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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김혜진 장편소설

발행사항
서울 : 민음사, 2022
형태사항
310 p. ; 20 cm
ISBN
9788937472374
청구기호
813.7 김94ㄱ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9716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9716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아줌마, 근데 아줌마는 좋은 사람이에요?” “아니, 좋은 사람은 아니야.” “왜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매일 사람들한테 이렇게 사과 편지를 쓰고 있거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악인 용서받지 못한 가해자 어쩌면 가혹한 누명을 뒤집어쓴 피해자 역경에 굴복한 패배자 시련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얼간이… 지금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끝난 듯한 이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김혜진 신작 장편소설 『경청』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2012년 등단 이후 2013년 첫 장편소설 『중앙역』을 펴낸 작가는 이후 『딸에 대하여』를 비롯해 『9번의 일』 『불과 나의 자서전』 등 모두 7편의 소설책을 펴내며 누구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 결과는 문단과 대중의 폭넓은 지지. 10년 사이 김혜진은 대체 불가한 이름이 되어 한국문학에 새로운 색깔을 더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 딸이 서로가 속해 있는 세계로 다가서는 과정을 밀도 높은 긴장감과 현실적인 연대의식으로 풀어낸 소설 『딸에 대하여』가 프랑스의 세계적인 출판사 갈리마르에서 출간되며 작가를 향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받는 『딸에 대하여』는 현재까지 전 세계 16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실로 많은 이들이 김혜진의 차기 장편소설을 기다려 왔다. 『경청』은 그간 김혜진 소설이 천착해 왔던 주제, 즉 타인을 향한 이해의 가능성에 대한 문제 의식과 맥을 같이 하지만 기존의 작품들과 전혀 다른 시선을 제공하며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차단당한 뒤 인생이 멈춰 버린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번 소설은 빠르게 판단하는 것에 익숙해진 세상을 상대로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는 침묵의 순간을 쌓는다. 인물이 변해 가는 사이, 세상을 판단하는 우리의 속도에도 변화가 시작된다. 경청의 시간이 온다. ■ 국민 상담사에서 공공의 적으로 임해수는 삼십 대 후반의 심리 상담 전문가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자신할 뿐만 아니라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날 이후, 신뢰받는 상담사 임해수의 일상은 중단됐다. 내담자들에게 자신 있게 조언하던 임해수의 자리 역시 사라진다. 지금 해수가 있는 곳은 모욕의 한가운데. 세간의 구설에 오르며 대중의 비난과 경멸의 대상이 된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차례로 이어진 퇴사 통보, 이별, 끝 모를 자기연민……. 일과 삶의 세계로부터 모두 추방된 임해수의 삶은 캔슬컬처의 면면을 보여 준다. 그녀의 존재는 한순간 세상으로부터 ‘취소’당했기 때문이다. ■ 보내지 못하는 편지 세상과 담을 쌓은 채 혼란에 잠겨 있는 임해수는 매일 밤 편지를 쓴다. 자신에게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며 ‘진정한 뉘우침’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향해 쓰는 글이다. 사과인 듯 항의인 듯, 후회인 듯 변명인 듯, 그러나 그녀는 어떤 편지도 완성하지 못한다. 완성되지 못한 편지는 끝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폐기되기를 반복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것은 자기연민과 자기합리화의 무한 반복. 그 사이에서 스스로를 잃어 가는 모습은 독자들을 죄와 벌에 대한 심오한 질문과 마주하게 한다. 어쩌면 가장 가혹한 벌이란 스스로를 벌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밤마다 자신을 옭아매는 원망과 울분, 학대에 가까운 자기비하와 자기부정으로 전쟁이 벌어지는 임해수의 내면과도 같은. ■ 고양이 구조하기 편지 쓰는 시간을 제외하면 산책하는 것이 일과의 전부인 해수의 시선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온다. 굶주렸지만 사람을 경계하는 고양이는 어딘가 아픈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고양이 주변을 서성이던 해수는 고양이의 이름이며 이 길 위에서 고양이가 살아온 나날에 대해 알려주는 아이를 만난다. 그러는 동안 해수는 쉽게 구조되지 않는 고양이와도, 이따금 만나 순무에 대해, 또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아이와도 조금씩 친밀해진다. 낯모를 존재들과 함께하는 순간들만이 침잠해 있는 그녀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시간이다. 그녀는 점점 더 고양이 구조에 몰입한다. 고양이를 위험으로부터 구조해 내는 일이 막다른 길에서 방향을 잃고 멈춰 선 자신을 구조하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 판단하지 않는 일 누구나 살면서 잘못을 하고, 잘못한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책임져야 하는 몫과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적정량에 대해서는 누가 말해 줄 수 있을까. 법의 언어가 지시하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반성과 사과에 대해, 진정한 뉘우침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 자신을 벌하고, 한편으로는 자신과 화해하며 다시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물음을 던지고 또 던지며 방황하는 사이 해수에게도 변화가 일어난다. 어느 순간부터 해수의 일상에서 편지 쓰는 시간이 줄어든다. 말하고 싶은 세계에서 듣고 싶은 세계로 건너간 걸까. 그녀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 걸까. 『경청』은 모두의 비난을 받고 있는 한 사람을 향해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 그저 그가 자신의 삶에서 치르고 있는 대가가 무엇인지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완고하게 유지할 뿐이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악인, 용서받지 못한 가해자, 어쩌면 가혹한 누명을 뒤집어쓴 피해자, 역경에 굴복한 패배자…… 그러나 그 고집스러운 관찰자의 시선 속에서 우리는 그를 판단하고 싶은 욕망을 유보하게 된다. 그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끝내 주저하게 된다. 무엇인가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고, 때로는 그것이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목차
경청 7 작가의 말 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