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현대 중국의 목소리 3
거울 속에 있는 듯
- 대등서명
- ?在?中
- 발행사항
- 서울 : 그린비, 2009
- 형태사항
- 432 p. ; 23 cm
- 총서사항
- 현대 중국의 목소리
- ISBN
- 9788976825148
- 청구기호
- 912.08 다69ㄱ
- 일반주기
- 색인수록 원저자명: 戴?? 표제관련정보: 다이진화가 말하는 중국 문화연구의 현주소―여성, 영화, 문학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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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2068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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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중국 문화연구의 선두주자인 다이진화(戴錦華) 대담록. 이 책은 1980년대 이후, 특히 1990년대 중국의 변화된 문화 지형과 문화연구의 현주소를 담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급격한 자본주의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대중문화의 각 요소들(영화, 문학, TV드라마 및 광고 등의 매체)뿐만 아니라 권력과 이데올로기, 여성주의와 지식인의 역할 등의 주제를 비평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에 대해 문화연구가 어떻게 응전해 가야 할지를 모색하고 있는 책이다.
다이진화, 문화연구가 가야 할 길을 말하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문화 현실에 대한 섬세하고도 실천적인 비평
이 책은 중국 문화연구의 선두주자인 다이진화(戴錦華)가 1980년대 이후, 특히 1990년대 중국의 변화된 문화 지형에 대해 말하고 있는 대담·좌담의 기록이다(대담 6개, 좌담 2개). 개혁·개방 이후 급격한 자본주의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대중문화의 각 요소들(영화, 문학, TV드라마 및 광고 등의 매체)뿐만 아니라 권력과 이데올로기, 여성주의와 지식인의 역할 등의 주제를 문화연구의 관점에서 비평하고 있다. 중국 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을 통해 1990년대 당시의 문화적 현상을 그리는 한편 급변하는 현실에 대해 문화연구가 어떻게 응전해 가야 할지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사회와 문화 현실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뿐 아니라 문화연구의 향방을 고민하는 연구자들에게 좋은 참조점이 될 만한 책이다.
다이진화(베이징대학 영화문화연구센터 주임교수)는 이미 국내에 소개된 《무중풍경: 중국영화문화 1978-1998》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영화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진 학자이지만, 이 책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이제는 영화연구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과거 서구의 이론만을 추종하여 중국 영화의 가능성을 왜소화시켰음을 스스로 비판하고, 현재는 문화연구의 방법론에 여성주의와 마르크스주의 등의 사상적 자원을 더하여 변화된 중국 문화 현실에 대해 섬세하면서도 실천적인 비판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 ‘거울 속에 있는 듯’(猶在鏡中)은 서구 담론에 기대어 중국 현실과 괴리되었던 과거 자신의 연구를 반성하는 표현이자 문화대혁명 이후 급격하게 자본주의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중국 현실에 대한 비판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전지구로 확장해 가고 있는 자본주의는 모든 문화적 생산물을 상업적 가치와 연결시켜 사고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1990년대 이후 시장 사회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가장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중국의 지식인들은 이에 좌절하거나 타협·전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이론적이고도 실천적인 비평으로 맞서고 있는 다이진화의 모습을 보면 추세를 거슬러 대안을 고민하는 중국 지식인들의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문화연구자로서 사회 현실에 대해 어떤 비평적 대응을 해야 할지, 인상 비평과 영화사를 넘어 작품의 어떤 측면을 주목하고 강조해야 할지, 여성주의·포스트구조주의·프랑크푸르트 학파 등의 서구 이론들을 중국 현실과의 관련성 속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이론을 활용하면서도 권력 내지는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않고 현실에서 비판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 이 책은 문화의 안팎을 탐색하면서 끊임없는 고민과 담론의 실천을 행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렇게 중국 문화연구의 현장을 드러냄과 동시에 현실에서 문화연구와 지식인이 가야 할 길을 말하고 있는 이 책은 비평적 안목을 기르고 자본주의 현실을 넘어 새로운 미래상을 기획하고자 하는 국내의 많은 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문화연구의 관점에서 중국 현실을 비판하다
이 대담록은 다이진화의 문화연구 관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중국 현실에 대한 그의 비판적 연구가 현장에 있는 많은 활동가들과 해외 연구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문화연구가 현실에 개입할 여지가 큰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다이진화가 영화연구를 넘어 문학과 대중문화 전반으로 시야를 확장한 것도 중국 현실에 깊숙이 개입해서 ‘삶과 분리되지 않는 학문’을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중국 문화는 개혁·개방을 주도한 국가와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결합되어 작동하고 있다. 다이진화는 이를 비판적 관점에서 보면서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권력적 부분, 이데올로기적으로 구조화된 부분을 해체하고자 시도한다. 그래서 작품이나 작가에게만 시선을 두지 않고 시장 메커니즘 전체의 움직임 속에서 문화 생산물들의 가치를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 중산층이 기정사실화되었다는 논의에 대해 “중국 중산층의 존재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과연 그들이 인구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가?”라고 물으며, 베스트셀러 번역물이 20위안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지만, 베이징의 최저 생계비가 200위안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런 문학작품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116쪽). 비평가에게 좋은 평을 듣거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이 곧 가치 있는 작품이라는 등식을 거부하면서 이렇게 문화 환경과의 관련성 속에서 그 존재 가치를 비판적으로 보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을 비롯한 제3세계의 근대화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의 진보관에 따른 사유 방식을 버리고 넓은 시야에서 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진보’라는 서사의 여러 측면을 관찰해야만 합니다. 안개의 도시 런던, 철의 도시 피츠버그의 오염됐던 강과 하늘이 이제는 깨끗해졌습니다. 그러나 ‘신대륙’의 깨끗하고 충족한 자연 자원은 제3세계 국가의 파괴적인 발굴과 환경오염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템스 강이 다시 맑아지는 것과 양쯔 강이 나날이 혼탁해지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동시에 진행됩니다. 물론 양쯔 강도 언젠가 다시 맑아질 수 있음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그 대신 아프리카 혹은 라틴아메리카 어느 지역의 유명한 강은 심각하게 오염될 것입니다. ‘진보’의 대가는 절대적인 대가이며, 진보의 과정은 엔트로피가 쇠락하고 둔화되는 과정입니다. 확실히 ‘우리는 하나의 지구를 갖고 있습니다’.”(198쪽) 이렇게 전지구적인 시야에서 제3세계에 대한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다이진화의 사유는 중국 지식인들이 논의하던 근대성 담론의 한계(중국이 근대화를 달성했는가에 초점을 둔 논의)를 극복하고, 전세계의 보편적 현상과 중국의 특수한 현실 사이에서 어떠한 입장에 설 것인가를 요구한다.
이렇게 이 책은 1990년대에 일어난 중국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를 문화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시장질서의 급격한 도입이 야기한 문제들과 중국 학계의 담론적 상황을 비평하는 다이진화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특히 문화연구에서 마르크스주의적인 문제설정과 제3세계 문제(탈식민주의)에 대한 입장이 적용되는 방식, 즉 서구 담론을 이용해 현실 비판적인 자원으로 승화시키는 문화연구의 가능성을 잘 보여 준다.
중국 문화의 현주소를 비평하다
총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문학’, ‘영화’, ‘여성’이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분야는 다이진화의 연구 이력 속에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꾸준히 연구된 분야로서 그의 비판 역량이 가장 많이 투여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중국 문화의 현주소를 가늠할 만큼 이 세 분야의 문화 현상이 잘 진단되어 있다.
?중국 문학의 위기와 비평계 진단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미국과 국교를 맺은 1979년 이후 중국 사회는 새로운 조류를 맞이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였고 때때로 문제에 봉착하기도 했다. 1980년대의 문학은 이렇게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가장 발 빠르게 응답하는 결정적인 매개체였다. 그러나 소련 붕괴 후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1990년대에 이르면 문학의 그런 역할은 퇴색되기에 이른다. 다이진화는 이 당시의 문학에 대해 “자신들을 이끌었던 작품이나 시대를 넘어설 방법이 없었다”며, “그들에게 익숙한 역사적 시기가 지나가고, 그들이 품고 있던 이데올로기나 반이데올로기 모델이 효력을 상실하게 되자, 그/그녀의 창작은 아주 창백해지고 말았다”(124쪽)고 한다.
1990년대에는 ‘역사’와 같은 거대 담론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세대가 생겨나 문학 담론의 중심에 ‘개인적 글쓰기’가 자리를 잡았다. 다이진화는 그러나 이 세대는 작가 자신의 독특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획일적으로 개인의 체험에만 매여 있으며, 대안의 촉매 역할이나 비판 능력이 없다고 한다. 다만 이 세대 문학의 한계 속에서도 《장한가》(長恨歌)로 유명한 왕안이(王安憶)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인문학자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탐색하고 새로운 문학 형식을 시도함으로써 새 시대에 제기된 문제에 대답하고자 했다고 한다(128쪽). 마찬가지 이유에서 왕멍(王蒙), 천란(陳染) 등도 예외로서 다이진화는 이들을 주목하며 문학의 미래를 찾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1990년대 중국 문학의 가장 큰 문제는 비평의 부재라 할 수 있다. 상업화 흐름이 거세지면서 비평이 이에 포섭되거나 권력과의 악성적 결합이 생겨났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비평의 작품 비판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이진화에 따르면 ‘문단의 킬러’가 부족한 상황이다. 명료하고 예리하게 작품의 결점을 지적하지 않고,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거나 그런 비평을 통해 해석의 권리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 한마디로 비평가가 시장 메커니즘과 권력 놀음의 한 축으로서만 기능하여 비평 능력이 쇠퇴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 영화사에 대한 새로운 재구성
신시기 중국(문화대혁명 이후의 중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문화 매체는 바로 영화이다. 영화연구를 자신의 핵심 작업으로 여기는 다이진화는 “영화는 우리를 머나먼 곳, 다른 세계와 다른 문화와 다른 삶으로 이끈다”고 말할 정도이다. 그는 이른 시기부터 5세대 영화(천카이거, 장이머우 등 마오쩌둥 사후 베이징영화대학을 졸업하고 등장한 세대의 영화, 1982~89)를 중심으로 ‘작가주의적’ 비평을 시도하며 각 세대의 영화에 대해 활발한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이나 세대에 관점을 둔 영화비평을 넘어 다이진화는 새로운 영화연구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첫째는 정전을 새롭게 명명하는 방식. 예컨대 소설사에서 마오둔(茅盾) 대신 진융(金庸)을 내세우는 방식처럼 감독이나 작품을 선정하는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시대의 보편적 형상이 아닌 특수한 담론 구조에 따라 작품을 재발견해야 한다는 것. 예컨대 정치적 모티프를 깔고 있는 「작은 마을의 봄」(小城之春, 1948)의 감독 페이무(費穆)나 사회비판적 태도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도시 매춘부의 삶을 그린 「신녀」(神女, 1934)에 관한 재발견처럼 영화사에서 감춰져 있던 작품이나 감독을 문화연구의 관점에서 재평가해야 한다고 한다. 셋째는 영화문화사로의 방향 전환. 즉, 극장의 구조, 관객수 등 영화 환경 전반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중국 사회와 중층적으로 결합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다이진화의 작업은 역사 속에서 은폐되어 있던 부분을 새롭게 드러냄으로써 영화연구 분야에서 새로운 담론의 공간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 여성 의식의 변화와 여성주의 연구
흔히 중국은 여성의 지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1949년 사회주의 체제 성립에 따라 여성은 남성과 다를 바 없이 생산 활동을 하며 사회적으로 동등한 지위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권력에 의해 시혜받은 것일 뿐 기층 여성으로부터 일어난 혁명적 변화라고는 할 수 없다. 실제로 각 가정에서 여성은 여전히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했고, 사회적으로는 보여지는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큰 키 때문에(초등 5학년 때 이미 173cm) 심리적으로나 활동하는 데 제약을 겪었다는 다이진화는 한때 ‘여자가 되는 법’을 강요받기도 했다. 다이진화가 ‘남권문화의 역습’이라 부르는 1980년대를 지나 1990년대에 이르러야 비로소 중국 여성들에게 여성주의적 움직임이 가시화되었다. 처음엔 문학계에서 시작된 여성주의가 1995년 세계여성대회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다이진화도 스스로 여성주의자라고 표명하며 활발한 여성주의적 비평에 나서고 있다.
다이진화는 문화연구가 계급, 종족(인종), 젠더라는 세 가지 사회적인 입장에 놓여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문화가 개인의 취미를 넘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담론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개인적 경험에 근거하여 남성에 대한 여성이라는 소수자적 주체 위치를 분명히 하고, 뚜렷한 여성주의적 입장에서 각종 여성문학과 TV 드라마, 광고 등을 해부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글쓰기 행위에 관심을 기울이는 그는 문학적으로 우수한 작품뿐만 아니라 “여성의 자서전, 여성의 저항, 여성의 구술사, 한 개인의 삶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품” 등 비문학작품을 포함하여, ‘여성 글쓰기’를 통해 여성의 삶의 표현이 여성으로부터 시작되어 여성에 의해 완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257쪽).
지식인의 역할을 말하다
다이진화 대담록인 이 책은 그의 말들이 오늘날의 중국과 중국인, 그리고 지식인에 대한 관심을 둘러싸고 펼쳐진다는 특징이 있다. 문화연구가 1960년대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를 비롯한 좌파 비평가들의 산물이며, 엘리트 문화가 침체되고 대중문화가 흥기하는 과정에서 현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변혁에 이르는 길을 탐구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다이진화가 문화연구를 말하면서 그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중국 사회의 현실과 미래를 모색한다는 점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중국은 급격한 자본주의화로 인해 대중문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대중매체의 영향력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대중문화는 연구자들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 사회의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구축하는 주요한 이슈가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식인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곳에 서 있으며, 무슨 말을 하는가’를 질문하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다이진화의 경우 여성이면서 사회주의 중국이라는 제3세계 지식인이라는 자신의 신분적 정체성과 함께 권력의 유희를 거부하고 사회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중국 근대화 문제를 지적하며 “근대화 과정에 참여하여 이를 추진해야 하는 역할, 스스로 근대화의 대상으로서 그 과정이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역할, 동시에 중국의 근대화 과정과 ‘근대화 담론’에 대한 검토와 반성을 해야 하는 역할”이라는 세 가지 역할을 주장한다. 아울러 “역사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일뿐 아니라 참된 전지구적 시야와 다중적인 참조체계, 그리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관찰력과 사고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97~98쪽). 이를 바탕으로 내일의 중국을 위해 어떤 사상적 자원을 제공할 것인지 각자의 작업을 통해 구체적이고도 깊이 있는 성과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좁은 연구 범위에 갇히지 말고 학제적 연구를 통해 출구를 찾을 것을 주문한다. 중국 인문학 전체를 보면 전문성이 불충분하고 학문적으로 규범화된 부분이 있지만, 학제적 연구가 이를 보완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내어 활력 넘치는 연구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3세계의 여성 지식인 신분인 다이진화가 중국 현실 비판과 미래적인 대안 제시를 통해 문화연구가 가야 할 길을 말하는 이 책은 자본주의적인 상품문화가 득세하고 있는 현실 속에 처해 있는 우리에게도 삶과 분리되지 치열한 태도를 환기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다이진화, 문화연구가 가야 할 길을 말하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문화 현실에 대한 섬세하고도 실천적인 비평
이 책은 중국 문화연구의 선두주자인 다이진화(戴錦華)가 1980년대 이후, 특히 1990년대 중국의 변화된 문화 지형에 대해 말하고 있는 대담·좌담의 기록이다(대담 6개, 좌담 2개). 개혁·개방 이후 급격한 자본주의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대중문화의 각 요소들(영화, 문학, TV드라마 및 광고 등의 매체)뿐만 아니라 권력과 이데올로기, 여성주의와 지식인의 역할 등의 주제를 문화연구의 관점에서 비평하고 있다. 중국 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을 통해 1990년대 당시의 문화적 현상을 그리는 한편 급변하는 현실에 대해 문화연구가 어떻게 응전해 가야 할지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사회와 문화 현실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뿐 아니라 문화연구의 향방을 고민하는 연구자들에게 좋은 참조점이 될 만한 책이다.
다이진화(베이징대학 영화문화연구센터 주임교수)는 이미 국내에 소개된 《무중풍경: 중국영화문화 1978-1998》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영화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진 학자이지만, 이 책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이제는 영화연구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과거 서구의 이론만을 추종하여 중국 영화의 가능성을 왜소화시켰음을 스스로 비판하고, 현재는 문화연구의 방법론에 여성주의와 마르크스주의 등의 사상적 자원을 더하여 변화된 중국 문화 현실에 대해 섬세하면서도 실천적인 비판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 ‘거울 속에 있는 듯’(猶在鏡中)은 서구 담론에 기대어 중국 현실과 괴리되었던 과거 자신의 연구를 반성하는 표현이자 문화대혁명 이후 급격하게 자본주의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중국 현실에 대한 비판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전지구로 확장해 가고 있는 자본주의는 모든 문화적 생산물을 상업적 가치와 연결시켜 사고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1990년대 이후 시장 사회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가장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중국의 지식인들은 이에 좌절하거나 타협·전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이론적이고도 실천적인 비평으로 맞서고 있는 다이진화의 모습을 보면 추세를 거슬러 대안을 고민하는 중국 지식인들의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문화연구자로서 사회 현실에 대해 어떤 비평적 대응을 해야 할지, 인상 비평과 영화사를 넘어 작품의 어떤 측면을 주목하고 강조해야 할지, 여성주의·포스트구조주의·프랑크푸르트 학파 등의 서구 이론들을 중국 현실과의 관련성 속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이론을 활용하면서도 권력 내지는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않고 현실에서 비판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 이 책은 문화의 안팎을 탐색하면서 끊임없는 고민과 담론의 실천을 행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렇게 중국 문화연구의 현장을 드러냄과 동시에 현실에서 문화연구와 지식인이 가야 할 길을 말하고 있는 이 책은 비평적 안목을 기르고 자본주의 현실을 넘어 새로운 미래상을 기획하고자 하는 국내의 많은 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문화연구의 관점에서 중국 현실을 비판하다
이 대담록은 다이진화의 문화연구 관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중국 현실에 대한 그의 비판적 연구가 현장에 있는 많은 활동가들과 해외 연구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문화연구가 현실에 개입할 여지가 큰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다이진화가 영화연구를 넘어 문학과 대중문화 전반으로 시야를 확장한 것도 중국 현실에 깊숙이 개입해서 ‘삶과 분리되지 않는 학문’을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중국 문화는 개혁·개방을 주도한 국가와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결합되어 작동하고 있다. 다이진화는 이를 비판적 관점에서 보면서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권력적 부분, 이데올로기적으로 구조화된 부분을 해체하고자 시도한다. 그래서 작품이나 작가에게만 시선을 두지 않고 시장 메커니즘 전체의 움직임 속에서 문화 생산물들의 가치를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 중산층이 기정사실화되었다는 논의에 대해 “중국 중산층의 존재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과연 그들이 인구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가?”라고 물으며, 베스트셀러 번역물이 20위안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지만, 베이징의 최저 생계비가 200위안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런 문학작품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116쪽). 비평가에게 좋은 평을 듣거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이 곧 가치 있는 작품이라는 등식을 거부하면서 이렇게 문화 환경과의 관련성 속에서 그 존재 가치를 비판적으로 보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을 비롯한 제3세계의 근대화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의 진보관에 따른 사유 방식을 버리고 넓은 시야에서 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진보’라는 서사의 여러 측면을 관찰해야만 합니다. 안개의 도시 런던, 철의 도시 피츠버그의 오염됐던 강과 하늘이 이제는 깨끗해졌습니다. 그러나 ‘신대륙’의 깨끗하고 충족한 자연 자원은 제3세계 국가의 파괴적인 발굴과 환경오염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템스 강이 다시 맑아지는 것과 양쯔 강이 나날이 혼탁해지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동시에 진행됩니다. 물론 양쯔 강도 언젠가 다시 맑아질 수 있음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그 대신 아프리카 혹은 라틴아메리카 어느 지역의 유명한 강은 심각하게 오염될 것입니다. ‘진보’의 대가는 절대적인 대가이며, 진보의 과정은 엔트로피가 쇠락하고 둔화되는 과정입니다. 확실히 ‘우리는 하나의 지구를 갖고 있습니다’.”(198쪽) 이렇게 전지구적인 시야에서 제3세계에 대한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다이진화의 사유는 중국 지식인들이 논의하던 근대성 담론의 한계(중국이 근대화를 달성했는가에 초점을 둔 논의)를 극복하고, 전세계의 보편적 현상과 중국의 특수한 현실 사이에서 어떠한 입장에 설 것인가를 요구한다.
이렇게 이 책은 1990년대에 일어난 중국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를 문화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시장질서의 급격한 도입이 야기한 문제들과 중국 학계의 담론적 상황을 비평하는 다이진화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특히 문화연구에서 마르크스주의적인 문제설정과 제3세계 문제(탈식민주의)에 대한 입장이 적용되는 방식, 즉 서구 담론을 이용해 현실 비판적인 자원으로 승화시키는 문화연구의 가능성을 잘 보여 준다.
중국 문화의 현주소를 비평하다
총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문학’, ‘영화’, ‘여성’이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분야는 다이진화의 연구 이력 속에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꾸준히 연구된 분야로서 그의 비판 역량이 가장 많이 투여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중국 문화의 현주소를 가늠할 만큼 이 세 분야의 문화 현상이 잘 진단되어 있다.
?중국 문학의 위기와 비평계 진단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미국과 국교를 맺은 1979년 이후 중국 사회는 새로운 조류를 맞이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였고 때때로 문제에 봉착하기도 했다. 1980년대의 문학은 이렇게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가장 발 빠르게 응답하는 결정적인 매개체였다. 그러나 소련 붕괴 후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1990년대에 이르면 문학의 그런 역할은 퇴색되기에 이른다. 다이진화는 이 당시의 문학에 대해 “자신들을 이끌었던 작품이나 시대를 넘어설 방법이 없었다”며, “그들에게 익숙한 역사적 시기가 지나가고, 그들이 품고 있던 이데올로기나 반이데올로기 모델이 효력을 상실하게 되자, 그/그녀의 창작은 아주 창백해지고 말았다”(124쪽)고 한다.
1990년대에는 ‘역사’와 같은 거대 담론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세대가 생겨나 문학 담론의 중심에 ‘개인적 글쓰기’가 자리를 잡았다. 다이진화는 그러나 이 세대는 작가 자신의 독특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획일적으로 개인의 체험에만 매여 있으며, 대안의 촉매 역할이나 비판 능력이 없다고 한다. 다만 이 세대 문학의 한계 속에서도 《장한가》(長恨歌)로 유명한 왕안이(王安憶)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인문학자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탐색하고 새로운 문학 형식을 시도함으로써 새 시대에 제기된 문제에 대답하고자 했다고 한다(128쪽). 마찬가지 이유에서 왕멍(王蒙), 천란(陳染) 등도 예외로서 다이진화는 이들을 주목하며 문학의 미래를 찾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1990년대 중국 문학의 가장 큰 문제는 비평의 부재라 할 수 있다. 상업화 흐름이 거세지면서 비평이 이에 포섭되거나 권력과의 악성적 결합이 생겨났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비평의 작품 비판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이진화에 따르면 ‘문단의 킬러’가 부족한 상황이다. 명료하고 예리하게 작품의 결점을 지적하지 않고,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거나 그런 비평을 통해 해석의 권리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 한마디로 비평가가 시장 메커니즘과 권력 놀음의 한 축으로서만 기능하여 비평 능력이 쇠퇴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 영화사에 대한 새로운 재구성
신시기 중국(문화대혁명 이후의 중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문화 매체는 바로 영화이다. 영화연구를 자신의 핵심 작업으로 여기는 다이진화는 “영화는 우리를 머나먼 곳, 다른 세계와 다른 문화와 다른 삶으로 이끈다”고 말할 정도이다. 그는 이른 시기부터 5세대 영화(천카이거, 장이머우 등 마오쩌둥 사후 베이징영화대학을 졸업하고 등장한 세대의 영화, 1982~89)를 중심으로 ‘작가주의적’ 비평을 시도하며 각 세대의 영화에 대해 활발한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이나 세대에 관점을 둔 영화비평을 넘어 다이진화는 새로운 영화연구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첫째는 정전을 새롭게 명명하는 방식. 예컨대 소설사에서 마오둔(茅盾) 대신 진융(金庸)을 내세우는 방식처럼 감독이나 작품을 선정하는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시대의 보편적 형상이 아닌 특수한 담론 구조에 따라 작품을 재발견해야 한다는 것. 예컨대 정치적 모티프를 깔고 있는 「작은 마을의 봄」(小城之春, 1948)의 감독 페이무(費穆)나 사회비판적 태도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도시 매춘부의 삶을 그린 「신녀」(神女, 1934)에 관한 재발견처럼 영화사에서 감춰져 있던 작품이나 감독을 문화연구의 관점에서 재평가해야 한다고 한다. 셋째는 영화문화사로의 방향 전환. 즉, 극장의 구조, 관객수 등 영화 환경 전반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중국 사회와 중층적으로 결합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다이진화의 작업은 역사 속에서 은폐되어 있던 부분을 새롭게 드러냄으로써 영화연구 분야에서 새로운 담론의 공간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 여성 의식의 변화와 여성주의 연구
흔히 중국은 여성의 지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1949년 사회주의 체제 성립에 따라 여성은 남성과 다를 바 없이 생산 활동을 하며 사회적으로 동등한 지위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권력에 의해 시혜받은 것일 뿐 기층 여성으로부터 일어난 혁명적 변화라고는 할 수 없다. 실제로 각 가정에서 여성은 여전히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했고, 사회적으로는 보여지는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큰 키 때문에(초등 5학년 때 이미 173cm) 심리적으로나 활동하는 데 제약을 겪었다는 다이진화는 한때 ‘여자가 되는 법’을 강요받기도 했다. 다이진화가 ‘남권문화의 역습’이라 부르는 1980년대를 지나 1990년대에 이르러야 비로소 중국 여성들에게 여성주의적 움직임이 가시화되었다. 처음엔 문학계에서 시작된 여성주의가 1995년 세계여성대회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다이진화도 스스로 여성주의자라고 표명하며 활발한 여성주의적 비평에 나서고 있다.
다이진화는 문화연구가 계급, 종족(인종), 젠더라는 세 가지 사회적인 입장에 놓여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문화가 개인의 취미를 넘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담론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개인적 경험에 근거하여 남성에 대한 여성이라는 소수자적 주체 위치를 분명히 하고, 뚜렷한 여성주의적 입장에서 각종 여성문학과 TV 드라마, 광고 등을 해부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글쓰기 행위에 관심을 기울이는 그는 문학적으로 우수한 작품뿐만 아니라 “여성의 자서전, 여성의 저항, 여성의 구술사, 한 개인의 삶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품” 등 비문학작품을 포함하여, ‘여성 글쓰기’를 통해 여성의 삶의 표현이 여성으로부터 시작되어 여성에 의해 완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257쪽).
지식인의 역할을 말하다
다이진화 대담록인 이 책은 그의 말들이 오늘날의 중국과 중국인, 그리고 지식인에 대한 관심을 둘러싸고 펼쳐진다는 특징이 있다. 문화연구가 1960년대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를 비롯한 좌파 비평가들의 산물이며, 엘리트 문화가 침체되고 대중문화가 흥기하는 과정에서 현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변혁에 이르는 길을 탐구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다이진화가 문화연구를 말하면서 그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중국 사회의 현실과 미래를 모색한다는 점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중국은 급격한 자본주의화로 인해 대중문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대중매체의 영향력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대중문화는 연구자들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 사회의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구축하는 주요한 이슈가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식인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곳에 서 있으며, 무슨 말을 하는가’를 질문하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다이진화의 경우 여성이면서 사회주의 중국이라는 제3세계 지식인이라는 자신의 신분적 정체성과 함께 권력의 유희를 거부하고 사회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중국 근대화 문제를 지적하며 “근대화 과정에 참여하여 이를 추진해야 하는 역할, 스스로 근대화의 대상으로서 그 과정이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역할, 동시에 중국의 근대화 과정과 ‘근대화 담론’에 대한 검토와 반성을 해야 하는 역할”이라는 세 가지 역할을 주장한다. 아울러 “역사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일뿐 아니라 참된 전지구적 시야와 다중적인 참조체계, 그리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관찰력과 사고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97~98쪽). 이를 바탕으로 내일의 중국을 위해 어떤 사상적 자원을 제공할 것인지 각자의 작업을 통해 구체적이고도 깊이 있는 성과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좁은 연구 범위에 갇히지 말고 학제적 연구를 통해 출구를 찾을 것을 주문한다. 중국 인문학 전체를 보면 전문성이 불충분하고 학문적으로 규범화된 부분이 있지만, 학제적 연구가 이를 보완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내어 활력 넘치는 연구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3세계의 여성 지식인 신분인 다이진화가 중국 현실 비판과 미래적인 대안 제시를 통해 문화연구가 가야 할 길을 말하는 이 책은 자본주의적인 상품문화가 득세하고 있는 현실 속에 처해 있는 우리에게도 삶과 분리되지 치열한 태도를 환기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책머리에
1_ 분명한 입장
학술 자전│문화연구의 서술과 입장│문학비평의 이모저모│미셸 푸코, 권력, ‘유희’│페미니즘과 문화연구│사르트르와 지식인의 역할│문학과 철학에 대한 의견
2_ 영화사의 문화와 정신에 대한 반성
학술적 전향과 문화적 사고│1980년대에 대한 성찰│역사의 단절과 원화의 복원│학계의 ‘근대 현상’ 및 기타│영화이론과 문화연구│‘근대성’ 논의와 영화사│이론적 자원과 성찰│페미니즘과 영화사 쓰기│영화와 문학, 개인의 습관
3_ 도시문학과 문학비평 그리고 지식인의 역할
도시와 도시문화 그리고 ‘혁명’│역사와 현실│‘도시’에 대한 담론│1990년대 문화와 문학│‘세대’ 문화와 문학│문학 체제와 문화 구조│지식인이라는 신분│서양 지식인과 중국 문화의 현실
4_ 혁명, 이데올로기 비평, 문화연구 : 1968년 5월과 영화
‘5월혁명’과 현대 세계│이데올로기 비평과 중국의 비평 공간│‘항아리 속의 뇌’에 직면한 현대 악몽
5_ 여성주의 : 문화적 입장, 젠더 경험, 그리고 학술적 선택
중국의 여성학과 여성주의, 어제와 오늘 │여성문학?│린바이의 『한 여자의 전쟁』과 ‘딸’│문학비평과 문화연구│여성 글쓰기│젠더연구와 그 어려움│젠더의 차이와 본질주의│개인의 경험과 여성주의적 입장
6_ 여성문학과 개인적 글쓰기
여성 글쓰기의 맥락과 남성의 시각│반문│개인화 글쓰기와 ‘응시되는’ 여성│반문에 대한 반문│여성 공간 논쟁
7_ 도전에 직면한 문화비평 : 텔레비전 드라마 자세히 읽기
문화비평과 이론적 입장│「갈망」 다시 읽기│‘개인’과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
8_ 문화연구에서의 근대성 문제
‘근대성’에 대한 논의│광고연구와 문화 컨텍스트│‘세속화’에 관한 질의│광고와 사회 기제│다국적 자본과 광고의 표상│명명과 단절│근대성 담론과 이원대립│‘타인’과 ‘자기’의 이야기│1980년대 문화에 대한 검토
옮긴이의 말_ 다이진화 읽기 혹은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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