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최영미 산문집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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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2113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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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일기는 내 문학의 시작이자 끝이다.”
내가 쓴 최초의 시들은 일기장에 발표되었고 또 내 인생이 종말을 고하는 그날,
내가 세상에 남길 마지막 작품은 최후의 그날 아침, 혹은 그 전날 밤에 내가 썼던 일기일 테니까.
괴로울 때나 기쁠 때나 늘 나와 함께했던 일기는 나의 오랜 친구이자 연인이다.
그가 결코 날 실망시키거나 배반하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안다.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중에서
90년대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한국 시단에 파격과 새바람을 불러온 최영미 시인이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에 이어 새 산문집을 펴냈다. 전작에서 길 위에서 만난 이방인들과 유랑의 기록을 열정적으로 풀어낸 최영미 시인은 이 책에서 여행가방을 풀고 생활 속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부딪치는 온갖 일상과 상념들을 낱낱이 풀어낸다. 여행 후 누구나 돌아와야 하는, 혹은 돌아올 수밖에 없는 지긋지긋하고도 땀내 나는 생활 속에서 최영미 시인은 무엇을 느끼고 기록했을까. 이 책은 제목처럼 마치 한 작가의 내밀한 일기장을 엿보듯, 진실하고 땀냄새 물씬 나는 생활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지울 수 없는 생의 흔적”들
이 책에는 저자의 등단 즈음인 1993년부터 최근까지 쓴 생활수필들이 실려 있다. 1부에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여러 지면에 기고한 칼럼과 산문을 모았고, 2부에는 2000년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된『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에서 ‘생활의 냄새가 진한 글들’을 골라 묶었다. 등단 무렵 서른 즈음의 젊은 여성시인으로 사람과 일상을 치밀하게 관찰하며 써내려간 글에서부터 최근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며 다시 ‘시퍼런 오기’로 버텨냈던 ‘서른의 강’을 되짚어보는 글에 이르기까지 17년에 걸친 생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간 ‘사람 사귀는 데 서툴고 줄 서는 걸 싫어’하는 탓에 문단과 언론에 자신을 노출하기를 즐겨하지 않은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내면과 소소한 생활들을 거침없이 공개한다. 축구, 야구 등 큰 경기가 열렸다 하면, 열정적으로 관람하고 응원하는 ‘스포츠광’인 자신의 취미를 풀어낸 대목도 재미있다. 물론 저자는 스포츠해설가도 아니고 축구에 대한 지식은 ‘오프사이드를 겨우 이해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오히려 경기 그 자체보다는 ‘잔디밭을 질주하는 젊음의 활기와 화려한 골 세리모니를’ 즐기는 관중의 한 사람이기에 그는 제대로 즐기고 냉철하게 바라본다. 그가 지적하는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감동이 없고 승부만 있다’는 것.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승부에 집착하다보니 들어갈 공도 골대에 맞고 다시 튕겨나온다’. 하여 방송과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한결같이 16강과 우승을 연호하며 국가대표선수들의 등을 떠미는 대한민국을 향해, 저자는 이런 바람을 토로한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한(恨)의 축구였다. 나라를 뺏기고 못 먹고 괄시받은 온갖 설움을 ‘슛-골인’으로 풀려는 답답한 속내를 내가 왜 모르랴. 하지만 이제는 국력을 체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집단초조증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그날이 곧 우리나라가 살고 싶은 나라가 되는 날일 텐데. 큰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외국선수들은 팡팡 웃는데 우리 청년들은 눈물이 글썽하다. 나는 차두리와 이동국의 눈에서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 맺히는 걸 보고 싶다. 그래서 내 지리멸렬한 일상에 잠시 숨통이 트이고 인생이 환희로 차오르는 순간을 만끽했으면.
―「이기기보다 즐기는 축구를……」
“인생에서 언제 싸우고 언제 타협해야 하나요?”
사람들은 일기장에 자기자신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비밀스레 새기게 마련이다. 최영미 시인 역시 이 책에서 세월의 강을 건너는 동안, 마음의 의지처가 되고 생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이들과의 애틋한 인연을 소개한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눈에 띄는 ‘사랑을 주고 떠나신 할머니께 이 작은 책을 바칩니다’라고 쓰인 정갈한 두 줄의 헌사에서도 느껴지듯, 저자는 ‘짧은 지면에 풀어놓기엔 벅찬’ 할머니와의 추억들을, 또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홀로 병마와 싸우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연명’하다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 대한 슬픔과 부채의식을 절절하게 기록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사이자 저자의 서울대 은사인 이인호 선생과의 인연이 담긴 글편들도 인상적이다. 핀란드의 헬싱키까지 찾아와 힘겨운 인생의 길을 묻는 제자를 향해 이인호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언제 싸우고 언제 타협해야 하나요?”
“큰 일에는 원칙을 지키고, 작은 일에는 타협해야지.”
“하지만 선생님. 어떤 상황에 빠져 있을 때에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부차적인지 분간이 잘 안 되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저절로 알게 되지.”
이외에도『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인생이 뒤집어지면서’ 잃어버렸던 친구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편지글을 띄워 기적처럼 다시 만나게 된 사연에서는, 세월이 흐를수록 한 시절을 공유한 오랜 친구가 그리워지며 결국 사람에게 배우고 사람에게 희망을 얻을 수밖에 없는 우리네 삶의 비의를 새삼 깨닫게 한다.
“나는 잔치가 끝났다고 말한 적이 없다”
90년대, 숱한 화제를 낳고 주목을 받았던 최영미 시인의의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이고 돌풍이었기에, 세간의 말과 논쟁은 끝이 없었다. 그 시간들 동안 최영미 시인은 그 숱한 말들의 잔치를 견뎌야 했다.
“왜 잔치가 끝났느냐?” 이렇게 묻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위 자신들이 운동권의 적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인데, 그들은 ‘잔치’가 ‘운동’의 은유라며 내 시를 지나치게 심오하게 확대 해석하는 잘못을 범했다. 하지만 설령 그들의 해석이 맞다 해도 그렇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잔치라면 누구 한 사람이 끝내자고 해서 쉽게 끝나겠는가. 그런 시시한 잔치라면 애저녁에 상을 걷어치우는 게 낫지 않을까.
심지어 제목에 얹은 ‘서른’이라는 단어를 트집 잡아 “1994년이면 당신 나이 서른세 살 때인데 왜 시집 제목을 서른이라고 달아 독자를 속였느냐?”라는 힐문을 받기도 했다 하니,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저자에게 안겨준 영광과 명예도 적지 않지만, 뭇사람들의 시기와 오해, 그리고 그로 인한 상처 또한 깊었음을 짐작케 한다.
한 선배 작가는 최영미 시인에게 ‘글을 써서 밥을 먹으려면 어느 정도의 수모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그 숱한 절망과 환멸 속에서 저자는 ‘아무것도 붙잡을 것이 없’었기에, ‘정든 한숨과 환멸의 힘’으로, 또 ‘그 흔한, 잘난 희망이 아니라 차라리 질긴 절망을 벗삼아’ 견디고 살아낸다.
언제나 자신의 삶에 지독하리만큼 진실하고자 했고 철두철미해지려 했던 시인 최영미. 그가 이제 17년간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딛고 기록한 일상의 조각들을 독자들 앞에 꺼내놓는다.
이 책은 그의 숨겨진 면모를 가감 없이 엿볼 수 있는 단 한 권의 절실한 일기장이자 산문집이다.
서른 살은, 특히 한국에서 여자 나이 서른 살은 단순한 나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강이다. 아직 젊음의 불꽃이 남아 있을 때 있는 힘을 다해 생을 한번 뒤집어볼 수 있는, 도박을 할 수 있는 나이. 주사위는 던져졌고, 당신은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 한다.
서른은 결코 한 해가 아니다. 언제든 자기 인생을 철저하게 뒤돌아볼 때 우리는 영원히 서른 살이고, 부러진 뼈들을 추스려 새로 시작할 수 있으리라. 가차 없이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자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나는 감히 믿는다.
―「나는 잔치가 끝났다고 말한 적이 없다」 중에서
내가 쓴 최초의 시들은 일기장에 발표되었고 또 내 인생이 종말을 고하는 그날,
내가 세상에 남길 마지막 작품은 최후의 그날 아침, 혹은 그 전날 밤에 내가 썼던 일기일 테니까.
괴로울 때나 기쁠 때나 늘 나와 함께했던 일기는 나의 오랜 친구이자 연인이다.
그가 결코 날 실망시키거나 배반하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안다.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중에서
90년대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한국 시단에 파격과 새바람을 불러온 최영미 시인이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에 이어 새 산문집을 펴냈다. 전작에서 길 위에서 만난 이방인들과 유랑의 기록을 열정적으로 풀어낸 최영미 시인은 이 책에서 여행가방을 풀고 생활 속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부딪치는 온갖 일상과 상념들을 낱낱이 풀어낸다. 여행 후 누구나 돌아와야 하는, 혹은 돌아올 수밖에 없는 지긋지긋하고도 땀내 나는 생활 속에서 최영미 시인은 무엇을 느끼고 기록했을까. 이 책은 제목처럼 마치 한 작가의 내밀한 일기장을 엿보듯, 진실하고 땀냄새 물씬 나는 생활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지울 수 없는 생의 흔적”들
이 책에는 저자의 등단 즈음인 1993년부터 최근까지 쓴 생활수필들이 실려 있다. 1부에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여러 지면에 기고한 칼럼과 산문을 모았고, 2부에는 2000년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된『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에서 ‘생활의 냄새가 진한 글들’을 골라 묶었다. 등단 무렵 서른 즈음의 젊은 여성시인으로 사람과 일상을 치밀하게 관찰하며 써내려간 글에서부터 최근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며 다시 ‘시퍼런 오기’로 버텨냈던 ‘서른의 강’을 되짚어보는 글에 이르기까지 17년에 걸친 생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간 ‘사람 사귀는 데 서툴고 줄 서는 걸 싫어’하는 탓에 문단과 언론에 자신을 노출하기를 즐겨하지 않은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내면과 소소한 생활들을 거침없이 공개한다. 축구, 야구 등 큰 경기가 열렸다 하면, 열정적으로 관람하고 응원하는 ‘스포츠광’인 자신의 취미를 풀어낸 대목도 재미있다. 물론 저자는 스포츠해설가도 아니고 축구에 대한 지식은 ‘오프사이드를 겨우 이해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오히려 경기 그 자체보다는 ‘잔디밭을 질주하는 젊음의 활기와 화려한 골 세리모니를’ 즐기는 관중의 한 사람이기에 그는 제대로 즐기고 냉철하게 바라본다. 그가 지적하는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감동이 없고 승부만 있다’는 것.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승부에 집착하다보니 들어갈 공도 골대에 맞고 다시 튕겨나온다’. 하여 방송과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한결같이 16강과 우승을 연호하며 국가대표선수들의 등을 떠미는 대한민국을 향해, 저자는 이런 바람을 토로한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한(恨)의 축구였다. 나라를 뺏기고 못 먹고 괄시받은 온갖 설움을 ‘슛-골인’으로 풀려는 답답한 속내를 내가 왜 모르랴. 하지만 이제는 국력을 체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집단초조증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그날이 곧 우리나라가 살고 싶은 나라가 되는 날일 텐데. 큰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외국선수들은 팡팡 웃는데 우리 청년들은 눈물이 글썽하다. 나는 차두리와 이동국의 눈에서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 맺히는 걸 보고 싶다. 그래서 내 지리멸렬한 일상에 잠시 숨통이 트이고 인생이 환희로 차오르는 순간을 만끽했으면.
―「이기기보다 즐기는 축구를……」
“인생에서 언제 싸우고 언제 타협해야 하나요?”
사람들은 일기장에 자기자신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비밀스레 새기게 마련이다. 최영미 시인 역시 이 책에서 세월의 강을 건너는 동안, 마음의 의지처가 되고 생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이들과의 애틋한 인연을 소개한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눈에 띄는 ‘사랑을 주고 떠나신 할머니께 이 작은 책을 바칩니다’라고 쓰인 정갈한 두 줄의 헌사에서도 느껴지듯, 저자는 ‘짧은 지면에 풀어놓기엔 벅찬’ 할머니와의 추억들을, 또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홀로 병마와 싸우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연명’하다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 대한 슬픔과 부채의식을 절절하게 기록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사이자 저자의 서울대 은사인 이인호 선생과의 인연이 담긴 글편들도 인상적이다. 핀란드의 헬싱키까지 찾아와 힘겨운 인생의 길을 묻는 제자를 향해 이인호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언제 싸우고 언제 타협해야 하나요?”
“큰 일에는 원칙을 지키고, 작은 일에는 타협해야지.”
“하지만 선생님. 어떤 상황에 빠져 있을 때에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부차적인지 분간이 잘 안 되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저절로 알게 되지.”
이외에도『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인생이 뒤집어지면서’ 잃어버렸던 친구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편지글을 띄워 기적처럼 다시 만나게 된 사연에서는, 세월이 흐를수록 한 시절을 공유한 오랜 친구가 그리워지며 결국 사람에게 배우고 사람에게 희망을 얻을 수밖에 없는 우리네 삶의 비의를 새삼 깨닫게 한다.
“나는 잔치가 끝났다고 말한 적이 없다”
90년대, 숱한 화제를 낳고 주목을 받았던 최영미 시인의의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이고 돌풍이었기에, 세간의 말과 논쟁은 끝이 없었다. 그 시간들 동안 최영미 시인은 그 숱한 말들의 잔치를 견뎌야 했다.
“왜 잔치가 끝났느냐?” 이렇게 묻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위 자신들이 운동권의 적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인데, 그들은 ‘잔치’가 ‘운동’의 은유라며 내 시를 지나치게 심오하게 확대 해석하는 잘못을 범했다. 하지만 설령 그들의 해석이 맞다 해도 그렇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잔치라면 누구 한 사람이 끝내자고 해서 쉽게 끝나겠는가. 그런 시시한 잔치라면 애저녁에 상을 걷어치우는 게 낫지 않을까.
심지어 제목에 얹은 ‘서른’이라는 단어를 트집 잡아 “1994년이면 당신 나이 서른세 살 때인데 왜 시집 제목을 서른이라고 달아 독자를 속였느냐?”라는 힐문을 받기도 했다 하니,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저자에게 안겨준 영광과 명예도 적지 않지만, 뭇사람들의 시기와 오해, 그리고 그로 인한 상처 또한 깊었음을 짐작케 한다.
한 선배 작가는 최영미 시인에게 ‘글을 써서 밥을 먹으려면 어느 정도의 수모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그 숱한 절망과 환멸 속에서 저자는 ‘아무것도 붙잡을 것이 없’었기에, ‘정든 한숨과 환멸의 힘’으로, 또 ‘그 흔한, 잘난 희망이 아니라 차라리 질긴 절망을 벗삼아’ 견디고 살아낸다.
언제나 자신의 삶에 지독하리만큼 진실하고자 했고 철두철미해지려 했던 시인 최영미. 그가 이제 17년간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딛고 기록한 일상의 조각들을 독자들 앞에 꺼내놓는다.
이 책은 그의 숨겨진 면모를 가감 없이 엿볼 수 있는 단 한 권의 절실한 일기장이자 산문집이다.
서른 살은, 특히 한국에서 여자 나이 서른 살은 단순한 나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강이다. 아직 젊음의 불꽃이 남아 있을 때 있는 힘을 다해 생을 한번 뒤집어볼 수 있는, 도박을 할 수 있는 나이. 주사위는 던져졌고, 당신은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 한다.
서른은 결코 한 해가 아니다. 언제든 자기 인생을 철저하게 뒤돌아볼 때 우리는 영원히 서른 살이고, 부러진 뼈들을 추스려 새로 시작할 수 있으리라. 가차 없이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자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나는 감히 믿는다.
―「나는 잔치가 끝났다고 말한 적이 없다」 중에서
목차
제1부 살며 생각하며 2002년~2009년
좋은 하루 되세요
이기기보다 즐기는 축구를
일본 입국 유감
화장품만 바꾸고
이것부터 고치자
우리는 정말 하나인가
미쳐가는 나라, 망국의 센티멘털리즘
나도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인생은 어렵지만 하루는 쉽다
휴대전화 좀 빌려주실래요?
보고싶은 S에게
이인호 선생님
나에게 한 살 더 나이를 먹는다는 건
혀를 깨무는 아픔 없이
완벽한 집은 없다
지도를 찾아서
남대문을 생각하며
집이 되지 않는 선물
내가 서울이 그리울 때
내가 젊어 보인다고?
제2부 우연히 내 일기를 1993년~2000년
등단 소감
아마추어를 위하여
단추의 비밀
통일도 생활이다
백야일기
대낮의 햇살 아래 그들을 만나고파
월든
나를 일으켜세운 한마디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서른 살의 희망과 절망
나는 잔치가 띁났다고 말한 적이 없다
저 달 좀 보세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와 거짓말
끝끝내 도스
할머니
내 아침을 돌려다오
나의 바다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