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우리시대 학술연구
넘나듦(通涉)의 정치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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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 넘나듦(通涉)의 정치사상
정치사상 전공자인 저자는 지난 25년 동안 정치사상 분야에서 서양 정치사상은 물론 동양/한국 정치사상 분야에서도 논문을 집필하고, 정치학 내에서도 한국 정치, 비교 정치, 국제 정치, 심지어 북한학 분야를 넘나들면서 글을 쓰는 유목민적 성격을 띤 학자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저자는 ‘정치사상 전공이 아니다’라는 풍문을 심심치 않게 듣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는 그런 소문을 들으면 그 배제의 잣대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 하면서 피식 웃어넘기곤(笑而不答) 했다. 자신에게 덧씌워진 그런 혐의를 한편으로 수용하면서, 저자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잘 알려진 영어 속담에 ‘한 우물만 열심히 파라’는 정주민적 삶의 태도를 옹호하는 그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여기저기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사람은 타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유목민적 삶을 긍정하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책의 제목에 ‘통섭’(通涉)을 포함시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최근 유행하는 학문의 ‘통섭’(統攝)이라는 개념에 무임승차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책에서 사용하는 통섭(通涉)과 흔히 사용되는 ‘통섭’(統攝)은 개념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통섭(統攝) 개념은 흔히 ‘인문학이 자연과학에 흡수되는 통합’을 뜻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것은 한자의 자의(字意)가 지시하는 것처럼 ‘전체를 도맡아 다스림’이라는 의미가 강하며, 따라서 ‘모든 것에 대한 이론’으로서 환원주의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 책에서 사용하는 ‘통섭’(通涉)은 ‘서로 왕래함’이라는 뜻으로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는 사물들이 수평적으로 내왕하고 소통하면서 네트워크(연결망)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다양성을 호흡하되 ‘일원적이 아닌 다중적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시(時)의 고금(古今)과 양(洋)의 동서(東西)를 넘나들면서 정치사상을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을 ‘넘나듦(通涉)의 정치사상’이라고 지었다.
2. 탈서구중심적 비교정치사상
이 책은 학문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해 온 결과물이다. 하나는 우리 학문이 너무나 깊이 내면화한 서구중심주의를 타개하고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정치사상 분야에서 체계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자 자신이 그동안 서양 정치사상 연구에만 몰입해 온 데 대한 자기 반발로 동아시아나 한국의 정치사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저자는 서양 정치사상은 물론 현대 한국 정치나 동아시아 전통사상을 연구해 왔는데, 이는 ‘현대 한국 정치의 사상화’, ‘전통 사상의 현대화’나 ‘동서 정치사상의 비교 연구’를 수행하면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탈서구중심주의’를 추구해 온 과정이었다. 이 점에서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논문들은 명시적으로 서구중심주의를 논하지는 않더라도 서구중심주의의 타개 또는 탈서구중심주의의 지향이라는 일관된 목적에 따라 집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탈서구중심적 비교정치사상의 수행을 위한 분석적 틀로 1장에서 횡단성, 교차 문화적 대화 및 생물학적 유비라는 개념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동양과 서양의 정치사상을 기로질러 비교하기 위해 양자의 존재 양식과 진화 과정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상동성(homology), 상사성(analogy), 수렴 진화 및 분지 진화와 같은 생물학적 개념과 발상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3. 숨은 그림 찾기와 조각 그림(퍼즐 조각) 맞추기
정치사상의 고전적 텍스트를 재해석하면서 저자는 ‘숨은 그림 찾기’와 ‘퍼즐 조각 맞추기’를 통해서 종래의 해석론이 놓치고 있는 숨겨진 사상을 복원하고자 시도한다.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논문을 이런 시도의 구체적 결실로 지목할 수 있다. 5장 “원시 유가 사상에 명멸했던 대동 민주주의: 급진적 회상”, 6장 “율곡 이이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대동(大同)/소강(小康)/소강(少康): 시론적 개념 분석” 및 9장 “루소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치 참여에 대한 고찰: 시민의 정치 참여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는가?”가 그것이다.
먼저 5장에서는 요(堯)/순(舜)/우(禹)의 왕위선양에 대한 <맹자>(孟子)와 <사기>(史記) 및 <서경>(書經)의 단편적인 서술들을 재조합해서 저자는 ‘대동(大同)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고안하고, 이어서 그런 대동 민주주의에 대한 사상사적 흔적을 <맹자>, <사기>,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및 <국어>(國語)에 산재한 구절들을 재해석하고 재조립해서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다산 정약용의 고립된 두 단편, ?원목?(原牧)과 ?탕론?(湯論)을 잃어버린 대동 민주주의 전통에 대한 급진적 회상으로 연결시킨다. 6장의 율곡 이이의 정치사상에 대한 논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저자는 율곡이 유교 정치사상의 핵심 개념인 대동(大同)/소강(小康)/소강(少康)을 과거의 유학자들과 달리 혁신적으로 재해석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런 시도는 9장의 루소 사상에 대한 해석에서도 발견된다. 루소는 <사회계약론> 4권 1장에서 국가의 유형을 세 가지로, 곧 ① ‘이상적 국가(건강한 농민공동체)’, ②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국가’, ③ ‘부패가 심각한 상태에 이른 국가’로 제시한다. 그 결과 많은 해석론자들은 이 세 가지 범주에 매몰되어 루소의 정치사상을 해석하고자 했다. 그러나 저자는 <사회계약론>에서 루소가 서술한 많은 구절들이 이 세 가지 유형의 국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고 ①과 ② 유형의 국가 사이에 ‘준이상적 국가(초기 로마공화정의 민회)’라는 국가유형을 설정하고, 이렇게 발견된 국가유형을 통해 종래 잘 설명되지 않던 루소의 정치사상을 합리적으로 해석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루소의 시민들 사이에는 적극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주류적 해석론과 달리 ‘루소의 시민 사이에는 적극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된다’는 반론을 성공적으로 제기한다. 그리고 이런 해석의 타당성을 루소의 최후의 정치적 저작인 <폴란드 정부에 관한 고찰>(Considerations on the Government of Poland)에서 저자의 주장을 명시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절을 찾아서 인용함으로써 입증하고 있다.
● 주요 내용 소개
┃제1부 정치사상, 어떻게 할 것인가┃
제1부는 2004년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라는 책을 출간한 이후 저자의 일관된 관심인 ‘탈서구중심적 정치사상 연구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연구를 수행하기에 앞서, 그에 대한 기본적인 발상과 전략을 제시한 논문 두 편을 담고 있다. 첫 번째 논문은 동아시아 학자로서 동서 비교정치사상 연구를 어떻게 수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제안을 담고 있고, 두 번째 논문은 현대 한국에서 한국 정치사상을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저자 나름의 고민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1장 “비교정치사상 방법론에 대한 예비적 고찰: 횡단적/교차 문화적 대화”에서는 탈서구중심적 연구 방법의 일환으로 동서양의 정치사상을 대등한 지평과 조건에서 비교하는 비교정치사상 연구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초보적인 단계에서나마 풀어내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서구중심적인 세계를 좀 더 다중심적인 세계로 전환시킬 객관적 조건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그러고 나서 서구중심주의의 해체 및 비교정치사상 연구의 수행을 위한 적절한 분석의 틀을 모색하기 위해 ‘횡단성’(transversality, 또는 횡단적 연계성), ‘교차 문화적(cross-cultural) 대화’ 및 ‘생물학적 유비’(biological analogy)라는 개념과 발상을 검토한다.
2장 “한국 정치사상, 어떻게 할 것인가?: 반성과 대안”은 서구중심주의의 폐해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 정치사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저자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내용을 시론적으로 정리/발표한 것이다. 이 장의 내용을 간추리면, 먼저 예비적 고찰로서 “정치사상이란 무엇인가”, “세계의 변화와 사상의 혁신간의 관계”, “한국 정치사상에서 ‘한국’이 갖는 함의”를 약술하고 있다. 이어서 본론에 해당하는 ‘한국 정치사상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세 가지 차원에서 대안 또는 전략을 제안한다. 첫 번째 차원은 서구중심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역편향의 의도적 추구라는 관점에서, 두 번째 차원은 동서양 정치사상의 시공간적 교차/수렴이라는 관점(서양 정치사상의 한국화, 동아시아/한국 전통 정치사상의 현대화, 현대 한국 정치의 ‘사상화’)에서, 마지막으로는 보다 일반적으로 “탁월한 정치사상(가)의 출현과정에 대한 검토를 통한 대안의 모색”이라는 관점에서 적절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제2부 동서 비교┃
제2부에서는 정치사상의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전통사상과 서양 정치사상의 비교를 시도한 두 편의 논문을 싣고 있다.
3장 “덕치(德治)와 법치(法治): 양자의 겸전(兼全) 필요성을 중심으로”에서는 성문법의 외형적 준수를 강조하는 법치와 도덕규범의 내면적 준수를 역설하는 덕치는 이론과 현실 양면에서 상호 대립되는 원칙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원칙이라는 전제에 따라 법치와 덕치의 장점과 한계를 학문적으로 비교/검토한다. 또한 덕치와 법치의 보완적 겸전을 위해 무엇보다도 (유가 중심의) 동아시아는 덕치, 서양은 법치를 통치원리로 삼아 왔다는 동서 정치사상사에 대한 종래의 경직된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해체함으로써 덕치와 법치의 겸전을 위한 개방된 지평을 제공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이 장은 동서양 정치사상사에서 법치 사상의 전개과정을 덕치 사상과 대비하면서 개괄적으로 제시한 후 현대 민주국가에서도 법치를 보완하기 위해 덕치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4장 “동서양 사상에 있어서 정치적 정당성의 비교: 유가의 공론론(公論論)과 루소의 일반의지론을 중심으로”에서는 동서양 정치사상, 양자의 건설적이고 비판적인 대화를 수행하기 위해 동서양 정치사상사에서 ‘정치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의를 유가의 공론과 루소의 일반의지를 중심으로 비교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유교에서 ‘정치적 정당성의 근거’ 또는 ‘정치적 권위체’에 대한 인식이 ‘천명’에서 ‘민심’으로, ‘민심’에서 ‘공론’으로 변천하게 되는 사상사적 맥락을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송대 주자의 공론 개념이 선진시대의 천명과 민심을 지양시킨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다. 이어서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나타난 ‘일반의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을 유가의 ‘공론’ 개념과 비교하면서 양자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유교의 ‘공론’ 개념이 현대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탐색하고 있다.
┃제3부 전통사상┃
제3부에서는 원시 유가 사상과 율곡 이이의 사상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편의 논문이 ‘대동’ 개념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5장 “원시 유가 사상에 명멸했던 대동 민주주의: 급진적 회상”은 중국 고대사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원시적 민주주의를 ‘대동 민주주의’로 개념화하고, 그 흔적을 중국 고전에 대한 고고학적 분석을 통해 탐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서구학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고대사에서 민주정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존재했으며, 아테네 민주정은 고대 민주정의 역사에서 어떤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는지를 검토한다. 이어서 ‘대동 민주주의’의 개념화를 위해 유교 고전에서 제시된 대동을 ‘위대한 조화’와 ‘위대한 합의’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누어 고찰한 후,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대동 민주주의’가 ‘위대한 합의’에 의한 민주주의임을 명시한다. 그리고 이런 개념에 근거해서 <서경>과 <맹자>에 기술된 요/순/우의 이른바 ‘왕위선양’ 과정에 나타나는 정치적 결정을 대동 민주주의의 원형으로 개념화하고, 이에 대한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비교 분석하여 공자보다 맹자가 대동 민주주의에 우호적임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그런 대동 민주주의의 흔적이 2000년을 가로 질러 조선의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의 두 단편, ?원목?과 ?탕론?에서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보존되어 명멸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6장 “율곡 이이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대동(大同)/소강(小康)/소강(少康): 시론적 개념 분석”에서는 율곡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대동(大同)/소강(小康)/소강(少康) 개념을 분석하고 있다. 먼저 <예기>와 <율곡전서>에 각각 나타난 대동과 소강(小康)을 비교하면서 율곡이 대동/소강(小康) 개념을 근본적으로 혁신했음을 주장한다. 이어서 소강(小康)과 소강(少康)을 혼용하던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언어관행과 달리 율곡이 소강(小康)과 소강(少康)을 명확히 구분하여 사용했음을 지적하고 양자가 지닌 의미상의 차이를 해명한다. 이 과정에서 율곡이 ‘스스로’ 소강(小康)이라는 개념을 직접 사용한 적이 없으며, 율곡이 사용한 소강(少康) 개념은 주로 패도에 해당하는 치세를 지칭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제4부 한국 현대 정치사상┃
제4부는 한국 현대 정치를 정치사상적 관점에서 조명한 논문 두 편을 싣고 있다.
7장 “한국 현대 정치의 이념적 지형: 비동시성의 동시성의 관점에서”는 해방과 분단 이후 지난 60여 년 동안 형성된 한국 정치의 이념적 지형의 특징을 (주로 민주화 이전에 초점을 맞추어) 보수주의, 자유(민주)주의, 민족주의 및 급진주의 등 4대 이데올로기의 전개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또한 한국 현대 정치사상의 흐름의 특징을 서구 선발국의 경험과 비교하면서 고찰하기 위해 독일의 사회철학자 블로흐가 고안한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되, 논문의 목적에 맞게 적절히 수정한다. 이를 통해 민주화 이전 한국 정치의 이념적 지형의 가장 현저한 특징의 하나로 비동시성의 변증법에 따른 ‘이중적 정치질서의 중첩적 병존과 한국 보수주의의 이념적 모호성’을 지적한다. 이어서 비동시성의 변증법에서 파생된 한국 정치의 이념적 지형의 여러 특징을 ‘최종적인 완성물로서 다양한 이데올로기의 수용’, ‘다양한 이데올로기의 조급한 충돌과 자유민주주의의 조숙한 보수화’, ‘탈맥락적으로 갈등하는 이데올로기들’ 및 ‘진정성 논쟁’이라는 소주제를 통해 분석한다. 결론에서는 민주화 이후 20여 년이 지난 현재, 한국 정치의 이념적 지형이 서구의 그것에 수렴하고 동시화하는 현상을, 이념적 다양성을 수반하는 정당체제의 형성이라는 차원에서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비동시성의 변증법이 단순히 세계체제의 주변부 후발국에서만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중심부인 서구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임을 확인하고 있다.
8장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충돌”에서는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흔히 거론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헌정 체제’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구분할 커다란 실익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어서 우리 헌법의 해석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민주공화국의 ‘민주’, ‘민주적 기본질서’,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헌법학적 의미에는 커다란 차이가 없지만, ‘민주적 기본질서’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구절들이 들어간 헌법조항들이 명문화된 당시의 입법연혁(또는 정치사)을 살펴볼 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비해 강한 반공주의를 내포하고 있으며, 오늘날 그 유산이 정치는 물론 법체계에서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및 행정수도이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관련하여 두 사건을 정치학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충돌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한 후, 이 두 사건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본격적인 충돌로 보기는 어렵다는 저자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치에서 저자가 우려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충돌을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검토한다.
┃제5부 서양 및 일본의 정치사상┃
제5부는 프랑스의 근대사상가인 루소와 일본의 현대사상가인 마루야마 마사오의 사상을 분석한 두 편의 논문을 수록하고 있다.
9장 “루소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치참여에 대한 고찰: 시민의 정치참여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는가?”는 2012년도 한국정치학회 학술상(논문 부문)을 수상한 논문이기도 하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루소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치 참여론의 해석을 둘러싼 서구 학계의 논쟁을 검토한 후 자신의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루소의 시민들에게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 등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허용되는가에 대해 대다수의 서구학자들은 그의 주저인 <사회계약론>의 일부 구절에 주목하여 부정적으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이 장에서 저자는 루소적 민주주의에서 시민들 상호 간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된다는 긍정적 해석론을 전개한다. 이런 주장을 펼치기 위해 먼저 <사회계약론> 제4권 1장에 서술된 국가의 유형을 그 부패 정도와 정치참여의 양상을 중심으로 새롭게 분류하여 검토하고, 이어서 루소적 시민의 정치참여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론을 부정론과 긍정론으로 나누어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사회계약론>, <폴란드 정부에 관한 고찰> 등 루소의 주요 저작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부정적 해석에 비판을 제기하는 동시에 기존의 긍정적 해석의 미비한 점을 보완함으로써, 부정론보다는 긍정론이 루소 사상의 해석에 더 적합하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10장 “마루야마 마사오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서구중심주의와 일본중심주의: <일본정치사상사연구>(日本政治思想史硏究)에 나타난 ‘자연과 작위의 이분법적 대립’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중심으로”에서는 일본의 현대 정치사상가인 마루야마 마사오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마루야마는 그의 주저 <일본정치사상사연구>에서 일본 유학의 전개과정에서 중국과는 구분되는 “주체적 작위”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이것이 일본 근대성의 뿌리가 되었으며 이런 사상적 요소의 존재 때문에 일본이 중국과 달리 성공적으로 근대화를 달성하고 근대국가 건설을 수행했다는 독창적인 해석론을 전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장에서 저자는 메이지 유신 직후 일본의 대표적 정치사상가인 후쿠자와 유키치와 마찬가지로, 전후 최고의 사상사 연구자로 꼽히는 마루야마 마사오 역시 서구중심주의를 충실히 수용하는 한편 일본중심주의를 전개함으로써 일본 근대화의 필요성과 성공, 그리고 근대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이후에는 서구 제국주의와 동일한 반열에 서서 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지배를 사상적으로 정당화하고자 했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에 따라 마루야마가 이론화한 ‘주체적 작위’의 개념 역시 천황 중심의 초국가주의로 치달을 수 있는 개연성을 내장하고 있었는데, 그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를 간과했다는 주장을 개진한다.
정치사상 전공자인 저자는 지난 25년 동안 정치사상 분야에서 서양 정치사상은 물론 동양/한국 정치사상 분야에서도 논문을 집필하고, 정치학 내에서도 한국 정치, 비교 정치, 국제 정치, 심지어 북한학 분야를 넘나들면서 글을 쓰는 유목민적 성격을 띤 학자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저자는 ‘정치사상 전공이 아니다’라는 풍문을 심심치 않게 듣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는 그런 소문을 들으면 그 배제의 잣대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 하면서 피식 웃어넘기곤(笑而不答) 했다. 자신에게 덧씌워진 그런 혐의를 한편으로 수용하면서, 저자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잘 알려진 영어 속담에 ‘한 우물만 열심히 파라’는 정주민적 삶의 태도를 옹호하는 그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여기저기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사람은 타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유목민적 삶을 긍정하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책의 제목에 ‘통섭’(通涉)을 포함시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최근 유행하는 학문의 ‘통섭’(統攝)이라는 개념에 무임승차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책에서 사용하는 통섭(通涉)과 흔히 사용되는 ‘통섭’(統攝)은 개념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통섭(統攝) 개념은 흔히 ‘인문학이 자연과학에 흡수되는 통합’을 뜻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것은 한자의 자의(字意)가 지시하는 것처럼 ‘전체를 도맡아 다스림’이라는 의미가 강하며, 따라서 ‘모든 것에 대한 이론’으로서 환원주의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 책에서 사용하는 ‘통섭’(通涉)은 ‘서로 왕래함’이라는 뜻으로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는 사물들이 수평적으로 내왕하고 소통하면서 네트워크(연결망)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다양성을 호흡하되 ‘일원적이 아닌 다중적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시(時)의 고금(古今)과 양(洋)의 동서(東西)를 넘나들면서 정치사상을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을 ‘넘나듦(通涉)의 정치사상’이라고 지었다.
2. 탈서구중심적 비교정치사상
이 책은 학문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해 온 결과물이다. 하나는 우리 학문이 너무나 깊이 내면화한 서구중심주의를 타개하고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정치사상 분야에서 체계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자 자신이 그동안 서양 정치사상 연구에만 몰입해 온 데 대한 자기 반발로 동아시아나 한국의 정치사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저자는 서양 정치사상은 물론 현대 한국 정치나 동아시아 전통사상을 연구해 왔는데, 이는 ‘현대 한국 정치의 사상화’, ‘전통 사상의 현대화’나 ‘동서 정치사상의 비교 연구’를 수행하면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탈서구중심주의’를 추구해 온 과정이었다. 이 점에서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논문들은 명시적으로 서구중심주의를 논하지는 않더라도 서구중심주의의 타개 또는 탈서구중심주의의 지향이라는 일관된 목적에 따라 집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탈서구중심적 비교정치사상의 수행을 위한 분석적 틀로 1장에서 횡단성, 교차 문화적 대화 및 생물학적 유비라는 개념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동양과 서양의 정치사상을 기로질러 비교하기 위해 양자의 존재 양식과 진화 과정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상동성(homology), 상사성(analogy), 수렴 진화 및 분지 진화와 같은 생물학적 개념과 발상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3. 숨은 그림 찾기와 조각 그림(퍼즐 조각) 맞추기
정치사상의 고전적 텍스트를 재해석하면서 저자는 ‘숨은 그림 찾기’와 ‘퍼즐 조각 맞추기’를 통해서 종래의 해석론이 놓치고 있는 숨겨진 사상을 복원하고자 시도한다.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논문을 이런 시도의 구체적 결실로 지목할 수 있다. 5장 “원시 유가 사상에 명멸했던 대동 민주주의: 급진적 회상”, 6장 “율곡 이이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대동(大同)/소강(小康)/소강(少康): 시론적 개념 분석” 및 9장 “루소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치 참여에 대한 고찰: 시민의 정치 참여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는가?”가 그것이다.
먼저 5장에서는 요(堯)/순(舜)/우(禹)의 왕위선양에 대한 <맹자>(孟子)와 <사기>(史記) 및 <서경>(書經)의 단편적인 서술들을 재조합해서 저자는 ‘대동(大同)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고안하고, 이어서 그런 대동 민주주의에 대한 사상사적 흔적을 <맹자>, <사기>,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및 <국어>(國語)에 산재한 구절들을 재해석하고 재조립해서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다산 정약용의 고립된 두 단편, ?원목?(原牧)과 ?탕론?(湯論)을 잃어버린 대동 민주주의 전통에 대한 급진적 회상으로 연결시킨다. 6장의 율곡 이이의 정치사상에 대한 논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저자는 율곡이 유교 정치사상의 핵심 개념인 대동(大同)/소강(小康)/소강(少康)을 과거의 유학자들과 달리 혁신적으로 재해석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런 시도는 9장의 루소 사상에 대한 해석에서도 발견된다. 루소는 <사회계약론> 4권 1장에서 국가의 유형을 세 가지로, 곧 ① ‘이상적 국가(건강한 농민공동체)’, ②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국가’, ③ ‘부패가 심각한 상태에 이른 국가’로 제시한다. 그 결과 많은 해석론자들은 이 세 가지 범주에 매몰되어 루소의 정치사상을 해석하고자 했다. 그러나 저자는 <사회계약론>에서 루소가 서술한 많은 구절들이 이 세 가지 유형의 국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고 ①과 ② 유형의 국가 사이에 ‘준이상적 국가(초기 로마공화정의 민회)’라는 국가유형을 설정하고, 이렇게 발견된 국가유형을 통해 종래 잘 설명되지 않던 루소의 정치사상을 합리적으로 해석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루소의 시민들 사이에는 적극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주류적 해석론과 달리 ‘루소의 시민 사이에는 적극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된다’는 반론을 성공적으로 제기한다. 그리고 이런 해석의 타당성을 루소의 최후의 정치적 저작인 <폴란드 정부에 관한 고찰>(Considerations on the Government of Poland)에서 저자의 주장을 명시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절을 찾아서 인용함으로써 입증하고 있다.
● 주요 내용 소개
┃제1부 정치사상, 어떻게 할 것인가┃
제1부는 2004년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라는 책을 출간한 이후 저자의 일관된 관심인 ‘탈서구중심적 정치사상 연구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연구를 수행하기에 앞서, 그에 대한 기본적인 발상과 전략을 제시한 논문 두 편을 담고 있다. 첫 번째 논문은 동아시아 학자로서 동서 비교정치사상 연구를 어떻게 수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제안을 담고 있고, 두 번째 논문은 현대 한국에서 한국 정치사상을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저자 나름의 고민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1장 “비교정치사상 방법론에 대한 예비적 고찰: 횡단적/교차 문화적 대화”에서는 탈서구중심적 연구 방법의 일환으로 동서양의 정치사상을 대등한 지평과 조건에서 비교하는 비교정치사상 연구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초보적인 단계에서나마 풀어내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서구중심적인 세계를 좀 더 다중심적인 세계로 전환시킬 객관적 조건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그러고 나서 서구중심주의의 해체 및 비교정치사상 연구의 수행을 위한 적절한 분석의 틀을 모색하기 위해 ‘횡단성’(transversality, 또는 횡단적 연계성), ‘교차 문화적(cross-cultural) 대화’ 및 ‘생물학적 유비’(biological analogy)라는 개념과 발상을 검토한다.
2장 “한국 정치사상, 어떻게 할 것인가?: 반성과 대안”은 서구중심주의의 폐해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 정치사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저자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내용을 시론적으로 정리/발표한 것이다. 이 장의 내용을 간추리면, 먼저 예비적 고찰로서 “정치사상이란 무엇인가”, “세계의 변화와 사상의 혁신간의 관계”, “한국 정치사상에서 ‘한국’이 갖는 함의”를 약술하고 있다. 이어서 본론에 해당하는 ‘한국 정치사상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세 가지 차원에서 대안 또는 전략을 제안한다. 첫 번째 차원은 서구중심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역편향의 의도적 추구라는 관점에서, 두 번째 차원은 동서양 정치사상의 시공간적 교차/수렴이라는 관점(서양 정치사상의 한국화, 동아시아/한국 전통 정치사상의 현대화, 현대 한국 정치의 ‘사상화’)에서, 마지막으로는 보다 일반적으로 “탁월한 정치사상(가)의 출현과정에 대한 검토를 통한 대안의 모색”이라는 관점에서 적절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제2부 동서 비교┃
제2부에서는 정치사상의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전통사상과 서양 정치사상의 비교를 시도한 두 편의 논문을 싣고 있다.
3장 “덕치(德治)와 법치(法治): 양자의 겸전(兼全) 필요성을 중심으로”에서는 성문법의 외형적 준수를 강조하는 법치와 도덕규범의 내면적 준수를 역설하는 덕치는 이론과 현실 양면에서 상호 대립되는 원칙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원칙이라는 전제에 따라 법치와 덕치의 장점과 한계를 학문적으로 비교/검토한다. 또한 덕치와 법치의 보완적 겸전을 위해 무엇보다도 (유가 중심의) 동아시아는 덕치, 서양은 법치를 통치원리로 삼아 왔다는 동서 정치사상사에 대한 종래의 경직된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해체함으로써 덕치와 법치의 겸전을 위한 개방된 지평을 제공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이 장은 동서양 정치사상사에서 법치 사상의 전개과정을 덕치 사상과 대비하면서 개괄적으로 제시한 후 현대 민주국가에서도 법치를 보완하기 위해 덕치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4장 “동서양 사상에 있어서 정치적 정당성의 비교: 유가의 공론론(公論論)과 루소의 일반의지론을 중심으로”에서는 동서양 정치사상, 양자의 건설적이고 비판적인 대화를 수행하기 위해 동서양 정치사상사에서 ‘정치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의를 유가의 공론과 루소의 일반의지를 중심으로 비교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유교에서 ‘정치적 정당성의 근거’ 또는 ‘정치적 권위체’에 대한 인식이 ‘천명’에서 ‘민심’으로, ‘민심’에서 ‘공론’으로 변천하게 되는 사상사적 맥락을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송대 주자의 공론 개념이 선진시대의 천명과 민심을 지양시킨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다. 이어서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나타난 ‘일반의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을 유가의 ‘공론’ 개념과 비교하면서 양자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유교의 ‘공론’ 개념이 현대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탐색하고 있다.
┃제3부 전통사상┃
제3부에서는 원시 유가 사상과 율곡 이이의 사상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편의 논문이 ‘대동’ 개념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5장 “원시 유가 사상에 명멸했던 대동 민주주의: 급진적 회상”은 중국 고대사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원시적 민주주의를 ‘대동 민주주의’로 개념화하고, 그 흔적을 중국 고전에 대한 고고학적 분석을 통해 탐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서구학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고대사에서 민주정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존재했으며, 아테네 민주정은 고대 민주정의 역사에서 어떤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는지를 검토한다. 이어서 ‘대동 민주주의’의 개념화를 위해 유교 고전에서 제시된 대동을 ‘위대한 조화’와 ‘위대한 합의’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누어 고찰한 후,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대동 민주주의’가 ‘위대한 합의’에 의한 민주주의임을 명시한다. 그리고 이런 개념에 근거해서 <서경>과 <맹자>에 기술된 요/순/우의 이른바 ‘왕위선양’ 과정에 나타나는 정치적 결정을 대동 민주주의의 원형으로 개념화하고, 이에 대한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비교 분석하여 공자보다 맹자가 대동 민주주의에 우호적임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그런 대동 민주주의의 흔적이 2000년을 가로 질러 조선의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의 두 단편, ?원목?과 ?탕론?에서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보존되어 명멸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6장 “율곡 이이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대동(大同)/소강(小康)/소강(少康): 시론적 개념 분석”에서는 율곡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대동(大同)/소강(小康)/소강(少康) 개념을 분석하고 있다. 먼저 <예기>와 <율곡전서>에 각각 나타난 대동과 소강(小康)을 비교하면서 율곡이 대동/소강(小康) 개념을 근본적으로 혁신했음을 주장한다. 이어서 소강(小康)과 소강(少康)을 혼용하던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언어관행과 달리 율곡이 소강(小康)과 소강(少康)을 명확히 구분하여 사용했음을 지적하고 양자가 지닌 의미상의 차이를 해명한다. 이 과정에서 율곡이 ‘스스로’ 소강(小康)이라는 개념을 직접 사용한 적이 없으며, 율곡이 사용한 소강(少康) 개념은 주로 패도에 해당하는 치세를 지칭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제4부 한국 현대 정치사상┃
제4부는 한국 현대 정치를 정치사상적 관점에서 조명한 논문 두 편을 싣고 있다.
7장 “한국 현대 정치의 이념적 지형: 비동시성의 동시성의 관점에서”는 해방과 분단 이후 지난 60여 년 동안 형성된 한국 정치의 이념적 지형의 특징을 (주로 민주화 이전에 초점을 맞추어) 보수주의, 자유(민주)주의, 민족주의 및 급진주의 등 4대 이데올로기의 전개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또한 한국 현대 정치사상의 흐름의 특징을 서구 선발국의 경험과 비교하면서 고찰하기 위해 독일의 사회철학자 블로흐가 고안한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되, 논문의 목적에 맞게 적절히 수정한다. 이를 통해 민주화 이전 한국 정치의 이념적 지형의 가장 현저한 특징의 하나로 비동시성의 변증법에 따른 ‘이중적 정치질서의 중첩적 병존과 한국 보수주의의 이념적 모호성’을 지적한다. 이어서 비동시성의 변증법에서 파생된 한국 정치의 이념적 지형의 여러 특징을 ‘최종적인 완성물로서 다양한 이데올로기의 수용’, ‘다양한 이데올로기의 조급한 충돌과 자유민주주의의 조숙한 보수화’, ‘탈맥락적으로 갈등하는 이데올로기들’ 및 ‘진정성 논쟁’이라는 소주제를 통해 분석한다. 결론에서는 민주화 이후 20여 년이 지난 현재, 한국 정치의 이념적 지형이 서구의 그것에 수렴하고 동시화하는 현상을, 이념적 다양성을 수반하는 정당체제의 형성이라는 차원에서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비동시성의 변증법이 단순히 세계체제의 주변부 후발국에서만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중심부인 서구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임을 확인하고 있다.
8장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충돌”에서는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흔히 거론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헌정 체제’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구분할 커다란 실익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어서 우리 헌법의 해석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민주공화국의 ‘민주’, ‘민주적 기본질서’,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헌법학적 의미에는 커다란 차이가 없지만, ‘민주적 기본질서’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구절들이 들어간 헌법조항들이 명문화된 당시의 입법연혁(또는 정치사)을 살펴볼 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비해 강한 반공주의를 내포하고 있으며, 오늘날 그 유산이 정치는 물론 법체계에서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및 행정수도이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관련하여 두 사건을 정치학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충돌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한 후, 이 두 사건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본격적인 충돌로 보기는 어렵다는 저자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치에서 저자가 우려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충돌을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검토한다.
┃제5부 서양 및 일본의 정치사상┃
제5부는 프랑스의 근대사상가인 루소와 일본의 현대사상가인 마루야마 마사오의 사상을 분석한 두 편의 논문을 수록하고 있다.
9장 “루소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치참여에 대한 고찰: 시민의 정치참여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는가?”는 2012년도 한국정치학회 학술상(논문 부문)을 수상한 논문이기도 하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루소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치 참여론의 해석을 둘러싼 서구 학계의 논쟁을 검토한 후 자신의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루소의 시민들에게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 등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허용되는가에 대해 대다수의 서구학자들은 그의 주저인 <사회계약론>의 일부 구절에 주목하여 부정적으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이 장에서 저자는 루소적 민주주의에서 시민들 상호 간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된다는 긍정적 해석론을 전개한다. 이런 주장을 펼치기 위해 먼저 <사회계약론> 제4권 1장에 서술된 국가의 유형을 그 부패 정도와 정치참여의 양상을 중심으로 새롭게 분류하여 검토하고, 이어서 루소적 시민의 정치참여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론을 부정론과 긍정론으로 나누어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사회계약론>, <폴란드 정부에 관한 고찰> 등 루소의 주요 저작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부정적 해석에 비판을 제기하는 동시에 기존의 긍정적 해석의 미비한 점을 보완함으로써, 부정론보다는 긍정론이 루소 사상의 해석에 더 적합하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10장 “마루야마 마사오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서구중심주의와 일본중심주의: <일본정치사상사연구>(日本政治思想史硏究)에 나타난 ‘자연과 작위의 이분법적 대립’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중심으로”에서는 일본의 현대 정치사상가인 마루야마 마사오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마루야마는 그의 주저 <일본정치사상사연구>에서 일본 유학의 전개과정에서 중국과는 구분되는 “주체적 작위”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이것이 일본 근대성의 뿌리가 되었으며 이런 사상적 요소의 존재 때문에 일본이 중국과 달리 성공적으로 근대화를 달성하고 근대국가 건설을 수행했다는 독창적인 해석론을 전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장에서 저자는 메이지 유신 직후 일본의 대표적 정치사상가인 후쿠자와 유키치와 마찬가지로, 전후 최고의 사상사 연구자로 꼽히는 마루야마 마사오 역시 서구중심주의를 충실히 수용하는 한편 일본중심주의를 전개함으로써 일본 근대화의 필요성과 성공, 그리고 근대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이후에는 서구 제국주의와 동일한 반열에 서서 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지배를 사상적으로 정당화하고자 했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에 따라 마루야마가 이론화한 ‘주체적 작위’의 개념 역시 천황 중심의 초국가주의로 치달을 수 있는 개연성을 내장하고 있었는데, 그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를 간과했다는 주장을 개진한다.
목차
책머리에 9
제1부__정치사상, 어떻게 할 것인가
1장 비교정치사상 방법론에 대한 예비적 고찰: 횡단적, 교차 문화적 대화
1. 다중심적 지구를 위하여 31
2. 횡단성 36
3. 교차 문화적 대화 47
4. 생물학적 비유와 비교의 지평 53
5. 맺는말 58
2장 한국 정치사상, 어떻게 할 것인가: 반성과 대안
1. 글머리에: 서구중심주의의 폐해 61
2. 예비적 고찰 63
3. 한국 정치사상, 어떻게 할 것인가 78
4. 맺는말 97
제2부__동서 비교
3장 덕치(德治)와 법치(法治): 양자의 겸전(兼全) 필요성을 중심으로
1. 글머리에 101
2. 예비적 고찰 105
3. 서양 정치사상사에서 법치사상의 전개와 덕치사상의 겸전 112
4. 동양 정치사상사에서 법치사상의 전개와 덕치ㆍ법치의 겸전 119
5. 맺는말 136
4장 동서양 사상에 있어서 정치적 정당성의 비교:
유가의 공론론과 루소의 일반의지론을 중심으로
1. 글머리에 141
2. 유가의 공론론 146
3. 루소의 일반의지론 159
4. 유가의 공론론과 루소의 일반의지론의 상호 비교 165
5. 맺는말: 유가 공론론의 현실적 의의 181
제3부__전통 사상
5장 원시 유가 사상에 명멸했던 대동 민주주의: 급진적 회상
1. 글머리에 189
2. 고대 민주정의 상대적 보편성과 아테네 민주정의 특이성 196
3. 대동의 두 가지 개념: 『예기』와 『서경』 205
4. 원시 유가 사상에 명멸했던 대동 민주주의 210
5. 맺는말 230
6장 율곡 이이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대동(大同), 소강(小康), 소강(少康):
시론적 개념 분석
1. 글머리에 233
2. 『예기』와 율곡 사상에 나타난 대동과 小康 235
3. 율곡 사상에 나타난 ‘少康’과 ‘小康’ 245
4. 기존 연구의 검토 265
5. 맺는말 269
제4부__한국 현대 정치사상
7장 한국 현대 정치의 이념적 지형: 비동시성의 동시성의 관점에서
1. 글머리에 275
2. 비동시성의 동시성: 이중적 정치 질서의 중첩적 병존과
보수주의의 이념적 모호성 277
3. 비동시성의 동시성과 현대 한국 정치의 이념적 지형: 다른 특징들 287
4. 맺는말 305
8장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충돌
1. 글머리에 311
2. 어떤 민주주의인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와 민주적 기본 질서 312
3.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충돌 325
4.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충돌 340
5. 맺는말 350
제5부__서양 및 일본의 정치사상
9장 루소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치 참여에 대한 고찰:
시민의 정치 참여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는가?
1. 글머리에 357
2. 루소의 국가 분류: 국가의 부패 정도와 정치 참여의 양상 359
3. 시민의 정치 참여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는가:
주요 해석론의 개관 367
4. 부정론에 대한 비판과 대안적인 긍정론의 개진 378
5. 맺는말 391
10장 마루야마 마사오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서구중심주의와 일본중심주의:
『일본정치사상사연구』(日本政治思想史硏究)에 나타난 ‘자연(自然)과 작위(作爲)의
이분법적 대립’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중심으로
1. 글머리에 395
2. 「근세 일본정치사상에 있어서의 “자연”과 “작위”」
(『일본정치사상사연구』 제2장)의 요약 400
3. 『일본정치사상사연구』 제2장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 411
4. 마루야마 마사오와 후쿠자와 유키치 사상의 비교 424
5. 맺는말: 초국가주의, 곧 일본 파시즘은 근대성의 일탈인가? 431
책을 내고 나서 435
참고 문헌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