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인문학: 인문학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다
- 발행사항
- 서울 :,알렙,,2015
- 형태사항
- 300 p. : 23 cm
- ISBN
- 9788997779475
- 청구기호
- 340.911 건16ㅌ
- 서지주기
- 참고문헌(p. 289-294)과 색인수록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
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5527 | 대출가능 | - |
- 등록번호
- 00015527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체제·제도의 통일에서 ‘사람의 통일’로
민족동질성에서 ‘민족공통성(national commonality)’으로
분단의 아비투스를 우애의 아비투스로
사회과학 관점에 사로잡힌 통일 문제를 인문학적인 통일 패러다임으로 전환!
인문 정신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통일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통일인문학』은 철학, 사학, 국문학 등 여러 인문학적 연구 성과를 통섭적으로 연구하여, 기존의 경제·정치 등 사회과학적 관점에 사로잡힌 통일 문제를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문제로 바라보려고 한다. 그래서 통일인문학은 ‘체제의 통일’을 넘어 ‘사람의 통일’로, 분단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통일과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인문학적 성찰과 지혜를 모으고자 한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김성민 단장)은 통일에 관한 인문학적 패러다임을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해 왔다.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통해 인문학적 관점에 기반을 둔 통일 패러다임을 모색해 보고자 한 것이다. 그간의 연구 성과와 주요 주장과 명제들을 한데 묶어 탄생한 책이,『통일인문학―인문학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다』이다.
―왜 통일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올해 2015년은 1945년에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되자마자 분단을 맞이한 지 70년이 경과되는 해이다. 70년이라는 시간은 남북의 통일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태도를 사뭇 달라지게 만들었다. 이제 통일에 대한 의미는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같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분단의 상처와 고통은 변하지 않고 분명히 존재한다. 지금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는 남과 북의 주민들은 통일에 관한 당위론을 펴면서도 통일에 대한 거부감 또는 무관심을 보이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한 무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져갈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통일과 관련된 주장과 담론들은 우리들의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사람다운 삶을 향상시키고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차원이 아니라, 나와 큰 상관이 없는 체제·이념·제도의 차원에서 통일을 주로 이야기해 왔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기존 통일 담론”은 어떠했는지 지적하고 있다. 지난 분단 70년 동안 통일의 당위성만을 이야기하고 정작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둔감했다는 점이 첫째이다. “같은 민족이니까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당위성이, 분단의 고통과 아픔을 실존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을 압도했던 것이다. 또, 기존 통일 담론은 “인간적 삶”의 차원이 무시되고 체제와 제도의 통합에 치중하는 흐름(사회과학, 정치학)이 지배적이었다. 정치·경제가 본질이고 사회·문화는 부수적이라는 관점이다. 마지막으로, 이제까지의 통일 담론은 남북의 통일을 항상 하나의 완결된 결과로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통일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긴 것이다. 통일 이후에 동독과 서독의 이질화가 여전히 사회 문제가 되는 독일의 통일 사례를 보더라도, 통일은 ‘과정으로서의 통일’이 되어야 한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은 결국 ‘사람의 통일’을 의미한다. 새로운 한반도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주체이자, 실제로 그러한 통합의 대상이기도 한 것은, 우리 자신,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통일은 체제·제도·이념의 통일이 아니라 ‘사람의 통일’이다.
―통일의 어떤 측면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았는가?
통일은 남북한 주민들이 현 단계보다 나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이자, 자유·평등·인권·민주주의·생태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과제이다. 그래서 통일인문학은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통일이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분단 구조가 만든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상태로 남북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동태적 과정’으로 규정한다. 요컨대 통일인문학이 규정한 분단의 극복과 통일의 의미는 결국 서로 이질적인 체제·제도·이념 속에서 살아온 두 집단이 서로 ‘소통’함으로써, 분단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새로운 민족공동체로의 ‘통합’을 만드는 것이다.
『통일인문학』은 그러한 소통·치유·통합으로서의 통일을 고민한 이야기이다. 통일인문학은 한반도의 분단과 통일 문제를 사상 이념, 정서 문예, 생활 문화라는 인문학적인 차원에서 나누어 접근하고, 통일의 범주도 남북 주민들의 결합으로 한정하지 않고 700만 명에 달하는 코리언 디아스포라의 통합으로까지 확대하여 연구한다. 통일은 단순히 남북이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차원을 넘어 식민, 이산, 분단, 전쟁, 적대적 대립에 이르는 20세기 한민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민족의 진정한 합력을 창출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통일인문학은 기존의 북한학, 조선학, 한국학을 통합하여 보다 온전한 한국학의 정립과 한국 인문학의 세계화를 지향합니다.
‘통일인문학’에서 새롭게 주창한 관점 및 개념은?
―체제·제도의 통일에서 ‘사람의 통일’로
남북 통일을 서로 다른 체제 사이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문제로만 사고해서는 진정한 사회적 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독일 통일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통일은 정치·경제의 통합 이전에 무엇보다 사람들의 통합이 보다 근본적인 과제이다. 통일이 갑자기 이루어진다면 통일 이후 독일처럼 우리는 양 지역 사이의 이질성과 배타성, 통합 과정에서의 상처로 인해 극심한 갈등과 사회 통합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가치관·정서·문화의 통일은 정치·경제의 통합을 떠받치는 바탕이자 통일을 진정한 사회적 통합으로 만드는 근본적인 힘이다. 이런 점에서 통일인문학은 기존의 통일 담론이 가진 한계점을 극복하고 보다 근본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람의 통일’을 지향한다.
―민족동질성에서 ‘민족공통성(national commonality)’으로
남북이 현재 상황 속에서 민족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과거의 원형적이거나 실체화된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자는 주장은 그들의 다양한 ‘차이’를 결코 조화롭게 수용할 수 없다. 민족공동체에 편입될 수 있는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동질적 속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인식은 오히려 그러한 속성을 공유하지 않는 다른 코리언에 대한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규정만을 생산할 뿐이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통일 국가, 새로운 민족공동체는 단순히 분단 이전의 상황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새로운 민족공동체는 현재 없으며 이후 생성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미래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은 분단 이후 각기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코리언의 ‘차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이다. 즉 동일성의 원리가 나와는 다른 이질적인 것들에 대해 폭력적인 배제로 나아갔다고 한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차이’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더욱 요구된다. 그래서 동일성의 원리에 근거한 민족정체성이 아닌 차이와 다수성의 원리에 기반을 둔 ‘민족공통성’이라는, 일종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때 민족공통성은 분단 이전의 동일성에 근거한 민족동질성의 회복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코리언들의 다양한 차이와 다수성에 근거하여 이들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 미래적으로 생성되는 ‘공통의 가치, 정서, 문화’를 의미한다.(비트겐슈타인의 ‘가족유사성(family resemblance)’ 개념의 적용, 본문 228쪽)
―분단의 아비투스(habitus of division)
분단 이후 남북 관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타자와의 관계에서 전제되는 상호 이해의 쌍방향 소통이라는 최소한의 합리성은 고사하고, 적대와 원한 감정이 압도하고 있다. 물론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등에서 보듯 국면에 따라 남북 관계의 소통과 화해가 진전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적대 관계를 반복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분단의 적대성은 집단 무의식으로 내면화되어 있을 정도로 남북주민의 일상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다른 문제에 관한 한 합리적인 사람들도 남북 문제만 불거지면,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반사적으로 멈추고, 불편한 정서나 적대감을 앞세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남북관계를 특징짓는 비합리적 충동은 분단 체제가 단순히 체제적 차원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 체제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 내면화되어 무의식의 영역에서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합리적인 판단 영역을 벗어나 사람들의 신체와 마음을 통해 작동하는 이와 같은 비합리적 충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분단 아비투스와 분단 트라우마는 이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아비투스(Habitus) 개념을 차용·변용시킨 ‘분단 아비투스’는 단순한 지배 이데올로기나, 주입된 의식이 아니라 분단의 적대성이 우리의 신체에 아로새겨져 있는 내면화된 믿음의 체계를 의미한다. 분단 체제는 정치경제 체제의 적대성뿐만 아니라, 이런 적대적 체제가 분단 체제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신체에 분단의 적대성과 관련한 가치와 성향들을 아로새긴다. 북에 대한 이해 불가능성과 기괴한 이미지의 형성은 분단 70여 년의 세월 동안 적대적 믿음과 성향들이 우리의 신체에 아로새겨진 결과이다. 요컨대 분단 체제는 단순한 두 국가의 대립만을 낳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장치와 제도, 의식, 교육 등을 통해서 분단의 아비투스를 우리의 신체에 각인시킨다. 자기 검열과 거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북에 대한 이해 불가능성과 기괴한 이미지의 형성은 이런 아비투스의 산물이다. 특히 ‘반공주의적 아비투스’는 분단 체제의 고착화에서 결정적 의미를 가졌다.
―분단의 트라우마(trauma of division)
그런데 분단 아비투스만으로 남북의 상호 적대성과 증오심이 작동하는 메커니즘 전체를 파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분단 아비투스는 신체에 체현된 특정한 성향들, 믿음들의 체계들을 인식하도록 하지만 왜 그런 성향과 믿음들이 내면화될 수 있었는가 하는 심리적 중핵을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분단의 적대성과 상호 증오심은 단순히 위로부터 강제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래로부터의 적극적인 동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분단 트라우마’는 남북 주민이 적대적인 믿음과 성향을 내면화하고 자발적으로 분단 국가에 동의하게 만드는 사회 심리적 중핵이다. 분단 아비투스를 작동시키는 분단 트라우마는 감당할 수 없는 한 개인의 실존적 상처를 의미한다기보다, 남북 주민에게 증오와 공포를 유발하고 있는 집단적 사회 심리를 의미한다.
그래서 분단 트라우마는 민족국가를 향한 집단적 열망의 좌절 책임을 남북이 상대에 대한 원한과 복수의 감정으로 전치(displacement)시킴으로써 생겨난 것이다. ‘민족=국가’를 향한 열망이 강할수록 이를 훼손하는 상대의 체제와 이념은 소멸해야 할 반민족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오늘날 불신과 증오의 깊은 골을 형성하고 있는 남북의 적대성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을 끊임없이 환기하여 현재화함으로써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분단 트라우마의 지속적인 환기와 현재화로 인해, 동서냉전이 해체된 지금까지도 한반도에는 냉전문화가 강고하게 유지되면서 좌우 이념이 공존 불가능하다는 진영 모순의 극단화가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분단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해서는 그러한 적대성을 재생산하는 사회적 구조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그를 통해 생산되는 분단의 사회적 신체를 우애와 통합의 사회적 신체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즉, 분단의 아비투스를 ‘우애의 아비투스’로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본문 212-215쪽)
‘통일인문학’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통일의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통일이 사회 통합의 길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적인 체제 통합뿐만 아니라 가치·정서·생활상의 공통성을 창출하는 작업, 즉‘사상 이념(머리), 정서 문예(가슴), 생활 문화(팔다리)’의 통합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의 <제1부 인문학적 통일 담론의 필요성과 통일인문학>은 ‘통일인문학’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을 관통하면서 이 책 전체를 조망하고 있는 글이다. 이 부분에서는 주로 기존 통일론을 지성사적 관점에서 해부하면서 그것이 갖는 의의와 한계를 공히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인문학과 통일의 결합이 갖는 필요성 및 통일인문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을 구성하고 있는 방법론과 연구 대상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소통·치유·통합이라는 패러다임이 왜 제기되었으며, 그 각각은 세부적으로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① ‘소통-상생의 패러다임’은 동질성 대 이질성을 ‘차이와 공통성’의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데 기초한다. 남과 북의 적대성은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것으로서 ‘타자의 타자성’에서 나온다. 따라서 소통에 근거한 상생의 패러다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타자의 타자성’을 ‘가르치고 배우는’ 비대칭적 소통의 체계로 만들어가야 한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라는 개념은 남과 북이 타자의 타자성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새로운 언어 규칙의 정립, 즉 새로운 통일한반도의 가치와 규범을 마주침이 만들어내는 공감을 통해서 공통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제2부 소통의 패러다임: 미래의 고향을 만들어가는 형제애적 소통>은 ‘사람의 통일’이라는 문제의식에 있어서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소통’에 대한 글이다. 특히 남북 관계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소통적 관계맺음 방식을 다루고 있다. 분단 극복과 통일을 위한 남북의 관계맺음은 분단 70년 동안 간혹 진행되어 왔던 남북의 대화와 협상만을 의미할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서로의 ‘막힘’을 뚫고 ‘다름’을 나누면서 남북 간에 말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글은 그러한 진정한 소통의 방식들을, 이를테면 ‘내 안의 타자’와의 대화, ‘형제애적인’ 소통, ‘가르치고 배우는’ 호혜적 소통 방식을 다루고 있다.
② ‘치유의 패러다임'은 분단의 역사가 만들어낸 대립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패러다임이다. 분단 체제는 단일 민족국가를 향한 민족적 리비도가 좌절되는 트라우마를 ‘분단국가’의 결핍을 감추는 국가주의로 전치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분단 체제가 유발하는 병리적 현상들을 ‘병’으로 간주하고 마음의 수양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나 그것은 분단 체제의 역사가 빚어낸 비극을 상호 자신의 역사로 통합하면서 분단을 극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통일은 통일된 민족국가를 건설하지 못한 한민족의 분단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트라우마들을 분석하고 이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상호 분단된 서사를 하나의 통합적 서사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3부 치유의 패러다임: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치유의 방향>은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시작된 남북의 상호 적대성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줄어들지 않고 증폭되는 근본적 이유에 천착한 글이다. 특히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지 않은 비경험자이면서 경험자와는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후세대들에게도 그러한 북에 대한 적대성이 고스란히 반복되는 이유를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개념을 통해 해명하고 있다. 한반도가 경험한 트라우마적 상처들은 사람들을 어떤 강력한 힘에 묶어두고 북에 대한 강한 적대성과 같이 합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기인한 반응을 보이게 만드는 기제이다. 이때 그러한 기제로서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는 ‘식민’·‘분단’·‘이산’ 트라우마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은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문화혁명적인 방안들을 다루고 있다.
③ ‘통합의 패러다임’은 분단 체제가 만들어내는 분단된 국가의 사회적 신체들을 통일의 사회적 신체로, 분단의 아비투스를 연대와 우애의 아비투스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남과 북의 적대적 공생 구조는 지배 메커니즘 차원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국가의 국민들을 만들어내는, 분단된 국가의 사회적 신체들, 즉 신체에 내면화된 ‘성향, 믿음들의 체계’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서 작동한다. 따라서 남/북 분단의 적대성과 공생성이라는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분단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면서 상호 분단체제 속에서 내면화한 아비투스가 가진 오인의 구조를 승인하고 그 속에서 분단의 아비투스를 극복하는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제4부 통합의 패러다임: 민족공통성 창출로서의 통일>은 한반도의 통일을 분단된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지역에 살아온 사람들의 사회문화적 통합 과정으로 이해하기 위한 목적에서 쓰였으며, 따라서 구체적인 통합 패러다임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 부분은 남북의 소통을 가로막았던 ‘동질성 대 이질성’의 원리가 아닌, ‘차이와 공통성’에 기반한 통합 패러다임을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과거 지향적이며 원형적인 동질성 회복에 초점을 둔 민족공동체 건설이 아니라 ‘닮음의 흔적’을 통해 남과 북 각각이 변용시켜 온 차이와 소통하고, 그들과의 새로운 민족적 연대의 가능성을 찾는 과정으로서 통합 패러다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 일제 식민지와 분단 체제라는 역사적 경험을 남북 주민과 더불어 공유하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한반도 통일의 또 다른 주체인 ‘코리언 디아스포라’와의 민족적 통합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목차
서문 통일을 위한 인문학적 담론은 가능한가? 5
제1부 인문학적 통일 담론의 필요성과 ‘통일인문학’
1장 통일 담론의 지성사
1 전통적 통일 담론
2 통일 회의론
2장 인문학적 통일 담론
1 강만길의 분단시대론과 통일민족주의
2 백낙청의 분단 체제론
3 송두율의 통일 철학
3장 통일인문학의 패러다임과 연구 대상
1 통일인문학의 패러다임
2 통일인문학의 관점과 연구 대상
제2부 소통의 패러다임: 미래의 고향을 만들어가는 형제애적 소통
1장 ‘소통’의 전제조건: 둘과 다름, 그리고 ‘트임’
2장 남북 관계의 역사적 독특성과 관계맺음의 형식
1 국가 간의 관계를 초과하는 남북 관계의 독특성
2 ‘7·4 남북공동성명’과 ‘남북유엔동시가입’: 통일 개념의 재정립
3 ‘남북기본합의서’: ‘둘’의 승인과 과정으로서의 통일, 그리고 평화의 원칙
3장 남북 소통의 패러다임과 소통의 방식들
1 하나와 둘의 변증법: ‘내 안의 타자’와의 대화
2 내재적·비판적 방법론: 해석학적 순환에 따른 남북의 소통
3 형제애적 소통의 장애물: 치유의 과정으로서 소통
4장 민족공통성을 생산하는 소통 :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로서 소통
제3부 치유의 패러다임: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치유의 방향
1장 역사적 트라우마란 무엇인가?
1 반복되는 상처의 역사
2 트라우마와 역사적 트라우마
3 후천적이고 이차적인 트라우마
4 집단 리비도의 좌절과 억압 그리고 사회적 신체의 생산
2장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
1 근대적 ‘민족=국가’에 대한 집단 리비도의 좌절: 식민 트라우마
2 하나의 민족, 두 개의 국가: 분단 트라우마
3 코리언 디아스포라의 트라우마: 이산 트라우마
3장 역사적 트라우마의 치유 방향
1 생명력 회복으로서 치유
2 분단 국가와의 전이적 관계 철회하기
3 분단의 아비투스에서 통합의 아비투스로
제4부 통합의 패러다임: 민족공통성 창출로서의 통일
1장 통합 패러다임의 전환과 민족공통성
1 동질성 대 이질성
2 차이와 공통성
3 민족공통성론으로서 통합 패러다임
2장 코리언 디아스포라와 통합 패러다임
1 통일의 또 다른 주체로서 코리언 디아스포라
2 ‘민족주의 관점’과 그 한계
3 ‘탈민족주의적’ 관점과 그 한계
4 ‘제3의 정체성론’과 그 비판
5 코리언 디아스포라의 역사-존재론적 특성
3장 통일인문학의 의의 : 인문학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다
1 한반도에서 인문학자로 산다는 것
2 통일인문학의 학문적 기여
3 통일인문학의 실천적 의의
참고문헌 /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