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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안보전략은 국가의 행동을 결정한다. 북한 안보전략의 핵심이자 요체는 김정은 정권의 핵전략이다. 본 연구의 연구 목적은 3가지이다. 우선 김정은 정권의 핵전력 중심의 안보전략 특징을 제시하고자 한다. 둘째,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중심 안보전략이 북한의 대외 및 대남 전략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핵전략에 대응해 한국이 어떠한 방향의 대외 및 대북 전략을 설계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특히 본 연구는 이러한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력한 적용 이론으로 ‘강압전략(coercive strategy)’을 원용한다. 즉 본 연구는 김정은 정권의 안보전략을 ‘강압전략’의 전형으로 파악하고, 김정은 정권은 집권 이후 일관되게 대외관계뿐 아니라 대남관계에서도 핵무기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과 기대효용에 의지해 강경한 전략과 정책을 채택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왜 강압전략에 기초해 김정은 정권의 안보전략과 대외·대남 전략을 분석해야만 하는가 김정은 5년 집권 기간 동안 북한은 핵능력에 대한 과장과 핵억지에 대한 맹신을 바탕으로 공세적 대외전략을 일관되게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적극적 대외전략을 구상함에 있어서, 강압외교로 특징되는 김정은 정권의 안보전략을 자세히 구명해야지만 북한의 전략적 의도의 정확한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은 정권의 핵강압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대외전략 수립 시 한국 정부의 과소 및 과잉 대응을 지양할 수 있는 전략적 혜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본 연구가 주목하는 적용 이론으로서의 강압전략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김정은 정권의 안보전략은 핵무기를 비롯한 군사적 수단들을 활용해 한국, 미국 등을 ‘강압(coercion)’하는 것이다. 강압은 주로군사적 위협을 통해 상대의 행동방식, 의지 그리고 정책결정 내용을 변경시키려는 행동 및 전략을 말한다. 통상 강압전략의 강압은 군사적 강압을 지칭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군사적 위협에 더해 정치·외교·경제적 수단을 동원한 위협 또한 광의의 강압으로 볼 수 있다. 전략적 차원에서 강압은 아래와 같은 3가지 차원의 특징들이 있다. 첫째, 강압은 상대측의 정책결정에 특정한 영향을 끼치기 위한 목적으로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둔다. 즉 강압이란 무력 사용이 강압대상국의 전략 결정과 정책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춘다. 둘째, 강압이 군사력 사용을 항상 고려하나 그 궁극적 목적이 강압대상국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을 상정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강압전략에서는 강압대상국에 대한 군사력 사용 위협이 신뢰성을 가질 정도까지 제한적으로 행사되는 경우를 우선시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강압은 위협이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는 단계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하지만 강압대상국과의 정치 외교적 타협이 전적으로 거부당하는 경우, 강압국과 강압대상국 간 갈등은 종종 물리적 충돌을 통해 해결되기도 한다.
통상 강압전략에서 강압은 ‘강제(compellence)’와 ‘억지(deterrence)’로 구분되며, 강제는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와 ‘공갈(blackmail)’로 세분화 된다. 그리고 강압전략을 구상하는 국가는 강압을 위한 능력보유뿐 아니라 강압메커니즘의 효율적 구성에도 노력한다. 이는 강압을 통한 위협이나 고통을 통해 강압대상국이 굴복 혹은 순응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강압메커니즘은 너무나 다양하며 모든 메커니즘은 각각 일정 정도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내재한다. 북한의 강압전략과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강압전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6가지 대표적 강압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정치적 권력기반의 잠식(powerbase erosion): 정권과 엘리트 그룹 간의 관계 위협, 2)사회동요(Unrest): 대중의 불만 유도, 3)관계 단절(Decapitation): 권력 지도층의 신변 위협, 4)국가 능력 약화(Weakening): 국가의 총체적 능력 약화, 5)거부(Denial): 정치적·군사적 승리의 방해, 6)간접 강압(Second-Order Coercion).
효과적인 강압을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물리적 강압능력이 요구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무력을 중심으로 강압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이 구축하고자 하는 핵무력은 핵물질 생산시설 확보, 핵무기 완성, 실전 운용능력 확보, 핵전략 수립으로 구성된다. 핵무기 고도화는 이 중 핵탄두 및 미사일 능력의 기술적 완성을 의미한다. 김정은 정권은 집권 이후 핵무력 구축을 단계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으며, 핵 기술 고도화는 이르면 2018년경, 핵전력은 2020년경을 전후한 시기에 구축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정권 집권 이후 핵무력 구축은 다음과 같이 총 5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1단계(2012년~2013년) 기간 중 법적·제도적 준비 및 고도화 계획을 수립했으며, 주요 내용은 ‘핵 보유국’ 헌법 명문화(2012년 5월)와 ‘핵 보유국 지위’ 관련 법령 발표(2013년 4월)이다. 2단계(2013년~2014년)는 핵무기 고도화 시작 단계이며, 주요 내용은 HEU(Highly Enriched Uranium, 고농축우라늄) 중심 핵물질 보유전략 전환과 단거리 미사일(Short-Range Ballistic Missile: SRBM) 성능 개선 집중이다. 3단계(2015년~2016년)는 핵무기 고도화 질적 발전 단계이며, 주요 내용은 표준형 원자탄(핵분열탄) 기술력 확보(핵 기술력 1세대), 2세대 수소탄(핵 융합기술) 기초 기술력 확보, 준거리 미사일(Medium-Range Ballistic Missile: MRBM) 실전능력 확보 등이다. 4단계(2017년~2018년)는 핵무기 고도화 완성 단계이며, 주요내용은 수소탄(증폭핵분열탄) 기술력 확보(핵 기술력 2세대)와 중·장거리 미사일(Intermediate-Range Ballistic Missile: IR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 실전능력 확보 및 미사일 다종화 구축이다. 마지막 5단계(2019년~미정)는 핵무력 구축 완성 단계이며, 주요 추진 과업은 핵무기 생산 체계 구축 및 대량 생산 개시 그리고 핵무기 실전배치 완료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정권은 이상과 같은 핵무력을 실전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핵전략 즉 핵태세를 마련한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김정일 시기의 핵태세는 핵무기의 정치외교적 효용을 강조하는 ‘촉매형’에 가까웠다.
당시 북한의 핵능력은 미국에 대한 최소억지력을 목표로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따라서 북한은 한반도 안정이라는 중국의 지정학적, 전략적 이해를 지렛대 삼아 핵 개발을 활용해 중국의 관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북한 정권의 안정성과 외적 균형(external balancing)을 확보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집권 이후 북한 핵태세는 기존의 촉매형 태세 가운데 가장 공세적인 형태인 ‘비대칭확전’ 유형으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현재 객관적인 핵전력과 상관없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핵태세는 ‘확증보복형’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정은 정권의 핵무력 중심 안보전략은 강압전략의 전형이다. 강압의 의미에서 볼 때 현재 북한의 안보전략은 강압적 전략이다. 김정은 정권은 도발 위협과 핵무력을 수단으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는 한국과 미국의 비핵화 의지, 결심, 정책을 변화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통상 협의의 수준에서 강압전략은 군사적 강압을 의미한다. 김정은 정권은 전임 김정일 시절과 달리 자신들의 핵무력과 군사적 도발을 통해 비핵화 타협을 거부해 왔다. 즉, 핵 중심의 군사적 효용으로 상대와의 영합적 게공세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군사안보적 강압의 전형이다. 넓은 의미에서 강압은 경제·정치외교적 압박을 포괄한다. 김정은 정권은 개성공단 협력 사업의 파탄을 초래함으로써 한국을 강압했다. 즉 개성공단이라는 경제협력 수단을 활용해 핵 보유라는 안보적 목적을 달성하려 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력 중심의 공세적 안보전략으로 정치외교적 목적 또한 달성하려 하고 있다. 핵 보유국 지위 확보 주장이 대표적이다. 자신들이 핵무력을 달성하면 핵 지위국은 자연히 확보될 것이며, 이를 통해 체제와 정권의 생존 환경을 정치외교적으로 우세하게 그리고 주도적으로 장악할 수 있다고 맹신하고 있다. 강압의 정의에 비추어 볼 때 김정은 정권의 안보전략은 강압전략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력을 중심으로 강압전략의 주요 구성요소인 강제(compellence)와 억지(deterrence)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강제전략 중 김정은 정권은 강압외교보다는 공갈(blackmail)에 경도되어 있다. 김정은 정권이 비위협적인 설득과 협상 등 긍정적 유인을 적극 활용하지 않고 있으며, 방어적 입장에서 국제관계를 형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 5년 동안 북한은 위기 관리보다는 위기 고조 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자 했던 것도 또 다른 이유이다. 반면 최근 김정은 정권이 공격적 의도를 숨기지 않고 공세적 위협을 가하나, 실제 극단의 군사적 행동까지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공갈’의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북한이 흔히 언급하는 서울 및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2017년 7월 괌 인근을 포위하는 미사일 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정세 형성 과정에서 김정은 정권이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하는 점도 강제전략의 입장에서 설명 가능하다.정권의 핵무력 중심의 안보전략이 비단 강제와 공갈에 국한된 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행태는 전술적 위협이나 행위 차원에서 자주 구사된다. 전략적 차원에서 김정은 정권 안보전략의 강압적 특징은 ‘억지’에 집중되어 있다. 즉 “핵무력 위협을 통해 미국 등 국가의 의지에 영향을 주어 정권 및 체제의 생존력을 높이고자 한다”는 김정은 정권의 이러한 전략적 목표는 미국이 압도적 핵 우위를 바탕으로 실제 군사적 행위를 강행한다면 쉽게 좌절된다. 이러한 취약성 차원에서 북한의 안보전략은 억지적 속성을 내포한다. 아울러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지속하고 설사 그들이 지향하는 핵무력을 완성하더라도 미국의 대북 강압정책이 전환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나아가 한미동맹이 파열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점도 억지전략적 속성이 내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김정은 정권의 핵무력 우위의 강압전략은 대외관계에도 고스란히 투사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대외정책은 핵무기와 북미관계가 근간이자 전부이다. 김정은 정권 대외정책의 최우선적 목표는 핵무력을 완성해 자신들이 주도할 수 있는 대외환경과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극복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도전과제는 미국의 방해를 극복하는 것이며, 최종적 과업은 미국의 대북정책과 전략을 전환시켜 미국을 제압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외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김정은 정권은 자신들이 처한 외교안보 환경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 보유가 반드시 필요하며 핵 지위국 확보가 이러한 전략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 맹신하고 있다. 즉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를 그 어떠한 흥정에도 교환할 생각이 전혀 없다. 미국과의 평화협정이나 국제적 보장도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만으로 자신들의 생존을 확실히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김정은정권은 안보적 측면에서 ‘이중잠금 장치’의 구축을 목표로 한다. 즉 핵무력 강화를 통한 핵 지위국 확보라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장치(Crucial Key)와 북미 평화협정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의 정치외교적 부속·보조장치(Subsidiary Key)를 통해 대외관계 및 정세를 확실히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전자가 없는 후자는 부족하며 전자를 획득하면 후자는 저절로 확보될 가능성이 높은 보너스로 평가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핵무력 중심의 강압전략은 대남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대남정책은 2시기로 대별된다. 우선 2015년 하반기까지의 시기이다. 이 시기 동안 북한은 협력과 도발의 소위 화전양면의 전략적 관점에서 대남관계를 규정하려 하였다. 김정은 정권의 대남전략과 정책은 2016년을 기점으로 질적으로 전환된다.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통한 전략적 지위 고양, 그리고 국가 생존 환경의 주체적 구축에 남한 정부의 도움이 불필요할 뿐 아니라 큰 방해도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즉 그들의 최우선적 국가 과업을 추진하고 완성하는 데 남한의 전략적 가치는 그리 높지 않거나 거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북한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핵무기 고도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 국제 제재의 여파를 상쇄하거나 우회할 수 있어야만 하는데, 남한이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 국면에서 탈피해 북한의 요구와 필요에 응할 가능성이 극히 낮으며, 김정은 정권은 남한 정부가 자신들의 목표 달성에 큰 방해도 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대북제재와 압박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남한 정부는 항상 이에 종속되어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현재와 같이 핵전력에 기반해 남북관계를 규정하고자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경우 북한의 강압적 대남전략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역(逆)강압전략을 포함해 우리 정부의 우세를 유지할 수있는 적극적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미연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핵 억지에 대한 군사적 도전이 제기될 경우 한국이 강제(compellence)로 전환해야만 하는 시기와 조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도 부가적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핵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과장으로 남북 대화 과정에서 협상력 강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우리 정부의 대북 교섭능력의 우세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적 대응을 고려해야만 하는 필요성 또한 증가할 것이다.
주제어: 핵무력, 북핵 고도화, 핵전략, 강압전략, 북미관계, 남북관계
목차
요 약
Ⅰ. 서론
1. 연구 목적 및 연구 필요성
2. 연구 배경: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
Ⅱ. 적용 이론: 강압전략
1. 강압의 개념과 분류
2. 강압메커니즘
3. 강압전략의 유형과 성패 요인
Ⅲ. 김정은 정권의 핵전략
1. 핵능력 중심의 안보역량
2. 핵전략 특징
3. 핵전략 메커니즘
Ⅳ. 김정은 정권의 대외·대남 전략
1. 전략 구상의 결정요인
2. 대외전략과 북미관계
3. 대남전략과 남북관계
Ⅴ.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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