, 그들 대부분이 개도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규모 인권침해가 전지구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자행되고 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적 질서는 소수의 부유한 국가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유한 국가들은 지구적 제도를 지배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런 관점에서 국제경제구조와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제도 및 정책을 비판한다. 즉 지구적 경제체제와 그것을 지배하는 규칙 자체가 구조적으로 가난한 국가에 불리하게 작용하며, 가난한 나라의 경제개발에 피해를 야기하고 지구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국제경제기구가 개발국 정부에게 좀 더 많은 결정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국제경제기구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다. 더구나 이들이 보증이나 정책 승인을 통해 실제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국가들이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인권 충족 의무를 수행한다면 실질적 인권 신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흥미롭다.
또한 선진국 정부에 재선再選 비용을 지원하면서 정부 정책 형성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초국적 거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개발의 대표 주자이지만 그들의 활동은 너무나 오랫동안 인권과 개발 의제에서 벗어나 있었으며, 이들의 인권 책임은 전적으로 연성법과 자발성의 문제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들이 국민의 기본권 향유를 결정할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실질적으로 이들을 통제하는 법적 메커니즘을 개발해 그들이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실질적인 법적 대안까지 제시한다.

5. 인권과 개발, 그리고 민주주의 : 가난한 이들의 세력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책과 입법, 그리고 시민사회의 역할

“개발은 인권 실현의 과정이기 때문에 개발의 모든 단계마다 대상이 되는 개인과 집단은 능동적으로 참여해 그들의 인생에 대해 내려지는 중요한 결정 과정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개도국 국민들은 인권을 추구하는 개발 전략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제조업과 금융업의 사적 이익에 사로잡혀 있는 선진국 정부의 문제나 개도국에 권위주의 정권이 등장하는 데 일조한 과거 선진국의 전력에 대해 문제삼는 저자들의 주장은 결국 선진국이나 개도국의 민주적 절차의 왜곡이 빈곤과 인권 문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때로 개도국 민주화에 대한 선진국의 주장은 조건부 차관이나 원조 제공, 더 나아가서는 침략의 명분으로까지 작용할 수 있는 탓에 조심스러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인권을 목적으로 하는 개발권이 ‘국가’의 권리가 아닌 개도국 ‘국민’의 권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참여와 민주주의의 문제는 개발권 논의에서 핵심적이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케냐의 민주 헌법 개혁 운동과 남아공의 시민운동을 통한 에이즈 퇴치, 주거권 보호 운동 사례는 개도국 국민의 입장에서 민주화와 참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케냐의 경우, 비록 엘리트 계층의 저항으로 실패하긴 했지만 민주 헌법으로의 개혁 과정은 국민을 세력화하는 계기를 제공하여, ‘가난한 이들이 그들의 인권을 주장할 수 있는 능력과 모든 이가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것’을 개발이라 규정하는 이 책의 새로운 개발 개념이 실제로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또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남아공의 경우는, 시민사회가 헌법을 이용해 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가난한 이들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보장해 주는 실질적 과정을 실증해 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결국 이런 참여와 민주화는 가난한 지역의 학비를 폐지하는 교육부의 정책안과 에이즈 치료제의 가격을 인하하는 조치, 안정적 토지 점유자에게 합리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주 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등을 이끌어 냈던 것이다.
결국 개발이 개인의 소득 증가나 국가의 경제성장이 아닌 진정 정의로운 인간 개발을 의미하게 될 때 자선적 대책보다는 ‘참여’와 가난한 이들의 ‘세력화’가 그들의 ‘역량’ 증진에 있어 핵심적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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